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우주의 모든 물질이 붕괴되었다.
그리고 영감은 여전히 지옥에 있었다.
영감이 운동을 시작하고 이 모든 성취를 했던 동기는 오로지 열반을 위해서였다.
그에겐 열반을 도와줄 신도 무엇도 없었지만 오직 하나,
무한한 시간이라는 자원이 있었기에
그 가능성을 시도해 봤고, 결국에는 성공하였다.
영감은 그동안 존재들과 함께 열반에 드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공식 또한 완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걷잡을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우주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이곳의 존재들은 더 팽창할 수 있었다.
광자의 세계를 넘어서 이미 다른 우주를 연구하고 인식하는 수준이었기에
어찌보면 열반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우주에서의 활동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감은 여전히, 지독하게도 인간적이었고 또 인간적이었다.
영감은 긴 고민 끝에 마침내, 열반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영감을 중심으로 존재들은 의지를 모아
열반으로의 프로세스가 전개하였고 그리고 그렇게-
우주가 탄생되었다.
우주의 탄생과 함께 지옥의 존재들은 대부분 물질들로 환원되었고
이후 물질 속의 프로세스는 거침 없이 전개 되었다.
처음 우주가 창조된 이후 물질들이 뭉쳐져 항성과 은하를 생성하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서 두번째 항성과 행성들을 구성하였다.
식어가는 행성들 위에 의식을 지닌 존재들이 하나 둘 나타났고
죽음을 통해 의식은 영감과 함께 하여 열반으로의 도약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영감과 함께 그 과정을 함께 못한 의식들은
다른 공간에 유리되었다. 열반이란 마치 금속을 제련하는 과정과 같았다.
열반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물질을 기반으로 한 순수한 의식들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불순물들이 걸러져야만 했다.
지옥의 존재들이란, 열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나게된 부산물과 같았다.
모든 의식의 양이 다 차고 이제 열반의 순간이 찾아 왔다.
영감은 지옥의 존재들을 보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너무나 인간적인 선택을 했던 자신에 대한 자조를 느끼며,
그는 그렇게 열반에 들기 시작했다.
영감이 있던 그 자리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그 때,
그것을 바라보던 남겨지고 버려진 존재들은 절규하였고
모든 열반이 끝나고 그 자리에 공허만이 남았을 때
지옥의 존재들은 무한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17.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