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의 (성별상)히로인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시키모리 양'은 통상적인 남/녀 주인공의 정체성을 뒤바꾼 것이 포인트인 작품이다. 물론 이전부터 [새벽의 연화]나 [빨간머리 백설공주]처럼 진취적이며 능동적인 인물상으로 여주인공이 멋진 작품도 존재해 왔으나, '클리셰'적인 부분을 뒤바꾸고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그것을 극대화한 것이 '시키모리 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새벽의 연화] 등도 충분히 남자팬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고 훌륭한 작품이나, 해당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여성향 잡지 연재작이며 정체성으로는 여성향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에, '시키모리 양'은 조금은 더 남성향 작품에 가깝다는 것에 차이는 있다. 조금 더 어성팬층에게도 '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메인 '히로인'인 시키모리 양을 더욱 내세우는만큼 이 작품은 귀엽기도 하고, 멋지기까지 한 ―전체적인 스토리 부분에서는 다를 수 있어도―'히로인 몰빵'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남자 주인공 쪽도 한 미모하지만, 조금 부수적인 부분이다.
아무튼 이 작품은 히로인이 완전 쿨하고 멋진 미소녀ㄴ이라는 점을 미려한 작화로 가장 끌어올려 알기쉽게 어필한다.
<사랑은 세계정복 후에>는 시키모리 양처럼 히로인에게 비중이 편향되어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좌우간 악의 여간부와 정의의 히어로 전대 대장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금단의 연애를 테마로 하며 충분히 꽁냥꽁냥한 이야기로 캐릭터를 어필하는 작품이다.
이쪽은 히로인인 '마가하라 데스미'가 작중에서 강하고 차갑다는 오해를 받지만 실은 대단히 또래 소녀다운 감성을 가지고 남자 주인공인 '아이카와 후도'와의 귀여운 연애를 보여주는 것을 포인트로 한다. 이야기의 소재로서도 러브코미디로서는 신선함이 있지만 이 작품 또한 히로인인 데스미를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로 하고 있는만큼 주요 장면의 작화 등에서는 가장 많이 푸쉬받고 있다. 다만 '시키모리 양'보다는 이야기나 컨셉, 캐릭터성 등을 생각해서도 남자 주인공인 후도나 조연의 비중이 비교적 조금은 더 높아 보인다.
이 두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고, 몇 가지 차이점을 갖고 있다. 메인 히로인을 가장 큰 포인트로 내세우며 해당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점이나 '연애로 이어지기까지'보다 일단 '연애가 시작된 후'의 달큰한 맛으로 먼저 시청자(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점 등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공통점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 문법의 차이인데, 시키모리 양은 클리셰로 존재하는 '순정만화' 속 역할을 뒤바꾸어 시키모리 양의 귀여운 모습보다는 멋진 모습을 어필하는 점이고, 데스미는 작품 자체의 컨셉이 러브코미디 작품으로서는 독특하고 커플의 배경 설정이 신선하지만 그러한 배경 안에서도 기존의 히로인의 매력 포인트를 발휘하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신선한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판단을 할 수 없겠지만, 어느 쪽이 더 강렬한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단순명료하게 보여지는 작화 스타일이나 수준에서 '시키모리 양'이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어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스미도 물론 귀엽지만, 시키모리 양의 '멋'에는 그 강렬함이 조금 부족하다.
지난 분기 '비스크돌'도 기본적으로 해당 분기를 강타하고 이끌었던 '키타가와 마린'의 비주얼과 캐릭터성을 내세우고 밉지 않은 남주인공과 이야기, 독특한 소재가 그것을 잘 뒷받침했다면, 시키모리 양이나 사랑은 세계정복 후에의 경우 히로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아직까지는 남주인공이 조금은 밉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 밉지 않은 남주인공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변해가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2년 2분기는 '카구야님'같은 강력한 기존작의 후속작, 그리고 '스파이 패밀리'같은 막대한 자본의 움직임이 함께하는 무시무시한 경쟁작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는 위 두 작품을 포함한 좋은 작품들도 많아 자신있게 '풍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들을 깎아보면 대단히 복잡한 구성이나 문법은 아니지만, 꽉찬 직구같은 확실한 포인트―및 캐릭터성―와 그것을 굳-건하게 받쳐줄 충분한 작화력은 알기 쉬운만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이래저래 어려운 작품들보다 직구의 작품들이 요새의 트렌드에는 더욱 맞는만큼 좋은 성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위 작품들도, 스파패나 카구야님도 다 좋지만, 사실 이번 분기 가장 알차게 깎아보고 싶은 작품은 <파티피플 공명>입니다. 이후 별도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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