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마아야가 2013년작 아웃브레이크 컴퍼니에서 보여준 연기를 개인적으로 이 사람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봅니다. 자신의 베이스 음성을 살려낸 자연스런 톤이 돋보였고, 우치다 특유의 오버하는 음형이 없음에도 표현 범위는 넉넉하게 잡고 있었죠. 2014년 이후엔 오레트윈의 투알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네요. 전반적인 톤을 미노리의 톤과 비슷하게 유지해서 통일성을 확보합니다만, 여기에 살집을 더 붙여 놔서 더 능청맞고 끈적끈적한 효과를 얹더군요.
하지만 우치다의 출연작 중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작품은 중2사랑과 주문토끼입니다. 그런데 중2사랑의 릿카는 우치다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정적인 축에 들어가죠. 귀엽게 내는 신음소리 외에는 기억에 남을 연기가 그리 많지 않았고요. 반면에 주문토끼의 샤로 연기는 쿠노 미사키의 괴상한 연기들 다음으로 특이하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문토끼 3화를 표본으로 하여 얘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전반적으로 혀 짧은 소리와 비음이 깔리는 비중이 대단히 높은데, 사실 여기서부터 호불호가 갈립니다. 게다가 중2사랑의 릿카 때처럼 오묘한 추임새가 종종 등장하고요. "チノちゃん, ふわふわ ゆゆゆゆゆ 치노, 귀여버어어어어어"가 대표적인 대사.
그리고 "うっ, うさぎが 怖くて わっ, 悪い? 토, 토끼 무서워 하면 아, 안돼?"라는 대사. 리제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고 나서 나오는 말인데, "와, 와루이(아, 안돼)"에서 둘째 "와"에 강력한 액센트를 주는 처리가 신기하네요. 물론 성대를 긴장 시켜 미묘하게 뽑아 낸 억양이 대사 전체적으로, 특히 더듬기 시작하는 "와"에 걸쳐 있고요. 여하튼 우왁스러운 아줌마 목소리가 들려서 참으로 재밌더군요.
다음으로 치야가 다이어트하려고 차를 마신다고 폭로하자 분개하며 날리는 대사인 "言うな ばかㅡ 말하지 마, 멍청아"를 보세요. 마지막 음절을 길게 빼주다 막판에 돌연 음을 틀어 줍니다. 마치 술 취한 사람의 소리를 듣는 듯한데, 쿠노 미사키가 이런 표현을 자주 쓰죠.
또한 대사와 대사 간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처리합니다. 전반부의 대사에선 평이하게 나가는데, 다음 대사에서 대뜸 악센트를 주거나 혹은 속도를 떨궈서 돌연 감정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인데요. 예컨대 우아한 찻집 웨이트리스 답지 않게 "いらっしゃいませ 어서 오세요"를 매우 건조하게 뽑다가 다음 대사 "なんで いるのよ? 왜 있어?"를 거칠게 폭발시키죠.
우치다의 샤로스런 연기법은 양날의 검입니다. 디테일에 공을 들여 우치다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데다, 캐릭터와 매치만 잘 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테고요. 하지만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서 캐릭터 본연의 모습을 삼켜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예컨대 스탠다드한 츤데레 샤로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연기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겠죠. 후지타 사키, 오오쿠보 루미, 카토 에미리 등이 샤로를 연기했다면 그에 부합하는 양질의 츤데레 캐릭터를 뽑아 줬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번 2분기작 던만추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있었죠. 분명히 샤로 때만큼 괴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튈려고 인위적으로 연기한다"는 불만이 나오긴 했습니다. 6화 막판 지르는 연기를 선방하며 평가가 꽤 달라지긴 했지만, 솔직히 6화의 릴리는 아예 별개의 캐릭터인양 이질적으로 돌출되어 보이긴 해요.
물론 완벽한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서 릴리를 우치다 식으로 해석하지 못할 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흔히 보기 힘든 접근법이긴 하죠. 재밌게도 주문토끼와 던만추 모두 아케타가와 진이 음향감독을 맡았네요. 우치다가 애초부터 이런 연기 컨셉을 잡아 놓고 양해를 구했는지, 음향감독과 사전에 교감을 거쳐서 합의를 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년 전 글에서 말씀 드린 적이 있었고, 심지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우치다는 음역대가 넓은 성우로 알려졌죠.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음색 존재감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가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너무 우치다스럽다는 말을 듣네요. 단지 이런 식으로 기억되다가는 원치 않는 편견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우치다의 목소리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는 평가가 들리기 시작해서 참으로 묘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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