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플래그 테일: 이노센스 | 출시일 | 2019년 6월 4일 |
개발사 | 아소보 스튜디오 | 장르 |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화 | 작성자 | PforP |
*본 리뷰 스크린샷은 폭력/잔혹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일 혹은 더한 일들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망상에 시달렸지요.
모두가 극도로 잔인해져서 환자와 그에 속한 것들을 피하고 멀리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 목숨은 자기가 부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습니다.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첫번째 날 중
그렇다면 삶은 공포일 뿐이에요. 만사가 허무하고 눈앞에 죽음이 있다면 누가 살 수 있겠습니까?
-잉마르 베리만, [제7의 봉인]
"사람들은 흑사병이 하느님이 내린 천벌이라고 믿지."
하나의 병이 134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유럽을 휩쓸었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의 병은, 공통으로 고열로 펄펄 끓다가 온몸이 검게 물들어가며 죽어가는 끔찍한 병이었다. 심지어 전염성과 사망에 이르는 시간까지도 강해서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르러 온 신부와 친구들, 시체를 운반하려던 묘지 인부까지 모두 전염돼서 사망한 사례도 있었을 정도다. 유럽 인구의 30%가 죽었고 견디다 못한 몇몇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은둔했다. 반대로 농촌 지역 사람들이 빈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흑사병은 그야말로 중세 유럽사에서 큰 전환기로 꼽히는 사건이었다. 그동안 중세 유럽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왔던 교회는 흑사병을 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야만 했다. 반대로 새로운 가치관이 대두되기도 했다. 김병용의 논문 [중세 말엽의 유럽의 흑사병과 사회적 변화]에 따르면 "많은 이들은 자신의 진면목을 흑사병을 통해 알기 시작했다." 흑사병은 결국 견고했던 종교적 믿음이 깨어지고 '현실의 개인'이 대두하게 되는 계기였고, 넓게 보자면 르네상스 시기의 계기를 마련해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중세 문학을 대표하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이런 변화의 시대에 '인간적 감정'과 새로운 가치관 물색에 집중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런 변화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는 죽음에 대한 인상, 나아가 믿음 체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 중세 세계에서 죽음은 희망에 가까웠다. 삶을 죽음에 가는 과정이라 보았기 때문에 삶 이후 다가올 죽음을 다음 단계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흑사병이 고통스러운 죽음과 더불어 사회 체계의 붕괴가 일어나자, 장례미사는커녕 더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창조주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공황 끝에 사람들이 택한 길은 체념과 포기였다. 그다음으로는 죽음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이미 발생한 죽음, 당면한 죽음, 다가올 죽음'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경향에 따라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시설이 분리되어 발전하기 시작했다. 와중에 신의 대리자에 대한 믿음 역시 깨지기 시작했는데, 죽음에 대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풍토로 인해 기억에 대한 의심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흑사병 이후 종교 개혁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불신 속에서 신흥 기도공동체가 생기고, 천년왕국 같은 종말론적인 급진적인 대중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 휘몰아치는 전염병 앞에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대책도 소용이 없었지요."
프랑스의 아소보 스튜디오는 [플래그 테일: 이노센스] (이하 플래그 테일)를 발매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하청 게임회사에 가까웠다. 아마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라면 [월 E]와 [라따뚜이] 게임판이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아소보 스튜디오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진 않았다. 그 뒤 10년 동안 아소보 스튜디오는 디즈니의 충실한 게임 전문가이자 보조 역할로 충실한 회사였다. 2017년에도 [디즈니랜드 어드벤처] 리마스터를 담당하면서 디즈니에 여전히 신임받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입지가 나쁘지 않았지만, 게임 유저들에게 전면으로 나서는 회사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플래그 테일]은 그 점에서 아소보 스튜디오의 전환점이라 할만한 게임이다. 일단 초기작인 [스페셜 포스: 네메시스 스트라이크] 이후 오래간만에 오리지널 게임인 데다, 그동안 자극적인 게임을 만들지 않았던 스튜디오로써는 드물게 성인 지향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소재는 바로 흑사병이었다. 정확히는 백년 전쟁 말기 흑사병으로 죽어가던 프랑스 남서부가 배경이다.
거창하게 언급했지만 [플래그 테일]의 게임 디자인 자체는 매우 익숙하다. [플래그 테일]은 너티독 스튜디오 게임처럼 영화적인 이벤트와 스크립트 연출, 퍼즐 풀기를 중시하는 TPS 어드벤처 게임이다. 다만 총기가 새총으로 바뀌고, 잠입 요소가 강해졌을 뿐이다. 이렇게 적으면 [플래그 테일]은 상당히 게으르고 안일한 게임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아소보 스튜디오는 너티독 스튜디오처럼 탑급은 되진 못했지만, 이미 10년 이상을 TPS 장르에 익숙한 장르 전문가들이다. [플래그 테일]은 그리 풍족하지 않을 예산과 몇몇 한계점 속에서도 장르와 서사를 충실하게 다루면서 좋은 호러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스테이지 디자인과 액션, 퍼즐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플래그 테일]의 전투는 새총으로 이뤄진다. 새총 자체는 그리 특이하다고 보기 힘들다. 탄약에 특성을 부여해, 놓인 상황에 맞게 써야 한다는 점이라던가 재료를 습득해 즉석에서 탄약을 제작해서 쓴다는 점 역시 [라스트 오브 어스]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전반적으로 [플래그 테일]의 사격 시스템은 공격 그 자체보다 적의 상태나 퍼즐 풀기에 방점에 맞춰져 있다. 특히 새총으로 맞춰서 쇠사슬을 끊거나, 작동시키는 타입의 퍼즐이 많이 등장한다. 탄약 종류 역시 공격보다는 퍼즐 풀기나 상황 대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래그 테일]의 적들 절반은 투구를 쓰고 나오기 때문에, 일반 공격으로는 잡을 수 없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소리를 내서 적의 시야를 돌리거나 투구를 녹일 수 있는 데보란티스 탄약으로 투구를 녹인 후 진행해야 한다. 여기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쥐나 불같은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는 탄약들도 상당히 빈번하게 쓰인다.
이 게임의 조준 시스템은 자동 조준이다. (옵션에서 끌 수 있긴 하다)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싶겠지만 [플래그 테일]은 사격 과정을 번거롭게 하면서, 난이도를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 [플래그 테일]은 조준 혹은 사격 할 때 들키기 쉽게 만들어두고 있다. 조준 후 돌팔매질하는 동안 무조건 자세가 일어선 상태로 고정되는 데다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플래그 테일]은 탄약 교체가 상당히 빈번한 게임이다. 상술했듯이, 진행을 위해서라면 특수 탄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 특수 탄약을 맞추는 순간 발각이 확정되는지라 재빨리 돌멩이로 변경해 머리를 공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교체하는 과정이 은근히 텀이 있기 때문에 꾸물대다간 죽기 십상이다. 연속으로 두 발 쏠 수 있긴 하지만, 많은 재료를 획득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빨라도 중반부 이후에나 가능하다. 여기다 한번 적에게 잡히면 반격할 새도 없이 죽는 데다 오랫동안 조준하고 있으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시스템 역시 자동 조준의 편의성에 많은 제동을 걸고 있다. 탄약 교체의 간극과 조준 타이밍을 서스펜스로 활용하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대체로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재료 조합이나 장비 업그레이드 같은 경우엔, 게임 분량상 간단한 편이다. 크게 새총-장비-연금술로 나뉘는데, 새총은 새총 소음과 조준 관련 업그레이드를 담당한다. 장비 같은 경우는 탄약이나 재료 보관, 이동 시 소음이나 장비 업그레이드를 다룬다. 한편 연금술은 후반부에 해금되는데 주로 탄약과 관련된 업그레이드가 배치되어 있다. 시스템 자체는 [라스트 오브 어스]라던가 크래프팅 시스템을 도입한 액션 어드벤처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재료 획득 자체는 좀 구석구석 뒤져야 하긴 하지만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재료 주머니의 용량과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도구 획득에 따라 업그레이드 속도와 달성률이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초반부엔 도구와 작업실이 없으면 사실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단점으로는 재료 출현율에 상당한 불균형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질산염 같은 흔한 재료는 엄청나게 자주 나오는데 업그레이드에 자주 쓰이는 재료인 천과 가죽은 잘 안 나온다. 그 때문에 천과 가죽을 소모하는 솜눔이나 루미노사 같은 탄약은 사실상 봉인하는 게 낫다. 재료 이외 수집 요소로는 코덱스로 대표된다. 코덱스 수집 요소로는 휴고의 식물 표본집, 아미시아의 선물, 중세 생활상을 보여주는 진귀한 선물, (코덱스에 포함되지 않지만) 연금술사의 수레가 있는데 대부분은 도전 과제용이다.
잠입 액션 게임으로써 [플래그 테일]은 정석적인 편이다. 당연하겠지만 [디스아너드]나 [데이어스 엑스] 프리퀄처럼 눈이 돌아갈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자유도를 보장하는 스테이지 디자인이나 기술과 도구의 창의적인 활용은 기대하면 안 된다. 숨어서 지나갈 수 있는 덤불이라던가, 경계도 시스템, 소음을 통한 주의 환기 같은 시스템 역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즐겨봤다면 쉽게 간파할 수 있을 정도다. 스테이지 디자인 역시 높낮이 개념이 두드러지지 않는 평면적인 구성에 가깝다. 다만 정석을 추구했지만, 잠입 디자인이 다소 따로 논다는 인상을 강했던 [세키로]에 비하면 [플래그 테일]은 잠입 게임으로써 정체성이 확고한 편이다. 상술했듯이 [플래그 테일]의 주인공은 상당히 약체라서 전면전이나 무쌍이 어려운 편이다. 활용할 수 있는 NPC 동료 중 적을 때려눕힐 수 있는 동료 로드릭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기습에 가깝다. 사실 헤드샷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무쌍이나 전면전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고, 손놀림이 빠르다면 해볼 수는 있긴 하다. 다만 한 명씩 머리를 공격해야 죽는다던가 전반적인 적 이동 속도가 빠르다는 걸림돌은 여전하기에, 권장하는 플레이가 아닌 예외적인 플레이에 가깝다.
퍼즐 역시 튀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하다. 대부분 머리를 좀만 굴리면 풀릴 수 있는 퍼즐들이지만, 허술하게 디자인하지는 않아서 장마다 새로운 퍼즐을 고안하려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소지한 도구라던가 주변 환경, NPC 동료의 협동을 활용하면서 퍼즐 디자인을 조금씩 확장하면서 발전하는 것 자체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그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쥐 떼, 빛과 어둠, 특수 탄환, 동료 NPC의 도움을 활용해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플래그 테일]은 2010년대 게임이긴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발매되었던 3인칭 퍼즐 어드벤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디자인 아니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자의식 없이 성실하고 진지한 장르 전문가의 노련한 손길 때문에 예스러운 매력이 있다. [월 E]라던가 [라따뚜이] 게임판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은 아소보 스튜디오의 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합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후반부는 기껏 구축해놓은 디자인을 잘 통제하지 못해서 난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 단점은 서사 부분 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플래그 테일]은 공포 게임이기도 하다. 공포 부분은 흑사병 소재 창작물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인 쥐가 담당하고 있다. 쥐를 싫어하거나 식인 소재를 싫어한다면 [플래그 테일]은 피하기 바란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쥐들을 단순한 보균원 이상으로 정신 나간 식인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모델링이 정교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디자인인 데다 무리 및 식인 묘사만으로도 소름 끼치기 그지없다. [플래그 테일]은 요사이 나온 호러 게임 중에서는 쥐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적극적으로 묘사된 게임이다. 이 쥐 떼들이 공포 효과뿐만이 아니라 게임의 퍼즐 요소, 나아가 총체적인 스테이지 디자인과 잘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 쥐들은 불이나 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초중반 부까지는 횃불로 쥐 떼를 몰아내거나 불씨에다 불을 던져 길을 만들어서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 쥐를 유인할 수 있는 오도리스가 등장하면서부터 이 쥐들은 단순히 방해물이 아닌, 적극적인 공격 수단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런 쥐 떼의 활용이 변화하는 부분과 식인 연출은, 게임의 주제인 순수함을 잃어가는 인물의 심리 변화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이게 내 손이로구나. 아직 움직일 수가 있어. 이 안에서 피가 뛰는구나."
쥐떼 묘사에서 보면 알겠지만 [플래그 테일]은 고증에 충실한 사극이라기 보기는, 흑사병과 백년전쟁 말기 프랑스라는 소재로 차용해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게임이다. 음모론과 오컬트 공포, 가족 드라마를 포함한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보면 좋다. [플래그 테일]의 강점은 서사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다는 점에 있다. 아소보 스튜디오는 야만적이고 황량한 미적 감각으로 흑사병으로 뒤덮인 중세를 묘사하고 있다. 눈이 내린 산길은 질척하기 그지없고, 가는 곳마다 인간과 동물 사체가 널려 있다. 마을이나 수도원 역시 시체와 진흙, 쓰레기로 뒤덮여 피 냄새와 악취가 모니터를 뚫고 나올 지경이다. 이 질감이 워낙 강렬한지라 카타콤이라던가 고대 로마 유적을 찾아가는 부분이라던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종교적 강박증에 기반한 초현실주의의 영역에 들어선다. 아소보 스튜디오가 설계한 초현실주의적 지옥도는 훌륭한 아트 워크와 중저예산임에도 격조 있게 구현된 그래픽의 덕을 보고 있다. 물론 최첨단은 아니고, 인물 표정 애니메이션이 딱딱하다는 약점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흑사병이 뒤덮은 백년전쟁 말기 프랑스의 끔찍하고도 피곤함에 절은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게임에서 그래픽은 단순히 기술력뿐만이 아니라,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인물 묘사나 가치관 묘사에서도 확실히 강점이 많다. 아소보 스튜디오는 중세 말기를 잠식한 흑사병의 역사적인 의미와 충격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통해 상술한 '죽음'에 대한 냉정한 가치관 변화라던가 기존 믿음 체계가 무너진 시대의 불신과 광신에 대해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가치관 변화 같은 경우 평범한 영주의 딸이었던 아미시아 남매와 친구들에서 잘 드러난다. 부제의 순수 Innocence는 그 점에서 상당히 정확한 기술이다. 아미사아 남매와 그 친구들은 흑사병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는다. 이 순수의 상실은 살인에 대한 둔감과 자기 세뇌이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 생긴 슬픔이기도 하다. 어떤 지점에서 이 아이들의 순수는 흑사병 이전 중세의 가치관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신과 광신 같은 경우엔 본작의 악당인 이단 심문관에게서 나타난다. 특히 최종 보스인 비틸리스 비네방와 비틸리스의 광신도 부하 니콜라스 경 같은 경우, 흑사병 시절 뒤덮었던 광신적 가치관과 죽음에 대한 강박적인 공포가 장르적인 상상력을 통해 기괴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최후는 그 점에서 한 시대의 종말처럼 장엄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이런 아포칼립스 적인 상황을 그려내는 과정 도중 [플래그 테일]은 뜻밖의 영역에 도달한다. 눈치챘겠지만 [플래그 테일]의 세계는 어른이 없거나 희미한 세계다. 긍정적인 어른들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도움을 주더라도 일시적일 뿐이며 곧 죽거나 사라져버린다. 반대로 부정적이거나 미쳐버린 어른들은 활개를 치는 데다, 아이들을 노린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뭉친다. 게임 중반부 정처 없이 도주하던 아미시아 남매는 우연히 만난 멜리와 루카스를 이끌고, 폐허가 된 성으로 인도한다. 곧이어 멜리의 오빠 아서, 대장장이 아버지를 잃은 로드릭이 합류하면서 아이들만의 공동체가 탄생한다. 후반부에 가면, 이 공동체는 부정한 어른을 처단하는 특공대로 변모하기까지 한다. 아이들은 순수를 잃지만, 그 대신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물론 이 공동체는 어른들에게 혹독하게 파괴되어버리지만 그럼에도 이 공동체는 지옥 속에서 기묘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남긴다. 어떻게 보면 [플래그 테일]은 그 피비린내 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야누스 코르작의 [아이들이 심판하는 나라]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같은 아이들의 유대를 다룬 동화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동화가 실은 잔혹함과 함께했던 걸 보면 꽤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제대로만 완성했다면, [플래그 테일]은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래그 테일]은 뒷마무리에서 상당히 미진해서 장점을 깎아 먹고 있다. 많은 플레이어가 아미시아의 동생 휴고에 대해 짜증을 냈지만, 솔직히 나이대를 생각해보면 참작의 여지는 있다. 다만 아미시아와 휴고의 갈등과 화해 과정이 제시는 되는데 상세한 묘사가 부족한 점은 확실히 치명적이다. 단순히 능력의 각성이라던가 화해 이상으로, 아미시아와 휴고의 입장과 갈등, 해소를 상세한 과정을 공들여 묘사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에 중요하게 제시되던 동료로써 휴고의 역할 역시 다른 동료들 등장 때문에 희석된다는 점도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강점이 될뻔한 아이들만의 공동체 묘사도 대충 넘어가 버려 깎아 먹고 있다.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도, 빠른 진행을 위해 날려버렸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시 말해 캐릭터 활용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플래그 테일]의 후반부는 깊게 다룰 부분이 많았음에도, 후속작을 기약하며 급하게 치워버린 티가 난다. 중저예산 게임의 한계기도 하고, 아소보 스튜디오가 아직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플래그 테일]의 단점 대부분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잘 펼쳐가다가 황급하게 수습하면서 발생한다.
뒷심 부족이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플래그 테일: 이노센스]는 오랫동안 하청 업체로 일해왔던 아소보 스튜디오의 괜찮은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잠입 액션과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중세 흑사병의 지옥도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서사를 꾸릴 줄 아는 재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닌자 시어리가 만든 2017년 [헬블레이드]하고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소보 스튜디오가 자신들의 단점을 최소하고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 AAA급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꽤 괜찮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플래그 테일]은 그 점에서 2019년 주목할만한 중고 신인 제작사의 게임이다. 중세 말기의 처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잡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P.S.송고 시점에서 스크립트 엉킴으로 진행할 수 없는 꽤 치명적인 버그가 출몰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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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작품 가려가면서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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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그럴 만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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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했으면 됐죵. 필요 이상으로 더 까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얘기해서 풀어내면 될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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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스토리가 억지느낌이... 번역문제인지 도대체 모반이 뭔지 느낌이 와닿지가 않네요 글구 동생새끼 너무 암걸리게 설정한거 같은대 억지로 암걸리게 만든캐릭같아서 거부감이 드네요 다른 캐릭들도 그 지옥같은 상황에서 아서나,대장장이,멜리 등 왜 목숨걸고 주인공을 도와주는지도 모르겠고 다음작품은 좀 더 완성도있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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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 스포가 될것도 같지만 멜리랑 아서가 목숨걸고 구해주러 온건 루카스가 부자라고 해서 그렇죠 그런대 아서가 잡혀서 죽을수도 있는대 그상황에서 구라가 들통나고 심지어 후반에는 흠흠 어찌보면 동생이 아서가 그렇게된 원인일수도 있는대 제입장에선 조금 이해가 안가더군요 ㅎㅎ 대장장이가 마지막에 그렇게 마차를 미는것도 얼마나 봤다고 그러는지 살짝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느끼는바가 다른걸 보니 역시 게임은 케바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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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회차 부분이 제일 아쉬웠네요. | 19.06.29 0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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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ex
?? 리뷰를 작품 가려가면서 하나요?? | 19.06.29 09: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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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ex
충분히 그럴 만한 게임입니다 | 19.06.29 10:48 | |
(IP보기클릭)1.239.***.***
가치있는 게임 하나만 말해주세요.. | 19.06.29 16:00 | |
(IP보기클릭)175.193.***.***
자기가 꼴리면 리뷰하는거지 님은 안꼴리면 리뷰하지 마세요 | 19.06.29 18: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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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한 어그로 였네요. 죄송합니다. | 19.06.30 1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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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ex
사과했으면 됐죵. 필요 이상으로 더 까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얘기해서 풀어내면 될 일이니~ | 19.06.30 11:37 | |
(IP보기클릭)211.208.***.***
이런 쓰래기같은 댓글이 달릴 가치 없는 게임도 아닙니다. 전 굉장히 재밋게 했어요! | 19.07.05 1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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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말고 쎆쓰해! | 19.07.13 17:40 | |
(IP보기클릭)222.233.***.***
조금 스토리가 억지느낌이... 번역문제인지 도대체 모반이 뭔지 느낌이 와닿지가 않네요 글구 동생새끼 너무 암걸리게 설정한거 같은대 억지로 암걸리게 만든캐릭같아서 거부감이 드네요 다른 캐릭들도 그 지옥같은 상황에서 아서나,대장장이,멜리 등 왜 목숨걸고 주인공을 도와주는지도 모르겠고 다음작품은 좀 더 완성도있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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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멜리, 대장장이 셋 다 간접적으로 아미시아의 도움을 받았잖아요 멜리, 아서는 아미시아 남매를 이용해서 이단심문관 쫄개들한테서 도망치려 했었고 대장장이의 경우는 아미시아가 책을 찾으려고 우연히 마주한 경우긴 하지만, 아미시아가 중갑병을 죽이지 않았다면 얽히지 않았을 관계죠 게다가 이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모를 잃어 홀로서기를 해야 했고, 정서적으로 서로에게 의지하게끔 연결된 거라 할 수 있죠. 저는 그렇게 판단해서 캐릭터들이 합류하는 부분에선 크게 위화감은 못 느꼈습니다. | 19.06.29 18: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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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POP
음 너무 스포가 될것도 같지만 멜리랑 아서가 목숨걸고 구해주러 온건 루카스가 부자라고 해서 그렇죠 그런대 아서가 잡혀서 죽을수도 있는대 그상황에서 구라가 들통나고 심지어 후반에는 흠흠 어찌보면 동생이 아서가 그렇게된 원인일수도 있는대 제입장에선 조금 이해가 안가더군요 ㅎㅎ 대장장이가 마지막에 그렇게 마차를 미는것도 얼마나 봤다고 그러는지 살짝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느끼는바가 다른걸 보니 역시 게임은 케바케인것 같습니다. | 19.06.29 19: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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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화살 어그로는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려고 무리수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ㅋㅋㅋ | 19.06.29 19: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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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은 생각은 그 플레티넘 달성하셨으면 백프로 보셧을텐데 그 마차 뒤에 어떤 길이 있는데 거기가서 체인 부수고 들어가서 보면 대장장이가 극대노 합니다. 자기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대장간이 처참하게 박살나있어서요.... 그 씬을 보고 마차를 미는 미션을 진행하셨다면, 개인적으로 자기 힘으로는 복수할 길이 없으나 아미시아, 휴고 자매에게는 복수할 힘이 있으니 너희에게 모든걸 맡기고 산화하겠다! 부탁한다! 라고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위화감이 들진 않았습니다. | 19.07.05 10: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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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금방금방 지나가서 모르지만 사건 사이사이 같이 성에서 살게된지 시간이 꽤 지나지 않았었나요. 그리고 혐고는 인정하지만 그나이대 아이들보면 그런아이들 많습니다... | 19.07.07 12: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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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생각했어요. 이미 몇개월이상 같이 성에서 살아온 사이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성격도 협박을 받아도 문을 안열어주는걸보면 강직한 성격이고 충분히 이해가는 상황이었어요. | 19.07.08 2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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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투석기.. | 19.07.07 12: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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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을 보면 프랑스어가 어울리지만 주인공인 아미시아의 연기력이 영어판이 훨씬 뛰어나더군요. 특히 꿈 부분에서의 절박한 연기력은 영어판 연기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프랑스판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느꼇습니다. | 19.07.09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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