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6일 PM 01:16 국립서울병원 51병동
안녕하세요? 아, 물은 괜찮아요. 제가 직접 따라 마실수 있으니까요.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깨어났을때보단 어느정도 나아졌으니까요. 편하게 얘기하라고요?
그럼 처음부터 얘기해도 괜찮겠죠?
최초의 VRMMORPG인 소아온이 나온다 했을때 저는 매우 흥분을 했었죠. 그 게임하려고 일본어단기특강을 바로 끊었죠. 베타 테스터는 못하겠지만 정식발매하는 게임은 꼭 하겠다라고요. 6개월동안 미친듯이 공부했었죠. 일본어를 배운김에 아예 일본에서 직장을 잡아보면 어떻겠냐고 부모님이 물으시더라구요.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게임을 좋아하는 저에겐 매우 좋은 이야기였죠.
한국에 정식발매되지 않은 작품들도 바로 구매해 할수도 있었기에 구미가 당겼죠. 그렇게 각종 일본어 시험을 100점 맞을 정도로 저는 일본어를 공부했습니다. 현지인들과 대화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어요. 2025년 10월에 저는 부모님이 잡아주신 일본의 작은 원룸에 정착하고 주변의 가까운 회사에도 취직했어요. 그리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죠. 그렇게 2025년 11월 6일, 정식발매가 되자마자 저는 바로 구매한뒤 패캐지를 보물보따리 안듯이 양팔로 꼭 감쌌죠.
원룸에 도착한뒤 바로 너브기어를 장착하고 소아온에 접속했죠. 그때의 감상은... 갑자기 왜그러세요? 저 아직 멀쩡해요. 봐바요, 아직 심장박동수는 정상이고 제대로 웃을수 있어요. 아예, 불안해지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어디까지 말했더라요?
소아온에 처음 접속했을때 저의 감상은, 말로써는 부족할 정도로 기뻤죠. 그 VRMMORPG라고요. 과거의 시각적으로만 vr을 체험시켜주는 그런 구닥다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요. 마치 현실같았죠. 그렇게 저는 게임을 하던 도중 1시였죠, 1시 맞죠? 그때 그 녀석이 나타났죠.
카야바 아키히코, 처음에는 무슨 이벤트라고 하는줄 알았죠. 인터페이스에는 로그아웃창이 안뜨니 단체로 모였을때는 정식발매기념 이벤트처럼 깜짝파티하는줄 알았죠. 녀석이 데스게임을 선언한뒤 모두들은 혼비백산 상태였죠. 누구는 모든건다 쇼라면서 같이 게임을 클리어할사람을 모으려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거기서 거기였죠. 로그아웃도 안되는데 그자의 말처럼 진짜로 죽으면 현실의 자신도 죽을까봐 두려웠던거죠. 그렇게 1달이 지났죠. 12월 4일일거에요, 그때 누군가 처음으로 1층 보스를 돌파한 레이드 파티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때부터 게임공략이 시작되었다고 보는거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뒤 층 공략도 진전이 있었죠. 저는 그 당시 최전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략파'의 일원중 한명이었어요....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데스 게임이 시작된 이후 3층에서 파밍을 하던 도중 누군가가 죽는 장면을 봐버렸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별 감정을 못 느끼겠더라구요. 분명히 그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소아온에서 죽으면 현실도 죽을텐데 말인데요. 게임이 아무리 현실처럼 구현해놔도 게임이라는 저의 그 당시 생각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팀끼리 활동하다 팀원이 한명 죽으면 저도 어느정도 감정표현을 해요, 하지만 거기까지에요. 생각해보세요, 현실로 비유한다면 그냥 죽은거에요. 게임속의 죽음과는 차원이 완전 다르죠. 왜였을까요... 아마도 게임은 게임일뿐이라면서 나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현실도피하는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런 저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났죠.
2023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는 팀원들과 던전공략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도중 팀원들의 실수로 함정이 발동돼 저희 팀은 던전에 갇혔죠. 그당시의 저는 팀원내 '마츠키'라는 여성유저를 좋아했었어요, 팀원들 앞에서 프로포즈를 했을 정도였죠. 그만큼 저는 그녀를 좋아했어요. 제가 그 게임에서 처음만난게 그 아이였거든요. 제가 곤경에 처했을때도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주고 저와 그녀는 일심동체라 말할수 있어요. 그런데 함정이 발동된뒤 몬스터들의 포위로 저희를 공격할때 그녀는 누구보다도 저를 먼저 챙겨주었죠.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싸우던 도중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되지요. 그 실수로 인해 저는 죽으려던 찰나 그녀는 저를 지켜줬어요. 대신 그녀가 죽게되었죠. 치열한 싸움뒤 살아남은건 저와 길드장 한명, 나머지 길드원 이렇게 셋뿐이었죠. 그러다 문듯 그녀가 없는걸 저는 그때 깨닫게 되었죠. 저는 그때까지도 현실도피를 했었죠. 인터페이스로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내려 했지만 없다고만 뜨고 메세지는 전송이 않됐죠. 그제서야 저는 깨달았죠. 아! 그녀는 죽었구나! 나때문에! 나때문에!..... 죄송합니다, 잠시 흥분을 한거 같네요. 떨어트린 물컵은 죄송합니다. 그냥 페트병채로 마실게요.
-잠시후-
저는 던전에서 나온뒤 실성한 사람처럼 울었어요. 그리고 스스로를 자책했죠. 저는 간신히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저희 팀들이 회의장으로 쓰던곳으로 갔었죠. 그리고 3명이서 회의실에 있는 탁자 앞에 앉았죠. 마치 이 방처럼요. 던전으로 가기전 회의할 당시에는 나머지 의자에는 다른 팀원들이 있었고 자리에 앉지못한 나머지는 서서 회의를 경청했어요... 지금도 가끔식 이런방을 보거나 지나가면 내 팀원들이 탁자에 모여앉아 회의를 하는 모습이 생생하네요. 아 다음에는 이 방의 나머지 의자 치워주시겠다고요? 고맙습니다. 저희들은 그 뒤로 공략파에서 빠져나와 작은 오두막같은데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대충 1년을 보냈어요. 나머지 팀원 2명은 언젠가 될지도 모르는 훗날을 기약하고 먼저 떠났죠어요. 그리고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또다시 생겼죠.... 네, 심장박동수가 올라간건 저도 알아요. 자꾸 말을 빠르게 해버리는데, 정-말로 아직까진 괜찮아요.
11월 7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2시 50분이었어요. 저는 거주구획을 한번 둘러보고 오두막으로 돌아가던중 누군가가 저를 미행하는걸 우연찮게 알아챘어요. 상대방이 나뭇가지를 밞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겠지만요. 저의 추측이긴 하지만 당시 유저들을 살해하고 다닌다는 '사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녀석일거라 생각돼요. 아마 그때 저를 타겟으로 잡았던거죠. 그녀가 죽은 이후 죽음을 늘 경계하며 가지고 다니던 칼을 꺼내들어 그녀석과 싸우기 시작했죠. 싸우던 도중 다른 녀석이 튀어나와 2대1 구도가 되었지요. 기억은 잘 않나지만 저는 한 녀석을 죽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죽인 녀석이 사라지는 모습은 아직도 저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어요. 사람은 죽으면 최소한 뭔가라도 남긴다는데 녀석은 점차 사라지더니 흔적도 없더라구요. 허탈하더라구요.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런 미친게임을 계속해야하는지, 집과 부모님도 생각나고 마츠키도 생각나고 예전 팀원들도 생각나더군요. 이런저런 생각한뒤 다시 몸을 일으켜 걸어갔어요. 허무감이 감돌며 손에 들고있던 칼도 놔둔채 터덜터덜 걸어갔죠. 그때 도망쳤던 녀석이 숲속에서 뛰쳐나와 저의 몸을 검으로 꿰뚫었어요. 그리.. 그리고 녀석은 저를 찌르면서 웃더라구요. 그때 녀석의 얼굴은 희열에 가득찬 얼굴이었어요. 그렇게 저는 죽어가던 찰나 2시 55분, 지옥에서 저는 깨어났죠.
깨어나보니 저는 병원에 누워있었더라구요. 복도쪽에선 소란스런 소리가 났었고요. 저는 눈꺼풀이라도 닦으려고 화장실로 갔죠. 축처진 기다란 머리카락을 넘기고 세수를 하던 도중 거울을 봤죠. 그리고 그 거울에 그 녀석의 얼굴이 보인거죠. 네, 맞아요. 환상이었어요. 저는 다른 간호사들이 오실때까지 미친듯이 그 거울을 부쉈어요.... 여기까지가 제가 할수 있는 이야기에요.
저는 그 이후로 게임같은건 손도 안대고 칼같은 것도 건드릴수 없게 되어버렸죠. 그러고보니 웃기네요.
소아온이 종료되기 전날에는 유저들 사이에 이런 소리가 나돌았었죠.
'소아온에서 죽은 사람 10명당 1명은 다른 유저에 의해 살해당한거라고'
아마도 그 녀석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거에요, 소아온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정보조차 하나도 안남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멍청한 윗대가리들은 그 4000명을 죽게 만든 원인제공자를 2년동안이나 잡지 못하고.... 진짜... 씨발... 뭐냐고, 개같네. 아니 씨발! 도대체 뭐가 즐겁냐고! 사람을 죽인다는게 도대체 뭐가 즐거운데! 야, 말해보라고! 말해보라니까! 야.. 야!!!!!!!!!!!!!!!!!!!!!!!!!!!!!!!!!!!!!
------------------------------------------------------------------------------------------------------------------
고기방패님의 소아온 리뷰글을 보고 삘 받아 간단하게 써봤습니다. 반은 의식의 흐름대로 써댄지라 어설픈곳이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