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중에 놀면서 쓰는 모바일이라 일단 문단같은 것은 양해좀.
저도 매펙 팬 중 한명이고 매펙 3 끝났을때 남들이 다 엔딩이 뭐 같다며 깔때에도 사실 음.. 심심하긴 해도 이 길고 긴 여정이 끝나게 되는 구나. 하면서 수년간 이어져온 트릴로지의 여운을 즐기는 정도로 가볍게 수긍했던 소수의 유저 중 하나 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 그냥 이왕 돈 주고 산거 짜증내봐야 손해니까 재밌는 부분만 상기하자는 현자모드가 되버린 것인지 그냥 아예 기대도 안했던 게임은 안사면 그만이고 기대하던 게임은 그냥 열심히 합니다.
이번 작품도 꽤나 오래전에 제작 발표가 들어가서 오! 곧 나오는 군 하던게 무려 엄청나게 미래 세계같은 느낌의 2017년에 나왔네요.
각설하고, 처음으로 오픈월드형으로 나온다는 소리에 사실 기대를 하는 한편, 불만도 있었습니다. 최근 물 밀듯 쏟아져 나오는 오픈월드 게임들의 트렌드를 따라서 무리하게 컨버젼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애초에 매스이펙트가 전장이 엄청 넓어야하는 게임도 아니고, 또 유비소프트 형 오픈월드에 조금씩 식상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솔직히 아직 게임 개발자들이 오픈월드형 게임의 포텐셜을 제대로 끌어 올리지 못했다고 봐요. 어느 게임이던 대부분 아웃포스트 점령형 게임들이 대부분이고...) 파크라이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처럼 일단 지역을 언락한 뒤, 그 지역을 샅샅이 쑤셔가며 의미 없는 플레이타임 늘리기를 반복하고, 다시말해 플레이 시간 2시간 째에 하는 게임방식을 플레이 시간 35시간 째에도 하고 있는 게임들에 지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뭐 크게 다르지는 않았죠.
일단 깔고 가야 하는 전제는 이겁니다. 이 게임에서 당신은 진째 패스파인더가 된 느낌을 받았느냐.
조금 세분화해서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넓디 넓은 오픈필드를 하나 하나 탐색하도록 할 만한 동기부여가 되었느냐. 안드로메다의 경우는 패스파인더, 그러니까 인류와 다른 종족들 모두의 삶을 두 어깨에 짊어진 유일한 희망이라는 설정이잖습니까?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도 주인공이 유일한 구원자라는 설정이고, 어쌔씬 크리드도 최근에와서야 n/1 에 불과한 느낌이지만 과거에는 거의 유일한 희망인 존재였고, 파크라이3도 친구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죠.
하지만 그들의 경우를 잘 살펴보면, 아니,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제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서죠. 다른 게임의 주인공들의 경우는 그 오픈월드를 샅샅이 조사하거나 혹은 발견하기 힘든 사이드퀘스트까지 싸그리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냥 '게임'에서 하라니까 한 것이지 게임 속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해 한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니까 이게 설명하자면 좀.. 쉽게 말해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대장되었나 하고 자괴감이 든다' 라는 겁니다.
다른 게임 하나 하나 끌어다가 예시를 들어봐야 글만 길어질 것 같고, 다시 매펙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주인공인 패스파인더는 갑작스레 생각치도 못한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 어느때 보다도 '대장'이라는 감투가 무거운 시기였죠. 준비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부여된 수많은 책임과 또 그를 도와주었어야 할 백업요원(넥서스)의 책임자들은 지들끼리 랩배틀을 하면서 누가 더 스웩이 넘치나 따지고 있으니 환장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할 맘이 생기더군요. 너그 잡것들은 거기서 맨날 밥이나 축내고 있어라, 너희를 믿고 맡기느니 내가 다 하고 말지 느낌?
이렇게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잘 되다보니 넓은 맵을 하나 하나 돌아보는 내내 사실 짜증보다는 진짜 패스파인더가 된 것 마냥 외계행성의 나무 하나를 볼때에도 그냥 분위기 연출을 위해 대충 디자인한 가공의 폴리곤 덩어리를 보는 게 아니라 식물이 초록색인 것을 보면 외계도 역시 엽록소가 어쩌고 하면서 웃기지도 않은 설정놀이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실소합니다.
가끔 엔피씨들 중에 처음에는 퀘스트를 주지 않다가 특정 시퀀스 이후에 퀘스트가 언락되는 것인지 나중에서야 받게 되는 퀘스트들이 있죠. 그때가 되면 이 퀘스트 동선이랄까, 흔히 말하는 레벨 디자인을 담당한 개발자를 욕하기 보다는 그 엔피씨를 욕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볼 때, 안드로메다가 다른 것을 몰라도 확실히 동기부여라던지 캐릭터에 이입하게 해주는 장치들은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근데 다른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네요) 그러나 그것들을 자꾸 벗어나게 만드는 게임 엔진이나 시스템 적인 부분이라던지, 괴상한 버그들 때문에 '꿈에서 깨버리는' 결과가 나오는 게 문제죠.
매펙 안드로메다 개발진이 기존의 개발진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최근에서야 들었습니다만, 그게 핑계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도 안되는 거구요. 유저들이 게임을 돈 주고 사는데 그 게임사 사정을 봐주면서 까지 사야 할 정도로 신규대작들이 부족한 시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사정이 어쩌고 버그가 어쩌고 하는데 어쩝니까. 재밌는 것을.
이번에 새로 도입된 스킬시스템 덕분에 프로필을 여러개 만들어놓고 어떨때는 바이오틱이나 테크계열이 되서 컴뱃 동료들과 팀을 이뤄보기도 하고, 또 반대로 내가 다 총으로 쏴죽이고 아군들은 능력자 위주로 설정해 보기도 하고. 또 요즘은 아예 익스플로러 프로필로 설정해서 저 혼자 바이오틱 콤보랑 테크 콤보 다 해쳐 먹으면서 쿨다운 동안 총으로 빵야빵야 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동료들은 각 행성이나 퀘스트마다 '추가 대화'가 있을것 같거나 그냥 그 분위기에 어울릴만 한 녀석들로 대충 데려가고요. 어차피 내가 다 때려잡는 것은 변하지 않잖아요.
또 노마드 차량은 어떻습니까. 설원행성인 볼드에서 눈밭을 슈퍼차지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노마드로 질주하며 켓들을 로드킬 하고 다니면 얼마나 씐나는데요.
역대 시리즈가 그랬던 것 처럼 이번 작품도 후진 무기와 좋은 무기가 확연히 나뉘긴 한 것 같지만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에게는 무기와 방어구도 선택의 폭이 아주 넓습니다. 저는 블랙 위도우랑 n7이글 먹고서 원래 좋아하던 무기들이라서 그대로 쓰고 있지만요.
물론!
게임으로서의 고쳐야할 부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오픈월드의 가장 큰 특징들 중 하나인, 진행 순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한 맵과 퀘스트 디자인. (아까 미리 맵 다 뚫어 놨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스캔되지 않던 물체가 이제와서 스캔된다던지)
각종 이벤트 트리거가 괴상하게(정확히 말하면 성의없게) 설정되어 있어서 특정 문을 지나치면 갑자가 방금 지나쳐온 곳에서 적이 나타난다던지, 아니면 특정 거리까지는 한 장소에 똘똘 뭉쳐서 있다가 유저가 가까이 오면 그때 소환이 된다던지(주먹왕 랄프 생각났음)
또 ai문제로 인해 장거리 저격으로 초탄에 죽이면 적을 인식하지 못해서 그냥 옆에 누가 쓰러지던 말던 멍- 하니 서 있는 켓들. (숨겨진 잠입모드 인줄)
마치 직선형 진행방식을 가졌던 게임을 마개조해서 오픈월드화 시키다가 개발기간이 부족해서 세심한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것으로 인해 다른 좋은 부분들의 색이 바랠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싱글플레이만 즐기더라도 60달러 값은 충분히 하는 데 멀티까지 괜찮으니, 팬심에 의한 소장품 용도가 아니라 그냥 흘러지나가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장점도 하나하나 적어보고 싶지만 그럼 끝이 없을 것 같아요. 모바일이라 더 쓰기 귀찮기도 하구요. 제 빠심은 딱 이정도라서 윗 내용을 보기 좋게 갈무리 할 기운도 없네요.
구입 고민하시는 분들은 돈 버리면 어쩌나 하고 생각치 마세요. 이번 작품에 대해 안좋게 보시는 분들 중에 다수는 대부분 메타크리틱 점수에서 90점 언저리에서만 놀던 전작들과 비교를 한 것이지 그냥 AAA게임으로 보자면 재밌는 게임입니다.
제 기준으로 비교를 하자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2나 데스몬드 트릴로지 이후의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처럼 전작의 팬들의 실망과 신규유저들의 비판이 한데 어우러져서 유독 더 많이 까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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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사정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큰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17.03.24 16: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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