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젤다의 전설 : 황혼의 공주 |
발매일 |
2009년 8월 27일 |
제작사 |
닌텐도 / 한국 닌텐도 |
장 르 |
액션 어드벤처 게임 |
기 타 |
자막 : 한글 |
작성자 |
Be Wilur |
굳이 말할 것도 없겠지만 N64로 제작되었던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발매 당시 각종 게임 매체와 유저들에게 격찬을 받으며 새로운 3D 액션 RPG의 기준을 제시했던 게임이었습니다. 3D 액션 어드벤쳐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형화시켜주었다고나 할까, 동사의 N64용 [슈퍼 마리오 64]가 3D 액션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오카리나] 역시 3D 액션 어드벤쳐의 재미를 유저들에게 충분히 인지시켜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게임 진행과 쾌적한 조작, 입체적인 요소를 강조한 퍼즐 요소는 오랜 세월 동안 3D 액션 어드벤쳐의 절대적인 기준이자 넘기 힘든 벽으로까지 작용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 닌텐도 스페이스 월드에서 공개된 가논과 링크의 짤막한 전투 영상은 차세대 [젤다의 전설]을 기다려왔던 많은 유저들을 설레게 만들었으며, 당시 닌텐도의 차세대 머신이었던 NGC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시켜주었습니다.
가논과 링크가 멋지게 나왔던 영상이었다. |
당시엔 정말 엄청난 그래픽이었는데 지금 보니…. |
하지만 정작 NGC로 먼저 발매된 [바람의 택트]는 유저들의 기대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짤뚱한 모습에 고양이 눈을 한 링크는 일명 리얼 젤다를 기대해왔던 유저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하며 찬반의견이 분분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흡사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멋진 그래픽에 역시나 완성도 높은 시스템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시간의 오카리나]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으며, 고양이 링크의 후속작을 기다리게 되는 현상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결국 이런저런 기종의 작품으로 고양이 링크는 자기만의 영역을 확고히 만들어가는 등 이젠 거의 시리즈의 마스코트 격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NGC로는 리얼 젤다의 발매가 요원해 보였지만 2004년 E3 쇼에서 미야모토 시게루의 멋진(…) 이벤트와 함께 공식적으로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가 발표되었고 비로소 유저들은 몇 년 전 NGC용 테크니컬 데모에서 보았던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나이 27. 고양이 링크가 끌린다. |
NGC로 즐기는 [시간의 오카리나]. |
원래 [황혼의 공주]는 NGC로 개발되던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NGC의 시장 사정이 나빠지자 1년 가까이 타이틀이 거의 나오지 않은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되고, 많은 제작사에서도 닌텐도의 차세대 기종인 Wii로 타이틀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NGC 유저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황혼의 공주]는 NGC로는 인터넷·전화 판매 형태라는 제한적인 판매 방식으로 출시되고, Wii 버전은 Wii의 동시 발매 타이틀로 발매되게 됩니다.
그래도 NGC의 황혼을 장식할 대작 타이틀이었는데 Wii와 동시에 발매되면서 어쩐지 찬밥 신세가 된 것 같아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지만 북미 시장과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결과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닌텐도로서는 Wii 런칭 타이틀에 어울리는 대작 게임을 하나 추가해서 좋고 유저들 역시 혁신적인 조작 체계로 새로운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서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Wii로 즐기는 [젤다의 전설]. |
미야모토 링크가 돌아왔다. |
Wii 버전과 NGC 버전의 차이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컨트롤러의 차이로 조작 체계가 완전히 달라지고 Wii 버전은 위모컨을 이용해서 몇 가지 사운드 효과가 들어간데다 좌우 반향이 바뀌어서 Wii 버전의 링크는 오른손에 칼을, NGC 버전의 링크는 왼손에 칼을 들고 서로 좌우가 바뀐 필드와 던전을 탐험하며, Wii 버전이 480p의 16:9 와이드 화면을 지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서로 크게 다른 부분은 없습니다.
굳이 어느 버전이 더 낫다고 할 것도 없이 기존 조작 체계가 좋으면 NGC 버전을, 새로운 조작 체계를 원하면 Wii 버전을 구입하는 게 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Wii 버전의 조작 체계가 굉장히 마음에 들기 때문에 오른손잡이 링크가 싫지만 않다면 무조건적으로 Wii 버전 구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플레이 시간이 누적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 위모컨 튕겨서 칼 꺼내고 왼손으로 눈처크를 휘둘러서 회전 베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황혼의 공주]의 베이스가 NGC 버전이었기 때문에 조작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조작계의 많은 부분을 Wii로 잘 옮겨놓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모컨의 포인터를 이용해서 새총과 활을 쏘거나 크로우샷을 날리고, 흡사 [팬저 드라군]과 같은 계곡 진행 이벤트와 낚시를 하는 미니 게임은 위모컨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느낌입니다.
버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NGC용 컨트롤러와 달리 위모컨의 A 버튼과 십자키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도구를 바꾸거나(십자키 ←, ↓, →) 미드나를 불러낼 때(십자키 ↑)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거슬리지는 않은 수준입니다. 가끔 보스전에서 조준점을 급하게 바꾸다가 포인터가 센서 범위 밖으로 삐져나가는 경우가 발생해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는 문제는 Wii의 하드웨어적 한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완하느냐도 [황혼의 공주]가 남긴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활을 잘 쏴야 편해진다. |
노도 저어야 하고 활도 쏴야 하는 복합 미니 게임. |
신나게 낚을 수 있는 낚시. |
다만 회전 베기 등을 할 때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
X360은 물론 PS3까지 시장에 출시된 이 시점에서 [젤다의 전설]의 그래픽은 부족한 부분이 여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명색이 차세대 머신인데 NGC와 동일한 그래픽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단순 해상도 비교나 여러 특수 효과의 나열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 나쁜 그래픽은 아닙니다. NGC로 발매된 타이틀 중에는 단연 최고의 그래픽(…)인데다 필드나 집안 내부에 여러 가지 섬세하게 묘사를 해놓은 부분을 보면 그야말로 정성의 집합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충분히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깔끔한 연출력과 멋진 분위기, 정성들여 꼼꼼하게 묘사한 수많은 디테일을 보면 아쉬움은 많이 상쇄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랄 평원을 모험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낮과 밤이 스멀스멀 변하는 모습이라던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호수와 폭포, 오프닝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 끝내주는 연출, 그림자의 세계를 그럴싸하게 묘사한 몽환적인 배경은 오랜 기간 고심하며 제작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NGC로 이 정도로 멋진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사실 Wii 자체가 NGC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기기이기 때문에 후속작이 나온다고 해서 극적인 진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480p와 720p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디스플레이로 보더라도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에 앞으로의 [젤다의 전설]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만큼은 다른 게임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
가정집의 표현과 캐릭터의 묘사도 확실히 수준급. NGC 버전이 기준이란 게 아쉬울뿐. |
아무래도 캐릭터 표현도 이전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는 달리 성숙해진 모습에다 스토리 분위기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 대신 어둑어둑한 배경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플레이 내내 이어집니다. 빛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라는 요소 때문에 게임의 분위기 변화가 급격히 변하며 빛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는 강한 대비를 이룹니다. 음악 역시 장중한 음악을 주로 사용해서 부위기를 제대로 조성해주는 등 비쥬얼적인 측면과 사운드적인 측면 모두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링크도 이전 작품들에 비해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바람의 택트]의 링크가 귀여운 꼬맹이었다면 [황혼의 공주]의 링크는 멋진 청년 정도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특히 특정 오의를 사용해서 적을 죽인 후 칼을 집어넣는모션이 굉장히 멋짐). 어둑어둑하고 칙칙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개그가 묻어나오는 대사나 코믹한 상황 연출로 과거 [젤다의 전설]의 분위기를 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멋지다. |
[바람의 택트](좌)와 [황혼의 공주](우)를 보면 링크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인물. |
링크를 제외하고 스토리에 참여하는 주요 인물은 크게 네 명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잠수 들어가시는 젤다 공주는 게임 타이틀이니까 당연히 등장하며, 하체 비만의 나이스 바디 미드나는 링크와 함께 모험을 하며 다양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직접적인 공격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미드나는 링크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등장 캐릭터 중 유일하게 대부분의 대사에 음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알아들을 수 없어서 문제지). 게임을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등장하는 평범한 여성 캐릭터인 이리아 역시 천공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역할이며 보스 격으로 등장하는 잔토는 초반에는 뭔가 있어 보이게 행동하지만 막상 후반부 전투에 들어서면 참… 눈물 납니다.
젤다 공주님. 등장 대사가 이상하게 웃긴다(다스베이더 생각남). |
미드나. 고양이처럼 생긴 주제에 나이스 바디다. =_= |
대충 링크와는 소꿉친구 정도 되는 이리아. |
보스격인 잔토. 혼자서 폼은 다 잡지만 보스전에서는…. |
링크는 늑대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 두 가지의 모습으로 번갈아가며 빛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를 모험하며, 초반에는 늑대-인간-늑대-인간의 순서대로 중반까지 플레이하다가 중반부의 특정 이벤트 이후부터는 마음대로 모습을 바꿔가며 모험을 합니다. 물론 던전의 퍼즐도 수시로 모습을 바꿔가며 플레이해야 제대로 풀 수 있으며, 인간일 때, 늑대일 때 각각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행동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 또한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늑대일 때는 눈밭을 뛰어도 상관없지만 인간일 때는 발이 빠져서 느리게 걸어야 한다거나 여러 도구를 사용할 때는 인간으로 돌아와서 사용해야 하지만 워프를 하거나 흩어진 혼을 회수하려면 반드시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 등, 서로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어떨 때는 수시로 변해서 플레이해야 해서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각을 하고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늑대 링크. 귀걸이가 포인트라면 포인트이려나. |
늑대일 때만 사용 가능한 기술. [오오카미] 하는 기분도 난다. |
[황혼의 공주]는 기본적으로 퍼즐 풀기가 던전 모험의 중심이 되고 보스전 역시 퍼즐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액션 부분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강하게 공격이 들어갈 때 잠시 화면이 끊기는 듯한 연출이 박진감을 더해주며 다수에게 둘러싸였을 때 들어가는 대회전 베기의 쾌감은 역대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늑대로 변신해서 적을 묶어서 한 번에 공격을 할 때에도 타격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다만 Wii 버전은 공격이 주로 위모컨을 휘둘러야 하는 방식인데, 의외로 헛동작이 많이 발생합니다.
센서가 너무 민감한지 손목에 약간만 스냅을 줘도 공격이 나가며 익숙지 않은 초반~중반부에는 내가 생각한 바로 그 시점에 내가 생각한 횟수만큼 정확히 공격을 하는 게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바닥에 깔린 무수한 적을 공격하거나 절대적으로 타이밍이 중요한 전투를 할 때 이러한 부분은 꽤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는데, 옵션에서 버튼 배치를 바꾼다거나 공격 방식을 조절하는 옵션을 넣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옵션의 존재가 Wii 버전만의 특색이 사라지기 때문에 꺼려하는 게이머들도 있지만 적어도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른 선택의 여지는 옵션으로 남겨두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Wii 본체에는 NGC용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는 포트가 있기 때문에 NGC용 컨트롤러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 정도는 배려 차원에서 마련해놨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거이 바로 마스터 소드여. |
기마전도 상당히 재밌다. 마차 호위 이벤트는 싫지만. |
과거 냉장고 GB용 [꿈꾸는 섬]으로 [젤다의 전설]을 최초로 접했을 때, 진행도에 따라 차례차례 얻게 되는 다양한 도구와 그 도구를 이용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던전의 퍼즐이 재미나서 꽤 열심히 플레이했었는데, [황혼의 공주]에서도 각종 도구를 사용해서 던전을 진행해야 합니다. 물 밑으로 가라앉거나 자력이 있는 벽을 걸을 수 있는 아이언 부츠, 몰 속에서도 터지는 수중폭탄, 먼 거리에 있는 곳을 붙잡아서 이동하거나 아이템을 끌어당길 수 있는 크로우샷 등 전에는 진행할 수 없었던 곳을 새로운 아이템을 얻어서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재미가 꽤 좋습니다. 특별히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진행에 따라 늘어나는 하트수와 필살기, 그리고 각종 다양한 도구와 무기의 존재가 링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얼마나 숨은 요소를 잘 찾아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자력이 있는 벽을 걸을 수 있는 아이언 부츠. |
물속에서도 터지는 수중폭탄. |
특정 이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오의. |
오의를 전부 습득하면 그만큼 공격 루트가 풍부해진다. |
플레이 시간도 굉장히 긴데다 이것저것 자잘한 이벤트나 미니 게임까지 제대로 하려면 100시간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볼륨입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액션 게임에 약한데다(아무리 게임을 오래 플레이해도 엄청 잘 떨어져 죽는다) 퍼즐 풀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른 건 안 건들고 스토리만 죽어라 팠는데도 총 플레이 시간이 70시간이 될 정도로 충분히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젤다의 전설] 스타일의 퍼즐에 강하거나 액션 게임을 잘하는 유저라고 해도 스토리만 따라가는데도 4~50시간은 너끈히 나올 정도의 볼륨을 자랑합니다. 물론 플레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이 정도의 긴 플레이 시간에도 지루하지 않고 게임의 템포를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장점으로 취급해도 좋을 듯합니다.
마지막 신전에 돌입할 때까지 게임의 스토리가 특별히 늘어진다거나 지루하게 이것저것 반복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전혀 다른 관점으로 퍼즐을 풀고 스토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본 게임의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게끔 합니다.
[황혼의 공주]를 통해 [젤다의 전설]을 처음 접해본 유저에게 이러한 요소는 신선하기 그지없겠지만 사실 [황혼의 공주]에 등장하는 몇몇 퍼즐 요소나 도구 사용법은 과거 [시간의 오카리나]와 [바람의 택트]를 통해 어느 정도 반복되어 사용되어왔던 요소이기 때문에 시리즈를 오래 즐겨본 유저일수록 그리 새로운 기분은 느끼기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던전도 다르고 도구 또한 완전히 같지만은 않아서 지루하게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천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참(…). |
이 당시 던전이 4개인가 남았는데도 50시간이 넘어버렸다. |
단순히 스토리 라인만 따라가면서 플레이해도 상관없지만, 게임을 좀 더 편리하고 풍부하게 즐기려면 서브 이벤트와 각종 미니 게임을 빠짐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황금 벌레를 모으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보상으로 나오는 게 꽤 중요한 요소이며, 흩어진 혼을 모두 모으는 것 또한 게임 진행에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하트 조각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는 빠짐없이 찾아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클리어에 지장은 없지만 이런 다양한 이벤트나 미니 게임은 좀 더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스토리 진행 사이사이 쉬어가는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됩니다. 마지막 던전을 앞두고 하트 조각 모으기나 각종 숨겨진 돈 모으기, 낚시 등을 비롯해 고양이 찾기, 닭둘기 타고 보석 먹기, 스노보드, 급류 타기, 온천수 운반 등 다양한 미니 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재미납니다.
황금 벌레를 찾으러 돌아다녀도 좋고 |
흩어진 혼을 찾으러 돌아다녀도 좋다. |
조금 전의 심각한 이벤트를 재미나게 패러디한 고양이 미니 게임. |
스노우보드 미니 게임. 저 아저씨 은근히 치사하다. |
[황혼의 공주]를 플레이하다보면 짜증 나는 부분이 더러 나오기도 합니다. 퍼즐이 더럽게 안 풀린다거나, 보스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온다거나 등등 적지 않은 분들이 울컥하며 뒷목을 부여잡게 만드는 부분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는 더 짜증이 날 겁니다.
퍼즐이 별 게 있나, 보스는 한 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게이머들도 어딘가에 분명히 있겠지만 세상 게이머 모두 그렇게 사회의 무서움을 절실히 알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기존에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해보지 못했거나, 액션에 약한 게이머들에게 [황혼의 공주]는 충분히 어렵다고 느낄만한 난이도입니다. 특히 위층 아래층 구조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입체적인 퍼즐이 나오면 2D 인생 외길을 걸어온 게이머들은 꽤 혼란스러워집니다.
카피 롯드를 활용한 던전 퍼즐은 꽤 머리 아프다. |
뭐, 하다 보면 대충 각이 나오긴 한다. |
오히려 약점을 가르쳐주지 못해 안달인 보스전은 (퍼즐 풀기에 비하면) 별로 어렵지 않다. |
하지만 난이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유저 편의성 부분에는 전혀 불만이 안 나올 정도로 충실히 꾸며놓았습니다. 액션치에게는 짜증 날 정도로 어려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각종 편의성은 어느 게임보다도 유저를 배려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비명은 나올지언정 불편하다는 불만은 나오기 힘든 게임입니다.
어느 정도 위치에 가면 게이머가 직접 입력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점프를 하거나 언덕을 오르내리는 등, 가끔은 너무 유저 편의성이 강조되어서 되려 불편한 부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지도에 표시되고, 스토리 진행은 미드나가 알려주기에 헤맬 이유도 없으며, 캐릭터들의 대사만 읽으면 공략집 없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일본어나 영어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한국 게이머에게 미드나의 조언이 그다지 귀에 안 들어올 수도 있지만 언어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시스템 자체가 유저 편의성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에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요청하면 스토리 진행에 도움을 준다. |
가야 할 곳도 미리 다 체크해주는 시스템. |
공격, 워프, 조언, 변신 등 많은 도움을 주는 미드나. |
지나가듯 진행되는 이벤트는 대사를 못 읽으면 놓칠 우려가 있다. |
전체적으로 조작 체계를 제외하고는 [시간의 오카리나]와 [바람의 택트]를 베이스로 살을 붙이고 세련되게 다듬은 정도의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 주요 감점요소도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퍼즐 시스템은 이전 시리즈를 해본 유저라면 낯설지 않은 모습에 식상한 기분까지 듭니다. 시스템의 안정화가 상당히 잘 이루어졌고 던전의 퍼즐 또한 재미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장치가 잘 마련되는 등 못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시간의 오카리나]와 [바람의 택트]를 거치면서 너무 익숙해졌고, [항혼의 공주]에는 이런 익숙한 모습을 타파할 특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워낙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서 더 이상 바꿀 부분이 없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섣불리 건드려서 기껏 구축해놓은 시리즈의 감각을 깨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젤다의 전설]을 즐겨왔고 [황혼의 공주]를 기다려온 유저들은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닌텐도에게 기대했음이 틀림없고, 너무 높아진 기대도는 현실과의 갭이 꽤 컸던 모양입니다.
시대는 변했습니다. 가논 아저씨는 돼지(그러니까, 진짜 돼지였슴다. 옛날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바뀌었고 많은 부분이 세련되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변한 게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젤다의 전설]이라면 적어도 뭔가 다른 부분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조금 부족한 후속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워낙 잘 만든 세계관에 완성도가 높았던 시스템이었다고 제작진이 판단했을 것이며, 그 결과물이 바로 [황혼의 공주]입니다. 전세계 300만 대 팔린 Wii 시장에서 200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젤다의 전설]이라는 이름값도 있었겠지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젤다의 전설]이라면 무조건 구입하고 본다는 팬층을 만들어낸 두터운 신뢰감이라는 것도 적용을 했다고 봅니다.[황혼의 공주] 역시 조금은 아쉬운 듯하지만 이런 신뢰감을 공고히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앞으로의 시리즈 전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듯합니다.
말 이름도 직접 지을 수 있다. 본인은 지은 이름은 말. |
그러니까 분위기는 진짜 최고. |
오의 전수 해주는 해골 기사는 과거의 또 다른 링크였을지도. |
요렇게 시점을 땡기면 조연 캐릭터들의 시선이 제대로 꽂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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