안녕하세요. Sinkhole Studio라고 합니다. 이번에 스팀에 카드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이제 3주차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매주 진행한 패치들로 이제 소개드려도 괜찮을 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12세 이용가로 심의가 완료되었고, 당연하지만 한글을 지원합니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918430/Second_Second/
게임 이름은 “Second Second”입니다.
장르는 로그라이크 PVE 카드게임으로 비슷한 장르의 게임으로는 “Slay The Spire”, “하스스톤(모험모드)”가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들인데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이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Slay the Spire”에서는, 정형화되어 있는 몬스터 패턴과 게임의 최종 컨텐츠인 승천에서 운이 크게 작용하는 점이, “하스스톤”에서는 여태까지의 거의 모든 카드게임들이 그러했지만, 카드를 드로우하는 운에 게임의 양상이 지나치게 달라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카드게임에 드로우가 없으면 안될까요?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비노기 듀얼” 과 “궨트”가 좋은 시도였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마비노기 듀얼”은 드로우가 없는 형태로 괜찮은 게임성을 보여주었지만, 적은 카드풀로 인한 빌드의 정형화와 카드 밸런싱의 실패로 서비스가 결국 종료되었고, “궨트”는 매우 제한적인 드로우와 덱 압축을 통한 드로우 품질 향상에 초점을 둔 흥미로운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선후공의 차이와 카드 밸런싱에 꽤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최근의 6개월이 걸린 홈커밍 패치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인공물 등 아직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결국 기존 카드게임에서 바꿔보고 싶었던 점은 아래의 3가지였습니다.
1.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
2. 카드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3. 게임이 정형화된다.
운에 대한 “Second Second” 의 해결책 – 드로우의 삭제와 “시전-발동” 시스템
카드게임와 운의 관계는 TCG의 시초 “매직 더 개더링”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은 카드를 사용하는데에 5가지 색깔의 마나가 필요한데, 마나는 일반적으로 대지라고 불리우는 카드를 내려놓아서 획득합니다. 그런데 이 대지카드 또한 덱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지카드를 충분히 뽑지 못하거나 대지카드를 너무 많이 뽑게되는 경우, 별 수 없이 게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매출 1위, 2위의 카드게임인 “하스스톤”과 “섀도우버스”는 “매직 더 개더링”의 이런 점을 일부 보완했습니다. 마나의 색을 1가지로 통일하고, 저절로 매 턴 하나씩 획득하게 해서 안정적인 카드 플레이가 가능하게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게임의 깊이를 일부 잃어버렸고, 소위 1234 플레이로 불리우는 코스트에 맞춰서 카드를 내는 플레이가 지나치게 강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두 게임도 매 턴 카드를 뽑기 때문에 결국 어떤 카드를 뽑는지가 중요하다는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으로 돌아가서, 카드게임에서 카드 드로우는 왜 필요할까요? 저는 카드게임에서 카드들을 한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카드를 사용했을 때 카드가 사라지는 대신 AOS나 RPG의 스킬 쿨타임처럼 잠시 사용불가능해지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에서 드로우를 없애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카드를 처음부터 들고 시작하면 선택지가 너무 많고 한번에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5개의 슬롯을 만들었고, 슬롯의 맨 앞 카드만 사용하게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번 사용한 카드는 맨 뒤로 가게 되었구요. 여기에 추가로 카드별로 사용횟수를 주어서 카드의 가치를 조절했습니다.
또한 “하스스톤”과 “섀도우버스”가 했던 것처럼, 덱에서 카드의 코스트를 분리해 내면서 동시에 선후공과 1234 플레이의 문제점을 피할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나오게 된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 바로 “시전-발동” 입니다. 카드게임의 “마나 사용”, 턴제게임들의 “행동력”과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는 개념인데, 시전은 내 턴에만 가능하지만 발동은 상대 턴에도 가능하다는 점이 차이점이자 핵심입니다. (시전한 카드는 시전시간이 지난 뒤 발동됩니다. 카드가 발동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카드를 시전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의 정형화에 대한 “Second Second” 의 해결책 – AI와 카드팩 그리고 이벤트.
게임의 기획단계부터 사실 “Second Second”는 어느정도 AI 친화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1vs1 형태이고, 전투 전체에서의 가능성은 매우 많지만 순간의 선택지는 기본적으로 Q,W,E,R,T 5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PVE 게임들과 달리 “Second Second”의 AI는 정해진 패턴이 없습니다. AI도 유저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쓰는 카드를 보고 플레이 할 수 있는 가짓수를 살펴보며, 판단한 가짓수 중 가장 효율적인 플레이를 합니다. AI마다 다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 또한 각각의 AI마다 AI가 가진 카드들에 맞춰서 다르게 지정되어 있습니다.
“Second Second“의 카드팩은 나올 카드의 희귀도를 미리 보여줍니다. 카드팩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나오는 카드들의 희귀도가 높아집니다. 덱이 이미 충분히 강하다고 판단하면 카드팩을 열지 않는 선택지를 통해 다음 카드팩의 레벨을 확정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카드팩을 연 경우에도, 원하는 카드만을 획득하고 원하지 않는 카드는 다시 카드팩에 집어 넣어서 카드팩 레벨로 돌릴 수 있습니다. 카드팩에서의 선택지들은 꽤나 훌륭하게 게임을 섞어줍니다. 새로운 카드들은 기존의 덱의 사이클을 바꾸고, 때로는 새로운 카드에 의해 덱이 완전히 바뀌기도 합니다.
카드 밸런스에 대한 “Second Second” 의 해결책 – AI 카드 밸런싱, 많은 카드
AI가 유저와 완벽히 동일한 조건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이 AI들을 사용해서 카드를 밸런싱 할 수 있었습니다. 10만개의 전투데이터를 1회로 하여 수십회의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이때의 카드별 승률을 바탕으로 카드들의 세부수치를 조정하였습니다.
사실 밸런스를 맞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카드 풀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드가 많을수록 생태계가 구성되고 서로의 상호작용이 맞물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따라오는 데요, 바로 유저가 새로 배울 것들이 어쩔 수 없이 같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카드게임들의 진입장벽 중 하나로 빼곡히 적힌 텍스트들을 읽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텍스트를 정말 최대한 간소화하고, 기호화 했습니다. 그리고 카드의 각 줄마다 툴팁이 나오게 해서 모르는 키워드의 경우 그 키워드에 대해서 바로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Second Second”에는 6가지 슬롯타입을 가지는 1020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카드는 꾸준히 계속 추가될 것이며, 꾸준히 시뮬레이션을 통해 밸런싱 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사족인데요, 이 게임을 만들어서 플레이어분들과 나누고 싶었던 게임에서의 멋진 경험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LOL “Faker”선수와의 LOL 팀랭크 – 명확한 실력
한창 LOL에 인생을 갈아 넣던 시절, 그 당시에 “고전파”라는 닉네임을 썼던 “Faker” 선수와 게임이 매칭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솔로랭크 1위로 유명했었기 때문에 로딩화면에서부터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었는데, 인게임에서 만난 “Faker” 선수의 플레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피지컬이 어휴… 정말 말도 안되게 완벽했습니다. 랭크 점수나 MMR의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지만, “Faker” 선수의 플레이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명확한 실력이 보였고 정말 멋졌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이 게임을 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고 실력에 감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WOW 군단 확장팩 우르속 레이드 – 밸런스의 멋짐
WOW는 짧고 굵게 플레이 했었는데요, 군단 확장팩이 나온 17년 9월 1일부터 17년 10월 1일까지 한달 중 순수 플레이 타임이 16일인 것에 스스로 놀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첫 레이드의 네임드 중 언제나 그렇듯이 딜을 체크하는 우르속이라는 네임드가 있었습니다. 가장 간단한 수준의 무빙을 요구하는 대신 거의 완벽한 딜사이클을 돌려야 잡을 수 있는 네임드였는데, 게임하면서 거의 처음으로 밸런스의 멋짐을 느꼈던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시간제한이 끝나면 강제적으로 공대원을 전멸시키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는데, 1%도 남지 않은 보스의 체력을 보면서 조금만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구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처음 우르속을 잡았을 때의 그 짜릿함을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도 느낄 수 있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이것만큼은 피하게 하고 싶다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하스스톤 “따효니”선수와의 Inven 하스스톤 팀 대회 – 랜덤에 의한 무기력한 패배
하스스톤이 처음 나왔을 때, 하스스톤도 꽤 많이 플레이했었습니다. 총 1만승에 1자리 등수도 찍고, 모든 시즌 전설 등급을 찍었던 그 때, 좋은 분들을 만나서 동전산거라는 팀의 팀원으로 하스스톤 팀 대회를 나갔었습니다. 4강 경기에서 제 상대는 “따효니” 선수였습니다. 그때도 덱 메이킹에 탁월하고 플레이가 참 깔끔했던 “따효니” 선수와의 게임은 시작하기 전까지 정말 설레고 기대되는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실력을 보기도 전에, 30장의 덱에 2장 들어있는 “이글거리는 도끼”가 3판 모두 초반에 뽑혔다는 이유로 경기는 간단히 3:0 패배로 끝나버렸고 팀은 결국 탈락했습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연습했던 경기였는데, 단순히 게임의 시스템으로 인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겼던 1만승안에는 당연히 반대로 제가 유리한 랜덤으로 인해 이겼던 판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저도 누군가의 12시였겠지요. 어차피 "따효니" 선수가 더 훌륭한 플레이어였기 때문에(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도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게임에서 패배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도 언제가 다시 랜덤에 의해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겪을 불쾌함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랜덤의 많은 장점들을 포기해서라도 꼭 플레이어들이 제가 겪었던 이런 불쾌함을 마주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밸런스 맞추기에 몰두했고, 랜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랜덤이었으면 만들기 훨씬 편했을 것 같은 많은 요소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그날의 씁쓸함을 떠올리며 새로 고민하고 랜덤이 아닌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어찌보면 집착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Second Second”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실력 요소, 명확하게 구별되고, 잘 밸런싱 되어있고, 랜덤으로 방해받지 않는 실력 요소였습니다.
치킨 좋아하시나요?
저는 후라이드도 맛있고 양념치킨도 맛있습니다. 구운 치킨도 맛있고 전기구이 통닭도 맛있고 온갖 새로운 맛으로 출시되는 치킨들도 맛있습니다. 아직 먹어보진 못했지만 요새는 심지어 김치맛 치킨도 나왔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치킨이 맛있어도 그래도 가끔씩, 삼계탕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Second Second” 가 삼계탕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종 랜덤과 운의 기름진 맛을 한번 싹 빼 봤습니다
.
유저 여러분들의 평가와 피드백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갈 길이 멀지만 더 재밌는 게임이 되도록 열심히 완성해 나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보기클릭)121.169.***.***
멋지네요 저도 생각해왔던 부분이라 공감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IP보기클릭)121.169.***.***
멋지네요 저도 생각해왔던 부분이라 공감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IP보기클릭)61.35.***.***
멋지다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더 잘 다듬어서 더 멋진 게임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18.11.05 11: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