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도자이자 부족의 수호자인 필란은 오래전 부터 이런 상황을 예견해왔다. 일그러진 세계는 스스로 붕괴하며 그 안으로 세상을 집어 삼킬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하늘에선 커다란 불덩이가 삼일 동안 천천히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이름은 균형이다.
-지도자이시여.
보좌인 카론이 그를 불렀다. 잠시 명상에 빠져있던 필란은 굳은 결의를 두 눈에 가득 채우며 카론을 돌아보았다.
-그를 불러오거라.
카론은 군말없이 고개를 조아리고는 필란이 칭한 '그'를 데려왔다.
이제 갓 성인식을 치룬 16세의 어린 전사. 맥다란. 신장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떡 벌어진 가슴은 성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근육이 발달되어 있었다. 사람의 머리만한 어깨와 팔뚝에서 범접할 수 없는 강함이 느껴졌다.
-멕다란. 오래전 부터 너에게 일러두었던 그 시기가 왔다.
하지만 필란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멕다란은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어깨까지 오던 단발은 아주 짧게 잘랐고 옷도 사냥을 위해 입던 가벼운 가죽옷이 아닌, 갑옷을 입고 있었다.
-위대한 지도자 필란이시여. 준비가 되었나이다.
필란은 듬직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미리 준비한 두개의 도끼를 건냈다.
-아주 오랜 시절부터 우리 부족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었다. 하늘에서 '균형'이 떨어지는 날 그 균형을 수호하는 것이 그 사명이다. 오른손에는 '가로쉬'를 들어 너의 적들을 섬멸하거라. 그리고 왼손엔 '보리쉬'를 들어 다가는 위협으로부터 너의 의지를 지켜라. 이제 '균형'이 떨어진 곳으로 떠나거라.
간결한 필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멕다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고는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