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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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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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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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0):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5532
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1):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7255
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2):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7393
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3):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7519
전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7524
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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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때로는, 정말 사소한 모래알 하나에도 어이없을 정도로 쉽사리 부서지곤 한다.
“어?”
사람의 짧은 반문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그렇게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커피를 입에 달고 눈이 눈이 퀭한 채 - 잠만 자면 악몽을 꾼다나 - 통계프로그램을 두드리던 헬렌스비의 입에서 짧은 탄식 같은 의문사가 터져나왔다. 살짝 졸면서 책을 보던 소장 - 그도 요즘 계속 잠이 늘어 걱정이었다 - 이 그녀가 보인 돌출행동에 돌아보았다.
“왜 그래?”
“메일이....왔습니다.”
“?”
일반적인 직장이라면 메일이 왔다는 게 그렇게 큰 뉴스는 아니다. 그러나 여긴 철충들의 눈으로부터 철처히 숨어 있어야 하는 비밀 연구소였고, 지금은 블랙리버의 통신위성과 접속하는 시간대가 아니다. 소장의 졸리던 눈가가 살짝 떨렸다. 잠이 확 깬다.
“무슨...소린가?”
“일반 회선으로 메일이 왔습니다. 저희 연구소 IP는 극비일텐데...”
소장이 벌떡 일어났다. 발러는 연구소에서 지낸 동안 그가 그렇게나 당황한 것을 처음 보았다. 그만이 아니라 사무실의 모든 연구원들이 황급히 컴퓨터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뭐야? 누가 보낸 거야? 미쳤어?”
“잠깐만요...보낸 사람이....아우디네요.”
잠깐 어이없다는 침묵이 방 안에 감돌았다.
“.....아우디?”
“네. 그, 몇 주 전에 본부로 전출간”
“......열어보게”
한동안 침묵하던 소장의 명령에 헬렌스비는 황망하게 메일을 클릭했다. 화면에 약간 두서없이 쓴 듯한 글이 펼쳐졌다.
미식가 여러분! 야호! 다들 잘 지내고 있지? 아우디야!
안녕하게들 지내고 있어? 다들 건강하고? 난 아마도 잘 지내고 있어!
해가 뜨고 일어나면 아직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 좀 청승맞나? 헤헤.
다들 너무 보고 싶다! 아직도 가끔씩 거기 연구소의 풍경이 떠올라.
들고양이들이 연구소 뒤편 짬통에 모여드는 건 해결했어? 그거 조만간 문제 터질걸 아, 아무튼 내 이야기를 하자면...
피곤해 죽을 거 같애. 거기 있을 때도 일은 많았지만 여긴 더 힘들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같아, 그 부사장 인간님 말야. 내가 실수투성이인 건 인정하지만, 그러면 왜 자꾸 곁에 놓고 괴롭히는지, 으이구.
야박하기 그지없는 양반이라니깐? 지금도 딴소리 하지 말고, 여기 사정도 알려주지 말고 딱 안부만 전하래서 이렇게 쓰는 거야. 흥.
해코지 한 번 당해봐야 정신차릴 거 같아.
위에 계신 높으신 분들은 무슨 생각이지? 아무튼 그 사람 내일 부로 어디로 전출 간대. 락 하버라는 데였던가? 그러니 이젠 내일부터 볼 일도 없지만...
험한 일 한 번 당했으면 좋겠어, 그 인간님. 바이오로이드인 내가 이 말 하는 것도 웃지지만.
해를 직접 입은 적은 아직 없지만...그 부사장 언젠가 꼭 사고 낼 거야, 틀림없어. 어쩌면 지금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지.
다들...그동안 내가 많이 실수했지. 미안해. 실수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리고 폐 끼치고 싶지 않은데.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모두들, 무사하길 바래. 잘 지내길 바래.
- 아우디가.
“...아, 이 실수투성이 바보가!”
소장이 있지도 않은 자신의 머리털을 감싸쥐었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심정도 비슷했다. 두서없이 횡설수설에 가까운 이 뜻모를 메일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일반적인 철충도 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일반 회선으로 메일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아우디가 실수투성이인 건 이미 연구소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까지 그녀의 실수는 전부 연구소 안에서만 벌어졌으니까. 그랬기에 연구소 사람들은 그녀의 실수들을 웃어넘길 수 있었고 또 그녀의 실수를 놀리면서 가족처럼 대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실수투성이라도 발랄한 요리담당이 있는 게 훨씬 즐거웠으니까. 이 전쟁통의 세상에.
하지만 이번엔 정말 심각한 보안문제였다. 아무리 실수투성이 아우디라고 해도 설마 이걸 정말 저질렀을까, 할 정도의, 그리고 용납되기 어려운.
보안 규정을 거치지 않고 공개된 프로토콜로 통신을 보내는 것. 사소한 실수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시다. 전쟁 중에는 작은 담뱃불을 피우는 것 같은 가장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파멸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자그마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적에게 빌미를 주고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철충들이 점점 북미 대륙을 잠식해 가면서, 그리고 인간들의 영역이 좁아져 가면서 점점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는데....소장은 입술을 다시며 조용히 희망사항을 전했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군”
...
연구소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공격은 그 즉시, 정확히는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되었다. 철충들은 마치 처음부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연구소를 침입해 왔다. 정말로 누가 일부러 노린 듯한 타이밍이라 연구소 사람들은 얄궂은 기분마저 느껴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상황이 더럽게 들어맞을 수가 있지?
“최외곽 펜스가 돌파당했습니다!”
다급하게 보고하는 응우옌의 외침에 소장은 이를 앙다물었다. 이미 침입을 허용한 이상 철충들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리라는 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연구소에 있는 인원들은 전부 비전투 인원들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자동화 방어 시설은, 철충에게 감염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극히 수준 낮은 것들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그렇기에 연구소의 인원들은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근무해왔던 셈이고, 또 그랬기에 애초에 철충들에게 들키지 않게 위해 은폐와 보안에 최선을 다했는데....다 허사가 되었다.
“2차 관문 돌파! 사방에 놈들입니다! 포위당했습니다!”
“이미 여기 위치를 다 알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땅바닥을 바라보며 소장이 침통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연구소 사람들의 얼굴에 공포와 절망이 드리웠다. 철충은 인간을 추적한다. 그리고 죽인다. 집요하게, 집착적일 정도로. 그러니, 여기 있는 모두는 오늘 죽을 것이다. 도망칠 수조차 없이. 그렇기에 소장은 씹어 뱉듯이 명령하면서도 오늘의 결말이 어찌 될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젠장. 이 지경까지 안 왔으면 했는데. 비상 총기함을 열게. 다들 소총을 들어. 소총을 받으면 복도에 바리케이드를 쌓게”
모두가 이게 부질없는 발악이란 건 알았다.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연구원이지, 전투원이 아니다. 하지만 달리 다른 수도 없었기에 그들은 절망적으로 소장의 말에 따랐다. 철충들은 인간의 항복을 받지 않는다. 놈들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기나 하는지도 의문이다. 놈들은 인간을 살려두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소장은 쓰게 웃었다. 적어도, 그들은 오늘 여기서 지위고하 막론하고 모두 공평하게 죽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들끼리의 전쟁보다 차라리 더 공정할지도 모르겠다. 비열한 자도 야비한 자도 모두 용감한 자와 똑같이 죽을 테니까.
절망 속에서의 마지막 발악을 위해 연구소가 바빠졌다. 침통함 속에서도 다들 바삐 서둘러 움직였다. 그 소란 속에서, 가까스로 통제실까지 달려온 발러는 이를 앙다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콸콸 솟는 분노와 울화로 가득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아우디에 대한.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세상에는 작디 작은 실수가 커다란 대재앙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전시(戰時)에는 더더욱. 하지만 아우디, 이건 너무하잖습니까. 아무리 당신이 실수투성이라곤 해도,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가 어디 있습니까. 가면 연락한다곤 했지만, 그리고 저도 그러라곤 했지만, 이러는 게 어딨습니까. 왜, 대체 어째서, 하필 이런 식으로....생각지도 못한 상대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보통 그 기분에는 몹시, 몹시 격렬한 분노가 따라붙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원망과 절망 속에서 그녀는 황급히 그녀의 남편을 찾았다.
“여보!”
“발러!”
소총을 든 상섭이 발러의 손을 붙잡았다. 그 따뜻한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불현듯, 어쩌면 다시는 그 손을 붙잡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불길한 생각이 발러의 뇌리를 스쳤다. 제발 기우이길 바랬다.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다고!”
“그...주방에 요리하러...”
이제는 아우디가 없는 주방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려고 연습하러 내려갔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서라도, 아니 그리고 지금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남편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손을 휘저었다. 그 바람에 발러는 그의 손을 놓쳤다.
“여긴 위험하니까!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피해!”
“싫어요!”
“내 말 들어!”
“싫다고요!”
상섭은 당황했다. 아내로서든, 바이오로이드로서든 그녀가 이렇게 대드는 건 처음이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안전한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지만, 상섭은 지금 소총을 들고 소장과 같이 바리케이드를 쌓으러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건, 사실상 죽으러 간다는 것과 동의어였기에 그녀는 도저히 그를 가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남편이 사지(死地)로 떠나는데 가만히 두고 볼 아내가 어디 있는가. 아무리 ‘인간’의 명령이래도 그건 따를 수 없었다.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도 전투용 바이로이드다. 싸울 수 있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그녀가 가슴을 두드리며 쥐어짜듯 외쳤다.
소장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물론 발러는 지금 이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전투원이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여기 직원들 스무 명보다 발러 하나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전투능력을 가졌으리라.
그러나, 상섭 역시 그녀의 아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녀가 잘 싸운대도 수십 마리의 철충들이다. 이제는 가망이 없다. 발러가 합류하면 조금 더 버틸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모두 다 죽게 될 것이다. 발러 그녀도 포함해서. 그러면 이곳에 남는 게 무엇이겠는가. 상섭은 그녀가 그렇게 허무하게 개죽음당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발러를 위해. 그리고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그들 모두를 위해.
“아니야. 당신은 다른 해줄 일이 있어”
“?”
의문을 표하는 발러를 두고 상섭과 소장은 서로 마주보았다. 이윽고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러의 남편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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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1) 삽입된 첫 번째 곡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유명한 게임 "다크소울 2" (2014)의 OST, "King Vendrick" 입니다.
2) 삽입된 두 번째 곡은 "Daniel Kendall"이 "Skillet"의 "Rise"(2013)와 "The score"의 "Rush"(2019) 를 매쉬업(mashup)한 "Rise and Rush" (2020) 입니다. 사실 The Skillet의 Rise를 그대로 쓸까도 생각했습니다만, 뮤직비디오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어차피 가사 내용이 소설 내용과 맞는 것도 아니고 그저 노래 분위기만 보고 고른 거기도 해서 이렇게 선택했습니다.
1. 설정에 대한 이야기
1) 소장이나 헬렌스비를 보면 알듯이 연구소의 모두가 다들 휩노스 병을 겪고 있습니다.
2. 본편에 대한 이야기
1)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은 발키리의 회상편입니다.
2) 아우디가 갑자기 보낸 메일에 대한 이야기도 뒤에 쓰겠습니다.
3. 잡담
그...너무 오래 지나서 과거 이야기가 기억이 안 나신다면....복습하시는 겸 한 번 정주행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일찍 올렸군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른이가 되어야 할텐데.
소설은 읽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도, 제 서투른 글들을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달아주시는 댓글에 모두 빠짐없이 답글을 단답니다 ㅎㅎ
(IP보기클릭)211.44.***.***
닭계꿩치
거 다 써버리시면 어떡합니까 ㅋㅋㅋㅋㅋㅋ | 21.10.01 01:08 | |
(IP보기클릭)58.227.***.***
기숙사안지박령
나중에 문제 생길거같아 지웠습니다. 그나저나 연표 설정 생각해보면 락하버 건설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휩노스가 퍼진만큼, 연구원들이 휩노스로 고통받는 시점에서 락하버도 이미 멸망 직전인 상황이겠군요. 부사장은 락하버 도착도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https://cafe.naver.com/lastorigin/622363 2113년, 락 하버 건설 - 새로이 인류 연합의 바다를 두려워하는 철충의 특성을 이용해 각 섬으로 남은 인류와 무기 및 생산 시설을 이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상의 마지막 거점으로 락 하버를 건설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철충과 맞서 멸망을 피하려 한다. 2114년, 인류 멸망. - 하지만 갑자기 발생한 악몽을 꾸고 잠이 들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질병인 <휩노스 병>이 발생하면서 인류는 멸망하고 만다. | 21.10.01 01:15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211.44.***.***
후후 복선이 있읍니다... | 21.10.02 00: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