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하겠어.
난 지금 고전장 4일차에서 신비한 체험을 했다.
아, 아니, 체험이라기엔 완전히 이해를 초월했지만.
이, 있는 그대로 지금 일어난 것을 말하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겼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잘못되는 줄 알았어.
최면술이나 환각 같은
그런 하찮은 게 절대로 아니야.
더 무서운 것의 일부를 맛봤다고.
4일차 상대 기공단은 우리 '끈여신 헤스티아단'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전력이 강했습니다.
100랭 이상 기공사의 숫자도 더 많았고, 130랭 기공사도 있었고, 전체적 평균도 높았습니다.
아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질로 올라온 인간들의 냄새가 풀풀 났단 말입니다.
안 그래도 우리 기공단은 토벌전-사상-두번째 십천중 콤보를 겪은 사람이 많아서 물약이 바닥을 치는 와중이었고,
24일 0시에 상대를 확인했을 때도 '아, 이거 오늘 정비하는 날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단장님에게서 '오전 중에 눈치 보면서 한 번 달려봅시다'라는 오더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달렸습니다. 달리면서도 쟤네가 쫓아올 거라고 두려워했기에 점수 차이를 계속해서 벌려야만 했습니다.
1억 2천만의 차이를 벌리고도 공포에 떨었지요. 언제 쟤네가 잠에서 깨어나서 우리를 유린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예, 그때가 왔습니다. 시간은 오후 8시.
당시 단원들과 공투를 하고 있던 저는 상대 기공단이 움직인다는 말에 서둘러 공투를 접고 달려와봤습니다.
그때 상대 기공단의 공헌도가 오르는 속도는..... 거짓말이 아니라 평균 분당 100만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단원들이 방어에 나서보았지만, 주력 멤버가 야간에 일을 간다거나 물약이 바닥났다든가 하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단 한 시간만에 4천만을 따라잡혀서 차이가 8천만. 시간은 9시.
상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팔팔한 전력. 우리는 주력이 힘이 빠진 상황.
이대로면 두 시간 내로 따라잡힌다는 계산이 나왔고 결국 GG를 치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상대 팀도 우리가 멈춘 것과 거의 비슷하게, 7천만 차이에서 공격을 멈춘 상태였습니다.
우리 팀에서 개인적으로 전화 가챠를 위해 사냥을 하면, 저쪽도 똑같이 사냥을 했습니다.
문득 예전 고전장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월등히 화력이 앞서는 기공단이 우리와 맞춰주다가 마지막 한 시간에 압살해버린 기억이요.
저들은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1억에 가까운 공헌도를 올렸습니다. 즉 우리가 손 놓은 이상 저들은 한 시간 내로 우리를 역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고기 모으는 중이다. 우리가 움직이면 7천만 점 차이를 칼처럼 맞추다가 마지막에 우리를 압살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또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11시입니다. 끝날 시간이 한 시간 남았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는데도 저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점수 차이는 여전히 7천만.
기공단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온갖 시나리오를 짜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정신적 대미지를 주기 위한 마지막 폭탄 드랍, 저쪽 단장과 단원들의 불화, 별의별 시나리오가 다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8~9시 사이의 미친 듯한 난타전, 거기에 우리는 백기를 들었고 저들은 딱 한 시간만 더 달리면 유유히 무혈입성이 가능한 상황,
바로 그 타이밍에서 저들이 딱 공격을 멈춘 이유를, 그리고 우리와 잰 것처럼 정확하게 점수 차이를 맞춰가면서 유지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지났습니다. 30분이 남았고, 10분이 남았고, 1분이 남았습니다.
물리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한 한계선을 맞아서도 저는 계속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승리 메시지가 떴습니다.
현재 우리 기공단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시나리오는,
리얼충을 제거한다! 라는 목표를 내세운 상대 기공단은 24일 밤에도 꾸준하고 굳건하게 싸운 우리 기공단을 보고
'아, 이 녀석들은 리얼충이 아니다! 우리의 아군이었어! 사격 중지!!!'
를 외치며 1승을 기꺼이 내준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기공단은 그렇게 믿겠습니다. 50개의 훈장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또 보고 싶지는 않아요. 당신들 진짜 강했어요. 흑흑.
Ps.
얘가 분명히 어제 자정 시점에서 99.5렙이었는데 말이지... (먼산)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