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세기 140년대, 사나리는 F100을 마지막으로 포뮬러 프로젝트의 완료를 선언한다. 그리고 차세대 MS의 개발을 위한 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일명 [E프로젝트]다.
사나리는 연방의 MS관련 기술 및 소재 개발의 우위와 주도권을 손에 넣었지만, 자사가 개발한 MS는 한번도 연방의 주력 MS로 채용된 적은 없었다. 일부 기체를 소수 생산 버전이 일부 부대에 배치된 정도다. 아직까지도 주력 MS인 RGM시리즈는 애너하임제였다. 그것도 몇십년이나 된 구식기종들 뿐.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연방의 무능력과 무기력과 나태함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어서, 끝내 신기종을 구입할 능력마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구권의 콜로니들은 이미 독립국가가 되어서 서로 세력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은 지구 바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런 콜로니 전국 시대를 제지할 능력이 없었다. 아예 의지마저 잃은 채, 방관할 뿐이다.
그리고 사나리의 대량 생산 시설의 보유 부족도 원인이다. 대기업인 애너하임과는 달리, 사나리는 반 공기업 반 민간 기업의 성격을 가진 연구기관이다. 자체적인 대량 생산 능력은 애너하임보다 딸릴 수 밖에 없다. 그리프스 전쟁 전에는 연방도 자체적으로 MS를 대량 생산할 능력이 있었지만, 애너하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연방 관료와 애너하임 사이의 비리 결탁과 로비 활동도 원인이었다. 사나리에게 개발 주도권을 빼앗긴 애너하임은 각종 정치 공작을 통해 사나리의 MS가 완전히 채용되는 것을 어떻게든 방해했다. 또한, 사나리의 기술, 설계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붓흐 콘치른과 비밀 거래까지 하는 등, MS의 명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불법 도용을 수없이 저질렀다. 하디건, G캐넌 마그나, 실루엣 건담, 네오 건담, 제임스건, 재벌린은 그 결과로 만들어진 MS였다.
사나리와 애너하임 사이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도 원인이다. 애너하임의 로비를 받은 연방은 사나리에게 애너하임에게 MS의 위탁 생산을 맡길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사나리는 결국 설계데이터의 일부만 제공해서, 애너하임이 자사의 MS를 완전 복제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걸 방지했다. 그 결과가 G캐넌이다. 이후 애너하임이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빼돌리고 도용하는 걸 눈치채면서, 두 조직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었다. 결국 사나리는 소수 생산이라도 자사의 MS를 직접 양산해서 납품했다.
E프로젝트는 이러한 포뮬러 프로젝트 시기의 난점을 극복하는 걸 목표로 삼은 MS 개발 및 대량 생산 계획이다.
그 시작점이 바로 E01이다. F9계열처럼 건담 타입으로 설계되었지만, 고성능보다는 범용성과 호환성, 조작성과 정비성, 생산의 용이성을 중점으로 두었다. 다만, 140년대 들어서 실용화에 들어간 신기술도 도입되어졌다.
바로 미노프스키 컨트롤과 미노프스키 플라이트다. 사이코뮤 장치를 사용한 미노프스키 통신보다는 못하지만, 미노프스키 컨트롤은 미노프스키 입자 살포하의 환경에서도 간단한 수준의 통신이나 원격 조작정도는 가능하게 한다. 뇌파를 쓸 필요가 없어서 올드 타입도 사용가능하며, 범위와 자유도가 낮지만 실용성은 충분하다. 우주세기의 지구권은 미노프스키 입자가 살포되지 않은 곳이 없어서 미노프스키 플라이트 역시 필요최소한의 효력은 발휘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설계는 후에 개발되는 E02-건이지와 동일하다. 다만 몇가지 부분이 다르다. 백팩의 메인 스러스터는 빅토리 건담의 것과 동일하다. 허리의 사이드 아머도 빅토리 계열의 것이다. 빔샤벨을 수납하는 장소는 건이지와 동일한 쇄골부위의 컨테이너다. 다만 건이지처런 한 쪽을 멀티 런처로 쓰는 게 아니라, 양쪽 다 빔샤벨을 하나씩 수납한다. 빔 샤벨은 빅토리와 동일한 사양이다.
양 팔목은 빅토리와 동일한 형태다. 다만 변형 기능이나 구조는 없다. 빔 실드 유닛도 빅토리와 동일하지만, 안에 빔 샤벨을 2개씩 넣는 구조가 아니다. 평소에는 수평으로 눕혀있다가, 사용시 직각으로 세워져서 빔 실드를 전개한다.
헤드 유닛의기본 설계와 형태 역시 건이지와 동일하다. 다만 안면에는 ∧슬릿이 하나 굵게 파여져 있다. 그리고 빅토리 계열의 헥사 타입 센서를 장비했다. 이마 중앙의 역삼각형은 빅토리 헥사와는 달리 하얀색이다. 이마의 헥사타입 센서 밑부분에는 일반 빅토리의 블레이드 안테나가 덧대어져 있다. 역시 금색이 아니라 하얀색이다.
헤드 유닛에는 민간용의 저가형 바이오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다. 바이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덕에 보다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는 기종도 나온 것이다. 성능은 F90II와 F91의 바이오 컴퓨터 정도다. 140년대의 고가의 최신 기종들과 비교해보면 뒤떨어지지만, 실용성은 충분했다. 게다가 저렴해서 양산화에도 문제가 없었다. 냉각 기능과 열 배출 기능도 향상되어서 페이스 오픈 기능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뇌파 송수신 기술도 발전해서 필요최소한의 수준으로는 올드 타입의 뇌파도 기체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다.
F90처럼 E01도 여러 미션 팩을 장비할 에정이었다. 실제로 몇몇 미션팩은 기체와 동시 개발되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140년대 말기에 E01은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잔스칼에 의해 사이드2의 지사가 함락되고, 연방이 무너지면서 E프로젝트는 초기부터 예정을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E01은 폐기된 것으로 위장된 채 은폐되었다. 그리고 후계기에게 붙일 예정이었던 E02의 코드는, 리가 밀리티어에게 제공할 MS에게 붙여졌다. 그것은 E01의 설계를 레지스탕스용 MS로 재설계한 MS였다. 바로 건이지다. E03의 코드는 그 강화형인 건블래스터에게 붙여졌다. 또, 클러스터 건담改의 가변 분리 합체 구조를 E01의 설계에 적용한 파생 카테고리의 MS도 제작되었다. 그것이 V0계열-빅토리 건담이다.
E프로젝트가 본궤도로 돌아와 잔스칼 전쟁의 종전으로부터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연방과 연방군 자체가 이 전쟁으로 완전히 파탄나버렸기 때문이다. 사나리도 해방된 사이드2 지사와 재결합 후, 조직을 재정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신기종의 개발은 한동안 중단되었다. 또한, 마지막 엔젤 헤일로 전에서 잔스킬과 리가 밀리티어 양측의 MS가 우주와 지상 곳곳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로 인해 사나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대규모로 유출되고 말았다.
E01이 역사의 무대에 그 모습을 들어내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건이지의 설정 중에 그 프로토타입이 E01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MS인지는 상세히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번 상상해서 설정을 만들어 봤습니다. 빅토리 건담과 건이지의 시조라는 설정으로요. 더불어서 V건담이 종결된 직후의 상황도 조금 상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