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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갤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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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존-전선이 사라진 우크라이나의 최전방 ]
전선은 사라졌다. 대신 생겨난 거는 '킬존', 500미터에서 6~7km, 때로는 10km까지도 뻗은 지대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참호와 개인호가 뒤섞여 있어, 양측의 공식 발표로는 자신들이 '통제한다'는 영역이다.
우크라이나군 주력과 러시아군 주력 사이의 20~30km 구간은 양측 모두에게 드론으로 관측당하고 포격당하는 회색지대화 되어있다. 이중 적과 가장 가까운 수 킬로미터는 단순한 회색지대가 아닌 '킬존', 장병들이 죽음과 끊임없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영역이다.
* 본문의 정보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반의 기간 동안 도네츠크, 하르키우, 자포리자 방면에서 복무한 우크라이나군 하급 지휘관부터 사병까지, 장병 10명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로 작성되었으나, 여러 지역의 전선은 개별적인 상황이 다르며, 시간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습니다.
혼란
전선의 매 부분마다 뒤섞인 진지의 혼란이 팽배하다. 양편 사이의 경계는 시시각각 바뀐다. 여기 부분은 참호선이랑 개인호가, 저기 부분은 불탄 숲이나 건물 잔해가 경계를 나타낸다. 도로에는 격파된 차, 오토바이, 군용차량들이 내팽개쳐 있고, 여기저기 회수하기 너무 위험하단 이유로 내버려진 전사자들이 누워있다. 박살난 민가들에서 나온 석재며 유리조각, 벽돌, 가구, 깨진 접시가 온 사방에 즐비하다. 전쟁이 낳은 위장망 쪼가리, 탄피, 버려진 전투식량 따위도 흩뿌려져 있다.
수백 미터의 철조망, 그리고 덜 눈에 띄는 그물이며 드론의 광섬유 케이블들이 내뻗어 있다.
공격
공격은 도보로, 기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장갑차량을 타고 이뤄진다. 목표는 상대의 진지를 점령하고 개인호에 숨어들어 반격 포격과 드론 공격에 불구하고 살아남아 눌러앉는 거다. 그럼 후속 대원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가 다음 진지를 향해 움직이거나 상대 후방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다. 팀원은 적다 - 다섯 명도 너무 많다. 아군도 적군도 사람 부족한 건 매한가지다.
최신 트렌드는 단열 위장망토를 덮어쓰고 기어가기다. 적들은 낮에 옴짝달싹 안하고 엎드려 있다가, 밤에 최소한의 탄약을 소지한 채 꾸물꾸물 기어간다. 식량과 식수, 보충 탄약은 드론이 지정된 장소에 떨궈준다. 이들은 '킬존'을 며칠 걸려 횡단한 다음 조용히 아군 진지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 화학성분이 포함된 수류탄도 있다 - FPV 드론으로 공격한다. 아군의 드론 운용팀과 박격포반이 최우선 표적들이다.
러시아군은 도보로 달음박질하거나 오토바이 따위의 고기동차량을 이용해 '킬존'을 빠르게 돌파하려는 시도도 한다. 이런 시도는 대개 시계가 제한되는 악천후 속, 미리 계획된 수일 간의 경로를 통해 중간중간 재보급받고 재집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장갑차량 공세는 이제 극히 적다. 남은 수량도 적고, 장갑차량은 쉽게 격파된다.
땅굴
킬존 전 영역에는 우리 대원들이 홀로 버팅기는 숨겨진 땅굴들이 있다. 적은 이 개인호를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어 격멸하려 든다. 우크라이나군에 남은 보병은 너무나도 적기에, 개인호들은 서로 지원할 수 없을 만큼 먼 간격으로 흩뿌려져 있다.
보병에게 제일 두려운 건 머리 위 활공하는 드론의 소음이다. 개인호는 하늘에서의 공격을 방어하러 지어졌다. 작은 땅굴들은 흔히 수풀로 가려진 급조 구덩이들이며, 보다 큰 굴들은 ㄱ자 모양의 위장된 입구를 마련했다. 2~4제곱미터 면적의 이런 굴에는 보병 1~3명이 들어간다.
이전에 파둔 수백 미터의 참호선은 거의 버려진 채 방치되지만, 일부분은 아군과 적군 모두가 관측진지로 재활용한다. 같은 참호 한쪽 끝에 러시아군이, 반대쪽 끝에 우크라이나군이 숨어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박살난 마을들에선 아군과 적군 모두가 지하실과 건물 폐허에 숨어든다. 단 한 명의 전투원이라도 살아서 버티는 한, 이 영역은 '우리 땅'으로 지도에 표시된다. 인력 소모를 감당할 수 없는 건 러시아군도 마찬가지라, 한두명이 아직 살아서 저항하는 걸 아는 영역엔 부대를 들이밀기 두려워한다.
후송과 교대
보급과 부상자 후송에는 지상 드론이 투입되기도 한다.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라 문제가 계속 보고되지만, 중요한 보급품 배달을 하거나 중상자를 후송할 때 마지막 도박으로 써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개인호의 교대는 이상적으론 며칠에 한번씩은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여기로 숨어들고 다시 나오는 과정은 가장 위험한 과정 중 하나이다. 그래서 한번 굴에 숨어들면 몇주일 동안 계속 버텨야 될 수도 있다. 화장실마저 못 가고 요강을 쓰는 경우도 잦다.
보통 교대는 이렇게 이뤄진다. 주둔지에서 트럭을 타고 굴에서 1~7km 떨어진 지점에 내려주면, 탄약이며 장비, 식량과 식수 등을 짊어진 보병들이 나머지 거리는 걸어서 킬존을 침투한다. 전방 보병의 화기는 소총, 경기관총, 유탄발사기 등이다. 중기관총 같은 고정형 중화기를 운용하기엔 금방 위치가 식별되고 적 화력에 타격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참호선을 1선, 2선으로 나눠둔 이전의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적과 가까운 정도보다도 개별 위치가 얼마나 잘 위장되고 얼마나 깊게 파여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보급
낮 동안 킬존을 활보하기란 불가능하다. 밤에도 힘든 일이다. 병력 교대, 대피, 보급품 전달, 진지 보강, 지뢰 매설 - 그 어떠한 외부 작업이든 모든게 악천후나 새벽, 해질녘에만 진행된다.
대형 화물 드론들이 식수와 식량(보존식 통조림과 에너지바), 탄약을 10~20kg 중량의 꾸러미로 포장해서 사전에 합의한 장소로 공수한다. 공격드론은 배회하며 적 화물드론을 찾아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찾아내려 애쓴다. 화물드론이 보이면 근처 지역 전체가 포병화력으로 찜질당한다.
밤에는 야간투시경과 적색 손전등이 활용된다. 보병들은 드론의 열상을 상대로 제한적인 성능을 보이는 위장망토 차림으로 조심스레 돌아다닌다. 적과 가까우면 소음이 그나마 정숙한 전기차와 전기오토바이도 애용된다.
드론
아군과 적군의 드론들은 킬존 위에 거의 상시적으로 떠있다. 이들은 이상적으론 밀어내기식 교대로 서로를 대체하며 빈틈없이 체공한다. 정찰드론, 공격드론. 수많은 종류의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다.
광섬유 드론은 올해의 신무기다. 전자전 면역인 이들은 후방에 가서 잠복해 있다가, 적 자산이 보이면 바로 날아올라 공격한다. 땅을 가로지르는 광섬유 케이블이 이들의 흔적이다. 새들이 광섬유에 얽매여 죽기도 한다.
전자전, 대드론장비
전자전팀들은 적 fpv 드론과 정찰드론을 상대로 방어하기 위해 전장에 늘상 배치되어 있다. 원격 무력화도 시도하고 그물망을 쏴서 잡기도 한다. 드론을 잡는 드론도 나왔다.
지뢰
양측 모두 상대의 침투로와 주둔지에서 투입되는 경로를 따라 엄청난 양의 지뢰를 매설한다. 수작업으로, 드론으로, 포병으로도 매설한다. 최근 트렌드는 fpv 드론을 착륙시켜 뒀다가 근처에 지나가면 지뢰처럼 쾅 터트리는 거다. 적 로켓포병은 집속탄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원격으로 자탄 지뢰들을 깔기도 한다. 우리에겐 부족한 역량이다.
방어
적군 공세의 저지는 여단이나 대대 차원의 공동대응으로 이뤄진다. 정찰병들은 적을 계속 감시하며 가능한 침투로들을 식별한다. 공병들은 그 경로에 지뢰와 장애물을 깐다. 적이 식별되면 포병과 드론, 그리고 소화기가 적을 공격한다.
아군의 임무는 적이 우리 땅굴들의 소총 사정거리 내로 접근하기 전에 적을 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군의 인력부족 탓에 갈수록 많은 침투조를 보내는 적들에게 갈수록 접근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우리 보병의 코앞까지 적이 접근했다면 그 방어작전의 실패를 의미한다.
방어가 성공하려면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고, 드론과 포병, 박격포의 탄약이 충분해야 하며, 모든 인원이 숙련되어 서로 원활히 협조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잘 해주고 서로간의 연계력을 키우는 것이 지휘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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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참혹하다. 1차 세계대전 보는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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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이상있다. ㅆㅂ. 역시 전쟁의 미덕은 단기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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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참호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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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또 이짓거리 중이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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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이상있다. ㅆㅂ. 역시 전쟁의 미덕은 단기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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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참호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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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또 이짓거리 중이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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