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알렸고 코지마 히데오라는 인물을 알린 너무나 유명한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는 그동안 거치형 콘솔로만 시리즈를 이어왔던 타이틀이었기에 휴대용 기기로는 즐길 수 없었습니다. PSP 발매 초기부터 [메탈 기어 솔리드 AC!D] 시리즈가 발매되었고 나름대로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재미가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장르 자체가 카드 배틀 형식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본가라 할 수 있는 잠입 액션 장르를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PSP가 휴대용 기기치고는 상당히 좋은 성능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완전한 3D 액션 게임을 구현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랐으며, PSP 발매 초기의 몇몇 작품의 수준은 SCE의 "PS2에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는 발언을 뒷받침해주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해 보였습니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PS1용 [메탈 기어 솔리드 1]. |
현재 제작 중인 [메탈 기어 솔리드 4]. |
그렇지만 제작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력이 발달해감에 따라 PSP로도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의 그래픽의 게임이 발매되기도 하고, 초창기 많은 욕을 먹었던 로딩 문제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꽤 해소되었습니다. 차츰차츰 할 만한(=봐줄 만한)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결국 PSP로도 제대로 된 잠입 액션 장르의 [메탈 기어 솔리드]를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 발표되었습니다. 유저들은 과연 PSP라는 제한된 성능의 기기로 얼마만큼이나 본 시리즈의 재미를 살릴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기다려왔고 지난 2007년 1월 31일 [메탈 기어 솔리드 포터블 OPS]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발매되기에 이릅니다.
드디어 PSP로도 제대로 된 [메탈 기어 솔리드]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
게임 외형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본 시리즈의 요소와 얼마 전 PSP로 발매되었던 [메탈 기어 솔리드 BANDE DESSINEE]의 요소를 적절히 섞은 듯한 모습입니다. 플레이 모습은 본 시리즈의 그것을 재현하려고 애썼으며 중간 중간 나오는 이벤트는 나름 분위기 있는 일러스트를 독특한 연출로 펼쳐보여주기 때문에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풀보이스까지는 아니지만 성우 지원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원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워낙 이벤트 연출이 멋진 시리즈였고, 호평을 많이 받았던 요소였기 때문에 일러스트로 처리한 이벤트 장면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휴대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일러스트를 이용한 독특한 이벤트 장면. |
그래픽 또한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부분으로, 이전 PS1용 [메탈 기어 솔리드 1] 수준의 그래픽은 확실히 넘어선 모습입니다. 초반 수츠를 입수한 후 아래위로 쭉 보여주는 스네이크의 모습은 PS1용이 아닌 PS2용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라서 새삼 놀랐을 정도입니다. 캐릭터들의 모델링 자체도 훌륭하거니와 스테이지 구성도 그저 빈곤한 느낌이 드는 휑한 구성이 아니라 은근히 이것저것 주변 사물을 묘사해놓아서 들어찬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모습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사격하는 모습도 그대로 재현했으며 특정 오브젝트에 사격을 한 후에 폭발하는 효과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등 굳이 휴대용 게임이라는 수식을 제한다 해도 전혀 나무랄 데 없는 높은 그래픽 수준을 자랑합니다.
상당히 볼만한 수준. |
배경 그래픽도 수준급. |
1인칭 시점 모드도 무난하게 표현. |
폭발 효과도 자연스럽다. |
다만 비주얼적인 측면에 과다하게 집중을 한 탓인지 원작에 비하면 게임 자체가 조금 무거워진 느낌입니다. 애초에 본 시리즈가 발매 기기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경향이 존재했고 [메탈 기어 솔리드 3]가 PS2 성능의 한계로 인해 프레임 문제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터블 OPS] 역시 시각적인 부분은 대단히 훌륭하지만 접근전 연출이나 시점 변환 등을 하면 거치형 콘솔로 나온 이전 작품들에 비해 조금은 무거워진 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포터블 OPS]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대폭 낮출 정도로 큰 지장을 주지도 않고,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프레임이 깎이거나 움직임이 더디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드웨어적인 한계는 그래픽 부분뿐만 아니라 조작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PS2용 듀얼쇼크보다 아날로그 스틱도 부족하고 버튼수도 부족하기 때문에 [포터블 OPS]는 독자적인 조작계를 채택했는데, CQC나 몇몇 복잡한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꽤 힘들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기본 설정으로는 이동이 아날로그 스틱, 시점 변환이 십자키이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기민하게 시점 조작을 하기가 어려워진 부분은 가장 큰 걸림돌일 듯합니다. 옵션을 통해 어느 정도 불편함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버튼수가 모자란 문제로 인해 완전하게 문제점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PSP라는 머신에 최적화를 잘한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PS2로 플레이하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불편한 것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동하면서 조준하면서 참 바쁘다. |
키 컨피그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
게임 내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일단 본가 시리즈에 존재했던 요소는 대부분 [포터블 OPS]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주파수 통신 연출을 비롯해서 벽에 기대어 두드리거나 스토킹, 롤링, 포복, 쓰러진 병사를 질질 끌고 간다거나 들었나 놨다 해서 아이템을 조달하는 모습은 PS2로 발매되었던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PSP로 재현했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덥기도 했지만 벽에 기대어 있다가 굴러서 이동하거나 단차가 있는 배경을 뛰어넘고 난간에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은 팬들이 봐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용 기기인 PSP로 제작하면서 몇 가지 요소를 간략하게 바꾸기도 했습니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가 PS2에서 PSP로 오면서 그러했던 것처럼 [포터블 OPS]도 휴대용 게임이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스토리 진행 방식이 이전 시리즈와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미션 수행 방식으로 바뀌어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각각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간략화되었으며 소지 슬롯도 네 개로 줄어드는 등 구조적인 변경점을 보여줍니다. 적에게 들켰을 경우 쫓아오는 적의 숫자도 줄었고 도망치는 것도 이전 작품에 비해서 굉장히 쉬워진 편이라서 적에게 들켜도 게임 오버를 당하는 경우가 전작에 비해 훨씬 줄어들어서 조금 쉬워진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쉽지만 이러한 일련의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BGM이나 음성 연출은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보다도 훨씬 장중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이젠 다른 게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엿보기. |
난간에 매달려 이동하기도 가능하다. |
물론 적을 잡아끌고 가거나 포복으로 이동하는 것도 빠짐없이 재현되었다. |
미션 셀렉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식. |
보통은 특정 장소까지 가는 식이다. |
어느 정도 간략화되고 생략된 부분이 아주 없진 않지만 적어도 [메탈 기어 솔리드]라면 당연히 존재해야 할 요소는 빠짐없이 수록해놓았으며, 오히려 이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요소도 추가되었습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3]에서 존재했던 위장이라는 요소를 사라졌지만 부대원이라는 요소가 그 빈 구멍을 메워주고 있으며 멀티 플레이 요소는 전작에서 선보였던 그것보다도 더 진화했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포터블 OPS]는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홀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른 대원과 함께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팀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을 포로로 붙잡은 후 팀원에 넣어서 같이 활동하거나 스파이로 활용하는 등 현지 조달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소지품 슬롯이 네 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팀원의 특성에 맞게 필요 아이템을 분배시켜야 하며, 포로에 따라 소지품이 달라지기도 하고 능력치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포로로 잡았는지에 따라 게임의 방향도 많이 달라집니다. PSP로 넘어오면서 버릴 것은 버리되 보강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하게 보강해서 밸런스를 적절하게 잡았으며 PSP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메탈 기어 소리드] 특유의 본격적인 요소를 제대로 즐기면서도 [포터블 OPS]만의 아기자기한 재미 또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본 게임이 지닌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소지 슬롯은 최대 네 개. |
…현지 조달. |
스토리 모드 진행 외에도 애드혹과 무선 네트워크 대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3편과 마찬가지로 팀 매치, 개인 데스매치, 탈취 미션 등 최대 6인까지 네트워크 대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포터블 OPS]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물론 PC나 기타 거치형 콘솔 게임에 비하면 조촐하다고도 할 수 있는 다인 대전 모드겠지만 PSP용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재미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만약 [포터블 OPS]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저라도 게임 셰어링 기능을 이용해서 최대 4인까지 간단하게나마 개인 데스 매치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게 했습니다(팀 데스 매치 모드는 플레이할 수 없다). 또한 게임상에서 얻는 것 외에 돌아다니면서 AP로 동료를 모을 수 있는 기능도 네트워크 모드를 적절히 이용한 센스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이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PS2로 발매되었던 [메탈 기어 솔리드 3]와 PS3로 발매될 [메탈 기어 솔리드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시간 순서로는 MGS3 → OPS → MG1 → MG2 → MGS1 → MGS2 → MGS4) 기존 시리즈를 접했던 유저들에겐 그야말로 놓치기 힘든 요소로 작용할 테지만 일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토리 이해도 어려울뿐더러 미션 플레이 도중에도 스파이가 보내오는 정보를 잡아내기 힘들어집니다. PS2용 2편과 3편은 물론이요, [AC!D 2]까지 텍스트 한글화를 거쳐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3편 이후 6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
텍스트 한글화를 거쳐 발매된 [AC!D 2]. |
[포터블 OPS]는 그동안 [AC!D]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도 잠입 액션 장르를 원했던 게이머들에겐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발매된 타이틀입니다. 다 좋은 법은 없어서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그것이 큰 불만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로 다른 요소에서 그만큼 보완을 해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치형 콘솔로 나왔던 게임이 단순무식하게 휴대용 게임기로 제작하면서 어설프게 게임을 재현하려다 실패하고 이것저것 생략한 채로 내던 것과는 달리, 재현할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재현하고, 휴대용 타이틀에 걸맞게 추가적인 요소로 더욱 나은 게임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하나의 타이틀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재미를 잡아낸 수작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놔. |
간단한 문구는 미리 저장되어서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