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관련 물품들의 가격은 점점 비싸지기만 합니다. 업체에서 재판이라도 내지 않는 한은 말입니다
특히 울티마 시리즈는 원작자 리처드 개리엇이나 현 저작권자 EA나 둘 다 관심도 없고
(개리엇은 저작권을 잃었고 EA는 울티마라는 IP 자체에 관심이 없고)
재판한다고 해도 옛날과 똑같은 디스켓과 각종 매뉴얼들이 들어있는 형태로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예전엔 100달러 정도였던게 지금은 거의 200달러에 육박하려고 하길래 이건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겠다 싶어 사게 됐습니다
울티마 5는 제가 울티마 시리즈중 8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매우 멋진 박스 아트입니다
그림자 군주 셋과 대치하는 주인공 아바타, 그리고 매우 부적절한 곳에 화살을 맞고 '이 공격은 대체 뭐냐'를 하고 있는 샤미노가 있습니다
사실 샤미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초반 스토리를 보면 샤미노가 맞겠죠 뭐 공격 맞고 죽어가는 건 샤미노니까
박스 뒷면엔 게임의 소개가 있습니다
새로운 전투 시스템, 30개 이상의 필드들, 하루 일과에 따라 움직이는 NPC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특히 저 하루 일과에 따라 움직이는 NPC들은 당시로써는 혁명 수준이었습니다
NPC들이 그냥 제자리에 서서 대화하거나 아이템만 파는 바이오 자판기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인간처럼 행동했으니까요
상점 NPC들은 집이 따로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해 카운터에 서서 일하고 점심 먹고 돌아오고 저녁 되면 문닫고 집에 가서 잡니다
상점이 열지 않았을때 집이나 식당까지 따라가서 대화하면 지금은 영업시간 아니니까 가게에서 보자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이 타임 스케쥴러 시스템은 울티마 6, 7까지 계속 되었으나 8에서 축소되었고 9에선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왜 오히려 퇴보를 한 건지 모르겠군요
그 외에는 더욱 사실적인 그래픽(당시 기준), 울티마 4에 비해 2배는 자세해진 세계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나눠서 찍어야 하는 내용물입니다
5.25" 디스켓 4장에 3.5" 디스켓 2장이 있는데 이 패키지는 앞 부분에도 쓰여있지만 디스켓이 2종류 들어가 있습니다
내용물은 동일한데, 사양에 맞는 거 쓰라는 건가 싶습니다. 기종은 IBM입니다
아무튼 디스켓이 4장이나 있다니 당시로써는 상당한 대용량의 대작 게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식으로 따지면 트리플A급인 거죠
트리플A급 게임이란 개념 자체는 거의 최근에 생긴거지만 그런 종류의 게임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작인 윙커맨더가 그 시조 아닌가 싶습니다
한 권은 게임 발매 카탈로그입니다. 울티마 3나 4 같은 구작들도 있고 발매 예정작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왼쪽을 보시면 컴퓨터 사양을 써놓은 게 보일 겁니다
이때는 컴퓨터 종류도 뭐 IBM부터 시작해서 코모도어, 애플, 탠디(IBM 호환), 아타리, 암스트라드 CPC, ZX 스펙트럼 이래저래 있었다보니까 어떤 컴퓨터에 맞는건지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컴퓨터의 OS라던가 메모리라던가 처리속도 같은 것도 알아야 했는데 이건 뭐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PC 게임은 언제나 사양을 탔습니다. 사양 안 타는 PC 게임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옛날 게임들은 컴퓨터가 켜지기만 하면 할 수 있었다' 라는 말은 완전히 헛소리입니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하는 말이죠
2000년대 컴퓨터로 90년대 게임 돌리면 당연히 잘 돌아가는게 정상 아닙니까?
이건 배경 스토리인 로드 브리티쉬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지 형식의 글입니다
5편에서 브리티쉬는 새로 발견된 지하세계를 원정대와 함께 탐사하다가 행방불명되었고, 브리타니아는 대행인 블랙쏜이 통치 중입니다
이건 지식의 서(The Book of Lore)입니다
제목처럼 게임의 배경 세계인 브리타니아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아바타의 이야기라던가
(울티마 1~4까지의 아바타의 행보를 써놓은 것)
브리타니아의 각종 지형지물, 등장하는 몬스터, 상점과 마을 같은 게임에 필요한 정보들을 이야기 형태로 써놨습니다
특히 울티마 5 때부터 게임 세계관 설정이 확립되어서 브리타니아 룬문자 설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게임 내에서도 브리타니아 룬문자로 쓰여진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읽으려면 이걸 보고 해독해야 합니다
마법 주문도 있습니다
브리타니아 룬문자와 마찬가지로 이때부터 울티마 세계관 특유의 마법 주문들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부터 Z까지에 대응하는 단어들이 있고(A = An, B = Bet, C = Corp 하는 식으로) 그 단어들은 각각 의미가 있어서
단어들을 조합하면 주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n Xen Corp(언데드 제거)는 An(부정) + Xen(소환) + Corp(죽음)의 조합입니다
그 조합법을 매뉴얼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A부터 Z까지라고 했지만 아직 없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울티마 5에선 Ort(마법적)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매뉴얼들은 그냥 특전이나 장식으로 주는 게 아니라 실제 게임에 다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
지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지도는 실제 브리타니아 지형에 맞춰 만들어져 있어서 보면서 내가 어디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울티마 5를 시작하면 샤미노의 오두막에서 나오는 걸로 시작하는데, 나와서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그걸 지도 보고 찾아야 내가 어디쯤 있고 가장 가까운 도시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식의 서 가장 마지막 장에는 8대 미덕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울티마 4에서 아바타가 확립한 것들이지만 세월이 지나 많이 변질되고 왜곡되면서 현재는 변했다며 아래의 블랙쏜의 율법이 쓰여 있습니다
거짓말쟁이는 혀를 뽑고, 남을 돕지 않는 자는 돕지 말고, 죄를 고하지 않는 자는 처형하고, 미덕의 율법을 지키지 않는 자는 이단자로 처형하고 뭐 이런 이야기가 쓰여있는데
생활 속에서 지키게 만들어졌던 8대 미덕이 강제성이 강한 조항으로 변해 오히려 사람들을 압박하는 악법으로 변한 것입니다
퀵 레퍼런스 카드는 매뉴얼에서 딱 필요한 부분들만 빼놓은 겁니다
조작법, 아이템의 스탯, 마법 조합법 등이 쓰여 있습니다
이것도 게임 내에서는 정보를 전혀 주지 않으므로 매뉴얼이 필수입니다
이건 플레이어 레퍼런스 카드라고 또 다른 레퍼런스 카드입니다
좀 더 자세합니다. 게임을 켜는 방법부터 설명을 하고 있죠
대화의 진행법을 써놓은 게 인상적인데
울티마 6편까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NPC와 키보드로 단어를 입력해서 대화해야 했습니다
NAME, JOB같은 간단한 것부터 질문해서 거기서 키워드를 찾고, 그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음 대화가 진행됩니다
울티마 7에선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바뀌었지만 개인적으론 이 직접 대화 시스템을 아주 좋아합니다
참고로 NPC에게 FUCK 같은 쌍욕을 하면 '그렇게 입이 더러우면서 어떻게 아바타가 됐어요?' 라고 핀잔 줍니다
아무튼 이것으로 울티마 5를 봤습니다
이렇게 실물로 손에 들어오다니 감동입니다
다른 울티마 시리즈도 모으고 싶지만 울티마 시리즈는 원체 희귀도도 그렇고... 가격대 자체가 높아서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진 건 5, 8, 9 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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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패키지 게임들의 패키지를 리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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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