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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사태로 드러난 구 인류의 끔직한 민낯을 목도한 오르카 저항군의 분노가 겨우 진정된 다음날.
사실 말이 진정이지 저항군 내부에선 인류재건에 대한 온갖 회의론과 부정론이 폭발하지만 않았지 수면 밑에서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지금껏 얘기로만 들었던 구 인류의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만행 및 유린을 직접 눈으로, 더욱 끔찍하게 봤으니 말이다.
소니언은 날이 밝자마자 긴급지휘관회의를 열고 각 부대 지휘관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호출했다.
지휘관들이 속속 들어오고 모두 출석한 것을 확인한 소니언은 우선 어제 사건과 관련된 안건부터 시작했다.
“......닥터. 더치걸들은 좀 어때?”
“다행이 모두 안정을 되찾았어. 정신적 충격이라 몸에는 사실 부상이 없었으니 말이야.”
“다행이다. 조금만 더 더치걸들을 보살펴줘. 아마 깨어나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낼거야.”
“걱정마. 민간조직 자매들이 돌아가면서 빈틈없이 간호하고 있어. 포티아와 소완은 더치걸 전용 식단을 만들고 있고, 멘탈케어도 곧 시작할 거야.”
“고마워 닥터.............하.........저기, 칸. 탈론페더는 좀 어때? 평소대로 실황 중계하다가 스스로 저항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울다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어제의 사태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거같더군.”
“사실 내쪽에서 미리 실황 전송기를 껐어야 했는데... 오히려 내가 사령관으로서 크나큰 실수를 한 것이지...”
“사령관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도 아니고. 누가 그곳이 그런 곳이었을 줄 알았겠는가.”
칸은 자책하는 소니언을 향해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위로해줬다.
사실 칸의 말이 맞는게 소니언을 포함한 그 누구도 테마파크의 진실을 몰랐으니 평소와 같이 소니언의 임무활약상을 같이 보다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만약 소니언이 처음부터 테마파크의 진실을 알았다면 초장부터 저항군 자매들이 알지 못하도록 혼자 가서 전부 때려부수고 왔을 터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저항군 내부에서 인류재건에 반대하는 여론이 급증하고 있어.”
레오나가 저항군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말했다.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자매들까지 취합하면 저항군 내 과반 이상이 인류재건에 부정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령관님.”
티아멧도 레오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말했다.
“눈 앞에 보이는 땅에 인류가 다시 살거라고 생각하니 트라우마 생겨서 여기서는 절대 못살겠다는 반응도 있더군요.”
에이다가 기타 반응을 갈무리하며 소니언에게 보여줬다.
소니언은 조용히 라비아타를 바라봤다. 소니언의 예상대로 그녀 또한 커다란 충격을 받고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상 인류재건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던 바이오로이드 자매들을 선도하여 저항군으로서 활동하게 한 장본인으로서 이번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자매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저항군 내부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진 지금으로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괜찮아? 라비아타?”
소니언은 조용히 라비아타의 손을 잡으로 물었다.
“........”
라비아타는 그에게 말 대신 무거운 끄덕임으로 답을 대신했다.
“헌데, 아까 전에 오르카 갑판에 내려앉은 저건 무엇입니까 주군?”
용이 회의실 창문을 가리키며 저 의문의 물체에 대해 물었다.
몇시간 전 아침에 홀로 하늘에서 내려온 물체인데 옆면에는 소니언의 전투복에 있는 마크와 똑같은 것이 새겨져 있어 소니언의 부대에서 온 것이라고 다들 짐작하고는 있었다. 때문에 용은 저 물체의 정확한 용도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소니언은 저 물체를 한동안 지켜보다 이윽고 지휘관들에게 말했다.
“나와 라비아타는 공화국, 그러니까 내가 살던 우주의 사령부에 갈 예정이야. 저건 사령부까지 타고 갈 셔틀이고.”
“네? 각하?”
“가신다니 주군...?!”
“정확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령관님.”
“사령관... 떠나는거야?”
여기저기서 당황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묻는 자매부터 아예 저항군을 떠나는 거냐고 심각하게 묻는 자매까지.
소니언은 일단 진정시키며 천천히 설명해나갔다.
“떠나는게 아니라 한 2~3일 정도 사령부에 볼 일이 있어. 라비아타는 저항군 대표 자격으로 사령부를 방문하는 거고.”
“볼 일이라는게 정확히 어떤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령관님?”
블러디 팬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장은 말 할 수 없어. 다만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곧 너희들에게 큰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큰 선택이란건 어떤 선택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단은 삶에 관련된 거라고 해두지. 시간이 됐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그리고 용.”
“네 주군.”
“나와 라비아타가 없는 동안 용이 사령관 직무대행을 맡아줘. 할 수 있지?”
“주...주군! 하지만 소관이 어찌...”
용은 자신에게 중책을 던져준 소니언에게 당홍감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보이며 우려섞인 의견을 내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의 방법으로 부하들을 이끈 지휘관이야. 길어봤자 2~3일이야. 잘 해낼거라 믿어. 용은 무적이잖아.”
소니언은 용에게 응원이 섞인 말을 해주고 미소를 보이며 라비아타와 함께 셔틀을 타러 나갔다. 용은 이 갑작스러운 권한대행에 포부보단 걱정만 머릿속에 쌓여가는 것을 느꼈다.
오랜시간 인간 다음 급의 지휘관을 해온 용이지만 지금과 같이 자매들의 생존투쟁을 이끄는 것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이었다.
굉장한 중압감을 느끼는 그녀이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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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갔다올게. 별 일 없을 거야.”
“용 대장님. 잠시동안 오르카를 잘 부탁드려요.”
“다녀오십시오 주군, 라비아타님.”
“훗. 돌아올 때 기념품 몇 개 챙겨오면 안 섭섭할 듯 한데.”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과 배웅해주는 사람들 간의 농담어린 대화가 이어진 후 소니언과 라비아타는 셔틀의 몸을 싣고 오르카호의 갑판으로부터 떠올랐다.
셔틀은 어느정도 높이 날아오르다 이내 섬광을 내뿜으며 허공을 찢어 그 틈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럼 용 대장. 이제 뭘 해야 하는거야?”
레오나가 셔틀이 사라진 지점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주군께서 오실 때까지 원래 작전계획대로 진행할 것이오. 오르카호는 예정된 항로대로 이동하고 중간 경유지에 보급물자가 있는 경우 신속히 습득하고 돌아오시오. 주군께서 부재중이시니 돌아오실 때 까지 평소처럼 철충들을 섬멸할 수 없게 되었소.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조금이라도 교전이 벌어진다 싶으면 일단 후퇴하시오. 그리고 일단 자매들에게 어제 일로 흔들리지 말라고 해야겠소. 각 부대 지휘관들도 마음이 흔들리는 자매들이 있으면 잘 다잡아 주시구려.”
용의 직무대행으로서의 첫 지휘에 각 부대 지휘관들은 일사분란하게 각 부대 구역으로 돌아가 교육 및 분위기 전환을 실시했다.
스틸라인은 정훈교육을 실시하고 스카이나이츠는 공중정찰을 나가고 평소대로의 오르카 저항군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려 다들 애쓰는 모습이었다.
용은 일단은 무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오르카를 보고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소니언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이렇게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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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이거 진짜 도시 맞아요?!”
공화국 사령부가 위치한 소니언 세계의 도시를 본 라비아타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행성 전체를 천장처럼 뒤덮은 구조물과 그 천장에서 아래로 매달려 건설된 각종 건물들과 중간중간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오고가는 우주선들.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지은거같은 광경에 라비아타는 어린아이마냥 연신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소니언 눈에는 무척 귀여워보였는지 절로 미소를 지으며 라비아타에게 말했다.
“후훗, 많이 신기해?”
“저게 안신기하겠어요 주인님? 저것 보세요! 건물이 공중에 떠 있어요!”
“그냥 수없이 많은 평범한 것들인데 하하. 라비아타도 언젠간 익숙해질 거야.”
“예전에 주인님이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이 정말이었군요. 저런 것들을 만들어낼 정도로 발전한 인류라니...”
“우리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었지. 잘못된 길로 갈 뻔한 적도 많았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았죠. 매번 길을 잃어도 무엇이 옳은지 답을 찾아내고야 마는...”
라비아타의 얼굴이 급히 어두워졌다. 아마 이곳의 인류와 자신이 살던 세계의 인류가 겹쳐보였을 것이리라. 한 인류는 흔들리고 악의 유혹에 빠질 뻔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번영의 길을 찾아내어 현재는 그 극에 다다랐고, 또 한 인류는 탐욕의 유혹에 넘어가 스스로 발전을 멈춘 체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선 이 극단적인 대조에 라비아타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혼재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왜 자신들의 인류는 이들과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분노.
“괜찮아? 라비아타?”
소니언은 그녀의 감정을 읽고 걱정이 되어 말했다.
“분해요.”
라비아타가 나지막히 말했다.
“분해요. 분해서 미칠거 같아요. 같은 인간인데. 같은 인류인데. 어째서 이렇게 결과가 극단적일 수 있을까요? 제가 사는 우주의 인류는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해서...”
“보통 우리는 그것을 보고 [가지 않은 길] 이라고 하지.”
“가지 않은 길이요?”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해관계가 첨예해지고 자본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탐욕도 자연스럽게 강해지게 돼. 대부분의 문명은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물질의 탐욕에 눈이 멀어 자멸하게 되는게 일반적이야. 그저... 우리는 그들이 매번 가던 길을 가지 않은 것 뿐이려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니 길은 매우 험난했지. 먼저 경험해본 문명도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 온갖 문제와 혼돈이 우리 문명을 뒤덮은 적도 많았어. 다만, 우리인류는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서 답을 찾아냈고 그 답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문명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 물론 실패도 여러번 해봤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실패에는 고결함이 있었어. 실패에서 성공의 씨앗을 찾아내어 그 씨앗의 싹을 틔우면 언젠간 번영이라는 열매가 나온다고 믿었으니까.”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거 같아요 주인님.”
“어떤 이해?”
“주인님이 저희 자매들에게 보이신 태도. 방금 하신 말씀 안에 그 이유가 들어있었네요.”
“응? 무슨 뜻이야?”
“고결함.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 항상 올바른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기. 이것들이 개개인으로부터 실천되는 모습이라면 그 개인들이 모여 이룬 사회는 당연히 번영할 수 밖에 없지요. 주인님의 그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었어요....... 우리 자매들이 꿈꾸던 인류는...... 여기에 있었군요.”
“또 쑥스럽게 만드네. 뭘 그런거 가지고.”
“전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지금 주인님 말씀과 이곳의 모습을 보고 확실히 결정했어요.”
“어떤 결정?”
“어젯밤 그 제안. 받아들일께요.”
“진짜? 후회 없겠어?”
“살면서 처음으로 후회없는 결정이라 생각해요.”
“고마워 라비아타. 힘든 결정이었을텐데.”
“오히려 제가 주인님께 감사해야죠. 저와 자매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셔서.”
지난 밤, 그러니까 테마파크 사태가 터진 날 밤 소니언과 라비아타가 인류공화국 사령부와 논의한 모종의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이 자리에서 라비아타는 받아들였다. 소니언과 라비아타는 지긋이 서로를 바라보고 한동안 눈을 맞추었다. 라비아타의 순수하지만 의지에 불타는 두 눈이 살짝 떨리며 얼굴에 조금씩 홍조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예쁘네. 이렇게 아무도 방해 못하는 둘만의 공간에서.”
소니언은 살며시 라비아타의 붉어진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주인님... 저기... 그리고... 또 할 말이 있어요.”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머뭇거리는 라비아타.
“뭔데? 괜찮아. 말해봐.”
“화 안내실꺼죠?”
얼굴이 벌게지면서 계속 입을 열기 곤란해하는 라비아타.
“너 한테 화를 낼 일이 뭐가 있어. 괜찮아. 말해도 돼.”
소니언의 말에 라비아타는 이내 결심했는지 힘겹게 살짝 떨리는 입을 열었다.
“사실... 아무런 상관도 없음에도 저희들에게 와주셔서 모든 책임과 희생을 떠안겠다 하셨을 때, 그 후 주인님이 저희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관을 보고 저는 결정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의 결정체가 하늘에서 와주셨구나 하고... 그러니... 혹여 저만의 착각이라도 이해해주세요. 이것이 저의 진심이니까요...... 말해도 되죠? 정말 화 안내실꺼죠?”
라비아타는 금방이라도 울것같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숨이 가빠져오는 것을 겨우 참으며 소니언에게 재차 물었다.
“괜찮아. 말해도 돼. 너의 진심을 듣고 싶어.”
소니언은 라비아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진심을 듣고자 했다.
“저....저는... 주인님을... 반려로서 사랑......읍!!!..........!!!!”
하지만 이번만큼은 소니언도 급했는지 라비아타의 고백이 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에 고백에 대한 자신의 답을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숨결을 주고받고 서로의 혀를 기대며 마음을 확인했다.
이윽고 두 입술이 떨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지긋이 바라봤다. 이제껏 볼 수 없던 애정이 가득담긴 눈빛을 서로가 느낄 수 있었다.
“저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꿈만 같아요.”
“운명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네. 처음 오르카 저항군에 합류하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 거부했다면 이렇게 사랑하는 너를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후회 안하는거죠?”
“후회는 무슨. 내 생의 최고의 선택이지.”
그렇게 말이 끝나자 다시 입맞춤을 하는 두 사람. 이번엔 처음보다 더 깊고 진한 입맞춤이었다.
소니언은 달아오른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라비아타의 몸으로 자신의 손길을 가져갔다. 라비아타는 잠깐 소니언을 바라보더니 이내 지긋이 눈을 감으며 자신의 몸을 내어줬다.
“......처음...이니까......상냥하게 부탁드려요....”
여인의 이런 말에 이성을 놓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으랴. 소니언은 자제력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쑥맥 또한 아니었다. 여인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응당 들어주는 상남자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두 남녀의 진실한 몸의 대화가 시작하려 했을 때......
[시스템: 알림. 목적지 도착 예고. 알림. 목적지 도착 예고.]
셔틀 자동운항장치에서 목적지에 다와감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셔틀은 어느 건물 앞 착륙장에 안착했다.
“거 참 타이밍 한번 안좋네 하하하.”
“그러게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람.”
소니언과 라비아타는 서로 아쉬운 감정을 확인하고 셔틀에서 내렸다.
착륙장에는 전날에 미리 약속한 일정을 위한 수행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나도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이별이네 라비아타. 일 끝나고 곧바로 너 하는거 옆에서 지켜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렇네요. 이런 타지에서 저 홀로 해야 한다니 불안함도 좀 있고...”
“걱정마. 저 분들이 잘 도와줄 거야.”
“네. 고마워요 주인님. 힘이 나네요.”
“일 잘 끝마치고 다시 봐. 그리고... 오르카로 돌아가면 내방... 같이 쓰자.”
“주인님....!!! 네... 이제 우리는 함께하는 거에요. 언제나.”
그렇게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해어졌다. 라비아타는 수행원들을 따라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소니언은 착륙장에 홀로 남겨졌다.
“라비아타가 돌아올 때까지 뭘하면 좋을까... 선물같은 거라도 준비할까... ”
소니언은 착륙장 옆에 텔레포트 장치를 타고 쇼핑구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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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호는 미리 수립된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소니언과 라비아타가 떠난 다음날이었다.
각부대 지휘관들은 용의 지휘에 따라 평소와 같이 정찰 및 물자수급 임무를 하러 나갔다.
용은 함교 지휘실에서 상황판들을 보고 있었다.
“오늘 늦게 혹은 내일이면 두 분께서 오시니 혹여나 두 분이 오시기 전에 불상사에 휘말리지 말도록 각자 신경쓸 것.”
용은 함내방송으로 자매들에게 신신당부의 말을 전했다.
‘주군과 라비아타님은 매일 이런 생활을 하신거로군...’
용은 새삼 최고지휘관으로서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멸망전에도 함대를 지휘했으나 항상 그녀 위에는 인간 최고사령관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위로 아무도 없이 홀로 모든 자매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작 이틀임에도 부담감이 치솟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용으로 하여금 지금의 임무를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녀는 저항군에서 라비아타 다음가는 바이오로이드이며 무적이라는 이명답게 당당히 돌파해나가는 당찬 여인이었다.
‘주군과 라비아타님이 돌아오실 때 까지 저항군 자매들을 보호하는 것이 소관의 사명. 주군께서 맡기신 이 권한, 헛투루 쓰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용이었다.
그런데 이때 주변을 순찰 중이던 스카이나이츠에서 긴급연락이 왔다.
“여기는 그리폰! 용대장님! 오르카 항로 변경 요청합니다!”
“무슨일인가 그리폰.”
“오르카 3시방향 8km 지점. 철충 네스트입니다! 오르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네스트!!!!!!!!!!!! 스카이나이츠! 전부 오르카로 복귀하시오 빨리!”
그리폰의 긴급보고에 함교는 비상이 걸렸다. 철충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네스트. 페어리 드론을 거의 무한정 사출하여 물량으로 압도하는 최악의 상대.
용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네스트와 상대할 때는 인간 사령관이 지휘해도 승리를 보장 할 수 없는데 지금 오르카의 상황은 지휘부 없는 깡통잠수함이나 다름없었다.
“하필 이런 때...!!!”
용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또다른 긴급보고가 날라왔다.
“용 대장!! 레오나야!! 정찰보트로 주면 해역을 탐색하던 중 바닷속에서 뭔가가 올라왔어! 괴물이야!!! 한두마리가 아니야!”
“레오나 대장! 지금 공격받고 있소?!”
“아직 무사해! 지금 최고속도로 오르카로 복귀하는 중이야!”
“그 괴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상영상을 보여주시오.”
용의 명령에 레오나는 그 괴물을 향해 카메라를 비췄다. 그리고 함교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별의 아이......!! 하필 이런 때에 최악의 상대가 모두 나타난 것인가...!!!!”
용은 머리를 부여잡고 나지막히 일갈하여 몸이 떨리는 걸 겨우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저항군 전체에 긴급방송을 시작했다.
“저항군 최고사령관 직무대행 용이오. 현 시간부로 총원 전투태세를 발령하오. 모든 인원은 오르카로 복귀하여 할당된 구역으로 가 전투대기를 하시오. 이것은 실제상황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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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언은 어제 라비아타와 헤어진 그 착륙장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한쪽 주머니에 뭔가를 계속 만지작 거리며 초조함을 달래며 착륙장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라비아타는 언제쯤 나오려나....... 오르카 자매들은 잘 하고 있을려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착륙장 앞 건물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은발의 머리와 붉은 눈, 그리고 인자한 미소를 한 여인이었다.
소니언은 그녀를 향해 한걸음 두걸음 천천히 가다갔다. 그녀 또한 소니언을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의 코앞에 다다랐다.
소니언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 여인에게 말했다.
“고생했어 라비아타. 잘 끝내고 온거지?”
“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에요. 바로 이거였군요.”
“적응하면 익숙해질 거야. 축하해 라비아타.”
소니언은 중간중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라비아타가 소화하는 일정을 지켜본 터라 그녀의 이런 어색한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감사해요 주인님.”
“미안하지만 이제 나 주인님 아닌데.”
“네?”
의아해하는 라비아타.
그런 그녀에게 소니언은 살며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주었다.
“주인님? 이건...?”
“앞으로 나를 새로운 호칭으로 부르도록 만드는 선물.”
그 선물은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한쌍의 고리 모양의 물건이었다.
“어찌 저에게 이런 걸... 흑흑.....”
라비아타는 소니언이 준 선물을 보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 당신도 나도 동등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거야.”
“흑흑...네... 정말 감사해요. 당신의 이 커다란 사랑. 평생 안고 살겠어요. 저도 당신에게 무한정의 사랑을 줄께요. 사랑해요 당신.”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은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준 후 사랑스럽게 입을 맞췄다.
“자, 이제 돌아가자.”
“네. 어서가요. 자매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셔틀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그때.
“소니언 대장님. 그린프론티어 정보장교입니다.”
그린프론티어 함대에서 급히 통신이 날라왔다.
“무슨일인가?”
“그... 지금 바로 네오테라에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 오르카저항군에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나?”
“네. 좀 많이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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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상황 보고!”
용의 다급히 오르카의 손상부위를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현 격벽 일부 손상! 아직 침수는 없습니다.”
“수리반을 불러 긴급수리를 하도록 하시오”
[꽈당! 우그극!]
“으윽..!!! 무슨 일인가?!”
“별의아이가 함선의 보조엔진 부분을 타격했습니다! 배수펌프 고장! 용대장님! 이제 잠수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일단 한번 잠수하면 배수가 안되어 다시는 부상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수상항해로만 버텨야 한다는 것인가......”
“철충네스트로부터 투사체 감지! 옵니다!”
“대공방어 작동!”
“대장님... 그게...!!!”
[쿠쾅! 쾅!]
“으아아아악!”
“화재발생!!!”
“긴급진화!”
투사체가 함교에 직격하여 함교 여기저기서 불똥과 화재가 발생했다.
“으윽.... 부상자...확인... 피해상황보고...”
용은 겨우 정신을 차리며 함내 병력들에게 지시했다.
“다행이 사망 및 중상은 없습니다. 다만 오르카호는 더 이상 전투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삼파전에서 저희는 후퇴해야 합니다.”
용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현재 오르카의 상황으로는 이대로 전투를 속행했다간 오르카를 버려야 할 상황이 올 것이 뻔했다. 저항군의 유일한 함선인 오르카를 잃는다는 것은 저항군 자체가 붕괴한다는 말과 같았다.
용은 이를 악물며 명령을 내렸다.
“오르카는 전속력으로 왔던 항로를 거슬러 후퇴...”
“용 대장님! 6시방향에도 별의 아이 출현! 포위당했습니다!”
“뭐라고?!”
청천병력같은 소식에 용을 포함한 함내 인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용은 희망이 없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오르카를 지휘하는 자리에 있기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었다.
“모두 정신차리시오! 주군과 라비아타님이 돌아오실 때 까지만 버티면 되오!”
용은 함내 인원들을 독려하며 끝까지 버틸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그 의지가 무색하게 오르카를 포위하는 망이 빠르게 좁혀져 오고 있었다.
함내 인원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오르카! 현지점에서 정지! 함선 수리에 집중하라! 놈들은 우리가 맡겠다.”
“주군?!”
하늘에서 허공의 틈이 벌어지더니 작은 셔틀 한 대가 나왔다. 그리고 그 셔틀을 따라 거대우주전함 수십척이 똑같이 틈을 찢고 그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한척 한척이 어찌나 거대한지 오르카호는 그저 나룻배로 보일 지경이었다.
“저...저게 대체....”
“어거 우주함대 맞지?”
“사령관님께서 오셨어!!”
오르카 함내에서는 난생 처음보는 우주함대의 위용 앞에 넋을 잃거나 다리힘이 풀려 주저앉는 자매들도 보였다.
소니언은 셔틀을 타고 이곳저곳을 날며 함대를 지위했다.
“전 함대, 파티클빔 발포.”
소니언의 명령이 떨어지자 함대에서 일제히 황금빛의 빔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 빔에 맞은 별의 아이는 맞은 부위가 입자로 분해되며 몸 전체로 입자화가 진행되었다.
소니언은 함대에 다시 명령했다.
“해당 철충 개체에 플라즈마 프로젝터 준비.”
명령을 받은 함대 중 한척이 네스트 위로 다가가 멈추었다.
네스크는 위협을 느껴 페어리드론과 여러 투사체를 발사했다. 하지만 함선의 우월한 대공방어체계 때문에 단 하나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이윽고 함선은 거대한 에너지를 모은 뒤 한줄기 플라즈마 빔을 네스트에 내리꽂았다.
[지우우우웅, 쿠와아아앙!]
플라즈마 빔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네스트뿐만 아니라 그 주변 바닷물까지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며 그 수증기로 거대한 구름이 형성될 지경이었다. 네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과 온도로 인해 코어까지 녹아버리며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소니언은 상황이 종료됨을 확인하고 셔틀을 오르카호 갑판에 안착시켰다.
갑판에는 이미 용을 포함한 지휘관자매들과 많은 저항군 자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니언과 라비아타는 셔틀에서 내려 저항군 자매들 앞으로 다가갔다.
“주군! 돌아오셨군요!”
“미안 소식 듣고 급히 왔는데 늦은 건 아니지?”
“아닙니다. 제때 와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용은 이제 살았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했다.
“사령관! 진짜 우주함대를 끌고 오다니! 굉장하군!”
아스널이 놀라운 표정으로 하늘에 떠있는 함대와 소니언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렇게 자매들의 상태를 살피던 소니언 옆으로 라비아타가 다가왔다.
그 순간 오르카 자매들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근데 사령관 각하. 저 인간 여성분은 누구십니까?”
마리가 라비아타를 두고 소니언에게 이상한 질문을 한 것이다.
“사령관님. 라비아타 언니는 안오신 건가요?”
콘스탄챠도 라비아타가 아닌 왠 인간여성분을 데리고 왔는지 궁금하며 물었다.
다른 자매들도 소니언에게 라비아타의 행방을 물었다.
“후훗, 하하하”
오르카 자매들의 이런 반응에 소니언은 재밌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주군. 왜그러시오? 뭐가 그리 재밌으신거요? 라비아타님은 어디계시오?”
“라비아타 지금 너희들 눈 앞에 있잖아. 하하하”
“눈 앞에? 눈 앞에 계신 분은 인간 여성분 아니오? 인간의 뇌파가 느껴지는데 무슨 말씀이시오?”
계속되는 웃긴 상황에 소니언은 라비아타를 보며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봐봐. 자기야. 못알아볼꺼라고 했잖아. 체격도 작아지고 옷도 우리공화국 여군장교 옷으로 입고 왔으니 더더욱.”
“그럴꺼라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좀 섭섭하네요. 우리 자매들은 통령의 목소리도 못알아보는걸까요?”
“어? 이 목소리?! 어??????”
라비아타의 불만섞인 반응의 목소리가 오르카 자매들 귀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몇몇이 목소리로 라비아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령관, 이게 대체?!?!”
“라비아타 통령이라고?”
“뇌파가 인간인데?!”
이같은 혼란스런 반응에 소니언은 결국 직접 말하기로 결정했다.
“모두들 축하해줘. 오늘부터 진짜 인간으로서 살게 된 라비아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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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용이 이상하게 길어져 분량조설 실패한 점은 죄송합니다 ㄷㄷㄷㄷ
소니언의 함선이 플라즈마 프로젝터로 네스트를 개발살 내는 장면은 아래 영상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아마 저항군 자매들은 이런 시점에서 함선하나가 지나가고 그 함선이 네스트를 박살내는 걸 지켜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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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원작 설정을 최대한 따르려 했는데 제가 쓰는 팬픽의 설정방향과 약간씩 어긋나는 것들이 보여서 최대한 절충하려 노력중입니다. 바이오로이드를 인간화 시키는 것 관련으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면서도 뭔가 납득되는 주인공측 인류의 기술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 22.05.05 00: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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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소설을 처음부터 읽어보셨으면 눈치 채셨겠지만 주인공 측 인류의 기술의 모티브가 대부분 선조(헤일로)+크립톤인에서 차용한 것들입니다 ㅎㅎ 힘세고 높은 기술력을 묘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용한 요소라서요 ㅎㅎ | 22.05.07 17: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