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비전문가가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이므로 가볍게 재미용,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 객관적, 전문적인 첨언도 환영합니다.
사쿠라우치 리코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요 캐릭터성이 기존에 공개 된 것과 상이한 캐릭터 중 한명입니다. 그 중 두드러지는 요소라면, 역시 개그파트를 캐리했던 '개'와 관련된 건데요. 리코는 개를 무척이나 무서워해서 유난스러운 행동을 하고 이게 개그의 포인트. 제작진이 리코를 온전히 포비아환자임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고, 만화적 장치와 과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의 태도는 포비아가 보여주는 반응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선 필자 임의로 리코를 개공포증, 사이노포비아인 포브(phobe)로 전제하고 진행하겠습니다.
- 들어가기 전에. 포비아에 대한 약간 설명.
포비아(phobia)란 일반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이나 대상에 극심한 공포(혐오)를 느껴 필사적으로 기피하려는 증상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공포증으로 번역 되며, 간혹 혐오증이라고도 합니다. 공포증은 직관적으로 '공포'와의 구분이 모호하고, '공포'와 '혐오'의 구분 등, 적절한 역어인지 논의 되기도 하기에 이 글에서는 그냥 '포비아'라고 씁니다. 트라우마와 자주 연관 되지만, 트라우마 없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 개에 물린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개공포증이 된다.)
또한 종종 쓰이는 제노포비아와 호모포비아라는 어휘는 외국인, 호모섹슈얼에 대한 정치적인 anti성향을 비꼬며 포비아에 비유하는 표현으로, 실제 포비아가 아닙니다.
시이타게를 보고 놀라 도망치는 리코의 모습 중 하나.
평소 침착한 성격의 리코는 개를 보면 크게 놀라고 도망치는데, 표정도 완전히 망가지고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도망칠때만큼은 이성을 잃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포브는 포비아 대상을 접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벗어날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만큼 긴박해집니다. 혹은 뭐라도 할만한 최소한의 이성을 잃고서 광분하거나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시이타게는 누가 보아도 적대적이거나 위협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는것. 물론 '커다란 개'는 그 자체로 충분히 공포의 대상일 수 있지만, 그를 반증하듯 애니메이션에선 굉장히 순박한 인상으로 묘사합니다. 주인인 치카 뿐 아니라 주변인 반응을 봐도 그렇죠.
커다란 개를 보고 놀라서 몸을 숨기는 거까진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리코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망을 칩니다.
리코는 단순히 거리를 두거나 숨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완전히 개와 닿을 수 있는 영역 밖으로 향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바라볼때 이 장면은 리코가 참 용감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감상자들이 이 장면을 보고 귀엽다거나 바보같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상술했듯 제작진이 단지 웃기는 포즈로 혼자 낑낑대는 리코를 그려내고 싶었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리코를 포브라 전제하고 굳이 리코가 혼자서 이런 짓을 해가며 개를 피하려 했던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 하자면 이하와 같습니다.
1. 일단, 포비아는 이해 받기 어렵다. 포비아는 수많은 종류가 있는데 포비아 자체가 '위협적이지 않은 것을 극도로 기피하려는것'이다 보니 문외한일 경우 세심한 배려 없이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이게 왜 무서워?'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 있어?' '이 정도는 어때?'
특히 개와 같이 일상적이고, 사회에서 호감을 받는 대상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친구가 견주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리코는 처음 시이타게를 인지했을때 전후로 충분히 치카나 다른 친구들에게 배려를 부탁할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증상에 철저히 함구했습니다. 리코는 얌전한 성격이기에 타인에게 자신의 컴플렉스를 어필하기 꺼리거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유효한 도움을 받지 못할거란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2. 이겨내려고 했다. 포비아 치료는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하나는 점차적으로 그 사물이나 상황을 접하거나 연상하면서 포비아 반응을 줄이는 것입니다. '노오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흑흑 넘나 힘든것. 시이타게가 일반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개라는건 리코도 충분히 이성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며, 곯아 떨어진 수면상태라는 것은 '도전해 볼만한' 상태였단겁니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동안 시이타게가 잠에서 깨어나면 더욱 두려운 상황이 될거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타인에게 자신의 포비아를 알리길 꺼리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이겨내려 노력한거라 보입니다.
몸집으로 비교했을때 공포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순하고 작은 강아지의 존재만으로 리코는 굳고 맙니다.
작은 강아지의 존재를 알아채자마자 행동이 경직 되고, 의자에서 다리를 올리고 최대한 경계 하죠.
이때는 공포를 느꼈으나 참고 있거나, 너무 놀라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리코는 주변의 개를 인지했을때 되도록 최대한 사회적 행동을 취하려 노력하는 편으로 보이고, 아마 묘사로 보면 전자가 아닐까 합니다.
와중에 치카는 강아지를 들어 올려, 리코의 얼굴 앞에 들이 갖다 댑니다. 이에 리코는 사색이 되는데 뻣뻣이 굳은채 수 초간 별다른 대응 없이 표정만 일그러진것을 보면 도주의사가 있으나 너무 놀라 몸이 굳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개가 리코의 얼굴을 핥고 리코는 결국 쏜살같이 달려 나가고맙니다.
가엾은 리코…. 시이타게 때는 모호했지만, 여기서 리코의 반응은 더욱 확실해집니다.
정말 작은 강아지, 적대적인 반응도 전무하고, 친구의 양 손에 들려 있어 일반적으로 '안전한 상태'입니다. 또한, 이미 개가 얼굴을 핥은 후에 '굳이' 그것에게서 도망칩니다. 리코가 물릴까봐, 할퀼까봐… 개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끼칠 위해를 예상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개'에게서 도망치고자 하죠.
그리고, 치카는 작은 개를 들이밀며 익숙해지라고 하는데 포비아를 대하는 전형적인 문외한의 태도였기에 안타깝고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포비아의 대상을 조금씩 접하면서 치료한다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전문의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진행 되어야 합니다. 그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건 당연히 포브 자신의 자의적인 선택이어야 하며, 결심이 필요하고, 전후의 마인드 컨트롤과 케어가 필요하죠. 문외한이 사전동의 없이, 그 대상을 직접, 가깝게 접촉하여 '익숙해져라'하는 건 정말 폭력과 협박 그 자체이며, 포브에게 하지말아야 할 짓을 한큐에 다 해 버린겁니다. 귤대장니뮤ㅠㅠ….
정리하자면
① 리코는 일반적으로 개가 위협적이지 않을 상황에서도 몹시 두려워 한다는 것.
② 평소의 성격과 무관하게 이성을 잃는듯한 반응, 공포가 터진 후엔 자신의 사회적 체면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
(단순히 개를 인지했을때까지는 최소한의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또한, 자신의 포비아성향에 대해 함구하는 태도는 사회적 체면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③ 두려워해서 단순히 꺼리거나 숨는 정도가 아니라 개로부터 완전히 자신을 격리하고자 한다는 것.
이는 순전히 개그요소로 소화 되었으며, 만화적 과장이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현실의 포비아와 매우 흡사한 반응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또한, 치카를 비롯한 주변의 몰이해 역시 꽤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OO공포증'은 애니메이션에서 (실제 포비아를 염두에 두었는지, 고증이 잘 되었는진 차치하고) 자주 쓰이는 소재거리지만, 왠지 선샤인에서 리코의 모습이 유독 꽤 와닿았습니다. '정말 포비아 같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원래 이쪽으로 신경 쓰이던건 루비 캐릭터였습니다. 남자공포증 속성을 염두에 둔 기존 설정이 애니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우려가 있었거든요. 과거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아니메에서 이성에 대한 공포증 모습을 마냥 모에하거나 코믹하게 그리거나, 왜곡이 심한 경우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런 염려 속에 선샤인을 감상하다 보니 리코의 포비아와 같은 행동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정신과 진단이나 심리치료는 낯설고 기피 되기에, 그 증상이 비교적 약하거나 대상이 일반적으로 조금 징그러운 경우(잠자리라거나)라면 본인이 포비아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너무 무섭고, 미쳐돌아버릴거 같아서 양해를 구하고 싶어도 애초에 '포비아를 가지고 있으니 배려해달라'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상당합니다. 포브의 주변에서 포비아 성향을 보고 재밌어하거나, 익숙해지라고 들이 밀 경우 그 사람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공포와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니 주위에 '이상한 것', ' 별것도 아닌 것'을 희한할 정도로 무서워하거나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관련화제를 피해주고 시각적 정보를 차단해주는 배려를 보여주는게 좋겠습니다(_ _) 사이노포비아로 예를 들자면, 심할 경우 '개', '멍멍'이라는 한두글자나 음성언어만으로 공포에 압도 당해 울거나 도망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포브라면 사회적 행동은 취하면서도 정말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긴장과 스트레스를 가지게 됩니다.
또, 포브 자신이 포브란걸 인지 못한다면 포비아란 개념을 알려주는 것도 좋고요. 이때 포브 본인이 포비아 관련해서 정보를 찾을 경우 수많은 이미지 등으로 정신적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개공포증에 개사진이라든가) 아무 생각없이 이미지와 함께 포비아 종류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고, 포비아를 표현하기 위해 공포스럽게 과장한 끔찍한 사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포비아는 남들에게 너무 말하는것도 너무 숨기는것도 좋지 않습니다. 후자는 본문의 리코처럼 친분관계에서 이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전자는 결국 최대 약점이나 마찬가지기에 OO포비아라고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하지만 타인의 포비아를 알릴 경우, 포브 당사자와의 합의가 꼭 필요합니다. 이는 멀리 갈 것 없이 사생활 매너의 영역으로 이해하면 더 쉽겠죠 ㅎㅎ
이 게시물에선 필자 임의로 리코를 개공포증, 사이노포비아인 포브(phobe)로 전제하고 진행한 글임을 재차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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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그냥 (우미와 마찬가지로) 리코가 너무 진지한 정적인 캐릭터라서 갭모에 요소를 넣은 것을 심도있게 다루고 분석하다니 대단합리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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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꽤나 공포증에 대한 묘사가 그럴 듯하게 이루어졌죠. 본문처럼 주변 사람들이 극복해보자면서 츄라이 츄라이 하는 것까지(...) 역시 본격 사회파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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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그냥 (우미와 마찬가지로) 리코가 너무 진지한 정적인 캐릭터라서 갭모에 요소를 넣은 것을 심도있게 다루고 분석하다니 대단합리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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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꽤나 공포증에 대한 묘사가 그럴 듯하게 이루어졌죠. 본문처럼 주변 사람들이 극복해보자면서 츄라이 츄라이 하는 것까지(...) 역시 본격 사회파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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