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타이틀을 내놓게 된 스파킹! 시리즈의 최신작 드래곤볼 Z 스파킹! 메테오가 지난 10월 27일 한글화를 거쳐 정식발매되었습니다. 다른 시리즈들이 그동안 줄곧 한글화를 거쳐 발매하다가도 시장성의 문제로 최근 나오는 후속작들이 한글화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드래곤볼 Z 시리즈부터 스파킹! 메테오까지 꾸준히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드래곤볼이라는 원작이 지닌 위력이 강하기도 하거니와 게임 자체의 인기도 꾸준하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것 같습니다. 게임의 완성도 또한 오랜 세월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단순한 캐릭터 게임 그 이상의 수준에 도달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며, 굳이 원작의 팬이 아니더라도 게임 자체를 보고 구입하는 유저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작에 비해 비교적 소풍 나온 분위기인 타이틀 화면. |
스파킹! 시리즈 특유의 멋진 CG 오프닝. |
솔직히 그래픽 자체는 스파킹!, 네오, 메테오 세 타이틀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줄 뿐, 눈에 띄는 차이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픽의 표현 방식이나 퀄리티는 이미 스파킹!에서 PS2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급의 수준을 보여주었으며,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세세한 조정을 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느낌입니다. 2003년에 PS2로 발매된 드래곤볼 Z와 2004년 발매된 Z2, 2005년 발매된 Z3는 한창 PS2의 제작 노하우가 쌓여가는 시점에 발매된 타이틀이라 그런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시각적인 부분이 발전하는 느낌이었다면 스파킹! 시리즈는 어느 정도 PS2라는 기기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인지 시리즈 간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원작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낸 메테오의 화면. |
초창기 발매되었던 드래곤볼 Z의 화면. |
전작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그래픽적 차이점은 없지만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캐릭터 묘사는 원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데다 스파킹 효과나 기력 폭발 등의 연출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배경이 상당히 넓은데다 준비되어 있는 수도 많은 편이며, 로딩 역시 쾌적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전작들과 비교해서 그리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후속작이 맞는가 생각될 정도로 전작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PS2라는 하드웨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PS1에서 PS2로 넘어오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모두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게 드래곤볼 시리즈이니만큼 앞으로 Xbox360이나 PS3로 나올 후속작을 기대하면서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야 할 듯합니다(당연히 나오겠지?).
과거 2D 시절과 비교하면 눈물 날 정도로 화려하다. |
배경도 원작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 |
전작인 네오에서는 120여 명의 캐릭터 수를 자랑했지만 메테오에서는 160여 명이라는 캐릭터 수로 플레이어를 압도합니다. 물론 순수하게 160인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사이야인을 단계에 따라 다른 캐릭터로 분류하거나 같은 캐릭터를 연령대로 구분하는 등 160여 \'타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캐릭터수가 많아지다 보니 인기 캐릭터를 제외한 지나가는 엑스트라 A 정도로 취급받는 캐릭터들은 조금은 생색내기용 캐릭터에 가깝지만 드래곤볼에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을 집대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만화책 외에 애니메이션에서만 등장했던 캐릭터도 충실히 수록했으며, 만화책 내에서는 일종의 카메오격으로 등장했었던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인 아라레의 참전은 원작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만한 부분입니다.
설정이 끝내주는 슈퍼 17호. =_=;; |
게임에서 저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날이 올 줄이야. |
스파킹! 메테오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스파킹! 네오의 주관 시점 시스템을 기반으로 추가 시스템이 들어간 형태입니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기 때문에 몇몇 시스템만 익히면 전작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별 무리 없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상대의 배니싱 어택이 들어오는 순간 상대의 뒤로 고속 이동을 한 뒤 풀파워 스매시로 반격할 수 있는 Z 카운터, 상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는 소닉 스웨이, 상대를 향해 드래곤 대시 사용 도중 버튼 조합으로 상대의 등 뒤로 돌아갈 수 있는 Z 버스트 대시, 콤보 공격을 하는 도중 블래스트로 마무리할 수 있는 블래스트 콤보 등이 새로운 시스템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다양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그야말로 원작처럼 정신없이 멋진 대전을 할 수 있으니 만약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분이시라면 CPU 대 CPU전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트레이닝 모드에서 시스템을 익힐 수 있다. |
CPU전 보면 막상 내가 싸우는 현실은 시궁창. |
원작의 장면을 베이스로 한 배틀을 펼칠 수 있는 드래곤 히스토리 모드는 일종의 스토리 모드라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드래곤볼 초기 전투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는 것이 스파킹! 메테오의 특징입니다. 싸우고 싶은 시나리오를 선택한 뒤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 Z 포인트를 획득, 각 시나리오 내의 배틀을 모두 클리어하면 다음 시나리오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배틀 도중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캐릭터들이 대화를 하거나 변신을 하는 등 특별 이벤트가 나오기도 하며 원작의 전개와 다른 방향으로 전투가 진행되면 IF 스토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파킹! 네오에서의 허전한 이벤트 연출에서 벗어나 이벤트 자체는 멋있어졌지만 전투가 너무 띄엄띄엄 준비되어 있고 몇몇 중요한 전투가 빠져 있는 등 겉보기엔 풍성해 보이나 실제로는 빈약하게 느껴지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엔 유년기 손오공의 전투도 준비되어 있다. |
전투 시작 시나 전투 도중 수시로 이벤트가 벌어진다. |
전작보다 확실히 멋있게 변한 슈퍼 사이야인 이벤트. |
IF 스토리 역시 짤막하게 준비되어 있다. |
드래곤 히스토리 모드 외에도 다양한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심 드래곤 모드는 간단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열흘 같 수련을 한 뒤 배틀을 하고 다시 수련-배틀을 하는 흐름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수행 도중 간단한 훈련 메뉴로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며 돌발 이벤트나 미니 게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심 드래곤 진행에 따라 미션 100 모드의 미션이 추가되기도 하며, 플레이어가 미리 커스터마이즈한 캐릭터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또한 100개의 팀과 대전할 수 있는 미션 100 모드,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서바이벌 모드, 토너먼트 대회인 드래곤 월드 투어 모드가 존재하며, 각 모드에서 배틀이 끝나면 배틀 스코어에 따라 Z 포인트를 모을 수 있습니다.
수련-배틀-수련-배틀의 흐름. |
중간에는 미니 게임이 등장하기도 한다. |
팀을 짤 때는 인원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
과연 세계 최강 야무챠. 저 당당함이란…!! |
배틀을 하면서 얻는 Z 포인트는 에볼루션 Z 모드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에볼루션 Z 모드는 능력계, 기능계, 사고계 등으로 분류되어 있는 아이템을 장착해서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으며 해당 아이템은 Z 포인트를 이용해 구입해서 캐릭터를 강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무작정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코스트만큼만 아이템을 추가할 수 있으며, 아이템에 할당된 수치가 그 이상이 되면 장착할 수 없습니다(Z 포인트를 소비해서 제한치를 늘릴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실력만큼이나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즈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패스워드 처리되어 다른 플레이어가 패스워드를 입력해 꺼낼 수도 있습니다(인터넷에 떠도는 패스워드 캐릭터는 그야말로 최강).
무작정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수치만큼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다. |
이번 스파킹! 메테오는 PS2 버전과 Wii 버전으로 동시에 발매된 케이스입니다. 각각 오리지널 요소가 있는데 세 개의 스파킹! 시리즈가 모두 발매된 바 있는 PS2 버전은 디스크 퓨전 시스템을 수록해서 전작을 가지고 있다면 디스크 체인지 기능을 이용해서 스파킹!의 랭킹 배틀, 스파킹! 네오의 코스 배틀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설정은 저장이 안 되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마다 디스크 체인지를 해줘야 합니다. 한 편 PS2 버전과는 별도로 Wii 버전은 Wi-Fi 기능을 활용해서 네트워크 대전을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을 위한 보너스 요소라 할 수 있는 캐릭터 도감에서는 각 캐릭터의 설정과 게임에 사용되는 모델링 데이터를 감상할 수 있으며, 세파에 찌든 시니컬한 평론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찌찌의 한마디는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스파킹!의 랭킹 배틀, 스파킹! 네오의 코스 배틀을 즐길 수 있지만 과연 효용도는…. |
찌찌의 코멘트는 반드시 다 읽어보자. |
캐릭터 모델링 감상도 할 수 있다. |
총 세 편이 발매되었던 드래곤볼 Z 시리즈가 PS2라는 콘솔에서 드래곤볼 게임의 귀중한 틀을 마련했다면 스파킹! 시리즈 역시 총 세 편이 제작되는 동안 드래곤볼이라는 원작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시점을 도입하는 등 이색적인 방향으로 진화한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원작에 그동안 수없이 많은 관련 게임이 발매되면서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것은 단순히 원작의 인기에 기댄 초창기의 작품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량을 거듭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좋은 원작, 그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게임 시스템, 그리고 깔끔한 한글화 작업을 통해 정식발매된 드래곤볼 Z 스파킹 메테오는 추후 차세대기로 발매될 후속작에 큰 기대를 하게 해줍니다.
BGM은 아쉽지만 한글화는 잘된 편. |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봅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