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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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파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던전 앤 파이터 : 세계관
■ 던파 스토리 총정리 2부 - <지난편 링크>
- 아라드 역사 전반기 (아라드력 0~600년)
■ 던파 스토리 총정리 3부 - <지난편 링크>
- 아라드 역사 후반기 (아라드력 650~990년)
■ 던파 스토리 총정리 4부 - 현재 페이지 ●
- 모험가 이야기 1 (엘븐 가드~시간의 문)
■ 던파 스토리 총정리 5부
- 모험가 이야기 2 (안톤~루크)
■ 던파 스토리 총정리 6부
- 모험가 이야기 3 (천계 내전~제2차 마계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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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사연과 목적을 지닌 모험가들이 그란플로리스의 입구 <엘븐 가드>에 모여들었다. 엘븐 가드는 과거 숲의 요정들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막아내던 거점으로, 대화재 이후 요정들이 엘븐 가드에서 자취를 감추고 난 지금은 한 여성만이 홀로 남아 초보 모험가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바로 세리아 키르민이었다.
엘븐 가드에서 시작되는 모험가의 여정
세리아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얼 하던 사람이었는지. 그녀가 모험가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그란플로리스 숲에 관해선 누구보다 박식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지식을 갖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다만 그런 모습들 때문에 모험가들 사이에서 그녀는 사라진 요정의 환생이라는 소문만이 돌 뿐이었다.
“저를... 기억해주세요.”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말도 없이 사라질 여자가 아니었기에 이를 걱정한 엘븐 가드의 대장장이 라이너스는 모험가에게 세리아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모험가는 숲 안쪽에서 만난 꼬마 고블린 토비의 도움을 받아 세리아를 추적했다. 그녀는 타우족의 왕 샤우타에게 붙잡혀 있었다.
타우킹 샤우타가 세리아를 납치한 이유는 세리아가 숲의 대마법진을 회복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부터 그란플로리스 깊은 곳에 어두운 힘을 가진 자들이 전이되어 나타났고, 때문에 타우킹은 숲을 지키기 위해 세리아에게 대마법진을 당장 회복하라 겁박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세리아가 그런 힘을 가졌을 리 없었다. 대화재 직후에 망가진 대마법진을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이 당시 요정들의 희생 덕분이었기에 아마도 정신이 미쳐버린 타우킹이 세리아를 요정이라 착각하고 벌인 일이 분명했다.
대화재 직후 자신들의 희생으로 대마법진을 복구했던 숲의 요정들
모험가는 타우킹을 쓰러뜨리고 세리아를 구출했다. 하지만 세리아는 오히려 숲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고자 했다. 타우킹이 말한 어두운 전이의 힘을 그녀도 느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세리아를 호위하며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죽은 망자들을 되살리고 있는 구울을 발견했다. 구울은 수년 전 요정들이 대마법진을 복구하기 위해 만든 마법진들 중 하나를 이용해 좀비들을 끝없이 양성해내고 있었다. 세리아는 모험가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재빨리 마법진을 정화했다. 덕분에 구울의 저주로 더럽혀졌던 마법진은 다시 대마법진의 마력으로 흡수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란플로리스 숲의 전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엘븐 가드로 돌아온 후 세리아는 자신도 여행을 떠나겠다며 모험가에게 다음 목적지를 제안했다. 그곳은 전이로 인해 얼마 전 아라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신비한 탑 <하늘성>이었다. 세리아는 그란플로리스 외에도 아라드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전이의 위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전이로 인해 더 큰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마법진을 점검하고 어두운 힘을 정화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세리아와 모험가
하늘성은 벨 마이어 공국의 수도 <헨돈 마이어>의 인근에 있는 항구 도시 <웨스트 코스트>에 있었다. 즉 하늘성에 가기 위해선 우선 헨돈 마이어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헨돈 마이어로 진입하는 세리아와 모험가에게 통행증을 요구한 자들은 공국 사람이 아닌 제국의 군인들이었다. 현재 데 로스 제국은 전이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벨 마이어 공국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헨돈 마이어에 들어와 경비를 핑계로 갖가지 간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험가는 우선 헨돈 마이어에서 우연히 만난 '모험가 길드' 마스터 카라카스라는 자를 따라 달빛주점으로 들어섰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늘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시 제국군이 막고 있다고 했다. 주점에서 여러 정보들을 수소문한 모험가는 다행히 로저 레빈이라는 상인의 중개로 공국에서 발행하는 하늘성 출입 허가증을 얻어낼 수 있었다. 공국이 모험가들에게 하늘성 통행증을 발급하는 이유는 하늘성 탐사의 주도권을 제국군이 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곧 공국의 바람대로 모험가는 하늘성에 올랐다. 하늘성 내부는 길이 매우 복잡했으며 이질적인 마력으로 가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성
모험가는 하늘성 탐색 도중 제국 기사단 '아이언울프' 소속의 기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하급기사 피오나, 덴, 레니. 부단장 하츠. 그리고 아이언울프의 단장이자 그 유명한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한 명인 반 발슈테트가 그들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제3황녀 이자벨라가 하늘성에 구경 왔다가 실종된 탓에 그녀를 찾으러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반의 제안으로 그들과 함께 성을 수색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전설의 웨펀마스터인 아간조와도 만나 마침내 황녀를 찾아냈다. 이 일로 모험가는 아간조를 비롯해 제국의 주요 인사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하늘성에서 만난 자들
모험가가 웨스트 코스트에서 만난 자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세리아와 모험가는 벨 마이어의 대마법진을 관리하고 있는 마법사 길드의 길드장 샤란을 찾아가 그녀로부터 최근 하늘성 방면에 나타난 강력한 마법장 때문에 대마법진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 샤란의 곁에 있던 또 한 명의 마법사 아이리스로부터는 제국과 흑요정 사이의 마찰 때문에 흑요정의 비공정 마가타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도 전해 들었다. 마법사 길드는 평소 마가타를 타고 하늘에 올라 대마법진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난감한 문제였다.
얼마 후 그들은 걱정하던 바가 우려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험가가 하늘성에서 가져온 정체불명의 크리스탈 때문이었다. 세리아는 달빛주점에 있는 마지막 요정 슈시아의 도움으로 크리스탈을 정화하여 그것이 사실 대마법진의 부서진 파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대마법진은 이미 깨지고 있었다. 일행은 서둘러 그 원인을 조사하러 나섰다.
이때 일행은 아간조의 제안으로 천계에서 왔다는 여성 거너 키리를 만나 그녀로부터 마침내 하늘성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하늘성은 하늘 위의 세계 <천계>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 오래전 천계를 지배했던 폭룡왕 ‘바칼’이라는 자가 일부러 두 세계의 왕래를 막고자 하늘성을 봉인한 탓에 두 세계는 서로를 잊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어쩌면 천계와 아라드 대륙의 교류가 천 년 만에 뚫릴 수도 있었다. 다만 아직 천계가 적대적인 곳인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일행은 우선 공국의 여왕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곧 헨돈 마이어 시청에 스카디 여왕과 그녀의 보좌관 로바토 드바(女/30세), 그리고 제국 황녀 이자벨라와 반, 아간조, 세리아, 모험가가 모두 모여 이번 일의 논의를 시작했다.
제국의 의해 헨돈 마이어 시청에 사실상 구금 상태인 스카디 여왕.
여왕은 우선 모험가들에게 하늘성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대마법진을 점검해달라 부탁했다. 다만 천계와의 교류 문제는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곧 이자벨라는 이번 일을 아버지인 레온 황제에게 보고하기 위해 자신의 호위무사인 사이러스와 함께 제국으로 떠났다.
모험가와 세리아, 아간조는 다시 하늘성으로 올랐다. 용인과 마법 생명체들을 물리치고 힘겹게 상층부로 올랐을 때, 일행은 탑 바깥에서 웬 <부유성> 하나가 하늘성의 마력의 흐름을 변질시켜 대마법진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행은 즉시 부유성으로 향해 그곳의 마법진을 부숴 이를 막았다. 그리고 직후 마침내 탑의 최상층에 올라 하늘성의 봉인을 지키는 수문장과 마주하게 된다. 빛의 성주 지그하르트였다.
본래 바칼의 성이었던 <부유성>
지그하르트는 사도 바칼이 직접 하늘성 최상층에 배치한 마법 생명체였다. 그는 수백 년간 주인의 명을 따라 충실히 하늘성을 지키고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데다 500년 전 바칼이 죽으며 마력 공급이 끊긴 터라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사’의 존재였다. 일행은 지그하르트를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었으나 그를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이때 그들 뒤로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마법 길드장 샤란이었다. 그녀는 같은 흑요정 동족인 카곤의 아버지라는 자가 오래전에 전해주었다는 바칼의 유언을 들고 왔다. 카곤의 아버지는 당시 바칼의 친구였으며, 수백 년 전 그가 천계의 전쟁에 휘말려 도망칠 때 바칼로부터 직접 유언을 받아놓은 모양이었다. 유언의 형상에 나타난 바칼이 지그하르트에게 전한 메시지는 이제 그만 쉬라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지그하르트는 마침내 자신의 사명으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히 잠들었다.
부유성과 지그하르트의 소멸로 대마법진의 이상 현상은 다행히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천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바칼의 마법진은 그대로였다. 샤란의 설명에 따르면 그 마법진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사라지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행은 체념하고 탑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때, 급작스럽게 하늘 위 구름 속에서 거대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베히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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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히모스에서 작은 비행정 하나가 빠져나와 하늘성에 급하게 불시착했다. 비행정엔 웬 여자가 한 명 타고 있었다. 그녀는 베히모스 위에 터전을 잡은 고대문명 탐구 단체 ‘GBL교’의 신도였다. 탑에 불안정하게 충돌한 탓에 그녀는 정황 없이 도와달라는 말만을 남기고 기절해버렸다. 일행은 우선 여자를 데리고 탑을 빠져나왔다.
하늘성에 불시착한 GBL교의 여신도.
이후 대마법진의 관리는 다시 마법 길드에 맡겨졌다. 이때 마법 길드장 샤란은 세리아가 일전에 대마법진 파편을 정화한 실력을 보고 그녀에게 앞으로 대마법진 관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왔다. 세리아는 고민 끝에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녀는 모험가와 헤어져 웨스트 코스트에 남기로 했다.
모험가는 다시 아간조, 반과 함께 하늘성에서 데려왔던 GBL교의 여신도를 찾아갔다. 그녀의 이름은 오필리아 베이그란스. GBL교의 창시 가문인 베이그란스 가문의 외동딸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베히모스는 현재 사도 ‘로터스’가 전이되어 그의 강력한 정신지배로 인해 신도들이 전부 미쳐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로터스는 신도들의 몸 안에 알을 까거나 잡아먹기까지 하는 등 신전은 그야말로 생지옥이 된 상태였다.
상황을 전해 들은 일행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GBL교의 비극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로터스의 정신지배가 신전의 인간들을 미쳐버리게 했다면, 베히모스라는 거대 생물 역시 그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베히모스가 도심지 한복판에 추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공국의 국민들까지 전부 로터스의 세뇌로 미쳐버려 온 아라드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얼마 후 제국의 아이언울프 기사단과 아간조, 로바토, 모험가는 여왕의 허가를 받아 마가타를 타고 베히모스에 올랐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수많은 창작물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고래’. 기원이 대체 어디일까.
마가타 탑승 전 로바토는 모험가를 불러 은밀히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세간의 영웅이라 알려진 반 발슈테트가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으니 그를 주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또한 점술가 아이리스는 로터스의 정신지배에 대항할 수 있는 마법 팔찌와 향료를 전해주며 로터스를 꼭 물리쳐줄 것을 당부했다. 모험가는 그들의 부탁을 되새기며 베히모스 신전 외곽에 내려섰다.
아간조는 신전 주변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일전에 비명굴에서 그가 한 번 상대한 적이 있었던 사도의 기운이 분명했다. 시로코, 바칼, 로터스... 전이로 인해 사도의 이름이 거론된 사건이 이번이 벌써 3번째였다. 예상대로 베히모스는 로터스의 영향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다. 본디 물에서 본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로터스가 정신지배를 통해 베히모스를 미들오션으로 끌고 가려는 게 분명했다.
일행은 GBL 광신도들을 물리치며 길을 뚫고 로터스가 있다는 신전의 중심 ‘척추’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모험가는 한 번 로터스의 정신지배에 홀려 날뛰다가 제국 기사단의 신참기사 레니를 죽이고 만다. 직후 아이리스가 전해주었던 팔찌의 마법이 발동하면서 정신을 차린 모험가는 아간조, 반과 함께 마침내 로터스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한다. 물 밖이라는 환경 탓에 로터스의 힘이 많이 약해진 덕분이었다.
이때 로터스는 죽어가면서 일행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비록 성서의 예언대로 자신은 여기서 죽지만, 너희들 역시 성서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한 꼭두각시에 불과할 뿐이며 이대로라면 아라드는 예정대로 멸망할 것이라는 유언이었다.
그 흔한 레이드 보스 한 번 못해보고 사망한 제8사도 로터스.
제국 기사단은 레니가 죽은 일에 대해 모험가를 원망하진 않았다. 그들은 군인이었고, 임무 중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묵념을 할 시간은 필요했을 터인데, 기사단장 반은 부하들의 죽음에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그저 승리에 도취된 모습만을 보였다. 혼자서 죽은 로터스의 시체나 구경하러 가겠다는 둥, 이런 태도들 때문에 평소 기사단 내에는 갈등이 있었다. 어쨌든 그 외에는 특별히 수상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로바토는 반에 대한 의심을 풀었다. 모험가는 우선 지금까지의 일을 스카디 여왕에게 보고했다. 스카디 여왕은 혼란을 막기 위해 로터스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기로 했다.
모험가 일행에게 이번 일의 내막을 자세히 알려준 건 다름 아닌 점술가 아이리스였다. 그녀는 차원 너머의 세계라는 ‘마계’에 대해 설명하며 사도가 모두 전이 현상으로 인해 그곳에서 온 자들이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사도들로 인해 아라드의 혼란과 파멸은 더더욱 심화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여러 가지 예지력이 있었기에 일행은 그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리스는 사도 중에서 특히 폭룡왕 바칼을 악의 근원처럼 묘사하며 그에게 반기를 든 제2사도 ‘힐더’ 덕분에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힐더는 마계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마계와 아라드의 평화를 바라고 있으며 자신 또한 힐더가 보낸 자로써 곧 다가올 재앙을 막기 위해 아라드인들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 했다. 아간조는 아이리스의 이야기를 탐탁지 않아 했으나, 반은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그 힐더라는 사도를 빼곤 다 나쁜 놈들이다, 그 외엔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니 나타나면 다 죽여야 한다?”
아이리스는 그의 결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어서 ‘사도는 사도를 해할 수 없다’는 법칙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이 역시 아라드인들이 스스로 사도의 해악성을 인지하고 그들을 없애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얘네 잡아서 템 파밍하면 된다는 거지?
이즈음 벨 마이어 공국은 또 다른 전화에 휩싸이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흑요정의 왕국 <펜네스>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펜네스가 이 전염병을 퍼뜨린 것이 공국의 소행이라 여기고 공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스카디 여왕은 당연히 금시초문이라 해명하며 억지를 부리는 흑요정들이야말로 공국의 비옥한 땅을 노리는 도둑 심보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없는 군비를 털어 군대를 모두 알프라이라 산 주둔지 쪽으로 보냈다. 펜네스와 벨 마이어 공국이 전쟁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아라드력 995년의 일이었다.
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이 된 펜네스 왕국과 벨 마이어 공국
공국의 시민들은 안 그래도 제국이 공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 이와 같은 일까지 겹쳐 그들이 빈집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제국인들에 대한 경계심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잠시 쉬러 온 달빛주점에서 뒤늦게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반은 투덜댔다.
“...갑자기 이 술집이 비명굴로 보이는데. 모두가 나한테 적의를 쏟아내고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벽의 무늬조차 나한테 꺼지라고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실제로 달빛주점에서 반을 바라보는 공국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카라카스는 반에게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었다.
“실제로 꺼지는 게 좋을걸.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비명굴의 영웅과 제국의 기사, 어느 쪽으로 보일 것 같은가?”
“세상에. 내가 공국과 아라드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반의 마지막 투덜거림은 그를 데리러 온 부단장 하츠의 잔소리와 함께 모두의 귀에서 흘려 사라졌다. 결국 그들은 정말로 제국으로 꺼져버렸다. 어차피 그들은 황제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보고해야 했다. 아간조 역시 당장 마계로 갈 방법도, 사도를 상대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며 추가적인 정보를 모으러 떠났다. 로바토만이 모험가의 곁에 남았다. 그는 여왕이 최근 시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며 모험가에게 함께 <알프라이라>로 향할 것을 제안했다. 그 소문이란 ‘이번 전쟁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아라드가 멸망할 것이다’란 내용이었다.
흑요정 왕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알프라이라 산
모험가와 로바토는 함께 알프라이라 주둔지로 향했다. 그들이 그곳에서 처음 만난 흑요정은 온건파라 일컬어지는 클론터라는 자였다. 그는 인간과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번 일에 대해 공국과의 공동 조사를 원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 선 커다란 덩치의 흑요정 로엘은 중립적인 입장이었으나 클론터의 성화에 못 이겨 역시 조사를 돕기로 했으며, 이어서 나타난 시궁창 공주 패리스와 그녀의 일행인 일랩스 자매 역시 돈 될 만한 일이라면 뭐든 찾아나서는 자들이었기에 이번 일에 주저 없이 껴들었다.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나면 양국으로부터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다소 불순한 의도로 보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전쟁만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 전염병 진상 조사에 한 명이라도 협력자가 더 생기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싸워대는 통에 더 골칫거리인 패리스와 로엘
알프라이라의 전염병은 생각보다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생명을 죽이고, 변형시키며, 죽은 자를 일으키는 등 온갖 소요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전염병은 지하에 사는 흑요정 왕국 전체는 물론 아라드 대륙 전체로 퍼져나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문대로 ‘멸망’을 일으킬 만한 재앙이었다. 그런데 일행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사실 이 전염병은 질병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일종의 사악한 마법이었다. 모험가와 패리스, 로엘은 이 사실을 흑요정의 여왕에게 알리기 위해 클론터의 서신을 가지고 흑요정 왕국이 위치한 <언더풋>으로 향했다. 물론 알프라이라 지하는 과거 역사 속에 존재했던 흑요정의 영웅들이 모두 깨어난 상황이었기에 길을 뚫는 것이 순탄치는 않았다. 뭣보다 일행을 난감하게 만든 것은 700년 전 알프라이라 깊은 곳에 묻혔던 사룡 스피라찌의 부활이었다.
온갖 과거의 망령들이 깨어난 알프라이라 산 지하
힘겹게 사룡을 물리치고 마침내 언더풋 입구에 당도한 일행을 반긴 것은 흑요정 원로원의 수장 사프론이 이끄는 군대였다. 그는 길을 뚫어놓은 모험가 일행 덕분에 곧바로 벨 마이어 공국으로 쳐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하고는 곧장 그들의 죽음을 명령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모험가와 전사들이라 할지라도 군대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때, 흑요정 귀족으로 보이는 한 명의 여성이 사프론의 명령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녀는 사프론과 달리 모험가 일행에게 호의적인 듯 보였다. 그녀는 일행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여왕에게 전할 소식을 자신에게 전해달라 했다. 그러자 전직 흑요정 수비대원 로엘이 말했다.
“어, 그런데... 여왕님에게 직접 줘야 해. 안내해 줄 수 있어?”
여자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후후. 그런 거라면 지금 말하셔도 됩니다. 제가 바로 흑요정의 여왕, 메이아니까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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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정말... 알고는 있었는데 정말...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멍청하구나...”
패리스의 비아냥을 뒤로하고 로엘은 떠듬거리며 여왕에게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 놈인지, 그래서 조금 전까지 그렇게 무례했던 것인지를 최선을 다해 어필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딱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메이아 여왕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일행을 우선 왕궁으로 데려갔다.
흑요정인데 피부색이... 여왕이라 특별 관리를 받았나...
펜네스 왕국은 인간을 불신하는 ‘강경파’와 인간과 상생해야 한다는 ‘온건파’로 나뉘어 대립 중이었다. 여왕은 온건파였지만 강경파인 원로원의 힘이 워낙 센 탓에 그녀로서도 충분한 명분이 없다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험가는 메이아 여왕에게 클론터의 서신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스카디 여왕의 뜻도 함께 전했다. 서신에는 인간의 마을에도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죽은 흑요정 연금술사 모건의 자료를 토대로 전염병이 인간의 소행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근거가 어느 정도 적혀 있었다. 이를 토대로 메이아는 마침내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번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원로원도 반대하지 못했다.
사정을 알고 보니, 그들이 이와 같은 전쟁을 일으키게 된 사유에는 전염병을 예언한 한 명의 점술사가 있었다. 바로 아이리스였다. 그녀는 “인간의 제국이 무서운 병을 만들어 흑요정을 죽일 것이다”라고 예언했고, 평소 인간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원로원은 아이리스의 예언을 핑계 삼아 즉시 군대를 일으켰다. 제국이 아닌 공국을 상대로 먼저 선전포고를 한 이유는 최초의 전염병 시체 옆에 공국인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흑요정들이 알기로 평소 공국은 제국의 수족이 되어 그들의 명령을 받는 입장이라 제국이 전염병을 만들고 공국이 이를 퍼뜨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강성한 데 로스 제국을 바로 치기는 어려우니 만만한 공국을 먼저 공격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고작 점술가 한 명에게 휘둘린 흑요정 왕국
모험가는 벨 마이어로 다시 돌아와 아이리스를 찾아가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은 그저 제국을 조심하라고만 했을 뿐, 나머지 얘기는 인간에게 배타적인 흑요정들이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라고 항변했다. 그리고는 아라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도의 부정한 기운이 더욱 근원적인 문제라며 모험가에게 다시 한 번 사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모험가는 일단 펜네스로 되돌아가 그들의 전염병 원인 조사를 도왔다. 인간의 소행이 아니라면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게 원로원들의 입장이었다. 어차피 전염병의 진원을 찾아 없애지 못하면 흑요정은 다시 전쟁을 일으켜 인간의 땅으로 터전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험가와 패리스는 흑요정 비밀 요원 미네트의 제보로 이번엔 전염병이 시작된 곳으로 추측되는 흑요정들의 작은 도시 <노이어페라>로 향했다. 물론 이번 여정도 순탄치 않았다. 흑요정과 적대하는 난쟁이들은 물론, 고대 왕국의 유적을 지키는 해머왕 보로딘마저 깨어나 모험가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 모든 방해물을 뚫고 노이어페라에 도착하자 일행은 지독한 독기를 마주해야 했다. 노이어페라는 다른 곳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아무런 대비 없이 갑작스레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주민들은 모두 몰살당했으며 그들의 주검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거나 융합하고 있었다.
전염병이 시작된 마을 노이어페라로 향한 모험가 일행
다행히 일행은 혹시 모를 전염에 대비하기 위해 벨 마이어의 연금술사 로톤이 만든 전염병 예방약을 미리 복용한 상태였다. 일행은 마을의 더욱 깊은 곳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림시커>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을 만나게 된다. 일행은 그들이 전염병을 퍼뜨린 범인이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모험가는 그들의 입에서 또 한 번 익숙한 단어를 듣게 된다. ‘사도’였다. 모험가가 마을의 중심지에서 발견한 사도의 환영에선 치명적인 보랏빛 독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모험가가 어찌해보기도 전에 환영은 사라져 버렸지만, 이제 원인은 확실해졌다. 노이어페라에 전이된 제6사도 ‘디레지에’. 그가 바로 이 모든 질병의 근원이 분명했다.
그림시커란 조직은 전염병에는 직접적으론 아무 관계 없었다. 단지 세상의 모든 ‘사도’를 지켜내겠다는 알 수 없는 목적을 가지고 디레지에를 해치려는 일행을 막아섰을 뿐이었다. 모험가는 왜 그들이 위험한 사도를 지키려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펜네스로 돌아가 사프란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모험가의 역할은 일단 거기까지였다. 이후의 일은 흑요정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였다. 어쨌든 마침내 전염병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자 메이아 여왕은 공국과의 관계 회복을 즉시 진행했다. 스카디 여왕도 물론 받아들였다. 아라드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전이 현상과 전염병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과 흑요정 사이에 발발할 뻔했던 전쟁은 그렇게 모험가 덕분에 조기에 끝이 났다.
명성이 조금 높아진 모험가
하지만 공국은 흑요정 외에도 또 다른 이들과 마찰이 시작되고 있었다. 벨 마이어 북쪽에 국경을 맞댄 <스톰 패스> 지역의 반투족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공국의 땅을 침범하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면에서 다시 깨어난 냉룡 스카사 때문이었다.
사실 스카사는 이전에도 몇 번 깨어난 적이 있었다. 혹한 지역에서 스카사를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반투족들은 냉룡이 스스로 다시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조금 달랐다. 스카사의 낌새는 이전보다도 훨씬 포악했으며, 무슨 수를 써도 다시 잠들 것 같지 않았다. 이는 스카사 뿐만 아니라 <만년설산>에 사는 모든 몬스터들이 그러했고, 심지어 반투족의 인간들까지 평소와 달리 매우 흉포해지고 있었다.
모험가는 프리스트 교단의 상급 프리스트 그란디스가 의뢰한 일을 해결하러 설산에 들렀다가 이 같은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반투족은 자존심이 워낙 대쪽같은 자들이라 이런 사정을 공국에 자세히 설명한다거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외지인과 손을 잡느니 차라리 설산에서 싸우다 죽겠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반투족 본인들마저 점점 미쳐가자 반투족의 부족장 오르카는 원인 파악을 위해 매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고, 의외의 인물에게서 그 답을 듣게 된다. 점술가 아이리스가 말하길, 현재 설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태의 원인은 바로 ‘검은 악몽’이라는 불길한 기운 때문이라 했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영향을 끼치는 ‘검은 악몽’
검은 악몽은 대상의 밝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어두운 기운만을 남겨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충동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물론 이 또한 사도 전이 현상의 여파 중 하나일 것이라 추측할 뿐 아이리스도 그 이상 알고 있는 정보는 없었다. 일행은 검은 악몽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확신되는 스카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과거 시로코의 정신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브왕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 그를 찾기로 했다.
반투족의 대족장 브왕가는 자신의 수련장에서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직접 수련장으로 찾아가 브왕가에게 검은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브왕가는 긴 고민 끝에 용단을 내렸다. 그들이 자존심 때문에 절대 하지 않으려 했던 것. 바로 공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오르카를 비롯한 몇몇 반투족 전사들은 처음엔 반대했으나 브왕가의 설득과 모험가가 그동안 보여준 신뢰감 있는 모습 때문에 결국 마음을 돌렸다. 이번에야말로 스카사를 단순히 잠들게 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쓰러뜨려 반투족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브왕가의 목표였다.
오르카가 족장의 명령대로 원군을 요청하러 간 사이, 브왕가와 모험가 일행은 먼저 설산에 올랐다. 반투족의 전사들은 누구보다 용맹했으나 예상대로 그들만으로 스카사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행히 때맞춰 원군이 도착했다. 공국의 군대는 물론 아간조와 로바토도 직접 달려왔다. 그들은 함께 힘을 합쳤고 마침내 냉룡 스카사를 영원히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그날 저녁, 반투족과 공국은 오랜 감정을 풀고 함께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화해를 한 것은 물론 나아가 동맹까지 맺기로 한 것이다. 이는 물론 모험가의 공이 컸다는 것이 모두의 공감대였다. 반투족도, 공국 사람들도 모두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공국과 반투족의 동맹까지 이끌어낸 모험가.
그러나 이는 급한 불만 끈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 자체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검은 악몽은 물론 디레지에의 전염병도 여전히 곳곳에 만연했으며 특히 벨 마이어 공국 남부의 상업도시 <노스 마이어>에 역병이 크게 퍼졌다는 소식이 북부에도 들려오고 있었다. 이번엔 노이어페라보다 훨씬 큰 규모였으며 흑요정 마을처럼 땅속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전염 속도도 이전보다 더욱 빨랐다. 이대로라면 공국 전체에 노이어페라의 비극이 재현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디레지에를 직접 목격한 바 있는 모험가는 노스 마이어에서 그 기운을 다시금 느끼고 홀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로톤의 약은 이미 효과가 떨어진지 오래였지만 다행히 노스 마이어 초입 부근에 있는 작은 마을 <녹색도시 그로즈니>에서 만난 사이퍼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자신의 초능력으로 방어막을 쳐서 역병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준 것이다. 다소 까칠한 성격의 그 사이퍼는 자신의 이름을 미쉘이라 소개하며 모험가와 함께 자신의 고향 노스 마이어의 역병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사람들의 수많은 차별과 배신 경험으로 매우 배타적인 성격이 된 미쉘
노스 마이어에는 디레지에의 추종자들이 가득했다. 질병을 극복하지 못한 자는 죽고, 기형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은 디레지에를 따르게 된 것이다. 피터 더 파이퍼, 피나비 루시올라, 마녀 아가름 등. 그들은 역병을 오히려 자신에게 힘을 내려주는 축복으로 여겼다. 하지만 뭣보다 모험가를 곤란하게 만든 자들은 이번에도 사도를 지키려 나선 조직 그림시커의 무리였다.
다만 모험가는 그림시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그림시커 내부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자칭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사도를 지킨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일부는 디레지에가 지금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그냥 묵과하기 힘들어 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그림시커의 수장 아젤리아였다. 그녀는 그림시커 조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모험가를 도와 디레지에를 처단하기로 결정했다. 사도를 하나씩 잃을 때마다 세상이 멸망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디레지에는 일단 막고 그 후의 일을 고민해보기로 한 것이다.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도는 무조건 제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일종의 타협의 여지를 보인 것이다. 때문에 이후 그림시커는 아젤리아를 따르는 온건파와 그렇지 않은 강경파로 나뉘게 된다. 강경파는 이후로도 사도를 해하려 하는 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적대했다.
사도를 지키려는 자들
모험가와 미쉘은 유혹의 마을과 의혹의 마을 등등 여러 지역을 거쳐 마침내 디레지에가 있는 고통의 마을 <레쉬폰>에 당도했다. 이번엔 환영이 아니라 디레지에의 본체가 분명했다. 그의 더러운 독기는 그 어느 곳보다도 강렬하게 뿜어져 나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젤리아의 보호 마법과 미쉘의 방어막이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녹아내렸을 정도였다.
“가소로운 힘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군. 여기까지 온 것은 힐더의 가호 덕분인가? 힐더의 꼭두각시 놈들...”
디레지에는 왜인지 힐더의 이름을 언급하며 모험가 일행을 조롱했다. 그는 모험가 일행이 자신의 독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은 아젤리아와 미쉘의 능력뿐만 아니라 필시 힐더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디레지에는 고의적으로 아라드를 공격한 게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자였고, 전염병 사태는 그런 그가 의도치 않게 아라드로 전이되면서 벌어진 사단이었다. 다행히 독기를 제외하고는 디레지에 자체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모험가는 미쉘과 아젤리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디레지에를 쓰러뜨렸다. 그러나 디레지에는 죽지 않고 차원의 틈으로 빨려들어가며 마지막 힘을 짜내 모험가를 끌어들였다. 비록 자신은 예언대로 차원의 틈새에서 갈가리 찢겨 죽을지언정, 힐더가 준비한 게 분명한 그녀의 꼭두각시도 함께 망가뜨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증오를 담아 힐더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디레지에와 함께 차원의 틈으로 빨려들어간 모험가
모험가는 다행히 디레지에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차원의 틈새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여 힘의 ‘각성’을 이뤄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전화위복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 도착한 곳은 원래의 세계가 아닌, 차원 너머의 <미러 아라드>라는 세계였다. 현재의 우주는 여러 차원들 사이에 대 균열(Greate Crack)이 생긴 상태로써 수많은 플레인(평행 세계)들이 존재했고, 모험가는 차원의 균열을 통해 그 중 하나인 미러 아라드라는 플레인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 플레인 : 아라드 (본래 세계)
■ 플레인 : 미러 아라드 (대전이가 일어난 차원)
■ 플레인 : 드래고니아 (용족이 아라드 행성 전체를 지배하는 차원)
■ 플레인 : 코스모 핀드 (지옥파티 악마들의 차원)
■ 플레인 : 사이퍼즈 (초능력자들만의 차원)
■ 플레인 : 코로나 (마계/마법/사도/전이가 없고 과학 문명만이 있었으나 핵전쟁이 터져 원시 상태로 돌아가버린 차원)
■ 플레인 : 오드 디멘션 (이계 던전)
■ 플레인 : 피스 (요정들이 데 로스 제국을 박살내고 평화롭게 사는 차원)
■ 플레인 : 케이아스 (검은 성전에서 오즈마가 승리하여 오즈마가 아라드를 지배하는 차원)
■ 플레인 : 이블돔 (카오스 차원, 마계)
■ 플레인 : 엔젤리카 (대천사와 프리스트들이 모든 사도를 봉인하고 칼로소를 찾아 나선 차원)
■ 플레인 : 루크 (루크가 세상을 지배하는 차원. 차원의 이름은 명확하지 않다.)
온갖 잡설정과 구 업데이트의 유산을 쑤셔박아놓은 쓰레기통. (좋게 말하자면 ‘잘 청소해놓은’)
모험가는 그 이세계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아간조와 미쉘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세계의 아간조와 미쉘이었기에 모험가가 알던 자들하고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었다. 이세계의 아간조의 말로는 아마도 사도가 죽어가며 방출한 강력한 힘에 의해 일시적으로 두 차원이 연결되었고, 모험가는 거기에 휩쓸린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그렇게 생긴 차원의 틈으로 미러 아라드에 만연한 재앙의 기운이 모험가의 본래 세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러 아라드의 세계에선 ‘대전이’라는 끔찍한 업데이트 사건이 발생한 상태였다. 원인은 바로 우주의 시초이자 창조주, 위대한 의지 칼로소 때문이었다. 차원을 넘나드는 로드 나이트 아니스가 모험가에게 알려주기를, 과거 칼로소는 자신이 만든 피조물인 사도들에 의해 많은 조각으로 깨어져 차원 곳곳에 흩어지게 되었고, 이후 칼로소는 우주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흩어진 조각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조각들은 인간과 같은 생명체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문제는 그 칼로소의 파편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때는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미러 아라드의 세계에 발생한 대전이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칼로소에 의해 회수된 하나의 파편(길 잃은 전사)은 이 세계에 거대한 격변을 일으켰다. 이 폭발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전이 에너지는 아라드에 있던 몬스터들과 인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아라드의 여러 지역에 중력 역전마저 일으켰다. 흑요정들의 지하도시 언더풋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헨돈 마이어와 하늘성이 산산이 파괴되었으며 거대한 동공에서 지하수가 솟구쳐 미들오션으로 거꾸로 흘러들어가는 등 아라드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네오플에게도, 게이머에게도 재앙과 같았던 대전이 업데이트...
모험가에게 이와 같은 세상의 진실을 알려준 나이트 아니스는 칼로소가 조각을 모두 되찾도록 돕는 자로써, 어찌 보면 대전이와 같은 재앙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스는 조각의 융합이 파괴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보면 오히려 세상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사도로 인해 일어난 재앙이라던가, 차원 간의 균열, 또는 검은 악몽과 같은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거라 했다.
검은 악몽은 미러 아라드의 세계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신비한 항마의 기운을 가진 나무 ‘실버 크라운’ 덕에 대전이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정령들은 물론, 대전이의 여파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삶을 꾸려가던 헨돈 마이어 시궁창의 피난민들도 검은 악몽의 폐해는 피하지 못해 고통으로 신음해야 했다. 게다가 일찍이 로터스를 스스로 봉인하여 위기를 모면하고 건재하게 활동하던 GBL교도 점차 그 봉인이 풀리는 통에 다시 위기를 맞고 있었다.
모험가는 이세계의 웨펀마스터들과 만나 그들과 함께 로터스의 숨통을 다시 한 번 확실히 끊었다. 그리고 검은 악몽이 자신의 세계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차원의 틈을 닫았다. 이때 차원의 틈을 닫을 수 있었던 것은 일전에 디레지에가 이야기했던 힘, 즉 모험가 자신도 모르게 모험가의 육체에 스며들어 있던 힐더의 에너지가 흘러나온 것을 미쉘이 놓치지 않고 차원의 문을 닫는데 에너지로써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험가와 미쉘은 그 에너지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건지 알지 못했으며 이를 눈치챈 것은 힐더의 기운에 익숙한 디레지에와 로터스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모험가는 차원의 틈새를 성공적으로 메꾸고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왔다.
알게 모르게 사도와 관련된 사건들에 개입 중인 힐더
본래의 아라드로 돌아온 후, 모험가는 미쉘과 작별을 고했다.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까칠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모험가를 매우 신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 벨 마이어의 전염병 사태도 잘 수습되었고, 검은 악몽도 소강 상태였다. 하지만 모험가는 쉴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험가를 신용하는 또 한 명의 여성. 스카디 여왕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공국을 위해 모험가가 일전에 하늘성에서 가로막혀 가지 못했던 곳, 하늘 위의 세계로 가주길 원하고 있었다. 천계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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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는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다. 황제라는 단어는 너무 강하고 무서워 보였다. 애초에 그녀는 여염집에서 자란 평민 출신의 아이였을 뿐이니 그럴 만도 했다. 천계는 작은 소녀가 품기에 너무도 넓은 땅이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천계. 지도상엔 나와있지 않지만 천계의 대척점에는 <선계>가 존재한다.
과거 에르제는 타고난 총명함과 정신감응 능력이 뛰어났던 탓에 당시 지벤 황국의 지도자였던 최고 사제 벨드런의 눈에 들었다. 이후 벨드런은 에르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견인을 맡아 후계자로 키우고자 했다. 하지만 벨드런은 황도를 침공한 서부 무법지대의 카르텔과의 1차 전쟁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벨드런은 에르제를 후계자로 정한다고 유언을 남겼지만 에르제의 나이는 아직 너무도 어렸다. 한동안 에르제는 벨드런과 친했던 황도군 총사령관 잭터 이글아이가 맡아 돌봐주었다. 그리고 전쟁의 사후 처리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자, 잭터는 에르제에게 마침내 황도의 최고 사제가 될 것을 권유했다. 지도자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나라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명칭을 바꾸어 지도자의 이름을 처음으로 최고 사제가 아닌 ‘황제’라는 이름을 달고 지도자로 즉위하길 바랐다. 이는 권력이 예전보다 더욱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의미했다. 귀족원은 바칼의 독재에 맞서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던 기존 체제를 부정하게 되는 일이라며 반발했으나 대귀족 가문의 수장이자 섭정 유르겐이 잭터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여론은 잭터의 뜻에 좀 더 힘이 실리게 되었다. 에르제는 벨드런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또다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결국 잭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황제란 단어는 무섭다며 여전히 투정을 부렸고, 그리하여 지벤 황국 ‘최초의 황녀’가 탄생하게 된다.
본래 황녀란 황제의 딸을 의미하지만, 에르제의 경우는 본인의 뜻으로 그 단어를 쓸 뿐 실제론 황제와 같다.
벨드런의 눈은 정확했다. 황녀 에르제는 귀족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어린 나이에도 영민함으로 정치와 경제에 통달해 독재자가 아닌 성군으로서 천계인들의 큰 신임을 받았다. 탁월한 언변 능력과 특유의 정신감응 능력으로 정치가로써도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녀의 친위대인 ‘황녀의 정원’은 모두 에르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충성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듯 천계에는 커다란 사건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게 된다. 카르텔의 2차 침공은 물론,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물이 어디선가 나타나 천계의 전력을 담당하는 중추 시설 ‘파워 스테이션’을 점거해버린 것이다. 바로 사도 ‘안톤’이었다.
천계에 전이된 제7사도 안톤
오랜 시간 마법이 금지되어 과학 문명만이 발달한 지벤 황국은 파워 스테이션의 에너지 전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 중추 시설을 사도에게 점거당하면서 황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때문에 타이밍 좋게 또다시 쳐들어온 카르텔에 의해 결국 황도는 함락되고 만다. 뭣보다 가장 비통한 소식은 바로 카르텔 무법자 놈들에게 황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황녀를 목숨 바쳐 지키기로 했던 황녀의 정원의 요원들은 황녀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겼다. 결국 황녀의 정원의 수석 궁녀 마를렌 키츠카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아랫세계’에 내려가 그곳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 한 것이다. 천계인들에게 아랫세계는 전설로만 여겨졌지만, 황궁의 주요 인사들은 그곳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마를렌은 홀로 목숨을 걸고 천해(미들오션)로 뛰어들었고, 다행히 무사히 아라드에 당도했다. 그녀는 즉시 아랫세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을 만나 공개적으로 천계의 존재를 알리고 정식으로 군사적 도움을 요청했다. 천계와 지상 대륙의 연결이 끊긴지 정확히 천 년 만에 다시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아라드력 1000년의 일이었다.
정확히 천 년만에 다시 연결된 두 세계
제국은 천계의 요청에 즉시 화답했다. 제국은 이를 매우 좋은 기회로 여겼다. 지벤 황국에 빚을 지움으로써 천계 진출 계기를 자연스럽게 마련할 수 있으며 또는 그들과 손을 잡아 아라드 대륙 전체에 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공국의 스카디 여왕 역시 이러한 제국의 의중을 일찍이 눈치챘다. 스카디 여왕이 모험가를 부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여왕은 모험가가 제국군과 함께 천계에 올라 그들의 동향을 살펴주길 원했다. 공국 출신이 아닌 민간인인데다 제국의 기사단장 반 발슈테트와 친분도 있으므로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반은 모험가가 천계 원정대에 합류하는 것을 매우 반겼다. 실력 좋은 협력자인데다 흑요정 왕국과 인연이 깊은 모험가라면 마침 하늘성의 마법진을 뚫기 위한 재료로 필요했던 ‘스파라찌의 뿔’을 쉽게 얻어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반의 바람대로 모험가는 흑요정 왕국에서 스파라찌의 뿔을 얻어와 마법진을 제거했다. 그리고 제국군과 함께 마침내 천계로 올랐다.
마가타를 타고 마침내 천계에 당도한 아랫세계의 인간들
천계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카르텔은 이미 황도의 수도 겐트마저 점령하고 살인과 약탈을 일삼고 있었다. 모험가는 황도군 수비대장 젤딘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받은 후 즉시 전선에 나섰다. 전향한 전직 카르텔 멤버 베릭트라는 자도 함께였다.
낙후된 무법지대에 단절된 채 살아왔던 카르텔이 과학력이 나름 발달한 황도군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지젤이라는 일류 과학자 덕분이었다. 과거, 7인의 마이스터의 유지를 잇기 위해 창설됐다는 과학 단체 <세븐 샤즈> 중에서도 최고의 과학자로 이름을 알리던 지젤은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소년 멜빈에게 크나큰 굴욕을 당했다. 멜빈은 어린 나이에도 지젤을 훌쩍 뛰어넘는 재능을 보여줬다. 평소 오만방자한 태도로 논란이 많았던 지젤은 멜빈이 나타난 이후 자신의 권위와 권한에 관한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결국 지젤은 세븐 샤즈를 떠나 인권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과학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카르텔에 가담했다. 덕분에 카르텔은 자신들에게 부족했던 과학력을 손에 넣었으며 지젤은 그들을 통해 멜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단시간 내에 온갖 생체 병기와 사이보그들을 만들어내는 등 매드 사이언티스트로서의 본성을 원없이 발휘했다.
<총몽>의 ‘디스티 노바’ 박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과학자 지젤.
모험가는 제국군과 함께 황도군 니베르, 콘, 비연, 메이윈 등의 지원을 받아가며 카르텔 세력을 차근히 무너뜨려 나갔다. 카르텔은 생각지 못한 황도군의 협력자들에게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마침내 황도 연합군은 추격 섬멸전까지 펼쳐 카르텔을 황도에서 완전히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이 아니었다. 서부 무법지대의 카르텔 세력과 그들에게 세븐 샤즈의 기술을 전해주고 있는 지젤이 온전한 이상 그들은 언제든 다시 침공해올 것이며, 뭣보다 아직 황녀가 그들 손에 붙잡혀 있었다. 지벤 황국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반드시 되찾아야 했다.
수도 겐트를 수복해낸 황도군
모험가는 서부 무법지대로 가기 위해 항구도시 <루프트 하펜>으로 향했다. 그런데 역 관리인 베른의 말에 따르면 해상열차는 <강철비늘 해적단>이라는 자들이 탈취한 상황이라 했다. 해적들은 자신들이 훔친 병기를 열차에 실어 카르텔에게 팔아치우려 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일단 꼬마 인어 초롱이와 콩콩이의 도움으로 해적들을 쓰러뜨리고 해상열차를 수복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길을 막고 있던 유령 열차까지 물리쳐 황도 연합군이 무법지대에 무사히 상륙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승기는 이제 완전히 황도군에게 있었다. 무법지대 초입의 안개도시 헤이즈에 도착한 황도 연합군은 닐스를 비롯한 무법지대의 민간 수비대 멤버들과 합류해 본격적으로 카르텔 소탕에 나섰다. 사이보그로 신체를 개조한 전 카르텔 리더 엔조 시포와 노익장 하스, 저격수 이리가레, 아르덴 회전의 배신자 페요, 간부 플라틴 등이 길을 막았지만 모험가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파죽지세로 카르텔 사령부까지 당도한 황도군은 우선 특공대를 조직해 감금당해 있던 황녀를 먼저 구출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현 카르텔 수괴 란제루스마저 쓰러뜨려 천계 전쟁을 황도군의 승리로 완전히 종결 지었다.
겐트로 돌아온 이후 황녀 에르제는 모험가를 불러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무 이해관계 없는 모험가 신분으로 황도군을 도와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한데다 황녀 역시 안전하게 구출해낸 공은 천계 역사서에 영웅으로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황녀는 앞으로도 모험가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아직 천계의 모든 혼란이 끝난 건 아니었다. 카르텔의 배후에서 큰 역할을 했던 과학자 지젤의 행방을 찾지 못했으며, 천계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도 안톤의 존재도 여전했다. 뭣보다 일단 전쟁의 뒷수습과 피해 복구부터 해야 했다. 황녀는 이제부터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아랫세계의 조력으로 완전히 무력화된 카르텔
지벤 황국이 전쟁의 사후 처리에 바빠진 동안, 모험가는 아라드에 돌아가 스카디 여왕에게 천계와 제국의 동맹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직후 달빛주점에서 재회한 아간조로부터 한 남자가 자신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4인의 웨펀마스터 중 마지막 멤버인 시란이었다.
시란은 수쥬의 수도 <쇼난>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바로 ‘시간의 문’을 열어 과거의 사건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란은 과거 비명굴 사건 당시 시로코가 죽으며 내뿜은 기운을 넨으로 몸을 보호하던 중에 우연하게도 시간의 틈새로 빠져들었고, 그 이후로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를 통해 시란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엿보는 것은 물론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 시란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아라드에 일어나고 있는 온갖 사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시간의 문을 유지하며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에 시란은 믿을 수 있을 만한 인물이라 판단된 모험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비명굴 사건으로 시간의 문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던 시란
모험가는 우선 시공간을 넘어 대화재 이전의 그란플로리스 숲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제 막 누군가가 숲의 마법진을 파괴하고 불을 지르고 있었다. 숲의 요정들은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자신들을 희생하여 대마법진을 지켜냈고, 그 와중에 정신을 잃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명의 요정 소녀가 바로 세리아였다. 왜인지 인간의 모습이 되어버린 세리아는 이후 아라드에 홀로 남은 마지막 요정 슈시아가 데려갔다.
모험가는 계속해서 숲을 파괴한 자의 흔적을 쫓아 다음 시간대로 향했다. 전염병이 막 창궐하기 시작한 흑요정 도시 노이어페라, 갑자기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 무법지대의 초기 카르텔, 전이 실험을 하던 제국의 빌마르크 실험장, 시로코 토벌 당시의 옛 비명굴... 놀랍게도 이 모든 사건에는 검은 후드를 쓴 한 명의 마법사가 암약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900년 전의 바칼을 찾아가 그의 입을 통해 마침내 그 배후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바로 점술가 아이리스였다.
아라드의 모든 사건의 배후에서 암약해온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마계의 엘레멘탈 마스터 조직인 테라코타의 수장이자 사도 힐더의 심복이었다. 그녀는 900년 전 천계를 막 정복한 폭룡왕 바칼을 만나 아라드인을 단련시킬 3마리의 용을 아랫세계에 내려보내달라는 힐더의 전언을 전한 바 있으며, 데 로스의 황제를 찾아가 시로코 토벌과 빌마르크의 전이 실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벨 마이어에서는 그란플로리스의 대화재까지 일으켰다. 또한 노이어페라와 노스마이어에서는 직접 사도 디레지에를 전이시켜 역병 사태가 일어나도록 주도했으며 세븐 샤즈의 지젤 박사를 카르텔로 보내 천계 전쟁을 유발하기도 했다.
충격을 받은 일행은 일단 아이리스가 도망친 시간의 틈으로 향하여 그녀를 쫓았다. 아이리스는 대외적으로 점술가로 활동했지만, 사실 천 년을 넘게 살아온 강력한 마법사였다. 시란과 모험가는 동료 모험가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야 겨우 그녀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직후 시란은 진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아이리스가 해온 모든 일은 바로 그녀를 정신을 속박하여 조종해온 사도 ‘힐더’의 의지였다. 시란과 모험가는 아직 힐더의 진의를 알 수는 없었으나 우선 세리아을 불러 그녀의 힘으로 아이리스의 정신적 속박을 풀게 했다. 천 년 만에 자아를 되찾은 아이리스는 그동안의 자신의 행적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시란은 앞으로의 행동으로 속죄를 하면 된다며 그녀의 마음을 추슬러 주었다.
흔한 ‘사실 착한 놈이었어’ 플래그
처음으로 스토리상 떼거지로 등장한 모험가 패거리(?)
어쨌든 그동안 아라드에서 일어난 일들의 배후가 사도 힐더임을 깨달은 모험가들은 다음 목표지를 명확히 정했다. 오래전 아라드에 결착하여 천계의 하늘에서나 그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던 미지의 땅, 마계였다.
<5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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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는 진짜 재앙이었음 게임 전체를 다 뜯어 고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건대 오히려 안한거보다 훨씬 못한게 되버린 대재앙 대전이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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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정리 잘하셨다 재밌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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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패치 되고 처음 스토리는 스크립트는 어디 초딩 대려와서 썻나 싶은 수준 떨어지는 물건에 전체적인 플롯은 어디 양판소 수준인데 쓰잘데기없는 신비주의 컨셉으로 절대 재대로 된 마무리가 안되게 해놔서 답답하기까지 했음. 그나마 두어번 고치더니 좀 볼만해지긴 했는데 그조차 기승전 칼로소 기승전 하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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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JKusaMQJV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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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시문부터 조짐이 심상찮더라니 대전이로 와장창.......... 예전 스토리 설정이 정 기억 안나거든 좀 제대로된걸로 갈아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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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정리 잘하셨다 재밌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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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는 진짜 재앙이었음 게임 전체를 다 뜯어 고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건대 오히려 안한거보다 훨씬 못한게 되버린 대재앙 대전이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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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릍
심지어 패치 되고 처음 스토리는 스크립트는 어디 초딩 대려와서 썻나 싶은 수준 떨어지는 물건에 전체적인 플롯은 어디 양판소 수준인데 쓰잘데기없는 신비주의 컨셉으로 절대 재대로 된 마무리가 안되게 해놔서 답답하기까지 했음. 그나마 두어번 고치더니 좀 볼만해지긴 했는데 그조차 기승전 칼로소 기승전 하츠 ㅋㅋㅋ | 19.04.18 1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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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와우에서 대격변 확장팩을 도입했는데 그거 보고 뽕먹은 PD가 우리도 저런 업데이트 만들자 라는 심플한 생각으로 나와서 그럼 정작 와우는 수년간 코드를 재정비하고 1,2차 대전에 뿌렸던 떡밥 회수, 2, 3차 컨텐츠를 치밀하게 계획해서 업데이트를 한건데 그냥 맵이랑 던전 갈아 엎으면 유저들이 오오~ 하는줄 알고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 만들다 만 컨텐츠, 빠듯한 시간동안 제작하느라 미완성된 플롯 등으로 게임을 개박살 내버렸지 | 19.04.18 13: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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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나이트 무렵엔 진짜 내부에 무슨 문제 생겼나 싶을 정도로 뭘 만들어도 하다 엎어진걸 때운 급조품들 투성이 | 19.04.21 14: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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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 진짜 스토리작가의 최애캐였는지 무슨 사도도 잡을거마냥 묘사해놔서 으으 | 19.04.22 17: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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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블론 맞습니다 | 19.04.23 18: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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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바일 하나랑 데메크같은 시점으로 3d로 던파2개발중임 | 19.04.18 1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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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덕
https://www.youtube.com/watch?v=JKusaMQJVdU | 19.04.18 1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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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들어서 재대로 안나오면 1도 시들해지는거임. 당연히 함부로 못만들어냄. | 19.04.19 1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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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아이리스=힐더는 아니었음. 조종당하는거였지. | 19.04.19 1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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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인형이다 or 인형은 은유적인 표현이고 일단 사람이긴 하다 정도 썰은 있는데 일단 힐더 본인은 아니고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입장이었음 | 19.04.19 21: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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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상에서 확실하게 힐더 본인이 변신해서 돌아다닌거였던건 남법 오프닝만화에 나오는 사신이랑(나중에 아이리스 세뇌 풀릴때 재등장) 바칼 스토리에 나오는 마이스터 엘디르 라는 캐릭터 정도 | 19.04.19 2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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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설정상 아이리스=힐더입니다. 힐더의 현신임. 지금은 어떻게 바꼈는지 모르겠지만. | 19.05.21 2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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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시문부터 조짐이 심상찮더라니 대전이로 와장창.......... 예전 스토리 설정이 정 기억 안나거든 좀 제대로된걸로 갈아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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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오리진까지 넘어오면서 고치고 고쳐도 가망이 없어서 검은 성전은 아예 삭제당함 ㅋㅋ | 19.04.21 17: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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