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을 다니다 마흔이 넘어 전직한 웹소설 작가입니다.
며칠 전 첫 장편을 마무리하고 혼자 춘천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이번 여행에 발이 되어줄 애마에게 밥을 멕입니다.
그리고 달립니다.
육아와 집안일과 주 업무를 모두 뒤로 한 채 혼자 떠나는 여행길이 착찹할
줄 알았는데 개뿔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프리덤!
전 11사단 신병훈련소 관물대에 자유시간 초코바를 짱박아놨다가 걸려서
‘크라잉 프리맨’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자유를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이번 춘천 여행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잘 먹기, 그리고 차 사진 찍어주기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발 날씨가 맑기를, 그리고 좋은 촬영 포인트를 찾아내길 기원합니다.
그런데 30분쯤 달렸을까, 냉동실에 고기를 놓고 온 것이 생각나 엉엉 울며 차를 돌립니다. ㅠㅜ
하지만 과속은 하지 않습니다.
이 차는 열 살이 넘는 고령이라 잡아 돌리면 수리비가 많이 나오죠ㅠㅠ
고기를 픽업하고 뚜껑을 열어줍니다.
강촌을 지나는 길에 한적한 길을 만나 신나게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 차의 정식 명칭은 E89 Z4입니다.
이 차를 사랑하는 이유는 6기통 자연 흡기 3000cc 트윈터보 엔진에 제로백 4초대 자동 7단 후륜구동 롱노즈 숏데크 로드스터고 나발이고 이뻐서요.
특이하게 두 명의 여성에 의해 디자인 된 결과, BMW의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이미지와 유려한 선의 디자인이 공존하게 되었죠. 게다가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하드탑이 달려있는데 변신로봇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쁘고 뚜껑 열려서 사랑한다는 소립니다. 그걸로 계기판을 볼때마다 가슴 아픈 연비, 과거 흑표전차처럼 심장이 아픈 아이 같은 단점은 상쇄하고도 남죠.
‘빠다다다’같은 요란한 팝콘 소리는 아니지만, 마치 거대 레이버가 기동하는 듯한 육중한 배기음도 그 사랑을 더합니다.
사진 찍으려고 1:18 다이캐스트도 챙겨왔습니다.
사진을 그지같이 못 찍었지만, 원래 굉장히 예쁜 다이캐스트입니다. ㅠㅠ
사진을 찍다 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나 일단 닭갈비 골목부터 찾아갑니다.
이곳은 1인분 주문이 가능한 춘천 솔플러의 성지 우미 닭갈비 본점입니다.
실망시키지 않는 맛의 닭갈비에 막국수까지 해치우고 소화를 시킬겸 바로 옆의 육림고개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레트로 느낌의 가게들과 소품샵 같은 것이 반겨주진 않고... 평일 낮이라 다 닫았네요...
한방차 내음 가득한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
대신 저녁에 뭣부터 먹을까를 궁리합니다.
김유정역에도 잠깐 들러서 ‘아 저 분은 스물 아홉까지 저렇게 많은 작품을 남기셨는데 난 마흔 넘어 뭐하고 있나’라고 깊은 한탄을 마친 후 숙소로 향합니다.
20여 분을 달려 강촌에 있는 5만원대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꽤 질 좋은 비장탄 남은 게 있어서 숯을 피웁니다. 화력이 세고 오래가면서 고기는 잘 타지 않아 좋더라구요.
자제력을 최대한 발휘해 양꼬치, 양갈비, 새우, 안창살, 마라탕을 조금씩만 준비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더 챙겨오고 싶었지만, 마흔 넘어가니까 많이 못 먹겠네요.
먼저 양꼬치.
맨날 어딜가나 구워주던 입장에서 혼자 구워서 먹으려니 어색합니다.
혼자 꼬치 두세개씩 한 번에 먹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낮에는 닭갈비도 상추에 서너점씩 싸먹었습니다.
호강하네요.
크아!!!
남자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새우에 양갈비랑 안창살까지 다 해치우고 방에 들어와 다큐를 틀어놓고 안주를 준비합니다.
집에서는 감히 선택할 수 없는 채널입니다.
88mm 대공포가 독일 상공을 뒤흔드는 것만큼 혼술에 좋은 안주가 없죠.
대충 카나페를 만들어 먹고
마무리로 밀키트 마라탕.
이게 진짜 최고였습니다. 몇 개 더 사놔야겠네요.
다음날 아침.
해장하러 갑니다. 구름이 예쁘게 풀어진 것이 예감이 좋네요.
뚝배기 짬뽕입니다. 국물이 꽤 맵고 기막히게 얼큰합니다.
위가 약간 마취되면서 숙취까지 마비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도 춘천 왔는데 소양강 처녀는 한 번 봐야지 하고 가다가 뭔가 끌리는 느낌에 샛길로 빠졌더니
이런 데가 나왔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촬영 포인트네요. 신나서 셔터를 누릅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까 DSLR은 렌즈를 잘못 선택해서 메인컷 다 날아가고, 미러리스는 노출이 잘못 설정되어 땅을 치며 울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날씨가 좋아 마음에 드는 사진이 좀 있네요.
촬영을 마치고 소양강 스카이워크로 향합니다.
춘천에 올 때마다 은퇴하면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여유가 있어요.
늠름한 소양강 처녀상 누나
해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45년 전통을 자랑하는 수제버거와 어니언링으로 속을 달래고 극장으로 갑니다.
이상하게 춘천 여행을 올 때마다 영화를 보게 되네요. 오늘 선택한 영화는 ‘듄’입니다.
두 시간 반이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50년 전에 프랭크 허버트 아저씨는 이런 미친 스토리를 구상했는데 난 뭐하고 있나.
깊은 자괴감에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출발합니다.
절반을 넘게 와서야 아내와 아이에게 사다주기로 약속했던 감자빵을 깜빡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이미 틀린 상황이었습니다.
조각 케이크라도 사다 주려고 카페를 몇 군데 들렸는데 죄다 남은 게 없네요.ㅠㅠ
집이 가까워 지면서 잊고 있던 오만가지 상념들이 스멀스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내 카오디오의 볼륨을 올리고 머리를 흔들어 떨쳐냅니다. 걱정 근심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까짓거 닥치면 하면 됩니다.
어차피 근심하든 말든 벌어질 일들이고, 난 해내야 할 거니까요.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아들과 아내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계획대로 한 점 후회 없이 잘 먹고 잘 찍은 여행이었습니다.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현실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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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여행이래서 들어왔더니 부자웹 엔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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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근심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까짓거 닥치면 하면 됩니다. 어차피 근심하든 말든 벌어질 일들이고, 난 해내야 할 거니까요.........................................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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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엔진이라 고급유를 넣어야 합니다 ㅠㅠ 답글 감사합니다! | 21.11.09 22: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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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꽤 매운데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춘천 갈 때마다 먹게될 것 같습니다.^^ | 21.11.01 2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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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마지막 자연흡기 M3도 사랑이죠. 멋진 차 타십니다.^^ | 21.11.01 21: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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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곧 겨울이라 아마도 올해 마지막 뚜따여행일 것 같습니다.^^ | 21.11.01 21: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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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질투할 정도로 사랑해주고 있습니다^^ | 21.11.01 21: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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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21.11.02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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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21.11.09 22: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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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여행이래서 들어왔더니 부자웹 엔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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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중고차긴 하지만;;;; 감사합니다.ㅠㅠ | 21.11.09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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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감사합니다!!! | 21.11.09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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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인 누유가 있어서 그렇게 밟진 못합니다. ㅠㅠ 답글 감사합니다. | 21.11.09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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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근심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까짓거 닥치면 하면 됩니다. 어차피 근심하든 말든 벌어질 일들이고, 난 해내야 할 거니까요.........................................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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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좌우명입니다.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 21.11.09 22: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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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단종 제품이라 아마존에 마지막 한 대 남아있던 걸 겨우 구했습니다. | 21.11.09 22: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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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라탕 정보 좀 굽신굽신 | 21.11.09 17: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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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굽신굽신... | 21.11.09 1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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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martstore.naver.com/frozenes/products/4596972442 | 21.11.09 20: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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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고시고시님이 달아주신 제품이 맞습니다. 단, 옥수수면은 넣지 않는게 훨씬 맛있습니다. | 21.11.09 22: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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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고시고시님 제품이 맞습니다. 참고로 옥수수면 안 넣는게 훨씬 맛있어요. | 21.11.09 22: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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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 제품이 맞아요. 옥수수면은 안넣는게 훨씬 맛있어요*^^* | 21.11.09 22: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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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_^ | 21.11.10 0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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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1.11.10 1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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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감사합니다^^ | 21.11.09 2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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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꼬 맞습니다... | 21.11.09 2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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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급정보 감사합니다. 담번엔 119치킨 꼭 먹어볼게요 | 21.11.09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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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전 너무 멀리 오래 돌아왔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 21.11.09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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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디자인은 신형보다 더 사랑스럽습니다. | 21.11.09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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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예전에 일반유 넣었더니 후진하다가 시동이 꺼져서... 겁나서 고급유만 멕이고 있습니다... | 21.11.09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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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사합니다!! | 21.11.09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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