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번역해두라는 일화를 바탕으로, 이 말은 고백 비슷한 말로―실제 사용되는지 어떤지를 떠나서―받아들여지고 있다.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요는 말은 때론 상황에 따라 충분히 의미를 달리한다. 그리고 2013년작, <현시연 2대째>의 11화에서는 "그 때 넌 코털이 나와 있었어"라는 말로 고백하고, 상대방에게도 충분히 속뜻이 전달된다. 이 기막힌 상황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현시연>은 어떤 작품인가, '현대시각문화연구회'라는 대학의 오타쿠 동아리에 모인 군상들이 오타쿠라는 집단에 대한 외부의 시선과, 때로는 자기 자신들 내부의 갈등, 감정, 꿈, 좁으면서도 넓은 면면들이 펼치는 휴먼 드라마이다.
교복을 벗어도, 대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의외로 사람들은 여전히 어딘가 여리고, 단단하지 않다. 사람이 성숙해져 가는 것은 평생에 걸친 업이고, 물론 이를 일부러 피하고자 하는 것도 각자의 선택이다. '어른 미만인'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현시연>에서는 그리고 있다.
11화의 주요인물인 '마다라메 하루노부'와 '카스카베 사키'는 같은 '현대시각문화연구회' 부원이고, 마다라메는 같은 동아리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던 후배, 사키를 좋아하게 된다. 마다라메는 그 마음을 혼자서는 떨쳐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고백하여 시원하게 끝내버리지도 못한 채, 4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너무 오래 묵힌 감정에,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마다라메의 마음을 끝낼 자리가 마련되고, 그럼에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던 마다라메는 당연한 수순처럼 사키의 유도에 의해 입을 연다.
"그 때, 넌 코털이 나와 있었어"
자신보다 자신의 마음을 훨씬 먼저 눈치채고 있었던 그녀와, 점차 모두가 알게되어버린 자신의 짝사랑을 마다라메는 그 날 단 둘이 있었던 공간에서,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었던 사실을 빗대어 고백한다. 본래라면 위트 있는 농담거리로도 쓰지 못할 이 말에 사키는 명확하게, 제대로 남자친구(코사카)가 있으니 마다라메와는 사귈 수 없다고 답한다. 이 말이 고백이 되고, 이정도로 말이 둔갑할 수 있게 된 케케묵은 사연들이 깊게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고, 에피소드였다.
다른 인물들보다 조금 더 느리고, 방황하면서, 계속해서 미성숙했기에 더욱 우리내 군상과 닮아 있었던 마다라메의 멋지다고는 할 수 없는 고백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 하지 못했던 말이나 어쩌면 나만 특별했을지도 모르는 추억, 아무것도 아니었던 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에피소드의 제목이 '좋은 최종회였다'인만큼, 짧지 않은 시리즈를 통틀어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현시연>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현시연을 정식으로 감상하기 힘들어서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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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드 플라워 아시는 분이 있군요 ㅠ.,ㅠ ‘그지같은’ 진짜 이 외에 표현할 말이 없네요 | 21.02.23 18: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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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길래...? | 21.02.25 2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