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악명 높은 아노르 론도의 천장 난간과 궁병다리는 의외로 한번에 통과했습니다. 난간에선 활로 저격하면서 유인하거나 헤드샷으로 낙사시키면서 간지라 수월했고, 궁병다리는 나름 위기는 있었지만 어떻게든 벽에 잘 비벼서 통과했죠.
확실히 3편의 은기사 그랜드라인이나 회화 밑바닥의 밀우드 대궁맨들이 화망을 펼치는 나무다리보단 스릴 넘치는 구간이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전 3편에서도 그 대궁 낙사구간에서 단 한 번도 낙사당한 적이 없었죠. 남들 잘 죽는데선 안 죽다가 꼭 엉뚱한 데서 죽는 이상한 경향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1편 최악의 수문장 타이틀을 가진 용사냥꾼 온슈타인 & 처형자 스모우 페어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다크 소울 3부작의 최초 2:1 보스전이면서 가장 악명 높게 남았다는 특징이 있죠. 딱 봐도 멀리서 자기 불러달라고 강렬히 빛나는 태양좌를 불러 2:2를 하라는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이상하게 이 둘을 혼자 잡는게 일종의 통과 의례로 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게임 발매 당시 백령 소환에 익숙하지 않거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초기 유저들이 냅다 닥돌했던 탓도 크겠지만....;
아무튼 이놈들은 거진 초중반부 보스이면서 1:1이 기본인 다크 소울에서 다굴을 치는 졸렬한 보스 계보의 첫타자인데..... 아직도 이놈들이 소울 시리즈 보스들을 통틀어서 정말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지는 논란이 많더군요. 심지어 지금보다 다소 어설펐던 초기작의 2:1 보스다보니 밸런스 디자인에 실패한 사례라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말 이놈들이 디자인에 실패한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놈들인지 다른 보스들과 비교를 해봤죠.
뻑하면 다대일로 다굴치는 2편 보스들은 해보질 않아서 넣지 않았습니다.
3편 기준으로는 최초의 다대일 보스전인 심연의 감시자. 이쪽은 2:1:1이라서 약간 애매하지만, 비슷한 시점에서 만날 다대일 보스라는 점에선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얘네도 두 놈일때 꽤 적극적으로 추격하긴 하지만, 맞상대하다보면 한쪽은 거리를 벌려서 간만 볼 때도 많습니다. 설사 둘이 같이 달려들어도 나중에 난입하는 빨간눈 감시자가 어그로를 끌어주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느낌은 적은 편이죠. 오히려 참신하다고 호평받았던 연출입니다.
사실 감시자 자체의 패턴으로만 따지면 훨씬 다채롭고 까다롭습니다. 보스전 자체의 난이도가 낮은 1편 특징상 온슈모우도 예외는 아닌지라.....
두 보스가 다굴을 친다는 개념으로는 두 번째로 만날 프리데 & 아리안델 페어. 얘들이야 뭐 2페이즈만 그렇고 애초에 피통을 공유해서 별 감흥이 없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회화세계 올 즈음이면 본편을 끝낸 1회차 기준 엔드스펙일 확률이 높아서 체감 난이도가 낮기도 하고.... 근데 얘들도 모르고 상대하면 역시 2:1이라 생각 외로 빡셉니다.
그나마 덩치 크고 패턴 단순하면서 패기 쉬운 아리안델이 보스룸 전체를 종횡무진하는지라 거리 재기는 쉽습니다. 프리데가 1페이즈에 비해 공격성이 한층 낮아지고,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거의 견제만 하는지라 쿵쿵대면서 장거리를 기어오는 교부만 유인하면 굉장히 수월해지죠. 온슈모우로 비유하면 온슈타인 포지션인 프리데가 그리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 돌진기 같은 패턴도 없어서 더합니다.
둘이 한번에 덤비면서 2페이즈에선 합체한다는 기믹으로 보면 대놓고 온슈모우 오마쥬인 쌍데몬. 위의 두 페어가 민첩한 놈 & 느려터진 덩치 조합이었다면 이쪽은 둘 다 괴수입니다. 극후반부 보스라 둘러싸이면 한번에 끔살나는건 동일하지만, 의외로 한놈만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나머지 하나는 견제하는 AI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죠.
둘 중 어느 쪽을 공략하든 거진 비슷한데, 이쪽은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쪽이 공동 데몬 쪽에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2페이즈 패턴이 바뀔 뿐 보상은 같아서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원조 2:1 보스인 온슈모우는 어땠느냐..... 제작진 의도가 빗나가서 패링의 왕이 된 그윈처럼, 이 두 놈도 제작진의 의도가 약간 엇나간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놈은 적극적이고 하나는 좀 소극적인 패턴은 비슷합니다. 특히 멀리 도망가서 유인해보면 돌진기를 쓰는 온슈타인이 더 적극적으로 추격해오며, 둘이 붙어있을때 락온을 해보면 이상하게 온슈타인이 먼저 걸리는 경향이 있더군요. 스모우도 나름 적극적으로 공격하지만, 이놈은 애초에 느려터지고 돌진거리도 짧아서 추격 능력은 떨어집니다.
추측이지만 제작진의 의도는 거리를 벌렸을때 더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온슈타인부터 두들겨 잡고, 느려터진 스모우는 되도록 피하면서 둘이 찢어놓고 각개격파하는 양상을 만들려 한 것 같았습니다. 락온이 더 잘 걸리는 온슈타인이 알아서 스모우와 찢어져주며, 심지어 체력도 이놈이 더 낮아서 몇 대 줘패다보면 금방 잡힙니다. 공투를 한다는 놈들이 별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의외로 얼빠진 구석이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아주 실패한 밸런스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조리가 일어날만한 문제가 있었으니.....
이놈들을 잡았을때 주는 소울이 전혀 다르다는 부분이죠. 보상이 같았다면 쌍데몬마냥 먼저 들이대는 놈부터 각개격파해도 됐을 겁니다. 특히 온슈타인 자체가 악랄하게 강력한건 아니라서 이놈부터 패는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거리만 잘 벌렸다면 스모우가 합세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죠.
하지만 온슈타인 장비들을 얻기 위해 스모우부터 타작하려다보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둘을 찢어놓기 위해 거리를 벌리면 스모우가 추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 사이에 온슈타인은 돌진기로 들이대면서 단숨에 거리를 좁히죠. 그런 바람에 온슈타인을 먼저 유인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스모우를 추격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간신히 딜타이밍을 잡아서 때리다보면, 카메라 밖의 온슈타인이 대뇌창을 던지거나 돌진기로 기습해 상황을 개판으로 만들기 일쑤죠.
후속작 다굴 보스들이 공격성을 약간 소극적으로 바꾸거나 난입을 집어넣는 식으로 커버했다면, 얘네는 그냥 생긴대로 노는데 순서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상한 놈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스모우부터 잡는다면 상술했다시피 거리 재기가 난감해지고, 심지어 2페이즈도 거대 온슈타인이 더 성가십니다. 온슈타인 장비가 간지나서 온슈타인부터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걸 생각해보면 이것까지도 프롬이 의도한 부분일지.....
여하튼 이 난감한 놈들을 그래도 나름 운이 따라줘서 3트만에 격파하고 1편 쌩뉴비 딱지를 떼러 갔습니다. 그나마 3편하다 넘어온 경력직 뉴비였으니 망정이지 1편부터 시작했다면 수십트는 넘게 했을 듯.....
특유의 웅장함과 따뜻함으로 더러운 잠만보&피카츄 페어에게 갈기갈기 찢긴 멘탈을 보듬어주시는 왕녀님이십니다. 거기다 왕의 뚝배기까지 넘겨줘서 보배로운 전송 기능까지 쓸 수 있게 되죠. 진짜 3편에서 밥먹듯 쓰던 전송이 이렇게 달콤한지 몰랐읍니다........
여하튼 전송기능도 얻고 온슈타인 세트까지 장만하며 다음 준비를 했습니다. 흑기사 대검과 쿠라그의 마검이 풀강이 됐으니 더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갓-쿠라그께서는 떠났으나 그 소울은 무기가 되어 함께해주십니다.... ㅠㅠ
밸런스 조절 실패인지 어쩐지는 확실하게 판단이 안 서지만, 적어도 후속작의 다대일 보스전의 토대를 세운 보스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슈타인&스모우에서 막혀서 접은 사람도 꽤 되겠지만, 이 둘을 극복하고 얻는 보상이 그위네비아의 웅장함과 화톳불 전송이라는걸 생각하면 성취감이 남다르죠.
3편도 그랬지만 1편은 클리어 후에 받는 보상들에서 느껴지는 감흥이 심히 찰졌읍니다.......
1편 하느라 잊혀진 첫째 귀인과 둘째 귀인도 빨랑 놀아줘야 하는데..... 이놈의 게임은 한편씩 하기도 벅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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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만능열쇠랑 길만 알면 날먹이 가능했다는게 자유도가 엄청나긴 했네요 ㅋㅋ | 20.02.05 19: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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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데는 잡기 전에 찌잉! 하고 대놓고 알려줘서 오히려 잡기나 은신패턴은 포상이었읍니다... 근데 초회차땐 잡기나 은신때 아님 딜각을 못봤었죠; 3페이즈가 좀 지옥이긴 했네요... | 20.02.05 19: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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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이 안되어도 깰 방법이 반드시 있게 게임을 짜놓는 게 얼마나 중요한 보스인지도 가르쳐준다고 느낀 보스라고 봄니다. 피지컬이 받쳐주지 않으면 깰 수 없는 보스란 벨런스를 잘못 만든 거나 마찬가지니(...) 그래도 아예 모르는 채로 답을 찾을 때 까지 싸우는 동안의 재미는 도전을 한 게이머만의 것이지요. 'ㅅ' | 20.02.06 05: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