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삼, 즉 냉동삼겹살이라고 하면 참 서민적인 느낌이 드는 음식이지
비계가 많아서 수출도 안되는 삼겹살 부위를, 게다가 꽁꽁 냉동까지 시켜서 장기보관하다가 얼린 채로 그대로 썰어서 가스렌지 불판에 은박지 깔고 대충 구워먹는 음식
그리고 그런 냉동삼겹살은 사실 맛은 참 없음
그냥 옛날엔 다들 가난하고 없이 살았으니까 그것도 그래도 고기라며 구운 김치니 파절이니 하는 자극적인 반찬들과 함께 쓰디 쓴 소주랑 꿀떡 꿀떡 넘기며 단백질과 지방 보충을 했던 것일 뿐
사실 냉동삼겹살이 맛없는 이유는 바로 짤에서 보이는 드립 현상이라는 것 때문인데,
고기를 대충 냉동 시킨 후 그대로 오랫동안 보관하다가 해동도 제대로 안시키고 바로 열을 가하게 되면,
고기 안에 얼어있던 육즙과 지방들이 그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다 빠져나와버리는 현상임
그렇게 구워진 고기는 육즙 없이 고소하지도 않고 뻣뻣한 맛없는 고기가 돼버리지
사실 그래서 냉동삼겹살은 당연하게도 냉장 생고기 삼겹살보다 맛있을 수가 없는 거임
그치만 인간은 ‘갬성’을 지닌 동물이지
비록 냉동삼겹살이 생삼겹살보다 더 맛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킹치만 예전의 그 가스레인지 불에 은박지 깔고 구워다가 소주 쫙쫙 들이키며 챱챱 먹는 ‘레트로적 갬성’을 즐기고 싶은 거거든
그래서 생겨난 게 바로 가게에서 일부러 급냉을 시키는 지금의 냉동삼겹살임
사실 맛이라는 부분만 생각한다면 질 좋은 냉장 생고기는 그대로 바로 구워먹는 게 최고인데,
사람들이 냉삼의 그 레트로적 분위기와 갬성을 원하니까, 그 좋은 고기를 일부러 냉동을 시키는 거지
다만 냉동을 시키면서 생기는 맛의 퀄리티 저하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굉장히 낮은 온도로 급냉을 시킨 후 그걸 곧바로 고기절단기로 먹기 좋게 잘라낸 후 최대한 빠르게 소비 시킴
그러면 냉동 상태로 바로 굽더라도 드립 현상을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갬성과 맛 두 가지를 얼추 다 잡아낼 수 있는 거
다만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게, 바로 가격임
업주 입장에선 오히려 손이 더 가고, 원래 고기를 냉동시키는 목적인 장기보관도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냉동삼겹살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지게 됐음
때문에 요새 냉삼집들 가보면 200g도 채 안주는 1인분에 만삼천원, 만사천원씩 하게 된 거지
생삼이랑 가격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비싸져버린 것
허나 그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레트로적 갬성에 맛까지 만족하다보니 근 십년새에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됐고(현재 종로나 이태원 등지에서 수십년간 장사하며 냉삼 트렌드의 1세대로 부상했던 맛집들이 이런 케이스),
점차 그런 고급 급냉 냉삼을 흉내내는 집들이 많아졌음
그러면서 또 문제가 생긴 것이,
앞서 말했듯이 냉동인데도 드립 현상을 최소화 시키며 맛있는 고기로 내놓기 위해선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필요하고 또 그렇게 급냉 시킨 고기가 장기간 보관되지 않도록 바로바로 소비가 되는 회전율도 굉장히 중요한데,
몇몇 유명 냉삼집들이 근 몇년새 레트로 열풍에 힘 입어 인기를 얻자 거기에 편승하려고 생긴 수많은 뜨내기 냉삼집들은 그런 노하우도 없고 고기 소비도 바로바로 되지 않다보니까,
가격은 생삼급인데 맛은 레알 걍 진짜 육즙 죽죽 빠져나오는 맛없는 냉동 삼겹살을 내놓게 돼버린 거임
그래놓고 인테리어만 레트로 갬성 낸다면서 드라마 응팔 세트장마냥 휘황찬란하게 꾸며놓고 말이지
사실 원래의 진짜 싸구려스러운 맛의 냉삼집들도 여전히 전국에 많이 있다
가격은 1인분에 5~8천원대 정도의 극도의 저렴함을 유지하며 말이지
그런 집들은 진짜 레알 그냥 외국에서 수입돼서 몇달동안 얼려있던 찐 냉동삼겹살을 쓰니까
즉 그 가격 값을 하는 거지
근데 가격은 유명 냉삼 맛집들의 가격대로 받으면서, 정작 그 퀄리티는 싸구려 수입산 냉동삼겹살이랑 별반 다를 거 없이 드립 현상 겁나 일어나며 육즙 죽죽 빠지는 뜨내기 냉삼집들이 문제인 것
요식업계의 여느 곳들이 다 그렇듯 이런 집들 특징이 인테리어에만 레트로로 엄청 신경 써놓고 이름은 청춘이니 영희니 철수니 하는 인위적인 옛 갬성 스타일인 곳들이 많다
주인장은 보면 이제 갓 서른 됐을까 말까한 사람이 그저 빨리 돈 벌 생각에만 혈안이 돼있는 느낌이고…
그런 냉삼집들은 거르는 게 답
결국 냉삼도 은근 맛있고 잘되는 집만 계속 맛있고 잘되는 그런 종목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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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육즙 빠진 딱딱한 맛을 취향으로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 그렇다면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전부터 전국에 많이 있던 1인분에 몇천원짜리 저렴이 냉삼집들을 가면 되는 거지 굳이 국산 돼지고기 가져다가 어설프게 냉동 시켜서 냉동실에 푹 묵혀두다가 내놓는 바람에 수입산 냉삼이랑 맛 차이도 없는데 1인분에 만몇천원씩 받는 뜨내기 집들을 갈 이유가 없는 것. | 22.01.05 16:5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