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봄소풍파트는 단기 이벤트였는데요, 중요한 메인설정 하나를 소개시킬 수 있을 거 같아서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글로 설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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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 길 잃은 자
부제: 마음 속에서 헤매이는 너
이번에는 거울이 가득찬 공간이었다. 검은 배경에 둥둥 떠올라있는 거울. 가까이 있던 거울에 다가서니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 세상 모든 금색이 섞인 눈동자에 눈 밑에 돋은 검푸른 비늘. 머리에는 눈동자랑 같은 빛의 불꽃이 뿔을 휘감겨 대신 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목덜미와 상체에도 비늘이 꿈틀꿈틀 점령하고 있었고, 꿈에서나마 자아를 찾은 날개는 쥬다이가 인식하자마자 날개를 활짝 펼치며 좀더 커진 자신의 덩치를 자랑했다.
끔찍한 몰골이었다. 보기 싫어... 저리 치워-!
콱-, 째그랑-!
거울은 날려진 파충류의 앞발같은 손에 여러 갈래로 갈라져 사라지고, 또다른 거울들은 그를 비웃듯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
거울을 내리친 손은 부상없이 말끔하다. 그에 기분이 나빠진 쥬다이는 손등에 난 비늘을 뜯어내려 시도했다. 뽑기 편하게 비늘을 세운 주제에 주인과 떨어지기 싫다는 듯 피부를 찢는 고통이 자신을 방해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은 싫다, 싫어. 없애줘...! 어리광같은 생각에 몸은 그것을 명령으로 알아듣고, 조금씩 피부로 이형의 것들이 파고들어 자취를 감춘다.
찌익-, 커억, 컥, 끼익-.
몸에 모든 것이 들어갔을 때, 자신의 형상은 현실의 모습 그대로가 되었다. ... 불편해... 잠시 ‘본체'로 돌아갔다가 다시 낯설어진 몸이 원망스럽다.
[굳이 숨길 필요가 있어? 여긴 꿈일 뿐인데.]
자신과 똑같은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변성기를 지나지 못한 아이, ‘해츨링’의 흔적과도 같다.
“’나’는... ‘인간’이야...!”
그르르-.
자신은 인간임을 선언하지만 몸은 짐승의 흉내를 내는게 더 익숙하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뱉어온다. 상대방은 그런 쥬다이의 아이러니한 모습에 킥,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영혼도 이제 ‘용'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어. 그걸 부정해봤자 본능에 휘둘리기만 한다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돼. 또다른 ‘나'는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살며시 다가온 그는 나보다 키가 10cm이상은 커보였다. ‘너'는 ‘나'인데, 왜 이렇게 달라...? 쥬다이의 두눈이 혼란으로 일렁거렸다.
[아, 내 모습. 별거 아니야. 그저 미래의 미련을 멋모르고 먹은 거뿐이지.]
“... 미래…?”
그게 무슨 뜻이지...? 미래라니, 또 내 몸인데 모르는 거... 쥬다이는 허탈했다. ‘나'는 ‘불'이 되고 싶지 않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자,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나’]
‘나'에게 밀쳐진 ‘나'는 끝이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
항상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깨어난 현실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 왜 이렇게 어두워...?
본능적으로 작은 불을 피워올리려다, 주변에 인기척들이 많이 느껴지는 것이 아까 봤던 사람들 사이인 거 같다.
“...으-.”
한참을 본능에 휘둘린 몸은 근육통이 온 것마냥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정확히 그것보다는 익숙치 않는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느낌...
삐걱삐걱 육체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냐? 꼬맹아-?”
“... 네, 괜찮아요.”
몸의 상반신만을 일으켜 벽에 기댄다. 어둠에 익숙해자 갓 구운 빵을 닮은 눈동자가 누군가를 찾는다.
그런 기색을 눈치챈 것일까, 상대가 쥬다이가 궁금한 걸 대답해준다.
“그 다른 친구는 저어기, 젬나이트 분들하고 같이 있어.”
“’젬나이트'요?”
“뭐, 그게 내가 듀얼리스트는 아닌지라 자세히는 모르는데...”
섀도르와 젬나이트라는 세력이 싸우고 있다 정도로 알아들은 상대방은 자신은 이정도만 알고 있다며, 자세한건 저기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젬나이트’라고...”
눈을 가늘게 뜬 쥬다이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고양이처럼 빛내며 타이요랑 보옥의 전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에도 적응한 두눈은 타이요와 그를 둘러싼 전사들을 볼 수가 있었다. 뭐하는 거지...? 타이요의 표정을 보면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불안하다.
쥬다이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