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의 광경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비록 1월의 추운 날씨였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들까지 모모 굿즈들을 들고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모모-모모-모모!
그때 약간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나도 모모 굿즈 들고 외칠 걸 그랬나 싶다. 뭔가 끼어들고 싶은 충동이었다고 해야 할까.
기분 탓인지 몰라도 어른들은 여드름에 비만 체형의 남자분들밖에 안 보인 거 같았지만.
"참으로 활기차네요. 도련님. 아침 일찍부터 저렇게들 열심이라니."
"콘스탄챠 언니, 저건 활기찬 게 아니라 그냥 이상한 거에 집착하는 거예요. 도련님이 물들까봐 걱정이네요."
"난 저렇게 안 될 테니 절대로 걱정하지 마 바닐라."
"제발 그랬으면 하군요."
바닐라의 핀잔을 들으면서 콘스탄챠는 절대 자신들 곁에 떨어지지 말라고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주인님 절대로 제 손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주인님과 마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련님을 최우선으로 지키라 하셨습니다."
"엄마하고 아빠는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오늘 회사에 회의가 있어서 못 오신답니다."
바닐라의 대답에 나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부모님은 늘 이러시니까. 바쁘다는 이유로 나하고 같이 있어 준 시간 심지어 식사 시간조차 가져 본지도 한참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까먹었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겠지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꺄르르 웃고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로 보이시는 분이 자기 딸을 어깨 위에 태워주시고.
바닐라하고 콘스탄챠가 그래도 곁에 있어 주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밥 먹을 때고 같이 먹고, 어디 놀러 갈 때도 같이 놀러 가고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정도의 사이의 친구가 곁에 있는 것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심지어 사이가 갈라졌어도 다시 찾아와 곁에 있어 줄 누군가를.
어쩌면 내가 모모에게 빠져든 커다란 이유일지도 모른다. 모모는 늘 항상 곁에 있어 주고 비록 TV 스크린 속이었지만 늘 용기 있는 말을 해주니까. 마법으로 깃들어진 말을.
"모두들-마법의 시간이 돌아왔어요-"
우오오오오오오-!
모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주변을 진동시킬 정도의 환호성이 들려왔고 곧이어 모모! 모모! 매지컬! 모모! 라는 소리가 리듬에 맞춰서 들려왔다.
"안 보여."
보려고 했지만, 앞에 있는 사람 덕분에 모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비켜달라고 외쳐도 그 사람은 듣는 체도 안 했고. 살도 찐 어른이 왜 이리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건지 지금도 의문이었다.
"콘스탄챠 미안."
"주인님 갑자기 왜…."
나는 콘스탄챠의 손을 후려친 뒤 그대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콘스탄챠의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었다.
모모가 지금 나와 있다. 모모를 보려면 지금이 아니면 없다. 못 보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
간신히 헤집고 나와 앞으로 나와보니...
"있다."
정말로 있었다. TV 속으로만 봤던 그녀가. 내한 방문으로 현지화를 위해서인지 검은색 계통을 한복을 입은 그녀의 손에는 분홍색의 지우산이 들려져 있었다. 등 뒤에 달려진 분홍색 날개는 그녀의 귀여움을 더욱더 돋보이고 만들어주었고 그녀가 치맛자락을 약간 들어 올리자 그 안에는 날개의 색과 비슷한 하얀 꽃이 그려진 분홍색 한복 치마가 보였다. 검은색 스타킹을 입은 체.
"착한 어린이 여러분! 모두 모모를 기다렸나요?"
"네에에에에에!"
"추운 날에 기다리게 해서 미안! 그런 의미로!"
모모는 지우산을 접은 뒤 분홍색 날개가 펄럭이더니 주변이 하트 문양이 생김과 동시에 하늘로 올라갔다.
"마법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그 뒤 종이우산에서 마법 요술봉에서 화려한 마법이 그녀의 주변을 감싸면서 사람들의 환호는 더욱더 요란해지었다.
화려하다. 너무나도 화려했다.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모두에게서 들려오는 찬양과 환호로 인해 태양보다 빛나고 있었고.
그것은 나 따위가 다가갈 수 없는 반짝임이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손에 닿기도 전에 눈이 멀어질 정도로.
"하긴..."
모모는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모두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법 소녀였지 나 혼자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그녀의 행복이다.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을.
라고 생각할 때쯤이었다.
탕-!
총성이 울려졌다. 울림과 동시에...
"어-어-!?"
분홍색 날개에 연기가 나더니 날고 있던 모모가 그대로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날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다시 제대로 날기 위해 안간힘을 쓰려고 했지만 이내 미약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그대로 땅 아래로 떨어졌다.
꺾어진 날개로 인해 추락하는 천사처럼.
퍽-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땅에 부딪히면서 축 늘어진 모모가 눈에 보였었다.
시간이 흘러도 미동이 없길래 처음에는 죽은 건가, 라고 생각했을 때쯤...
"마법의… 힘이..."
미약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주변의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울 정도의 광경이 눈에 보였었고.
"어린이 여러분…다치지 않았죠?"
바닥에 부딪히면서 이마의 피부는 크게 긁혀져 피가 나오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왼쪽 얼굴 쪽에는 무언가에 긁혔는지 1자로 흉측한 흉터가 그어져 있었다.
모모의 얼굴은 단어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했다. 피 칠갑의 얼굴.
아까까지만 해도 환호로 가득 찬 주변은 침묵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그 어떤 누구도 그렇게나 모모를 열광했던 수많은 팬들은 모모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고.
한참 동안 보고만 있던 나는 모모에게 다가갔다. 피로 물든 모모의 얼굴은 내가 다가오자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서 그대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뭐하시는..."
"제가 닦아드릴게요."
나는 정성스레 피를 닦아주었다. 잠바가 상처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레 닦아주면서 호오 하고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었고.
"이젠 안 아프시죠?"
"고…고마워요…착한 어린이..."
"도련님!"
뒤에서 콘스탄챠와 바닐라가 나타났다. 한참 동안 찾았다는 듯 숨을 거칠게 내뱉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여기 계셨군요!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이러다가 봉변이라도 당하시면 어쩌려고 그랬습니까!"
"콘스탄챠, 바닐라, 비상약 준비해줘. 빨리."
원래는 두 메이드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지금은 이게 먼저였다. 모모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붕대 및 연고 있는 거 다 꺼내주고."
정신없어서 못 알아보았지만, 모모가 입던 화려한 검은색 한복도 찢어질 대로 찢어졌다.
얼굴에서 흐르는 피가 턱에서 한방울씩 떨어져 저고리를 젖히고 있었고.
---------------------------------------------------------------------------------------------------------------
벌써부터 매운 전개가 나오네요 허헛...
쓰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72.136.***.***
테러리스트로 생각중입니다. 저때만 해도 바이오 로이드들에 대한 테러가 극심 했던 때였는데요. (아니면 모모에 대한 질투로 인해 총을 쐇다던가?) 한편으로는 테러리스트 그런거 없고 그냥 장비가 고장나서 사고가 일어났다 라는 전개로도 갈걸 그랬나 싶네요. 뭔가 총성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으 너무 얌전해 보임. | 23.02.01 20:19 | |
(IP보기클릭)22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