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탕! 타타탕! 탕! 탕!"
"탕! 타탕!"
갑자기,
텐쿠치 일등육조가 관측하는 방향에서
아군의 89형 소총의 총성
그리고 바로 이어
권총탄 수발의 총성이 울렸다.
"쾅!"
날카로운 폭발음이
일대의 정적을 찢어발기며 지면을 울렸다.
수류탄이었다.
부디 저 수류탄으로 이 작전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바램을 시샘이라도 하는 것 마냥
텐쿠치 일등육조는
동쪽으로 조금 더 떨어진 마사토로 된 지면에서
한 사람의 족적을 찾았고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그걸 확인하고는
그 즉시, 무전을 날렸다.
한 명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사카모토는
텐쿠치 일등육조와 키쿠오카 일등육좌
그리고
무전기를 멘 채 오만인상을 다 쓰고 있는
오오하라 삼등육조를 보다가
생각 없이 쓰러져 있는 공작원의 시신을 봤다.
불과 10분 전만 하더라도
숨을 쉬고 움직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동료가 저렇게 숨이 끊어진 것을 보고도
걸음을 옮겨야 했을
나머지 한 명의 공작원의 심정은 어땠을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사카모토의 머릿속은 멍했다.
갑작스러운 총성 때문에
귀가 멍해서인지
아니면 충격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낯선 뭔가가
서서히 그의 안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우리의 현장 보고와
동쪽에서의 상황이 조합되자
곧바로
키리토로부터 신속한 명령이 떨어졌다.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무전기를 넘겨받아 메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오오하라 삼등육조에게서 수류탄 한 발을 넘겨받는다.
그러며
고갯짓으로 사카모토 삼등육조를 호출했다.
"나머지 적 공작원 두 명이
우리 좌측방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단다.
아마 우리 쪽으로 정면돌파를 하지는 못 할거고
우리 우측으로도
다케다 이들육위가 지휘하는 백업 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왼쪽으로 내려가서 진로를 잡을 거다.
정신 바짝 차려들!
경찰 기동대 애들 다섯 명이
적 저격탄에 다 뻗었다.
다 한 발에 맞은 거란다.
알았지?"
"예, 선임담당관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뒤에 따라오던
팀 막내 히데 삼등육조를
현장에 남겨 두고
그들은
교전 지점 좌측으로 이동했다.
그 방향으로
이십여 미터만 더 가면 내리막 산 사면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는 데에
무슨 놈의 가시덤불들이 많은지
그것들 때문에 그들의 얼굴에 스크래치 꽤나 났다.
비교적 평탄한 바닥이 끝나고
급한 내리막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놈의 사면에는
기하학적으로 서로 꼬이거나
줄기가 휜 수목들과 바위가 짬뽕이 되어 있어서
시야도 좋지 않았다.
만약 적들이
이미 이쪽 사면으로 내려와서
우리가 최초 이동해 왔던 방향을 반대로 거슬러 갔다면
그들 등 뒤쪽에서 탱자 탱자하고 있겠지만
아무리 날아다닌다는 노동부 직속의 공작원들이라도
그 정도는 못 할 것이다.
발이 네 개가 아닌 이상.
텐쿠치 일등육조와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판단이 맞다면…‥
어쩌면,
여기에 앉아서 땀 좀 식히다가
적들이 나타나면 집중 사격으로 훈장을 탈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 기대를 하는 건 무리였다.
낑낑거리며
이끼로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어가니
잡풀이 무성한 사면이 나왔다.
선두에 선
텐쿠치 일등육조는
내려가면서 뭘 자꾸 내려다보는지
가다 말고 목을 길게 내빼서
아래쪽을 응시하기를 몇 번 반복한다.
그 뒤에 바짝 붙어선
키쿠오카 일등육좌도
무선 내용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를 돕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이쪽 산 사면의 7-8부 능선쯤에 왔을 때,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왼손을 쳐들어 대형을 정지시킨다.
제자리에 얼른 자세를 낮추고
적들이 향했던 동쪽을 경계했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사카모토 삼등육조와 함께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납작 엎드려 사격 자세를 취한다.
내려올 때는 몰랐는데,
더위 때문에 숨이 콱콱 막혔다.
수통물 한 모금만 마셨으면 좋겠는데
수통 꺼내려고
이런 상황에서 총기의 손잡이에서 손을 잠시 떼어놓는다는 게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말았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사방을 둘러보는 새
사카모토의 이마 쪽에서
식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내려온다.
땀방울이
숨을 내쉬는 콧구멍 아래까지 내려와서
숨을 들이쉴 때
코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더러는 눈가로 들어와 터졌다.
짠 기운에
눈 안이 슬쩍 매울려다가 그냥 만다.
그렇게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눈치만 보면서
20분이 넘게 대기했다.
주변 상공에는
일본 육상자위대 항공단의 창설 기념식이라도 되는지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모든 헬리콥터 기종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남쪽으로 날아간 건
CH47과 UH-1H였고
동서로 빙빙 선회하고 있는 헬기들은
UH60이었다.
동쪽 산 능선 쪽에 떠 있는 헬기는
AH-1S코브라였다.
이따금,
코브라 헬기가 있는 곳에
500MD헬리콥터도 있는지
북한 공작원에게 투항을 권하는 방송과
그 헬기의 엔진음이 뒤섞여 들렸다.
이 일대가
아군들로 시끌벅적해 질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그렇지만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점은
바람에 잔가지와 풀줄기들이 추적이는 소리만 길게 들렸다.
사카모토는
키 작은 수목줄기들과 시커먼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총구만 전방을 향해,
바위 위에 거치 해 놨다.
그리고
총구 주변에는 바닥에 잡풀을 뜯어다가 대충 흐트려 놨다.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지
거의 반 시간이 되어 가는 동안
온 몸을 흠뻑 젖게 했던 땀이 마르고
슬슬 한기가 다가오려던 참인데
사카모토의 심장은
아직도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이 상태로 땀이나 식히고 하산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중,
드디어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을 헤치고 움직이는 소리…
아군 일수도 있었다.
동쪽에서 아군들이 이쪽으로 수색해 올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방아쇠 당겼다가는
그 친구들 생목숨도 날아가지만
우리 팔자도 정말 기구해질 수 있다.
한데 소리는 나는데
사카모토의 눈앞에서 보이는 건 없었다.
고개를 움직여
자신의 위치의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동료들 눈치를 살피고 싶었지만
지금 고개를 움직이는 건
나 여기 짱 박혀 있다고 손을 흔드는 것과 똑같을 것 같아서
눈알만 좌우로 슬금슬금 굴렸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납작 엎드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곁눈질에 대강 잡힌 키쿠오카 일등육좌 쪽은
사격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
풀 섶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그런데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건 없었다.
분명,
그리 길지도 않은 몇 초이건만
사카모토의 머리통 속에는 별 놈의 생각이 다 떠올랐다.
여기서 총질 한번 잘하면 팔자가 풀리겠다 아니면
재수 옴 붙어서 자신의 머리통에 북한 공작원이 날린 총알이 박혀서
아까 본 죽은 공작원 꼴로
이 이름도 모를 산골짜기에서 인생을 짬 시킬지도 모른다는 둥
그러다가
이 염병할 방아쇠가 너무 뻑뻑해서 잘 안 당겨질 지도 모르니
지금 검지로 슬쩍 당겨 볼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늦게 당겨지면 어떡할까?
별 강아지 껌 씹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순간
사카모토의 우측 위쪽에서 무언가 번쩍했다.
그리고
갑자기 귓구멍이 물 속에 잠수한 것처럼 꽉 막히고
그의 방탄 화이바를 누군가가 돌로 세게 내려친 것처럼
엄청난 충격이 머리에 전달되었다.
막 곤히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때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방향 감각 역시 잃어버렸다.
"타탕! 타타탕! 타탕!"
사카모토의 혼란을 정리해 준 것은
아래쪽에서 울리는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총성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로 귓가에 앵앵거리는가 싶더니
곧, 그의 고막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방향감각도 회복했다.
"1시 방향! 1시 방향!"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경고가
그의 총성 사이사이에 들렸고
사카모토는 급히 몸을 돌려 경고 지점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타탕! 타타탕!"
그러다가 갑자기
사카모토의 총성이 뚝 그친다.
탄피 하나가 밖으로 완전히 방출되지 않고
방출구멍과 노리쇠 뭉치의 앞부분 사이에 물려 있었다.
그걸 급히 손으로 빼내고
장전 손잡이를 힘껏 당겨서 새 탄알을 장전하는데
아래쪽에서 텐쿠치 일등육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카모토! 사카모토!"
"예!"
"위로 올라가서 차단선을 넓혀!"
"예?"
"오오하라 위쪽으로 이동해서 차단선을 넓히라구!"
웬 지렁이 윗몸 일으키기 하는 소리다냐?
"빨리 올라가서 차단선 넓혀!"
대답 대신 급한 대로 몸을 굴려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 쪽으로 뛰어 올라가는데
다시 한번 "빵"소리가 나면서 지면이 흔들렸다.
그 바람에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오오하라의 널찍한 등판에 얼굴을 박았다.
짜식, 특전조끼의 등 쪽 수납 공간에 뭘 쑤셔 놨는지
내 코가 그 단단한 물건에 부딪혀서 코가 깨지는 줄 알았다.
방금 것은 적 공작원이 투척한 두 번째 수류탄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면서 사카모토도 수류탄을 꺼내어 들었다.
같은 순간에 몸을 일으킨 오오하라는
수류탄이 날아왔을 적 방향을 향해 전자동 사격을 했다.
바로 옆에서 쏘는 소리라서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사카모토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클립을 제거한 수류탄 핀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나
수류탄이 폭발한 근처 지점에서
흙먼지 기둥이 크게 솟아났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흙먼지 기둥이 흩어져 가면서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흡사 연막과 같이 보이는 먼지 차양이 느리게 다가오자
사카모토는 수류탄을 쥔 채
오오하라 삼등육조 위치에서
사면 위쪽으로 2미터 정도를 더 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수류탄 핀에 다시 손가락을 걸었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차단선을 확장하는 대신
우리 목숨을 수거해 가려는 북한 공작원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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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종착역일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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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컨트리볼매니아님 때문에 글을 쓸 힘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힘내겠습니다. | 20.04.15 15: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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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헌트
곧 종착역일 줄은 몰랐습니다. | 20.04.15 23: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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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지금 중반역입니다. 지상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서요. | 20.04.15 23: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