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하고 또 부끄러웠던 사건이지만 오늘은 왠지 다 털어놓고 싶군요. 변태라고 욕해도 좋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잊을수 없고 또한 나름대로 좋았던 추억이기도 하니까요.
그 일은 작년 여름에, 제가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때 겪었답니다. 한여름 오후 세시, 머리 바로 위에 태양이 떠있는 듯한 더위를 뚫고 전 궁시렁 대며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3년만의 기록적인 폭염 주의보가 내렸던 날이었고 길에 지나다니던 행인들은 모두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건물 안으로 대피라도 한듯 고요했습니다.
"이런여름에 도데체 어떤 ㅁㅊㄴ년들이 모텔에서 ㅉㄲ를 주문시키는거야. 아 시발 "
정말이지 철가방 따윈 바닥에 내팽게치고 시원한 커피숍에 죽치고 앉아있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뿌리치고 모텔에 도착한 저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302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배달왔습니다."
안에선 잠시만요 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뭘하는지 몹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 배달 갈때 아이들이 앞다투어 방 안으로 숨을때 나는 소리같았죠. 잠시후 문이 열리고 훤칠한 남자가 절 맞이했습니다. 꽤 몸이 탄탄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아 죄송합니다. 여기 바닥에 놔주세요."
"아 넵......3만천원 입니다."
"예. 잠시만요."
그 남자는 지갑을 뒤적거리더니 곤락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 이런...천원이 모자라네. 혹시 카드 됩니까?"
"네 카드 됩니다."
"아 그럼 잠시만요. 자기야! 자기 지갑에서 카드좀 꺼내서 쓸게!"
남자는 방 안쪽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방 안에서 응 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역시 여자친구구나 라는 약간의 비참함을 느끼던 중 남자는 애인의 것인듯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와 저에게 내밀었습니다.이때가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제가 그때 그냥 모른척을 하고 중국집으로 돌아갔다면 이런 이야기를 당신들 앞에서 풀어놓을 일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두고두고 후화할 그 질문을 전 결국 해버렸답니다.
"어...나라사랑 카드...?"
남자는 의아한듯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되물었으나 이내 자신이 한 실수를 깨달은듯 안색이 창백해 졌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더듬거리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 저...저기 그게 이건...아 제가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이거 제카드에요 하하하..."
남자는 몹시 곤란한듯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만, 정작 진짜 곤란한건 제 쪽이었습니다. 물어보지 말걸. 제수없게 호모들한테 주문이나 받고...따위의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죠. 그때는 전 약간 포비아 기질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아무튼 남자의 변명을 건성으로 들으며 계산을 해주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던 그때, 욕실로 보이는 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습니다.
"야 너 뭐하고 있어? 계산은 한거야?"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새로운 남자에게 대답했습니다.
"아 저...저기 미...미안. 내가 실수로 니 나라사랑 카드를 이분한테 보여드려셔..."
"아...들킨거네?...근데 뭐 상관 없지않아? 어차피 오늘보고 다신 안볼 사람인데 주변에 소문 내봤자지 뭐. 안그래요 형님?"
전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당하기라도 한듯 당황했습니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형님이라고 칭하다니 호모치곤 남자답다고 생각했죠. 아닌게 아니라. 그남자는 가슴만 없다 뿐이지 몸이 새하얗고 여리여리 한게 마치 여자같았거든요.
"하하. 농담이에요. 그런데. 여기가 우리 아지트 같은 모텔이라...혹시라도 소문을 낼 생각이시라면 그만 두는게 좋을겁니다. 그러다 큰일나요 형님"
"벼...별말씀을. 다 드시고 그릇은 건물 밖에다 놔두세요 그럼."
전 급하게 말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처음으로 본 호모들은 생각했던것 만큼 여자같지도. 끼부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때의 저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더러운 호모들을 봤다는 그 생각에 빨리 아무라도 붙잡고 떠벌리고 싶었죠. 참 멍청한 생각이었지만요.
전 그 생각을 바로 실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3층의 저들을 가장 손쉽게 엿먹일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모텔 주인에게 고자질 하는 것이죠. 어렸을때부터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 하기 좋아했던 저였기에 오랜만의 무척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저기 아저씨. 혹시 302호에 남자 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주인아저씨는 신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어엉. 그랬지. 왜그러나 총각"
전 무슨 비밀얘기라도 하듯 아저씨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제가 방금 거기에 배달을 했는데요. 글쌔 그 방에 호모자식 둘이 같이 있더라니까요"
"...그랬나? 그런데 자내 참 이상하군. 그런얘길 왜 나한테 하는갠가?"
"예? 아..아니 그거야...아저씬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게이라니까요 게이!"
"게이가 뭐 어쨌다는건지 모르겠구만. 음식배달을 왔으면 음식을 주고 돈만 받아가면 그만이지 왜 남의 사생활까지 떠벌리고 다니는갠가. 쯪쯪쯔...괜한짓을 해버렸구만 자내...미안허이"
"미...미안하다뇨. 어르신?"
하지만 그땐 이미 늦어버린 후였죠. 전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뒤에 덩치 큰 남자들이 서서 저를 붙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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