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종로구에는 오래된 노포, 식당들이 많습니다.
국밥, 냉면, 해장국 등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파는 음식점들이 몇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고 있죠.
이런 곳들은 대체적으로 음식 간이 약하며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반주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가본 곳들 중 몇군데를 추려봤습니다.
그나저나 몇주전부터 사진 올리면 왜이렇게 깨지는지.. -_-
1. 우래옥
1946년에 개업한 한정식 식당으로 자타공인 서울 평양냉면의 대표주자입니다.
평양의 대표 냉면집 옥류관보다도 오래됐으니 말 다했죠.
좁은 골목으로 고급 외제차들이 마구 들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가게에 들어오면 카운터에 있는 명단에 이름과 인원수를 적고 기다려야 하는데
어쩔때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될 정도로 손님이 많을때도 있습니다.
차례가 되면 오른쪽의 정장입은 희끗한 머리의 아저씨가 엄근진한 보이스로 호명하고 자리로 안내받습니다.
혼자 오게 될 경우 합석이 될 경우가 잦고 계산은 선불입니다.
물냉만 파는게 아니라 비빔냉면, 김치말이국수, 불고기, 육개장, 갈비탕 등도 파는데
물냉말고 다른건 안 먹어봐서 맛은 모르겠음.
내부에 착석하면 우래옥의 얼굴마담인 김지억 전무가
식당을 돌아다니며 단골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평양냉면을 일컫길
소를 한번 씻은 맹물. 허세음식의 대명사.
그러나
밍밍함 속에 내재된 구수함과
가게마다 제각각 다른 육수, 고명의 바리에이션을 비교하는 재미에
한번 맛들리게 되면 결코 헤어나올수가 없는 훌륭한 면식수행의 대상이자 마성의 음식.
평양냉면은 가게마다 스타일이 전부 달라서 어디가 우위인지를 점하는것은 취향의 문제이지만
나름 평냉 빠돌이를 자처하며 이곳저곳 다니며 먹어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역시 우래옥의 냉면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평양냉면집들과 비교했을때 맛이 아주 진하다는 점도 있지만
면을 입으로 빨아들일때 딸려오는 육수와 메밀향의 조합이 정말 기가막힙니다.
그밖에 중구에 있는 냉면으로 을지면옥, 평래옥 등이 있지만
나중에 따로 다루는걸로..
2. 산수갑산
1989년에 개업한 순대 전문점입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소주잔을 부딪치는 광경과
쉴새없이 바쁜 부엌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볼수있죠.
순대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간이 거의 안되다시피 한 맑고 담백한 국물
순대국밥이 아니라 건더기가 없습니다.
가히 소주를 부르는 비주얼
오소리감투, 간, 고기 등과 함께 등장
순대는 따로 여러군데 찾아다니며 먹은적은 없지만
여태껏 먹어본 순대 중에서 단연 최고였습니다.
일단 대창에 채워진 속의 밀도가 정말 엄청난데
씹을때마다 이에 감겨오는 녹진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순대로 감동받는건 처음이었습니다.
고기와 부속 또한 뭐하나 퍽퍽한거 없이 전부 잘 삶아져 부드러워서 좋았는데
그간 먹어왔던 순대 부속 내장의 질깃한 식감이 없어서
잘 삶으면 이것도 부드러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놀라웠습니다.
간만 좀 되있었으면 정말 완벽했을텐데 말이죠.
사실 오늘도 다녀왔습니다 ㅎ
전에도 손님이 많았지만 오늘은 훨씬 많더군요 ㄷ
3. 청진옥
1937년에 개업한 해장국집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장국집입니다.
제가 간곳은 르메이에르점 바로 근처에 있는 청진본점.
르메이에르점이 손님이 훨씬 몰려서 수월하게 들어갔습니다.
파를 산더미만큼 가져다줍니다.
고기보다 내포와 선지가 더 많고 국물은 기름기가 쫙빠져 맑습니다.
마찬가지로 간이 안된 상태라 밍밍해서 간을 맞추고 싶으면 스스로 해야합니다.
사실 별로 할말이 없는데 청진옥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ㅎ..
기존에 알고 있던 선지국의 맛과 너무 떨어져 있어서 잘 안들어가더라구요
4. 하동관
1939년에 개업한 서울 최고(最古)의 곰탕집입니다.
재료 다 떨어지면 순식간에 문닫아버리는 곳으로 유명하죠.
점심이 되면 손님이 터져나가며 합석은 기본입니다.
특이하게 여기는 여러가지 암호가 있는데
맛뵈기(밥 줄이고 고기많이), 통닭(계란), 깍둑(깍두기 국물),
민짜(고기 빼고 국물, 밥만) 등의 기묘한 암호와 함께
특정부위의 양을 조절하는 조합으로 수많은 바리에이션의 곰탕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냉수 달라고 하면 물 안주고 소주 갖다줍니다.
제가 주문한 곰탕은 특, 맛뵈기, 소곱창 섞어서 조합.
기름기가 거의 없는 맑고 투명한 국물.
역시나 심심한 국물이지만 묘하게 숟가락이 가게 되는 감칠맛이 있습니다.
고기가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차돌박이랑 소곱창이 너무 맛있었는데
다음번엔 이 두개만 넣어서 주문하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다 먹고도 자꾸 여운이 남아서 국물을 리필하고 깍두기 국물을 부워달라 요청.
음미하며 마셨습니다.
아아 좋은 곰탕이었다.
5. 동원집
1987년에 개업한 감자국집입니다.
감자국 뿐만 아니라 수육, 순대, 삼합도 팔죠.
이곳은 맛에 엄청난 특별함이 있는건 아니지만
7천원을 주고 엄청나게 실한 양의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단백질 충전하기 좋은 곳.
양이 많기 때문에 다른 해장국집보다 진득하게 앉아서 먹었습니다.
고기가 야들야들한게 아주 입에 술술 들어갑니다.
보통 뼈다귀를 해치우면서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 위해
조금의 고기를 뼈에서 떼내 남겨두는데
여긴 밥을 말아먹으면서도 고기가 모자라지 않게 계속 입으로 들어오니 행복했습니다.
중구의 노포들..
근처에 살았더라면 수시로 가련만
거리가 참 아쉬울 따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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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 그게 의아했는데 그냥 매출과 규모가 워낙 큰 식당이라 거긴 시스템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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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보시면 알겠지만 우래옥은 이미 예전에 '장사집'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구요. 매출이나 규모면에서도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명함내밀기 어려울겁니다. 장사집이 아니라 기업이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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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정도면...뭐. 청와대 및 정부청사 근처라 정말 유명인사들 및 정치계 거물들도 오는 곳이고, 가면 진짜 온갖 나이대의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좋은 곳인 것은 사실입니다. 윗분 말씀대로 이미 장사집으로만 치부하기엔 좀 후덜덜해진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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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우래옥은 본점이랑 완전 다른맛입니다. 본점이랑 고명도 차이가 있고 오이도 들어가서... 맛의 깊이가 다름니다. 평양냉면 드시려면 무조건 본점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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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은 진짜.. 그동안 알고 있던 물냉면의 패러다임을 박살내버림.. 맛이 너무 좋아서 다른데선 그냥 비냉만 시켜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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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 그게 의아했는데 그냥 매출과 규모가 워낙 큰 식당이라 거긴 시스템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 16.09.22 23: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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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다하라보지
건물보시면 알겠지만 우래옥은 이미 예전에 '장사집'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구요. 매출이나 규모면에서도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명함내밀기 어려울겁니다. 장사집이 아니라 기업이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할듯. | 16.09.23 1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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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다하라보지
우래옥 정도면...뭐. 청와대 및 정부청사 근처라 정말 유명인사들 및 정치계 거물들도 오는 곳이고, 가면 진짜 온갖 나이대의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좋은 곳인 것은 사실입니다. 윗분 말씀대로 이미 장사집으로만 치부하기엔 좀 후덜덜해진 곳이죠 | 16.09.23 1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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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집 매출 >> 중소기업 매출. 이제 이해가 되시죠? | 16.09.23 17: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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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값하고 있네... | 16.09.23 23: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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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 쪽에 그랑서울 빌딩 가면 수하동 있는데 .. 하동관이랑 비슷할거에요~ | 16.09.23 0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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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은 진짜.. 그동안 알고 있던 물냉면의 패러다임을 박살내버림.. 맛이 너무 좋아서 다른데선 그냥 비냉만 시켜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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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있는 우래옥은 맛이 많이 변해서 별로더라고요.. 3,4년 전 맛이 아님 ㅠㅠ | 16.09.23 03: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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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흣
강남우래옥은 본점이랑 완전 다른맛입니다. 본점이랑 고명도 차이가 있고 오이도 들어가서... 맛의 깊이가 다름니다. 평양냉면 드시려면 무조건 본점으로 가세요 | 16.09.23 10: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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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그래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 16.09.23 0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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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ㅎㅎ 원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인데 먹어본적 없거나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부심같은거 부려서는 안되죠 몇달전에 평양냉면 먹어본적없는 친구 을지면옥 데리고 갔다가 아직까지 욕쳐먹고있습니다 처음 접할 때는 굳이 우래옥이 아니더라도 맛이 진한 편에 속하는 곳들로 가는게 좋다고 생각하네요 동원집 제외하고 게시물에 올린곳 모두 워낙 간이 약해서 외국인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 | 16.09.23 08: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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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하동관 가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물은 사실 특별한게 없더군요. 엄마가 해주신 곰탕국물맛이랄까? 하긴 그걸 밖에서 먹을 수 있다면 그것대로 값어치는 있겠네요. 아, 고기는 괜찮더군요. | 16.09.24 0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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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뜬금없이 터졌다 ㅋㅋㅋㅋㅋ | 16.09.23 21: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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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이번주 주말에 가는데 고명을 제육으로 골라볼 생각이었습니다 기대가 되네요ㅎㅎ | 16.10.26 12: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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