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영도"의 단편소설 '키메라'를 거의 그대로 패러디했음을 말해둡니다(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15773&novel_post_id=6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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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오빠, 저쪽 선반에 보면 세레스티아 언니 모유를 담은 병이 있을 거야. 그거 좀 갖다줘"
".....닥터, 물론 고명한 천재인 네가 다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물어봐야겠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에 그게 꼭 필요한거야?"
"물론이지! 꼭 필요한 거야. 이건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라고."
닥터는 이런 당연한 사실도 모르냐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그 눈빛은 내게 모종의 결론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악담을 중얼거리며 그 모유병을 가져왔다. 불만 가득한 내 동작에서 의심의 기미를 읽었는지 닥터는 터무니없이 과장되게 진지한 손짓으로 그걸 실린더가 달린 바이오로이드 제조장치에 투입했고 나는 그 모습에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원래대로라면 실린더의 영양액 속에 모유가 퍼져나가는 게 보여야 정상이겠지만, 이미 실린더에 먼저 들어간 온갖 재료들 때문에 그 안은 완전히 혼란, 파괴, 망각의 도가니였다. 그 먼저 들어간 재료들이 뭔지는 부디 묻지 말아주길. 웬만큼 비위가 강한 바이오로이드라도 안색이 창백해질 것들이다. 고철이 된 멸망 전의 톱니 달린 그라인더(폅헤드용), 말라 죽은 세띠의 화분, 아쿠아가 버리고 간 독성 물뿌리개, 이그니스의 땀(이게 왜 여깄지?), 카엔의 칼자루, 에키드나의 금속 뱀이 떨어뜨린 조각, 레아의 팬티(근데 그애가 팬티를 입던가?), 세크메트의 그 옷 같지도 않은, 가슴 사이로 늘어친 그 한 가닥의 천조각.......재료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나는 두 번 정도 어질어질했고, 왜 닥터의 연구실에 와서 이딴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를 저주했다. 닥터는 혼자서 실험할걸 어쩌고 하며 투덜거렸지만, 재료들 중에선 그녀가 도저히 집어넣을 수 없는 것 - 글라시아스의 냉각장치 같은 것 - 도 있었기에 내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난 여기쯤에서 이미 눈치챘다. 그녀가 투덜거리는 건 연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거 연말맞이 실험실 대청소 하는 거구만'
그리고 거기에 날 끌어들인 거고.
완벽한 바이오로이드 제조 어쩌고 - 확실히 오르카의 전력 확충에 늘 노심초사하는 내가 혹할 만한 주제긴 했다 - 는 연구실의 연말 대청소에 사령관을 끌어들이기 위해 오르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생각해 낸, 그리고 실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생각해 낼 만한 구실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명령에 따라 머큐리가 가져왔다 버린 말린 코브라 표본을 제조장치에 억지로 우겨넣은 다음 - 이 또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생각해 낼 만한 쓰레기 처치법이다. 저기에 그게 다 들어간다는 게 신기하다 - 나는 더 참을 수 없는 표정이 되어 오르카의 최고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또 뭐 더 치울 것 없나 찾던 닥터는 내 그런 시선에 움찔하더니 다시 자신의 연구노트를 참조하는 척했다.
"에, 음, 그러니까 다음에 들어갈 재료는...."
왜 오르카의 위대한 과학자 닥터가 AGS나 무인 로봇 같은 걸 시키지 않고 이렇게 사령관인 나를 괴롭히고 있냐고? 글쎄,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이곳은 닥터의 연구실, 그러니까 오르카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소다. 그래도 플라스크 한 번 엎질러서 오르카가 침몰해버리고 저항군이 궤멸해 버린다면 인류 - 특: 세상에 한명뿐임 - 에게 안타까운 노릇이지 않을까. AGS들은 성실하지만 단순해서 닥터의 주문을 잘못 이해했다가 실수할 수도 있었고, 그건 나보다 과학 지식이 부족한 다른 바이오로이드 - 나도 전문 과학자는 아니지만, 사령관 노릇 하면서 이런 저런 걸 보게 되고 닥터의 브리핑도 들어오다 보니 어렴풋이는 안다 - 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더 지식이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나보다 힘이 부족하고. 그리고 어쨌든 바이오로이드 관리는 내 소관이다. 인사권은 내게 있다는 거다. 물론 사실상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는 건 알지만, 신규 바이오로이드가 관련되었다는데 내가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게, 내가, 내 사령관으로서의 본업에 바쁜 와중에도 닥터의 이 가증스럽고 가소롭고 가식적인 연기까지 감수해 주는 이유였다.
"으음,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깨끗한 바닥과 유리창이 꼭 필요해, 오빠. 빗자루, 쓰레받기, 그리고 걸레를 준비해줘"
.....어쩌면 감수하기 어려울지도.
"아, 그래, 그건, 물론, 반드시, 결단코, 확실히, 의심의 여지 없이, 완벽한 바이오로이드의 제조에 꼭,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맞지?"
"물론이지. 근데 왜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아? 그 버릇 치아에 안 좋아"
나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래, 음음, 완벽한 바이오로이드. 중요하지. 오르카에 꼭 필요하지, 암. 그러기 위해서 머큐리의 말린 코브라 표본에 세띠의 화분에 셀레스티아 모유에 레아의 팬티도 필요한데 깨끗한 바닥과 유리창쯤이야. 나는 군말 없이 청소도구들을 찾아들었다. 물론, 내 이성의 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쪽은 이 장대한 연극의 끝이, 그렇게 깨끗하게 청소가 끝난 연구실 안에서 닥터가 역시 뛰어난 바이오로이드의 제조는 어려운 일임을 길게 탄식하는 쇼일 것임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장치는 그저 처리하기 좋게 작게 압축된 쓰레기들을 토해낼 뿐이고 말이다. 근데 저걸 쓰레기 처리에 써도 되나???
어쨌든 그리 확신하고 있었기에, 내가 청소를 마치고 대걸레를 정리해놓자마자 실린더에서 웬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을 때 내가 느낀 경악은 필설로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잡탕과 대혼돈의 폐기물 도가니였던 실린더에서 모습을 드러낸 ' 그것' - '그녀'라고 부를 수가 없는 몰골이었다 - 은 충격과 경악 속에 서로 끌어안은 우리 둘을 발견하고는 장엄하게 선언했다.
"나는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다!"
"서, 서서, 성공해 버렸다고???"
경악에 찬 닥터의 외침은 조금 전의 나의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가 아니었다. 그녀와 나는 깨끗해진 바닥에 주저앉아 서로를 얼싸안고 혼란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것은 천천히 바이오로이드 제조장치에서 빠져나와 우리 앞에 섰다. 어...철퍽거리고 질질 흐르고 꿈틀거리고 심지어 줄줄 흘러내리기까지 했지만, 아무튼 그것은 제조장치에서 제발로 걸어나와 우리 앞에 섰다. 그리고선 팔 - 아마 그럴 것이다. 이상한 위치에 달려 있는 이상한 모양의 부속지긴 했지만 - 을 우리에게 뻗었다.
"그대가 나를 만들었는가?"
"그...그래. 나는 닥터야. 내가...아, 아니 우리가 너를 만들었어. 인류 부활을 위해 싸우는 오르카의 닥터와 사령관이 같이 만들었어"
닥터가 괴팍하고 까다로운 아이긴 해도, 연구할 때만큼은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따진다. 그게 아니면 이미 이 괴생물체를 실패작으로 판단하고 있거나. 후자가 맞다면 아마 모든 사태가 끝난 뒤 그녀는 나 때문에 완벽한 바이오로이드 제조에 실패한 거라고 우길 것이다.
과연 이걸 '바이오로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이 미증유의 우발적 미확인 탄생체가 학자로서의 닥터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땋은 머리를 밧줄마냥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게 꿈이 아닌가 확인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그녀가 가진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상황이니까. 허나 어쩌겠는가! 나는 천재인 그녀를 도울 방법이 없다.
"오빠, 혹시 재료 투입 순서 기억해?"
오,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악의 넘치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당연히 네 연구노트에 이미 적혀 있는 거 아니었어?"
"으..응? 아, 무, 물론 그렇지! 오..오빠에게 따로 제조식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물어본 거야. 오빠가 이미 다 기억하고 있다면 내가 따로 가르쳐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그치? 어...어때?"
나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닥터의 기대를 즐겁게 깨부쉈다.
"따로 가르쳐줘야겠는데"
그러자 닥터는 벌컥 화를 냈다.
"오빠 이 얼간이! 오빠가 집어넣었잖아! 그런데 왜 기억을 못해! 나중에 내가 없을 때 바이오로이드 제조를 하려면 어떡하려고! 좀 기억좀 해 봐 좀!"
난 대단히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임으로써 닥터의 호기심을 간단히 좌절시켜버렸다. 이제 연구자로서의 닥터는 자신이 만들어 낸 바이오로이드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모른다는, 연구자로서는 실격인 상황에 격분해야 할 터였다. 자기 할 일 하느라 바빠 죽겠는 사령관을 가소롭기 짝이 없는 구실을 들어 대청소에 동원한 벌이라면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저 자칭 '바이오로이드', 흉측하긴 하지만 고마운걸. 그 때, 그것이 다시 우렁차게 외쳤다.
"제조자들이여!"
"음? 왜 그래..어...음......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나는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다."
잠시 기다리던 우리는 그 키메라가 더 이상 말하지 않을 작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맥이 풀리고 말았다. 닥터는 짜증스러워하며 말했다.
"지능이 높은 것 같진 않네"
"그러게"
"정말이야. 오르카에 바보는 이미 넘쳐나는데. 토모 언니, 드라코 언니, 워울프 언니, 브라우니 언니, 그리고 오빠..."
"닥터!"
작게 복수를 마친 닥터는 히죽 웃더니 팔짱을 끼며 그 '바이오로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칭 완벽한 '바이오로이드'씨. 언니는 무엇을 할 수 있지?"
"나는 원할 수 있다"
뭐, 그래. 닥터는 학자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대답이 보통 사람들에게 야기할 만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와! 들었어 오빠? 욕망할 수 있대!"
"그게 대단한 거야?"
"그럼! 욕망이란 세계 인식과 자기 인식이 모두 갖춰졌을 때, 또 한 거기에 미래라는 개념이 덧붙여졌을 때만 가능한 고등한 정신 활동이라구!"
"....."
뭔 말인진 모르지만 최소한 저 굴러다니는 잡동사니 뭉치 같은 괴생명체의 지능이 아메바 수준은 아니라고 알아듣기로 했다. 닥터는 지 혼자 신나서 떠들었지만.
"이거 장난이 아닌데? 좋았어. 그럼 지금 무얼 원하는데?"
"나는 원한다. 완벽한 섹1스를."
'바이오로이드'가 장엄하게 - 적어도 자신은 그걸 의도한 것 같았다 - 자신의 세 번째 팔에 달린 두 번째 손을 높이 들어올리며 말하자 우린 약간 당황했다. 뭘 원한다고?
"뭐...뭘 원해?"
"완벽한 섹1스를 원한다고 했다."
"어...섹1스? 교미 말하는 거지?"
"그러하다. 다르게 표현해야 이해하겠는가? 성관계, 성교, 이성개체간성기교접행위...."
"아니, 아니, 됐어. 제길, 나도 아직 못해본 걸...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아직 어린아이 몸인 닥터에게는 너무 자극적인 단어가 아닐까. 혹은 내가 상대해주지 않는 그녀에 대한 본의 아닌 티배깅이거나. 아무튼 보통 우리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튀어나올 만한 상식적인 대답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 말의 저의(底意)를 생각해보기 위해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아야 했다. 그런데 날 본다고 답이 튀어나오는 건 아닐 텐데.
"으음, 왜 그걸 원하는 거지? 종족 번식의 욕구? 아니면 고독? 자칭 '완벽'의 증식?"
"번식을 원한다면 굳이 섹1스할 필요 없잖아. 유전자 씨앗 채취해서 복제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굳이 다른 존재의 유전자를 섞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 자신과 동일한 존재가 복제될 테니 말이다. 번식욕의 근원이 유전자의 자기보존과 증식 욕구라는 생물학의 명제를 생각해 볼 때, 굳이 그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었다. 이 시대에는 말이다.
"그보다 오빠..."
"응?"
"저게 만약 자기 말대로 진짜 '바이오로이드'고, 그....이성과의 성관계를 원한다면....."
"으응?"
"상대해 줄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란 거 알지?"
닥터의 그 말뜻을 꺠달은 나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렇다. 지금 이 오르카에 남자라고는 나 단 하나뿐이고, 바이오로이드는 전원 여성체다. 만약, 저 기괴한 생물체 - 생물체가 맞긴 한 건가 저거? 머리에 눈 대신 레아의 팬티가 달려 있는 게 과연 내가 아는 생물체의 정의에 맞는 걸까? - 가 정말 일단 '바이오로이드'고, 성관계를 원한다면....저거랑 '그거'를 해야 하는 상대방은 온 세상 통틀어 바로 나뿐이란 이야기가 된다. 나와 닥터는 불현듯 불길하게 그 '바이오로이드'의 사타구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리들이 바라본 방향은 서로 달랐다. 그 '바이오로이드'는 다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여러 개인데다가 좌우 대칭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것이 한 걸음 움직였을 때 우리는 다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다리가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마음속으로 네번째 팔이라고 이름붙여 두었던 것이 다리처럼 사용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꼬리처럼 보이는 부분까지 이동에 이용되는 것은 정말 골치 아픈 노릇이었다. 닥터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래도, 그 '바이오로이드'가 움직이는 동작을 관찰한 나와 닥터는 그 '바이오로이드'의 '사타구니'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간신히 무언의 합의를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닥터야. 너 그래도 알 거 다 아는 여동생이니까 감히 말한다만"
"......"
"설마 내가 정말 저기에 넣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만약 거기가 정말로 그 '바이오로이드'의 사타구니가 맞다면 – 확신은 안 간다만 - , 원래대로라면 여성의 외음부가 자리하고 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조금 전 내가 투입했던 펍헤드용 톱니날 그라인더가 마치 피라니아가 이빨을 딱딱 부딪히는 것 마냥 으르렁거리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거에 넣으면 나 진짜 죽어"
"오르카의 인류재건계획도 끝장나겠네, 응.."
서로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얘기하는 바람에, 그제야 우리는 그것이 꽤 위협적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깨달았다. 위협적이라? 그렇다. 그렇게 느껴졌다. 가까이서 이제 보니 그것은 키가 2미터가 훨씬 넘었고, 덩치 자체도 라비아타나 프리가보다 훨씬 더 커 보였으니까. 나도 오리진더스트를 주입받아 한 근력 한다지만 이건....내게도 좀 버거워 보였다.
"제조자들이여!"
"어, 어, 재촉하지 마, 언니...음, 일단 알아들었으니까. 그...성...교를 하고 싶다고?"
"그렇다"
"왜 그걸 하고 싶은데?"
그 질문에 '바이오로이드'는 짐짓 위엄차게 말했다.
"나는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다. 이런 완벽한 존재는 마땅히 그 자격에 맞는 특권이자 사명을 누려야 할진저, 바로 완벽한 성교를 통해 이 완벽성에 걸맞는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장황하기 그지없는 설명이었지만 대충 알아들었으므로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쾌락이군"
닥터는 재차 물었다.
"왜 그러고 싶은 건데?"
"나는 완벽하니까.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는 그에 걸맞는 완벽한 성교를 행함이 마땅하고 완벽한 성교를 통해 완벽한 행복에 도달할 것이며 그 상대 또한 그 완벽함에 오롯이 종속되어 그 영광스러운 행복에 영원토록 동참할 것이다."
닥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 이 언니..아니 이거 지금 오빠를 독점하겠다는 거야? 머큐리네 말린 코브라 표본이랑 세띠 언니 식물이랑 글라시아스 언니 냉각기랑 카엔 언니가 버린 칼자루에 레아 언니 팬티랑 에키드나 언니의 애완뱀 쪼가리 이그니스 언니 땀 따위가 뒤섞인 언니가 자기만 오빠랑 섹1스할 수 있다고?"
우리는 잠시 그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다음 순간 우리는 그 폭발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아니, 저 '바이오로이드'가 위협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상상한 상황 자체가 너무 웃겨서. 리제나 리리스, 메이나 이터니티 등이 이 말을 들으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사타구니 사이의 그 칼날의 예리함만 상상에서 제외한다면 내가 저거에게 박고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며 붙어먹는 상황 자체가 상상만 해도 너무 웃긴 광경이었다. 나는 허리를 꺽은 채 웃어댔고 닥터는 아예 눈물을 줄줄 흘리며 벽에 기대섰다. 그녀는 그렇게 - 조금 전 내가 깨끗하게 닦아놓은 - 벽에 기댄 채 헐떡이며 말했다.
"아, 그런데 말이야. 자칭 완벽한 '바이오로이드' 언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오르카의 사령관 오빠의 의견도 나랑 같은 듯한데, 언니와의 성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슬랩스틱 코미디 내지는 코미디 슬래셔 무비 이상은 아닐 것 같아."
"섹1스를 하자!"
"하 진짜 고집스럽네. 야, 마지막 인간님이 점잖게 말하면 좀 들어. 난 너랑 안 해. 그러고 싶지도 않고!"
물론 실제로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저기'다 내 거시기를 넣으면 잘게 다져지고 조각난 피투성이 고깃덩이가 잘려나올 테니까. 나의 선언이 끝나자 자칭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는 입을 다물었다(물론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다. 나는 대충 레아 팬티의 갈라진 사타구니 부위를 입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머리 위에 붙은 세띠 화분이 좌우로 덜그럭거리는 것을 보니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약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은 천천히 턱 밑의 카엔 칼자루를 흔들었다.
"나와 섹1스해주지 않으면 그대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
"얼씨구? 협박을 해?"
"대단해! 자의로 인간에게 협박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상당히 고등한 모듈을 갖고 있다구.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든 건 그게 뭐건 간에..어, 바이오로이드인진 아직도 모르겠지만...하여튼 꽤 강력한 거란 건데!"
"그래! 그런데 그러면 저게 어떻게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지?"
‘완벽한 바이오로이드’는 그걸 금방 가르쳐주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재잘대는 우리들에게 뜨거운 플라즈마 화염을 내뿜었으니까.
"엄마야!"
"오빠는 엄마 없잖아!"
"지금 그게 말이냐!"
우리는 기겁하며 좌우로 갈라졌고 '바이오로이드'가 토해 낸 불줄기는 우리 둘 사이를 가로질러 뒤쪽의 탁자에 작열했다. 화르르르! 열기를 이기지 못한 시험관들과 증류기들이 박살나며 튀어올랐고 놀랍게도 내화성 방열판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소화기! 소화기!!!"
닥터의 비명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문간의 소화가를 붙잡아, 정신없이 타오르는 불에 뿌려댔다. 가까스로 불기가 가라앉자 소중한 하얀 연구복이 시커멓게 탄 닥터는 격분한 표정으로 그놈을 돌아보았다. 온갖 화학물질이 가득한 이곳은 불장난을 치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다. 그러니 마땅히 혼나봐야 당연....
"이게 감히... "
그러나 닥터는 할말을 잊었고, 딴 건 몰라도 실험자재는 끔직이 아끼는 닥터가 입을 다문 것에 당황해 돌아본 나 역시 그렇게 되었다.
'바이오로이드'의 상체, 결코 정확한 명칭이랄 수는 없지만 그 상체에서 뽀끄루의 심복 이그니스의 용, 악마 사디어스의 날개, 타이런트의 큼직한 발톱 조각, 기타등등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아크로바틱 써니가 밝고 사교적이래도 이 괴물과 악수할 맘을 먹을 것 같진 않다. 눈에 익은 것들도 많았다. 꾸불텅꾸불텅, '바이오로이드'의 엉덩이 부근에서 축 늘어져 있던 코브라 박제는 갑자기 눈을 뜨고 살아나서 독액을 흩뿌리며 쉿쉿거리기 시작했고, 빠지지직! 에키드나의 것과 아주 비슷한 전격이 녀석의 눈가에서 튀어올랐다. 녀석의 등 뒤로 글라시아스의 냉각기에서 뿜어나온 게 틀림없는 한기가 솟아올랐고, 턱 부근에서 카엔과 이그니스의 것을 합친 것과 유사한 불길이, 레아의 천둥과 뒤섞여 쏟아졌다. 얼씨구절씨구. 화염, 냉기, 독성, 전기 속성이 다 함께 창궐하는 그 모습은 그 '바이오로이드'를 무슨 신의 우상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실로 이제 녀석은 춤이라도 한 번 추면 자연재해가 될 판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우리는 우리가 뭘 만들었는지 꺠달았다.
"그러니까...."
닥터가 턱을 덜덜 떨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레아 언니랑 에키드나 언니의 전기를 쓰고, 이그니스와 카엔 언니의 불길을 다루는데다, 글라시아스 언니의 냉기를 뿌리고, 세크메트 언니의 부패기운을 뿜어내는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것은 섹1스를 원한다.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그 '바이오로이드'는 허벅지 – 아마도 허벅지겠지? - 에 달린 키르케의 깨진 수정구를 음낭마냥 힘차게 덜렁거리며 외쳤다.
"제조자들이여! 섹1스를 하자!"
연말 대청소가 인류를 멸망시킬 만큼 위험하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계속: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3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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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의 팬티 말인데요, 제가 알기로는 걔 팬티 안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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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 내가 연말에 원조 네크로맨서 작가 작품의 패러디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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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 내가 연말에 원조 네크로맨서 작가 작품의 패러디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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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말 대청소 하다가 이런 게 생각나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ㅎㅎㅎ | 22.12.21 1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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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와 사령관이 이해하기로는 교미의 목적이 쾌락이니까 이 경우는 설립하지 않을지도...? | 22.12.21 13: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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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생각없이 웃으시라고 쓴 개그글입니다. 혼파망인건....원래 패러디의 원본이 된 이 소설이 처음부터 조금 이래요....ㅎㅎㅎㅎ | 22.12.21 13: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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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단편선 참 재밌죠 ㅋㅋㅋㅋㅋㅋㅋ | 22.12.21 15: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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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만든거냐 닥터닥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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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소설도 그렇고 진짜 정체모를 것이죠 ㅎㅎ | 22.12.21 2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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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르죠 ㅋㅋㅋㅋㅋ 저렁 욕망을 왜 가지게 되었을지 ㅋㅋㅋㅋㅋㅋ | 22.12.21 23: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