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nt or Hunted ]
Snuff
언젠가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짧은 스너프 필름.
사람목을 쓱싹쓱싹 썰어대던 장면을 보고 며칠동안 찝찝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죠.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제발 잊혀졌으면 하는 기억이지만, 뇌리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버린 그 치명적인 쾌감(..)
몇년 전, 노란국물이란 이름의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엽기라는 이름아래 유행했던 일련의 이미지들은 스너프 필름과 적잖게 닮았습니다. 피하고 싶지만, 저것은 틀렸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매력. 혐오스러워 몸서리를 치면서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장면. 다만, 당시의 엽기들은 스너프보다 덜 엽기스러웠고, 어느 정도 이유가 있거나, 기본적인 규범에 덜 어긋났을 뿐이죠.
[ 맨헌트를 플레이하다 실신한 여중생들, 사회적 물의 일으켜.. ]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말하는 인간의 두가지 본능, 바로 성욕과 살인욕입니다. 전자야 그렇다치고, 후자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충격이었을 겁니다. 내가 과연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스너프 필름에서 찾을수도 있겠군요. 살인이라는 것,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크나큰 죄악이고 그런 장면은 피해야 할 대상이겠지만, 스너프 필름은 여과없이 살인을 보여주며 대중적이지는 못하지만 끈질기게 연명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보고 싶어한다는 의미죠.
본능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금지된 장난, 금기, 터부는 항상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할수 없기에, 해서는 안되기에... 더욱 하고싶고 보고싶은 욕망. 스너프 필름은 그 어두운 욕망에 기생하여 탄생되어진 최악의 상품일 겁니다.
상품..?.
스너프 필름은 분명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살인욕에 불타는 살인마는 물론이거니와 무료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평범한 소시민도 소비자가 될 수 있죠. 큰 시장을 가지진 못했지만, 경쟁할 대상이 없어 독점가능한 상품이었습니다. 스너프 필름만의 이미지, 그 역겨움과 혐오스러움, 철저하게 도덕과 규범을 파괴함으로서 생겨나는 인한 정체성의 혼란까지...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힘들었으니까요.
스너프 필름에서 이뤄지는 연출은 사실 대단치 않습니다. 전쟁영화를 보면 수백명이 몰살당하고, 공포영화는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하게 살인을 묘사하죠.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것은 가짜고 그저 연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불가피한 죽임을 당했고, 공포영화의 살인마나 귀신등은 초현실세계에서나 존재한다는 사실도...
스너프 필름은 진짜입니다. 투박한 배경, 조악한 연출, 배우같지 않은 배우, 연기같지 않은 연기, 닳고 닳은 테이프로 인해 이지러진 장면까지... 스너프에서의 살인은 목적도 이유도 없습니다. 목적이 있다면 스너프를 완성하기 위해서이고, 이유가 있다면 죽이고 싶다는 게 이유겠지요.
[ 스너프를 다룬 영화들 ]
이쯤에서 각설하고,
이 게임 맨헌트는 그런 스너프와 닮았습니다. 애당초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게임소재로서는 낡디 낡은 것이지만 스너프와 만나면서 아주 독창적으로 거듭났습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여느 게임들에선 언제나 가짜를 본땃지만 이 게임은 진짜를 닮았습니다. 스너프만의 이미지,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힘들다고 생각되어져 온 끔직함을 의식적으로 흉내내어 그 틈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스너프 매니아들에게도,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취향의 유저들에게도 이 게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설 것 같군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이 게임은 어두운 욕망에 기생하는 스너프와 태생이 같으며 따라서 피해야 할 대상에 다름아닙니다.
[ Now Killing, Now Recording.. ]
등급을 확인하십시오.
NC-18이 아니라 X입니다.
그래픽 & 사운드
화려함은 없지만 세심함은 구석구석 베어 있어 전체적으로도 부분적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미게임에서 흔히 발견되는 조악한 캐릭터들도 없습니다. 아니, 주인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엑스트라 NPC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도중의 동영상에 MPEG이 사용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 물론 이질감은 적지만, 화려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울 수도 있겠군요.
게임의 성격이 잠입에 가까워 BGM은 거의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둔탁한 효과음과 더불어 NPC의 리얼하고 듣기 불편한 욕설들이 게임의 컨셉과 이 게임의 지향하는 바를 더할 수없이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스템
어두움을 이용해 가드의 눈을 피한다는 점과 소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스프린터 셀의 그것을, 근거리에서는 인살로 손쉽게 처리하고 발각당하면 참살로 힘겹게 대전을 펼쳐야 하는 점은 천주의 그것을, 슈팅과 관계된 상당부분은 데드 투 라이츠의 그것을 차용했습니다. 타게임에서 사용되진 시스템이지만, 이 게임과 대단히 잘 어울리며 이 게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또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스셀에서의 어두움은 전반에 깔려져 있고 만들어가야 될 루트였다면, 이 게임의 어두움은 다급한 경우의 은신처정도의 역활만 하고 있습니다. 스셀에서 어두움이 가졌던 최고의 역활, 코앞의 적에서 느끼게 되는 언제 발각당할지 모르는 긴박감, 흐르는 등줄기의 식은 땀효과(=-=;)만큼은 이 게임이 앞서 있습니다.
소리 또한 스셀에서는 걸리적거리며 진행을 방해하고 그만큼 신경써서 피해가야 할 부분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이 게임은 적을 유인하는 방법으로서 대단히 활용도가 높습니다.(헤드셋 지원)
인살과 관계된 부분은 Fatality의 격이나 느낌이 천주와는 사뭇 다르고, 차지기능을 도입함으로서 진화발전시켰으며, 이 게임의 컨셉이기도 한 탓에, 차용되었다기보다는 이 게임을 위해 존재했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다만, 참살은 커맨드가 지나치게 단순해서 나름의 재미를 찾기가 힘듭니다. 주인공과 똑같은 체력, 만만치 않은 공격, 몰려드는 적들, 거기서 느끼는 다급함과 불안함, 따라서 인살과 잠입의 진행을 강요하는 기능으로서는 합격점을 받겠지만.
슈팅과 관계된 부분은 패드로 즐길수 있는 슈팅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는 데드 투 라이츠와 거의 같습니다. 손쉬운 락온과 엄폐물을 이용한 사격.(블릿타임과 점프는 없습니다) 데드 투 라이츠나 G.T.A는 다소 가벼운 조작과 적절치 못한 밸런스로 이런 부분을 망가뜨렸다는 지적이 있었던데 반해, 이 게임의 밸런스는 대단히 훌륭합니다. 굳이 슈팅부분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시스템부분의 독창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남의 것을 나의 것으로, 나만의 것으로 적절하게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인터페이스
3D형식의 움직임이 패드와 만났습니다. 전방으로 밀면 앞으로 이동하고 좌우는 선회, 뒤로 당기면 뒷걸음질칩니다. 얼핏, 대단히 적응하기 힘들고 난감한 조작처럼 생각되지만, 카메라워크가 항상 주인공의 뒤를 쫓는터라 큰 불편이 없습니다. 물론, 횡이동과 퀵턴도 지원합니다. 2D형식의 재빠른 움직임과 3D만의 세밀한 움직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다만, 카메라워크와 관계된 부분에서 맹점을 드러내고 마는데...
이동시의 카메라워크는 우스틱으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멈추고 있는 상태에서 우스틱을 작동하면 1인칭시점으로 전환되는데, 게임의 특성상 이동보다는 멈추고 있을때의 카메라워크가 절실한데 이를 지원하지 않고, 갑작스런 시점의 변화가 불편해 우스틱은 거의 사용치 않게 됩니다. R3버튼으로 1인칭시점전환이 이뤄졌다면...
내부인터페이스는 대단히 간결하면서도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맵부제가 아쉽게 여겨지는 분들도 있겠지만, 크게 복잡하지 않고 길을 잃게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아이템은 크게 단발성 체력회복 캔음료와 들고다닐수 있는(인벤토리와는 사뭇 다른) 아이템으로 나눠지고, 들고 다니는 아이템은 또 다시 무거운 무기, 가벼운 무기, 일회용 무기, 던져서 상대를 유인하는 물건으로 나눠집니다.
각 항목에 따라 하나의 무기만 들고 다닐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가 같은 항목의 두 무기를 번갈아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 예로, 문을 딸 때 쓰이는 작은 쇠지렛대와 권총은 둘 다 가벼운 무기에 속하지만, 쇠지렛대를 위해 권총을 포기할 수는 없어 장거리 왕복도 마다않게 되는군요. 무기전환이 하나의 버튼으로 순서대로 옮겨가는 것도 때로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합니다.
Manhunt
인간사냥, 게임의 제목은 게임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폐허가 되버린 듯한 도시.
오물로 더럽혀진 벽과 구석구석의 쓰레기, 부서지고 망가진 건물들과 여기저기 무성한 잡초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도시지만 플레이어를 사냥하려는 헌터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유저가 조작하는 캐릭터를 죽이려고 합니다. 정말로 죽이려고 합니다.
관대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은 헌터들은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횡재라도 한듯이 기뻐하고 소리치며 달려와 공격합니다. 필사의 질주(여느 게임에서 보여준 달리기와는 속도감이 다릅니다)끝에 구석진 곳의 어둠에 몸을 숨기면 코앞에서 알짱대며 아쉬움에 땅을 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칠고 천박한 욕설을 내뱉는 행동에서 그들이 정말로 나를 죽이고 싶어 안달났음이 피부로 전해집니다. 표정을 가린 마스크는 예측불가능한, 이해할 수 없는 헌터들의 상징이며 그들은 지금까지의 어떤 귀신, 좀비, 몬스터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느껴질 겁니다.
주인공은 사냥감입니다. 철저하게 놀이도구에 불과하죠.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라 게임의 도구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유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끊임없이 저항하게 만듭니다. 플레이어를 죽이려는 헌터들에 대한 저항으로 내가 살기 위해 그들을 죽이고, 당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잔인하져야 하는 주인공. 엔딩에서 말하듯 그는 Not guilty일까요?
사힐등에서 보여준 자아에 대한 공포. 이 게임은 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 Good bye, Piggsy... ]
재플레이 동기
오프닝에서 엔딩까지만을 볼 때 이 게임은 다시 하기 힘든 게임입니다. 게임플레이자체가 거북한 것도 큰 이유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잠입의 특성상 상당한 몰입을 요구하는터라 가볍게 즐길 게임은 못됩니다.
하지만, 자체의 볼륨이 대단히 만족스러운 편에 속하고, 스테이지마다 클리어등급을 두고 있어 고등급을 위해 매진할 수 있으며, 클리어후에는 등급에 따라 4개의 보너스 스테이지가 추가됩니다.(치트코드도 클리어후 등급에 따라 적용됩니다)
GRADE : A
모든 작품, 모든 게임에는 나름의 고유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 맨헌트는 이제껏 어떤 게임도 보여주지 못했던, 추구하지 않았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한 완성도가 바탕이 된 이 게임만의 그런 구석은 분명 높이 살만하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 One of the best game on the PS2 this year ]
그러나... 이 게임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군요. ㅍㄹㄴ그래피보다 못한 저질문화, 악질문화는 존재에 의의를 두면 됩니다. 유머로 포장된 G.T.A도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마당에 맨헌트가 연쇄살인범을 양산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아니, 연쇄살인정도의 거창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게임은 당신의 건강한 가치관을 좀먹을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X등급. 이런 게임도 있다. 그것만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 평가는 대단히 좋군요. 잊어버리십시오.
[ Daddy didn't see what would happen if she left me. Mommy's supposed to care, but she was never t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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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콘솔매니아란 이름의 플스방에서 이틀여동안 야간정액+몇시간가량 플레이했었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판단하고 평가하기엔 부족할지도 모르는 플레이타임이지만,
더 할게 없을만큼 해버렸으니 부족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부여잡은 게임이기에 플레이에는 열과 성을 다했으나..
적잖게 타락해버린듯한 느낌이군요.
게임플레이에 대한 거부감은 사힐의 칙칙함에 못미칠지도 모르겠지만,
얘기하고 플레이해야 되는 내용자체가 아주 악질입니다.
정화를 위해 이코나 재플레이해볼까 합니다.
어떤 루트로든, 어떤 이유에서든.. 혹 즐기려 맘먹은 분이 계시다면
자신의 연령과 가치관을 다시 한번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기껏해야 게임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철없는 어린애가 덤벼서는 절대 안될 녀석입니다.
G.T.A가 전연령가로 정식발매가 되고 오양 테이프가 공중파를 타는 날이 오더라도
이 게임은 안 될듯 합니다. 되어서도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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