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랜만이야. 타카우에 요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는 상대에게 대텐구는 감히 고개를 돌려보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모든 백랑텐구들의 존경을 받는 텐구사회의 간부라도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 이부키 스이카는 그런 오니였다.
그리고 전설과도 같은 오니의 등장에,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상급자의 모습에. 모미지는 얼어붙다 못해 돌처럼 굳어졌다. 어느새 배어나온 안면의 땀방울이 지면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살짝 벌어진 입이 공포로 인해 딱딱 소리를 내며 떨린다.
심각해진 두 텐구의 모습이 의아한 사나에가 의문을 던졌다.
「어라? 왜 그렇게 굳어지신 거죠??」
「그건 말이야. 얘네들에겐 내가 아주아주 무서운 오니라서 그래.」
「아아.. 그런 거에요?!」
「응. 그런거야.」
스이카는 사나에의 의문에 답하며 천연덕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간신히 고개를 돌린 대텐구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초점 없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스이카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그.. 그동안 격조하셨습니다. 이부키님께서 어인 일로 지상에..」
「심심해서. 내가 한 군데에 계속 머물러 있을 성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네. 하오나 그런 단순한 이유로 지상에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상호불가침 조약 말이지? 에~ 그런 귀찮은 거 착실한 녀석만 지키라고 하지. 딱히,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상관없지 않아?」
「상관없다니요? 이부키님은 존재만으로도 지상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지상과 지저 사이에 존재하는 결코, 어겨선 안 되는 불가침조약을 그것도 오니인 스이카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하는 것에 대텐구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였다. 눈앞의 존재는 한때 산의 사천왕으로 군림하던 전설적인 오니. 하지만, 아무리 산의 사천왕이라 할지라도 이것(조약을 어긴 것)에 대해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
두렵긴 하지만, 부하가 보는 앞에서 어찌 대텐구인 자신이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랴. 그녀는 마음을 굳히고 무시무시한 오니를 똑바로 응시했다.
「흐음. 많이 컸네.」
다소 도발적인 대텐구의 눈빛에 스이카는 의미심장의 미소를 띠었다.
「내가 우쭈쭈하고 귀여워 해줄 때가 엇그제 같은데..」
먼 과거를 회상하듯 그리움이 깃든 눈으로 스이카는 중얼거렸다. 대텐구는 그에 답했다.
「그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릅니다.」
「그래. 요카쨩 많이 컸어! 키는 아직 얼라지만, 이제 어엿한 요괴구만. 부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어.」
그런 그녀의 모습이 기특하다는 양 스이카는 성장한 손자를 보는 할애비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눈은 장난기로 가득했다. 스이카는 시선을 대텐구에게서 모미지와 사나에에게 옮기며 말했다.
「그래서 너희들은 이 구멍을 통해 지저로 가고 싶은 거지?」
갑작스레 물어오는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모미지는 당황해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내심 진정시키며 머리를 조아려 긍정했다.
「네!」
이어서 사나에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에 소중한 사람이 행방불명되었는데, 혹시 지저에 있지 않을까 해서요!」
「소중한 사람이라...」
둘의 눈이 거짓 한점 없는 사실임을 알아챈 스이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상당히 진심인 모양이구나. 그런데도 대텐구가 막아선 것은 결국, 그녀가 가진 직책상의 입장 때문이리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스이카는 주먹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한번 한 뒤, 대텐구에게 명령했다.
「보내줘라.」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이부키님은 그렇다 쳐도 아직 왕래를 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게다가 지저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 저 아이들을 보내기엔..」
「어허. 소중한 사람이래잖아. 걱정되는 것도 알지만, 지저가 꼭 위험하기만 한 곳이 아니야. 내가 보증하니까, 그냥 보내줘.」
단순한 직책상의 입장만이 아닌, 순수한 걱정이 그녀들의 앞을 막고 있었던 대텐구는 입가를 비틀고 눈가를 씰룩였다. 어쩔 수없이 승복하고 위태로운 부하와 무녀를 보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하는 걸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외부인이 구멍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백의 무녀와 흑백의 마법사.
두 이변해결사의 목적은 소우지를 찾기 위한 모미지와 사나에의 목적과는 다른 이변해결. 대텐구, 타카우에 요카는 이번에야 말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