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 신뢰와 의심은 항상 같이 가져가야 함. 신뢰만 하면 트로이 목마에 당하고, 의심만 하면 갈라치기에 당하기 때문
- 트로이 목마를 경계한다고 관심법을 허용해서도 안 되고,
갈라치기를 경계한다고 이력 공유를 금기시해서도 안 됨.
- 정치인을 따라가는 상황이더라도, 여러 관련 인물들의 행동 이력을 꾸준히 공유할 필요는 있음.
그래야 집단에 미리 정보가 퍼져나가게 되고, 유권자들의 턴이 될 때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
다만 이력 공유 시, 이력 공유의 수준을 넘어 관심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
아까 갈라치기를 걱정하면서 따라가는 스탠스에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에 글 써봄.
갈라치기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정치인(혹은 집단을 이끄는 사람)을 너무 따라가는 스탠스를 취하면 안 됨
1. 인재 영입처럼 정치인이나 당직자가 직접 결정 가능한 영역이 있는 반면
2. 집단 지성의 힘을 빌어 다수결을 통해 인재가 선출되는 상황이 있음
만약 모든 것이 1번과 같이 영입ㆍ임명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따라가는 자세만 취하는 게 맞음.
그렇지만 다수결로 선출하는 상황도 상당히 많음. 당장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 당내경선부터도 그렇지.
그리고 선거를 떠나서 여론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많음.
그렇다면 역시 2번의 상황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함.
집단 구성원 다수가 어떤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급작스럽게 한번에 내리기는 매우 어려움.
그렇다면 평상시에 특정 인물에 대한 행동 이력이 공유*될 필요가 있고,
그 정보가 집단에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어야
어떤 돌출 행보나 이벤트가 발생할 때 집단 지성의 대응이 가능하게 됨.
그러니 행동 이력 공유까지 금기시하며 1에만 의존하는 식이 되면,
다수 집단이 특정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이미지'나 '판독기 논리'**로만 해야 하는 문제가 생김.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일은 잘한다' 이미지 메이킹이나 '문프팔이'라는 예시를 봐 왔음.
갈라치기만 지나치게 경계하다가 거꾸로 트로이 목마에 당하는 셈이지. (신뢰와 의심은 항상 같이 가져가야 함)
그러니 이력 공유 차원에서 이야기는 꺼낼 수 있어야
일반인 1명으로서 집단 지성의 동작에 기여할 수 있게 되고,
유권자로서 정상적인 정치인이나 당직자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수 있음.
--------
*이력 공유: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이력 공유 선에서 멈추는 것이니까,
관심법(Yes or No로 단정)으로 발전시켜서는 안됨.
이 때, 지켜져야 하는 전제조건은 대략 다음과 같음.
(1)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함은 당연 (수집된 이력에 따라 긍정/부정 가중치는 있겠지만)
(2) 발언이나 영상 등의 자료는 최대한 1차 출처여야 함
( .... 또 뭐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바로 떠오르진 않네)
-------
** 판독기 논리는 거꾸로 손쉬운 악마화에도 이용될 수 있음
(1) 정치인 레벨의 예시
이낙연의 박근혜 사면 건의 발언 때, 스피커들이 박근혜를 판독기 삼아 이낙연을 악마화한 일.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당시 정부여당이 처한 상황(LINK)이나,
이낙연의 긍정적 이력을 평상시에 생각하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악마화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
또 스피커들의 부정적 이력을 평상시에 떠올리고 있었다면, 그 스피커들의 말만 듣고 이낙연을 그렇게 쉽게 저평가 하지도 않았을 것.
(2) 일반인 레벨의 예시
자칭 코어가 2019 북유게 집회 당시 집회 주최측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뒤,
외부에 집회 홍보를 해주다가 갑자기 북유게 글 왜곡하여 대대적으로 퍼뜨린 일이 있음.
자칭 코어를 통해 집회를 접한 외부인들이 이를 믿고 후원금 환불 요청을 해서 집회가 한 순간에 날아감.
외부인들 입장에서는 자칭 코어를 판독기로 사용한 셈.
만약 자칭 코어의 과거 문제 이력(LINK)이나 판독기 논리의 위험성을 외부인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일은 없었을 것.
이 사건은 위의 정치인 악마화 사례와 구조적으로 매우 비슷함.
-------
관련 참고글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8/read/36816522
요샌 팩트체크보다 의사소통의 기본 원칙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더라.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말이지.
(IP보기클릭)58.124.***.***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어느 사람이든 완벽하지 못함 그러니까 '이 사람은 무조건 믿어볼만하다' 라는건 사실 진짜 위험한 생각이라고 봄 설령 이곳저곳에서 공격당하는 상황이라 조그마한 힘이라도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라도 아닌건 아닌거
(IP보기클릭)220.76.***.***
"이니와 여니는 내 기억에 항상 아닌거 같았는데 나중에 보면 그들이 옳았었음." ->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 때문에 내 생각이 현실에 안 맞았는가 돌이켜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봄. 그래야 유권자로서도 경험치가 쌓이고, 내가 글에서 말한 대로 정치인이 할 수 없는, 유권자가 맡은 2의 상황이 왔을 때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겠지.
(IP보기클릭)175.1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료하게 정의를 정리하셨네요.
(IP보기클릭)220.78.***.***
내가 하고 싶던 말이다!! 고마워 글 써줘서 진짜 ‘관심법’ 금물이다!! 이거 쓰는 순간 감정적이 되고 선동됨
(IP보기클릭)58.124.***.***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어느 사람이든 완벽하지 못함 그러니까 '이 사람은 무조건 믿어볼만하다' 라는건 사실 진짜 위험한 생각이라고 봄 설령 이곳저곳에서 공격당하는 상황이라 조그마한 힘이라도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라도 아닌건 아닌거
(IP보기클릭)220.76.***.***
ㅇㅇ 이게 문재인이나 이낙연 같은 사람이 있으면 괜찮은데, 민주주의 시스템 상 그러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믿어버리는 태도 자체는 경계할 필요가 있음. 믿으면서 자신의 이성도 동작은 시키고 있어야지. | 23.12.15 00:43 | | |
(IP보기클릭)211.222.***.***
(IP보기클릭)220.76.***.***
"이니와 여니는 내 기억에 항상 아닌거 같았는데 나중에 보면 그들이 옳았었음." ->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 때문에 내 생각이 현실에 안 맞았는가 돌이켜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봄. 그래야 유권자로서도 경험치가 쌓이고, 내가 글에서 말한 대로 정치인이 할 수 없는, 유권자가 맡은 2의 상황이 왔을 때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겠지. | 23.12.15 00:21 | | |
(IP보기클릭)175.1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료하게 정의를 정리하셨네요.
(IP보기클릭)220.78.***.***
내가 하고 싶던 말이다!! 고마워 글 써줘서 진짜 ‘관심법’ 금물이다!! 이거 쓰는 순간 감정적이 되고 선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