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녕하세요.
답: (고개를 끄덕인다)
문: 네, 오늘 또 한번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군요. 제목이 상당히 거창한데,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답: PS2.
문: 호~그럼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군요. 음... 뭐, 조금은 민감한 이야기가 될거라고도 생각하는데요, 그냥 게임이야기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답: (단호히) 한다면 한다.
문: 아, 네... 뭐 그러시다면 어쩔수 없죠. 그럼 PS2를 처음 사게 된 때가 언제시죠?
답: 테켄 태그 토너먼트가 출시 될 때.
문: 그럼 당시 거의 백여만원을 호가하던 때에 구입하셨군요. 매번 느끼지만 정말 비디오게임시장이 암울하던 때였습니다.
답: 그렇다. 그때엔 정말 어둠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웬지 비디오 게임을 사서 즐긴다는 사실이 떳떳하지 못하게 느껴졌던 그런 시절이었다. 물론 PS1이나 새턴시절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 게임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문: 제가 알기로 XBOX만큼은 정식발매 제품을 구입하신걸로 알거든요. PS2도 그렇고 XBOX도 그렇고 정식발매가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답: (지긋이 눈을 내리깔며) 이미 기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솔직히 PS2정발은 그렇게 감흥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XBOX는 달랐다. 녀석은 일부러 정발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샀으니까. 롯데에서 예판주문을 넣을 때 정말 희열이었다.
문: 어쨌든 정말 좋은 세상이 왔다는 걸 느낍니다. 그렇다면 게임큐브는요? 큐브는 없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큐브는 구입하지 않으셨나요? 정발도 되었는데요.
답: 바람의 택트가 끌리는건 사실이지만, 마음에 드는 대전격투게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문: 이번에 나온 나루토도 있겠고, 소울 캘리버라던지 블러디 로어라던지 꽤 양질의 격투게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답: 별로. 취향 탓이다. 끌리진 않는다.
문: 흠...제가 알기로 PS1은 '테켄2' 때문에, 새턴은 '사무라이 쇼다운 참홍랑 무쌍검' 때문에, 드림캐스트는 소울캘리버 때문에, PS2는 테켄 태그 토너먼트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XBOX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 때문에 구입하신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드캐를 사신 것 처럼 소울캘리버 때문이라도 큐브를 사셨어야 하지 않나요? 좋아하는 링크까지 나오잖아요.
답: 요즘은 소울캘리버를 싫어한다. 더불어 도전정신 없는 남코도 싫어졌다. 링크는...게임보이판을 최고로 친다. 그 작고 조악한 게임기에서 그런 작품이 나올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대전격투 게임에, 그것도 타제작사의 팔아먹기식으로 꼽사리낀 링크는 싫어한다. 그리고 블러디 로어는 PC주얼 게임의 '동물철권'이라는 임팩트가 너무도 강해서...(웃음) 농담이고, 캐릭터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수인화된 모습들이 취향과 동떨어진다. 어쨌든 취향차이다.
문: 음...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 게임큐브와 같이 좋은 게임기를 구입하지 않으신다는게 아쉽군요. 궂이 대전격투가 아니라도 마리오게임 만으로도 좋은 게임기인데요.
답: 마리오는 물론 재밌다. 퍼즐게임인 닥터마리오라던지 쿵짝쿵짝 우정파괴 레이싱 게임인 마리오 카트와 같은 마리오 관련 게임들은 거의가 다 너무 재미있다. 하지만 '재미'가 '취향'까지 포괄시키진 못한다. 개인적으로 인생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는 이상한 던전 시리즈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시렌만 즐기지 톨네코는 즐기지 않는다. 마리오 또한 그와 같다. 수염 아저씨의 임팩트를 수용하기엔 내 가슴은 너무 좁다. 물론 이것은 단점이지만.
문: (약간 비꼬며)취향, 취향 그러시는데 그럼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게임들은 어떻게 즐기셨죠? 제가 알기로 초기엔 NPC의 얼굴 사진을 바꿀줄 모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짱구 아줌마 이모엔의 압박을 용케도 견디셨군요?
답: 처음 동료가 되자마자 때려 죽였다.
문: ...
답: ...
문: 커, 커험. 험... 그렇다면 게임은 어떻게 클리어를 하셨는지? 솔로 플레이는 굉장히 힘든걸로 알고 있는데요?
답: 클리어는 결국 못했다. 마을에서 물건하나 훔치다가 적발된후 온 마을 사람들을 다 때려 죽였다. 만나는 족족 사람이란 사람은 다 때려 죽였다. 그러다보니 퀘스트자체가 진행이 되질 않았다.
문: (황당해하다가 겨우 추스리며) 흠, 흠. 자꾸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 드는 군요. 다시 PS2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죠. 지금까지 4년여를 즐기셨는데 PS2 의 장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답: 하드웨어적인 장점은 PS1과의 호환과 디자인 말고는 모르겠고, 다만 몇가지 좋아하는 게임들이 있다.
문: 그 좋아하시는 게임이라면 어떤 게임들인지요?
답: 여러가질 즐겨 봤지만 아직까지 좋은 느낌으로 남은 게임은 버파와 K-1, 위닝정도? 의외로 몇가지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임이 하나라도 있다면 어떤 콘솔이든 구입할 의사가 있다. 애초에 PS2또한 테켄 태그 때문에 구입을 했으니까.
문: 의외군요. 수많은 대작, 명작 RPG들을 포함하여 정말 여러가지 게임들이 있는데요 기껏 세가지 밖에 없다고 하시니...조금 까탈스러운 성격이시군요. 댁에서 보니 파이널 판타지라던지 데메크와 같은 게임들도 보이던데, 그렇다면 그런 게임들은 왜 소장을 하시는지?
답: 장터에 한번 내놓았다가 안나가길래 그냥 들고 있을 뿐이다. 살펴보면 네임밸류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지만, 없는게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손을 내 저으며) 정작 대작이니 명작이니 하면서 시끄럽던 게임들은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유우나가 아무리 싫어도, 왓카의 면상이 아무리 구역질나도 때려 줄 수 없을 뿐더러 파티원에서 영구 제명을 시킬 수도 없다. 롤 플레잉, 말그대로 역할 수행 아닌가? 이해관계의 집단들이기에 마음이 맞지 않으면 떠날수도 있을텐데 이런 점들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은 벤치마킹과 하이터치의 귀재들인데 정형화된 '일본식 RPG'만큼은 정말 싫다.
문: 아, 네. 파이널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넘어가도록 하죠. 그런데...(말을 하기전 물을 한모금 마신다) 음, 음. 죄송하구요, 그런데 아까전 PS2의 장점이 하위기종과의 호환과 디자인 빼고는 별로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하겠군요.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PS2라 하면 명실상부 현재 최고의 콘솔 게임기 아닙니까? 이런 게임기를 두고 호환과 디자인 빼고는 별로...라고 하신다면 조금 어폐가 있는 듯 하군요.
답: 일일히 해명하기 귀찮다. 패스.
문: 오호, 그건 안되죠. 오늘의 주제가 PS2하드웨어 아닙니까? 이왕 말을 던지셨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죠. (비꼬며) 말 실수를 했다고 느끼시는 모양이죠?
답: (매우 귀찮은 듯이) 언제까지 게임'기'를 바라보며 살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는 게임기가 최고이지 않은가?
문: 지금 발언은 말돌리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 군요. 누가 뭐래도 최고의 게임기가 PS2란 사실은 명백한데 그런식의 답변은 문제가 있군요. 인정할건 인정을 해야...
답: (짜증내며) 많이 팔렸든 못팔렸든 간에 그건 콘솔 회사가 좋아해야 할 일이지 나하고는 상관 없다. 제발 착각을 버려라. 게임'기'는 말 그대로 게임을 돌리는 기계일 뿐이다. 발광하는 다이오드가 섹시하다던지, 각진 모서리가 큐트해서 게임'기'를 365일 애무하며 살거라면 몰라도 게임기는 그냥 딱딱한 기계일 뿐이란 말이다. 앞서 큐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좋은 게임과 좋은 성능의 기계지만 나의 취향에 맞는 게임이 없다고 말이다. 그걸로 끝인거다. 훗날 취향에 맞는 게임이 나오면 그때 사면 되는 것 아닌가? 정작 중요한 것은 게임이란 말이다. PS2 개발자도 아니면서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기계 자랑을 해대는가?
문: (상기되며) 시, 심하군요! 본인과 상관이 없다니요?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는 콘솔이라도 그 콘솔이 그 게임만 달랑 나오고 망한다면, 그래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요?
답: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사서 즐겼으면 되었지 뭘또 바라는가? 그리고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최고의 제품으로 혼동하지 말라. 최고의 기준은 각자가 틀리단 말이다.
문: 정말 말이 안통하시는 군요. 게임기라는게 사실 적은 돈을 들여 사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선택을 하려면 가장 많이 팔리고 성능도 그런데로 괜찮은 게임기를 사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시는 걸 보니 '갑부'이신 모양이죠? 사고 싶은것 다 사게...
답: (웃음)
문: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듯이) 뭐가 그렇게 우스운거죠?
답: 결국은 금전 문제인가...(웃음)
문: 이, 이봐요!
답: (웃음을 겨우 참으며) 게임은 문화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으로 접하게 되는 문화다. 하지만 게임이란 문화도 다른 여러 문화콘텐츠 처럼 자본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웃지 못할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가격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게임을 구입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게임의 가격과 게임기의 가격을 말그대로 '가격'으로만 저울질 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산 게임기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애착이 '집착'으로 변질된다는데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다. 자기가 가진 것이 최고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더욱이 끼리끼리 모여 커뮤니티까지 형성하게 되고 소수집단들을 배척한다. 무엇이 더 옳다 그르다를 나누는 것에만 급급해진다. 물론 옳고 그름의 잣대는 자신들의 기준이다. 그리고 그 집단은...(잠시 물을 마신다. 그리곤 피곤한 듯이) 더이상은 나도 언급하기 귀찮다. 다만, 과연 내가 진정으로 게임을 좋아하긴 하는걸까? 만 생각해보라. 그럼 답이 나올 것이다(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태운다).
문: ...
답: (담배를 핀다)
문: ...
답: (계속 담배만 피고 있다)
문: (한참을 생각한 뒤 조금 부끄러운 듯이) 이, 일리는 있는 말이군요. 하지만 아무리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해도 사실 가격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대다수의 유저들이 금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가요.
답: (재를 털며)그렇다. 그건 어쩔수 없다. 그러니 현명하게 잘 조율하는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진정으로 그 게임을 즐겁게 했다면 지불한 가격 이상의 가치를 얻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한가?
문: 그렇죠. (미소지으며) 그러고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금 달아올랐던 것 같은데요, 먼저 사과 드립니다. 흠, 흠. 근데 룰리웹에서 꼭 한번씩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기종싸움아닙니까. 굉장히 과격하게 치달을 때가 많은데요 그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 (재를 털며)그렇게 자신의 기종이 좋아서 기종간에 싸움할려면 서로 기계 들고 치고박고 싸워라. 엑박은 너무 무겁다는 단점은 있지만 강렬한 한방이 있고, 플스는 강렬한 맛은 부족하지만 들고싸우기 적당하고, 게임큐브는 한번 빗나가면 주체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필살 던지기가 굉장히 빠르고 강력하다는 각각의 장단점을 살려서 말이다(웃음).
문: (웃음)
답: (웃음)
문: 어쨌든 오늘 인터뷰도 나름대로 할만하군요. 근데...(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진행하다보니 정작 PS2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던 것 같군요. 하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으니...어쩔수 없이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럼 4년간 PS2를 즐겨오신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답: (PS2를 지긋이 바라보며)유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기계이기도 하다. 메모리카드 문제라던지 패드 슬롯의 부족을 보면 정말 소니라는 회사가 싫어진다. 하지만 어찌하리. 내가 좋아하는 몇몇 게임들을 보유한 기종이란 사실 만으로도 최고의 게임기인 것을...(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비벼 끈다)
문: ...
답: ...
문: 끝인가요?
답: ...
문: 아, 네. 끝인가 보군요. 그럼 이 글을 읽으신 많은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답: 무조건 사라.
문: ...
답: ...
그렇게 말한 응대자는 몸을 돌려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정작 PS2가 아닌 XBOX 용 헌터 더 레코닝을 즐기고 있다. 열심히 쌍권총을 난사하지만 어느덧 좀비떼에게 둘러쌓인 카산드라가 몰매를 맞고 있다.
문: (한숨을 내쉬며) 역시 오늘도 의미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신 것 감사드리구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