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취미갤에 글을 남깁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극성이었던 2021년과 2022년에
강원도 원주의 한 호수 앞 원룸에서
2권의 책 :
에세이 <실패의 실력>,
첫 장편 소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을 집필했습니다.
2011년엔 첫 책이자 에세이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을 썼습니다
바로 이 방에서 13년에 걸쳐 3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실패의 실력>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 퇴고 과정입니다
장편 소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는
초고가 600쪽이나 되는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400페이지로 줄이는 과정을 거치고
이후로 퇴고만 '정말로' 300번 가까이 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덕분에 + 노력한 것 이상의 운도 함께 해준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2023년 한국 소설
지난 글 링크 : 열심히 하니 결국 되네요 (첫소설 베스트셀러 등극)
덕분에, 부끄럽지만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서 소소하게 기념행사도...
(루리웹 회원님도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쓴 소설을 세상에 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일단 이룬 저는 강원도 원주 생활을 정리하고
코로나 동안 이 악물고 버틴 사업체를 다시 정상 운영하고...
주변 친구, 지인들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고
큰 마음 먹고 플스 5도 구매하여
'파판16', '파판7 리버스', '옥토패스 트래블러2', '용과 같이8', '드퀘11s'도 클리어하고...
그런데,
제 안에 여전히 뭔가 다 해소하지 못한,
꺼내지 못한, 무언가가 걸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마치 오랜 시간 고대 하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왔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러던 와중에
2021년 원주에서 집필하며 지내던 시기에
친구와 함께 '토지문화관'에 방문했던 사진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의 남쪽,
충청북도 충주로 넘어가는 국도 인근 산 중턱에 있는 토지문화관 입니다
(2021년 사진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땐,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주택이 박경리 선생님께서 생전 마지막으로 거주하셨던 곳 입니다
선생님의 친필 원고
선생님 생가에는 이렇게 생전의 살림을 고스란히 보관 중입니다
발코니로 나가는 문 옆 아래의 작은 출입구는 고양이들이 지나던 문이라고 합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책상
저 많은 장독대는, 박경리 선생님께서 찾아오는 후배 문인들에게 손수 식사를 대접하시면서
각종 장, 양념, 김치, 깍두기 등을 담글 때 쓰신 거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그러던 중에 이게 뭐였지? 하는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창작공간?
문화관 투어를 진행할 때,
박경리 선생님 생가 바로 아래에 있던 건물들.
위의 건물들은 박경리 선생님께서
후배 문인, 예술가들을 위해 만들어주신 '창작실'입니다.
3년 전 토지문화관에 방문했을 당시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 12월, 토지문화재단 홈페이지를 가보니
<2024년도 상반기 창작실 입주 작가 모집>이라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식 등단(신춘문예 또는 문예지를 통해 단편 또는 중단편 소설을 발표하는 일)도 하지 않은 제가
과연 지원해도 될지 재단 사무국에 전화하여 조심스럽게 여쭸는데
문학(소설, 시, 희곡, 동화 등) 작품을 정식으로 출간한 이력이 있다면
누구든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창작실 입주 지원서를 구구절절하게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에 토지문화재단 사무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초 선발에선 떨어졌지만 대기 1순위였고
마침 다른 소설가께서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시게 되어
저에게 차례가 돌아왔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언제 입주 가능하세요?" 사무국 직원이 말했습니다.
"내일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원주로 내려갔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다 해소하지 못한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3년 만에 다시 찾은 토지문화관 입니다.
산간지방이라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모습입니다
창작실 이용 유의사항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해줍니다
이곳이 식당입니다
중복되는 반찬이 거의 없이 매일 건강한 식사로 제공해주십니다
*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 종류는 전부
박경리 선생님께서 살아 생전 후배들을 먹이기 위해 직접 관리하셨던 텃밭에서 나는 야채와 채소들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 창작실로 안내 받았습니다
(개인 창작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제비뽑기로 결정되는데,
방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르고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넓은 책상, 커다란 창문, 발코니, 그 너머의 숲
사무국 직원분들과 먼저 와 계신 다른 작가, 예술가 선생님들께
음료를 대접한 뒤
그동안 구상했던
단편 소설 3편과 장편 소설 4편을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도 이렇게 무척 잘 주십니다.
(입주 소설가, 문인, 예술가들에겐 당연히 무료 제공입니다)
* 참고로 토지문화관 창작실을 관리해주시고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요리해주시는 선생님들은 모두
박경리 선생님께서 살아 계시던 시절부터
선생님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자원봉사'에 가깝게 일해주고 계시는 인근 주민분들이십니다.
아늑하고 조용한 도서관도 있습니다
이 많은 책들이 이곳 토지문화관에서 집필된 작품들이랍니다.
개중에는 김호연 작가님의 <불편한 편의점>
작년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하신 권여선 작가님의 <각각의 계절>
같이 익숙한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서가를 찾아봤는데
제 소설도 (정작 본인은 없는) '초판본'으로 있네요 ^^
영광입니다
지난 달,
창작실에 함께 계셨던 작가님들의 작품도 구매하였습니다.
드라마까지 방영되었던 <신기생뎐>, <사라진 요일>의 이현수 소설가 선생님
김하은 동화작가 선생님
김윤미 희곡작가 선생님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으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하신 지영 소설가님
등등... 13분께서 함께 토지문화관에서 작품 집필을 하고 계십니다.
'진짜'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분들과 함께 생활하니
글 내외적으로 배우는 것도 정말 많고,
언젠가 나도 '진짜 문인'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확실히 됐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집필에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봄이 왔고 이제는 초여름이 되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 생가가 있는 토지문화관에서 운영하는 콘도
참고로 봄이 된 이후론 밤길에 99.9프로의 확률로 고라니를 만나게 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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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근현대사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희생하면서 독립 운동하셨던 분들
전쟁터가 되어버린 땅 위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주신 참전 용사 분들
군부 독재에 맞서 반 만년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가져와 주신 분들
그리고
전쟁 직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시킨 모든 분들...
저는 그 중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의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공동체 의식과 민족 정신을 지켜주시고, 생명의 소중함을 늘 말씀하셨던,
책을 더 많이 판매한 인기 작가도 물론 있을 테고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한 경제인도 있겠지만
후배 문인들, 예술가들이 굶고 궁핍하고 위축되지 않게 이렇게 훌륭한 창작실을 남겨주시고
생전에 좋은 작품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우리의 자긍심을 지켜주신 박경리 선생님께
존경의 예를 다하며 마치겠습니다.
토지문화관 창작실은 문인, 예술인 등, '예술적 창작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습니다
순수 문학 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 대중 가요 작곡까지...
창작실 입주 작가 모집은 1년에 2번 합니다.
(상반기는 12월, 하반기는 5월)
쉼과 여유가 필요하거나, 개인 작품 활동을 하시는 우리 루리웹 회원분들께서도
이곳에서 모든 걸 잊고
작품에만 집중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 소설가 박경리
















































































(IP보기클릭)121.133.***.***
모든 창작자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그런 공간에서의 집필이라니 멋집니다.
(IP보기클릭)118.44.***.***
저 매지리 회촌 동네가 저희 외가집있는 동네라 저랑도 인연이 깊네요. 지금도 외삼촌이 살고 계셔서 가끔 놀러갑니다. 어렸을 때 산올라갔다가 길을 잃어서 박경리 선생님 댁 부지를 의도치않게 침입하여 만나뵌 (쫓겨난) 적도 있었네요 ㅎ 작가님 책도 한번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IP보기클릭)210.124.***.***
이런 누추한 루리웹에 귀한 분이 ㅠ 행복하세여!
(IP보기클릭)59.7.***.***
작가님에 훌륭한 체험,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글로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집필 부탁 드립니다.
(IP보기클릭)121.143.***.***
안 보이는 곳에서 언제나 응원합니다 꼭 좋은 작품이 나올것 같은 환경입니다 좋은 책 많이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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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라니는 ㅋㅋㅋ 얼마전에 근처 양안치 고개로 귀래쪽으로 넘어가는데 길한가운데서 농성중인 새끼를 몇마리를 만났는지 어린이 보호 구역마냥 30키로로 운전했습니다. | 24.06.10 09: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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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건너 식당인가? 는 아직 있나요? | 24.06.18 16: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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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있는듯 하네요 ㅎ | 24.06.18 18: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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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갔을껄요 한동안 개건너 이사갔네 하고 플렌카드 붙어있었어요 | 24.06.18 1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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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작품 기억해두고 꼭 읽어보겠습니다. | 24.06.19 08: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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