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게임은 메르헨 포레스트입니다.
이번에 발매된 메르헨 포레스트는 총 3편의 게임이 포함되어있는, 완전판 형태의 타이틀입니다. 2015년 이시구로 시나노 씨에 의해 모바일 폰으로 발매된 메르헨 포레스트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게임에 살을 붙여왔습니다. 결국 모델링을 비롯해 그래픽을 쇄신한 개선판과 함께, 3부를 포함한 콘솔이 2021년이 되어서야 발매한 셈이죠.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모바일 버전을 플레이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무료로 마켓에서 다운받아 플레이가 가능하거든요.
세계 5000개 한정 피규어가 동봉된 한정판이, 피규어 퀄리티는 높았지만 가격도 조금 높았던지라 얘기가 많았죠. 저는 메르헨 포레스트의 팬은 아니었지만, 피규어에 혹해서 국내 예약 실패 직후 일본 아마존에 예약을 걸어서 주문했었습니다. 앞에 도색 미스가 있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피규어 자체는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치만 역시 딸려온(?) 게임도 궁금하지 않겠어요? 인디 게임인데 고퀄리티 한정판 피규어를 발매할 정도의 작품이라니. 한번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분명 갓겜일거야...! 라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1부를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대실망이었습니다. 1부는 아틀리에 시리즈와 비슷한, NPC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재료를 모아 약을 만드는 게임인데요. 메룬이 움직일때마다 카메라 각도가 변경됐고, 딱히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스위치 버전은 5초에서 20초에 달하는 경이로운 로딩속도가 더해져, 지금이라도 중고로 매각하는게 낫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사람은 한 번 부정적인 인상이 들면, 다른 것들도 부정적으로 보이기 마련이죠? 게임 타이틀에 메르헨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너무 동화스러운 대화들만 오가는 것도 싫어지더라구요. 모바일 버전에는 카메라 각도 문제나 로딩 문제가 없어서, 리뷰를 작성하기 앞서 모바일 버전을 플레이해보니 훨씬 낫더라구요. 불쾌했던 부분이 사라지니까, 나름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재밌는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1부는 카메라와 로딩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망치고 있었던 셈이죠.
1시간정도 진행하면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됐습니다. 오프닝이 추가됐고, 장르가 던전 RPG로 변했으며, 카메라의 위치가 고정되어 조금은 쾌적하게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ATB시스템에 기반을 둔 듯한 전투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적의 공격에 맞춰 공격을 하고, 여유가 된다면 추가타를 가할 수 있는 등 긴장감이 넘쳐서 즐거웠습니다. 다만 한 층을 내려갈 때마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적들의 레벨과 체력이 문제였는데요. 적의 공격력이 상승한 건 피하면 그만이지만 증가한 체력때문에 전투가 너무 길어지니, 피로감이 몰려와서 조금 지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2부 보스전은 쓸데없는 연출이 정말 많았는데요. 스턴 직후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션이라던가 특정 스킬을 사용할 때 화면 뒤편으로 날아가는 등, 보스의 체력을 뛰어넘어 짜증이 날 정도로 지겹더라구요.
3부는 전체 게임의 60%~70% 정도 되는 볼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로제타가 전투에 합류하고, 층을 내려갈때마다 적의 공격력은 큰 폭으로 오르지만 체력은 크게 오르지 않는 등, 정말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입니다. 3부는 꽤 재밌기어서, 사실상 1부와 2부를 클리어한 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상(?)같은 느낌인데요. 9층의 디자인이나 몹 디자인이 살짝 징그러운 걸 빼면 꽤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던전에서 시간당 소비되는 식량의 양이 증가하고, 어빌리티를 사용할 때도 식량이 소모되는 등 식량이 중요해졌는데요. 때문에 전투만 긴장감이 넘치는게 아니라, 던전을 탐험하는데도 긴장감이 올라갔습니다. 대신 이런 긴장감은 캠프를 통해서 어느정도 완화시키고 있는데요. 던전 내에서 텐트를 발견하면 요리를 먹어서 체력과 식량을 채우거나, 던전에서 모은 재료를 통해 약품과 요리를 만들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템 '휴대용 텐트'를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건 캠핑이 가능하죠. 물론 휴대용 텐트를 구하는 게 그렇게까지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던전에서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요소가 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어느정도 완화시켜주는 정도죠. 이 미묘한 벨런스가 게임을 상당히 재밌게 만들어줍니다.
3부에서는 적을 해치울때마다 일정량의 메리트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데요. 이 포인트를 사용해서 로제타의 레벨을 올리거나 식량/체력의 최대치를 올리는 등 스펙업이 가능합니다. 2부까지는 몇 없는 적들과 반복적으로 치뤄지는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게 전리품 정도다보니 딱히 의욕이 생기진 않았는데요. 3부부터는 조금이나마 의욕적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요소가 생겨난 셈이죠. 다만 5층의 길이가 다른 층보다 좀 길어서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게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던전 입구에서 체크 포인트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포인트와, 어빌리티를 가르쳐주는 NPC의 거리가 조금 먼 것도 아쉽기는 하구요.
요즘은 소통이 꽤나 중요해졌죠. 유저들과 개발자간의 소통이 게임을 어떻게 진화시키는지, 메르헨 포레스트를 통해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 검은곰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