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어지간히 매웠나 보네. 저렇게 난리 치는 것을 보면. 저 덩치로서 한 방울이나 다름없는 크기였음에도 통증 엄청나나 보다. 타바스코 소스가 워낙 맵긴 하지만.
나하고 키스는, 소녀의 양손을 잡은 채 뛰어갔다. 소녀는 생각보다 우리 두 사람의 발을 잘 맞추고 있었다. 많이 야윈 상태라서 뛰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허억...허억..."
그것을 떠나서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세 숨이 차는 모습을 보니.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여전히 괴물이 우리를 쫓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돌아볼까 하다가, 눈으로 본 순간 평생 후회할 거라고 본능이 말해주어서 계속 앞만 보고 달렸다. 장담한 건데, 엄청 징그러울 것이다.
"꺾어!"
키스의 외침과 함께, 구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를 못 본 건지, 아니면 눈이 잘 안 보이는 건지 몰라도, 몬스터는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오는 일이 없었다. 이것들 어디 갔어? 라고, 말하듯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크르-하면서.
하늘 위에서 우리를 인도하던 블레이즈도 자신의 주인의 어깨 위에 앉았다. 수고했어, 라면서 블레이즈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키스는 잊지 않았다.
"잠깐 괜찮을 거야. 블레이즈가 망을 봐준댔어."
"헉. 헉..."
벽에 기대어 앉은 갈색 머리 소녀는, 담요를 꼭 감싼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것도 거칠게. 여전히 폐 속에 산소를 넣고 있다는 듯.
"저기 괜찮아?"
가방 속에서 물병을 꺼내었다. 아까 전 키스가 물을 채워준 덕에, 무거워진 무게가 손으로 전달되어 왔다.
"이거 마셔. 그러면 좀 나아질 거..."
"필요…없어…."
갸날픈 손으로 물병을 밀어버리는 소녀였다.
"그냥 너나 마셔. 뛸만큼의 기운은 남았으니까."
"그래도, 한모금 정도는..."
"됬다니까?"
약간 큰 목소리와 함께 나를 노려보았다. 불쾌하다는 듯, 표정까지 일그러지면서.
"나 그렇게 약한 애 아니니까. 괜한 동정 같은거 내지 마. 질색이니까."
고집이 센편이네? 작은 호의에도 거절하는것을 보면. 자존심에 목숨 거는 타입인가? 말을 끝내면서 피로감이 몰려왔는지, 소녀는 눈을 감은 체 고개를 내렸다. 후우-하면서. 그 와중에 키스는 코너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소리가 나는 쪽으로. 쟤 지금쯤 머리를 구르고 있겠구나. 저 녀석을 어떻게 요리 해야 잘했다는 소문이 날까-이렇게.
"우리 둘이 상대 가능할까 키스?"
"불가능, 절대 불가능."
코너를 바라보면서, 오른손을 흔드는 키스였다.
"저 몬스터, 엔간한 장비로는 피부를 뚫지 못할 거야. 아니 뚫는다 해도, 결정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힘들걸? 입속에 폭탄 같은 것을 넣지 않는 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여기서 나한테 특별 이벤트가 벌어지지 않는거야 라면서. 이세계물 라이트 노벨 소설을 보면, 이쯤에서 남자 주인공이 용사로 각성하거나 혹은 전설의 무기를 얻음으로써 주변의 적들을 쓸어버리는 전개가 나오는데. 그것도 멋있게, 간지나는 검술이나 마법으로.
현재 내가 할수 있는 재주는 요리하는 거와, 활을 쏘는 거 정도? 한번 쏘는 게 다행일 정도로......
"맨드레이크 하나 더 살걸 그랬네. 던져서 잠깐 경직 시키는 것이 가능할텐데."
맨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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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이야기는 여기로: https://novelpia.com/viewer/3493595
이번편은 세계수의 미궁의 그 악명 높은 FOE 이벤트를 모티브로 해보았습니다. 동시에 던전의 기믹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함정에 빠지게 하는것도 표현해 보고 싶었고요.
소감및 댓글 올려주시면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