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래는 디자인쪽 일하다가 지금은 웹툰작가로써 일하고있습니다.
디자인쪽 일할때 괜찮은 평판이였습니다. 연봉도 괜찮았구요. 연차는 4년차 넘었었습니다.
그림은 정말 취미로만 그렸었고 만화는 그려본적이 없었는데 무슨바람이 불었었는지 웹툰도전하겠답시고
잘나가던 회사 그만두고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지금생각하면 ㅁㅊㄴ인가 싶습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구요. 그래서 운좋게 연재도 하게 됐고 지금도 연재중입니다.
근데 하면할수록 너무 힘들더라구요. 일이 힘든것도 힘든건데, 수입이.. 너무 힘드네요 ㅋㅋ
저는 살면서 모든일에는 열심히하면 보상이 온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만화하기전까지도 그렇게 믿고있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해서 성과가 나왔고, 알바할때도 열심히하니깐 좋게봐주셔서 조건도 좋게받고,
회사도 열심히 묵묵히 버티다 보니깐 성과가 나오더라구요. 평판도 좋았고.. 다 지난일이지만..
만화하는 기간동안은 제 인생 살면서 어떤일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거든요 ㅋㅋ
근데 만화는 정말 한 만큼 보상이 없더라구요..
대중예술은 정말 힘들다는걸 느낍니다..
만화하면서 몸도 쇠약해지고 탈모도오고 이명도 오고 정말 순식간에 건강이 쓰래기가됐습니다. 허리도 안좋아지고..
1년을 넘게 준비해서 연재하는데 원래다니던 직장보다 버는수익이 적습니다. 그마저도 쉬면 안들어오는 불안정한 직업이구요 ㅋㅋ
일하는 시간은.. 7일을 일합니다 ㅋㅋ 7일중 5일은 거의 아침부터 밤늦게까지하구요. 2일은 그냥 리프레시와 겸해서 적당히 일하구요.
아예 맘편히 쉬어본적이 없는것같습니다 연재하면서. 연휴같은건 저에게 아무것도 아닌게 2년이 넘었네요.
연재는 1년 넘었구요.솔직히 도망가고싶습니다.. 근데 봐주시는 독자분들때문에라도
정말 죄송해서 어쨌든 예정한대로 마무리는 꼭 지을예정이에요. 하지만 그 후가 문제입니다. 이 힘든걸 겪고나보니
다음작품에대한 엄두가 안납니다. 또 최소 1년은 수익이 없이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마저도 또 이렇게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만듭니다.. 자존감도 제가 살면서 이렇게 떨어져본적이 있나 싶습니다. 회사다닐땐 정말 당당했었는데..
제 주변 분들은 그냥 묵묵히 한길만 걸어가서 다들 직급도 높아지고 높은연봉도 받고.. 저보다 연봉이 적던 분들도
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그 모습들 보면 ..
저도 만화욕심만 접었다면 나도 저렇게 살고있지 않을까 하면서 멘탈도 자주 나갔다가 다시 부여잡고..
주변엔 말도 못합니다. 그냥 엄청 잘사는 코스프레합니다 ㅋㅋ불쌍한 취급 받는게 두려워서요 ..
그래서 만화 끝내면.. 다시 원래 업종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준비기간, 연재기간 합쳐서 경력단절만 3년이 넘어가는 실정이라
실무가 정말 두렵고.. 그렇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두렵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남이 내 인생 책임져주는거 아닌거 알아서
답을 원하는건 아니지만, 심적으로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적이 없었어서 혼란스러워 글을 남겨봅니다.
정말 제가 이렇게 힘든거 주변사람들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잘사는줄알아요. 티 1도 안내거든요. 그래서 정말 터지기 일보직전이라
여기다가 글이라도 적어봅니다..
해결해달라고 올린글은 아니고 그냥 푸념정도로만 생각해주셨음좋겠습니다.
그래도 궁금한점이 있다면, 저와같은 상황(원래 하던일을 그만두고 도전했다가 다시 원래 업종으로 복귀한)이신분이
계실까요? 계신다면 복귀하셨을때 어떤 심정이셨고..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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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년차입니다. 평범한 직장 1년 다니고 살다가 3년 준비하고 데뷔했구요, 저도 처음엔 작성자님과 비슷한 고민을 한 거 같습니다. 이 돈 받으려고 데뷔했나? 옛날의 내가 더 멋있었고 좋았던 거 아닐까? 웹툰 안했었으면 더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독학으로 웹툰을 배운 저는 멘토가 하나 있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에서 멘토멘티 사업으로 만났을 뿐이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생각 깊은 작가님. 그 분이 매년 작성자님과 똑같은 고민을 털어놓는 제게 언제나처럼 해 준 얘기가 있습니다. '그 직업이 너랑 맞다면 넌 계속 포기해도 그걸 하고 있을 것이고 안 맞다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넌 그 직업을 버릴것이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중간중간 그만두고, 힘들어서 맥날 라이더도, 연예인 매니저도, 연봉 5천의 공장 생산직도 해보고 했었지만 결국 만화로 돌아와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벌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느끼시는 회의는 당연합니다. 할수록 정신과 몸은 좀먹어가고, 건강은 엉망이 될 것이며 인간관계도 단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이 직업이 나를 선택한것인가,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것인가? 그것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무리 떨쳐내고 버려보아도 다시 웹툰으로 계속 돌아왔습니다. 이 쯤 되면 직업이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웹툰 안그려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그 증명이 된다면, 작가님은 꼭 이쪽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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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시 돌아가진 못했지만 너무나 비슷한 상황을 겪어서 글드려요. 저는 게임회사 원화가 였구요. 어릴적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습니다. 당장 생계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게임회사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고 몇년뒤엔 대기업급 게임회사에 입사해서 수년동안 크게 어려움없이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은 취직 일주일만에 게임원화가일은 제일이 아니라는걸 알았었습니다. 그래서 틈틈히 시나리오를 쓰고 웹툰작가 준비를 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쓴 시나리오는 보잘것이 없었고 이걸 세상에 내보일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합정역 근처 영화 시나리오 작업 그룹 동아리 멤버들에게 제가 정성들여 3년간 쓴 시나리오를 보여 주고 평가를 받아 보았습니다만 정말 정말 대차게 까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고치면 이 시나리오가 나아 지겠냐고 물었더니 제 시나리오를 가지고 아주 간단하고 쉽게 여러가지 이야기로 변형해서 보여 주더라구요. 그때 알았던것 같습니다. 제 웹툰작가로써의 재능이 사실은 보잘것 없을 수도 있겠다는것을요. 물론 유명한 작가들도 딱히 세상경험을 많이 해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라 매일 집에서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나온다고 하던데 저는 이도 저도 아니니 미칠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남의 시나리오 받아서 단순 그림작가 하는것도 싫구요. 그래서 많은 세상 경험을 하면 나아 질까싶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반동안 여행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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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꿔요. 그리운 회사 동료들, 저를 아껴주고 키워주었던 선배도 나오구요. 그 꿈에서 일어나면 정말 기분이 이상한데 그래도 저는 후회는 안합니다. 평생 남의 뜻대로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지가 않아요. 물론 개고생 했습니다. 저도 만성 변비,이명,스트레스성 수면장애 달고 삽니다. 중간에 사기꾼이랑 싸우다가 역으로 고소를 당해서 기물파손 전과도 1개 생겼습니다=_=;; 조용히 앉아서 그림만 그리던 제가 사기꾼 사무실가서 책장 엎었더니 전과자가 됐어요;; 세상에서 홀로 선다는건 그만큼의 자유도 따르지만 대가도 따르더라구요. 그래서 님께서 느끼는 심정을 너무잘 알것 같아요. 전 근 10년째 롤러 코스터 타고 있거든요. 분명 30시간째 일하다 누웠는데 잠이 안올때면 답답한 마음에 배게를 치면서 안정적인 회사 생활 생각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한 5년전 다음에 웹툰 연재할 기회가 생겨서 얼씨구나 연재를 했는데 10편도 안되는 양이었는데도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는데 편집부에 콘티 보내고 빠꾸먹으면 수정하고 마감시간 지켜야되고 초보라 퀄리티 타협도 봐야되는데 그게 안되서 2회 빵꾸까지 냈습니다 =_=;; 그리고 깨달았죠. 아 역시 이건 취미로 해야 되는구나 하구요 ㅎㅎㅎ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답은 이미 정하신듯하고 문제는 마음이 많이 힘드신것 같습니다. 저도 영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정말 힘들때 털어놓을 친구가 없었어요. 15년지기 고등학교때 친구들도 그림 그리는 애들이라 그런지 영 소통할줄을 몰라서 서로 힘들때 힘이 되어주질 못하더라구요. 저도 뭐 그런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튼 알죠, 도시의 차가운 그 감성을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앞으선 동정하는 척하지만 뒤에선 알게 모르게 소문다 나있고 그걸로 비웃음당할 뿐이더라구요. 너무 정신적으로 힘드시면 동내 정신의학과 가셔서 수면제랑 신경안정제라도 처방받아서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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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스타 작가라고 심심하면 말없이 펑크내고 팔아프다고 해놓고 축제나 TV출연 다니고, 공지없이 무기한 연중하다가 엉뚱한 작품이랑 겸작하겠다더니 그것도 못지키더만요. 충븐히 할만큼 하신거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대부분의 범인은 자신의 꿈저차 모르고 살고, 안다고 해도 맘속에 품고만 삽니다. 꿈을 쫒아서 이뤘으니 그냥 그걸로 성공한 삶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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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자체에 대한 답을 하자면, 몇번이나 웹툰을 버렸고, 실제로도 그런 고민을 이 고민 게시판에 적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다시 웹툰을 택했고, 지금은 웹툰 이외의 직업은 상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력단절은 치명적입니다. 웹툰 스킬은 다른 직종에 써먹기 너무 특수하니, 딱히 도움되지도 않습니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지 한번 잘 생각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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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함부로 말할순 없겠지만 정말 웹툰이라는게 겪어보면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까 싶을정도로 고통스러운순간이 많이오더라구요. (웹툰뿐만아니라 대중예술쪽에서 일하시는분들 다 그럴것같습니다.정말 인내와 고통의 시간..) 준비하시는거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말은 이렇게하지만 그래도.. 만화 하나를 해보긴 해봤으니깐, 다시는 이쪽에 기웃거리지 않을수 있다는 경험도 생겼으니 이건 이거대로 만족하려구요. 제 성격상 계속 회사 다녔으면 만화 해봐야하는데..를 평생 중얼거리면서 살수도 있었으니까요.. | 22.10.20 2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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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언젠가 제가 좀 마음이 치유가 됐을때.. 이 게시글 와서 꼭 쪽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제 자존감이 너무 바닥인 나머지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드리기가 무섭습니다.. | 22.10.20 2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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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는 자리가 아닐거라는말이 정말 무섭게 다가오네요.. 면접 때 꼭 말씀해주신부분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2.10.20 20: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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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시선 신경안쓰는게 가장 중요할것같습니다.. 디자인쪽이라 좀만 뒤쳐지면 정말 큰일나는 업계인데.. 3년의 공백이 저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이건 이거대로 정말 무섭네요.. 꼭 좋은직장으로 노력해보겠습니다..ㅠ | 22.10.20 20:31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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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왕로보
이리왕로보님도 작가생활 고생많으셨습니다ㅜㅜ안그래도 전 직장 동료분들께 업계관련해서 얘기중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바뀐건 별로 없다고들 하시는데.. 좀더 얘기해봐야할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22.10.22 06: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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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그리웠던 회사생활이 요즘은 매일매일이 그립더군요.. ㅠ감사합니다. | 22.10.22 06: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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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시 돌아가진 못했지만 너무나 비슷한 상황을 겪어서 글드려요. 저는 게임회사 원화가 였구요. 어릴적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습니다. 당장 생계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게임회사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고 몇년뒤엔 대기업급 게임회사에 입사해서 수년동안 크게 어려움없이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은 취직 일주일만에 게임원화가일은 제일이 아니라는걸 알았었습니다. 그래서 틈틈히 시나리오를 쓰고 웹툰작가 준비를 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쓴 시나리오는 보잘것이 없었고 이걸 세상에 내보일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합정역 근처 영화 시나리오 작업 그룹 동아리 멤버들에게 제가 정성들여 3년간 쓴 시나리오를 보여 주고 평가를 받아 보았습니다만 정말 정말 대차게 까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고치면 이 시나리오가 나아 지겠냐고 물었더니 제 시나리오를 가지고 아주 간단하고 쉽게 여러가지 이야기로 변형해서 보여 주더라구요. 그때 알았던것 같습니다. 제 웹툰작가로써의 재능이 사실은 보잘것 없을 수도 있겠다는것을요. 물론 유명한 작가들도 딱히 세상경험을 많이 해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라 매일 집에서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나온다고 하던데 저는 이도 저도 아니니 미칠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남의 시나리오 받아서 단순 그림작가 하는것도 싫구요. 그래서 많은 세상 경험을 하면 나아 질까싶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반동안 여행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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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긴 커녕, 세상엔 그림을 그리는일 말고도 재미있고 뜻깊은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웹툰작가와 제 인연이 그렇게 깊지 않을것 같다는 확신이 커져만 갔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활비가 다 떨어져 더이상 여행을 다닐수가 없었어요. 다시 취업전선에 복귀를 해야했죠. 그런데 저는 생각보다 취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후배와 대학 동기 집에서 신세 지면서 이력서를 내니 연락이 쉬이 왔어요. 대신 회사급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내려 왔지만요, 하지만 문제는 한달만에 투자자들이 빠지면서 월급을 못받고 되고 다시 저는 백수가 됐죠. 뭐 여느 중소기업들이 그렇듯이요. 그리고 한달뒤 한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부서 인원만 1000명인 아주 큰 회사였어요. 실력도 그 회사에는 조금 부족하고 다시 일에 복귀하는 시간까지 감안해야 했지만 제 성격과 포트폴리오가 면접관과 잘 맞아 떨어졌는지 1시간동안 저를 해부하는듯한 느낌의 면접을 보더니 다행히 최종 합격을 통보 받았어요. 결국 기다리면 기회는 오게 되어 있는데 필요한 것은 용기와 인내 그리고 시간이더군요. 일은 여행다니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안걸렸습니다. 문제는 내가 도태되었다는 자괴감,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조차 그렇게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그렇게 어렵게 잡은 대기업 출근날을 기다리는데 출근날 이틀전에 지인으로 부터 연락이 와서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평소 존경하는 유능한 분이라 엄청 갈등했습니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 길이라 너무 두렵더라구요. 그리고 결국 출근 하루전날 무서워서 펑펑 울면서 대기업 출근을 포기하고 그분과 일을하기위해 짐을 싸서 서울에서 내려 왔습니다. 그것도 벌써 10년전 일이네요. | 22.10.20 22:27 | |
(IP보기클릭)183.103.***.***
last spring
요즘도 가끔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꿔요. 그리운 회사 동료들, 저를 아껴주고 키워주었던 선배도 나오구요. 그 꿈에서 일어나면 정말 기분이 이상한데 그래도 저는 후회는 안합니다. 평생 남의 뜻대로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지가 않아요. 물론 개고생 했습니다. 저도 만성 변비,이명,스트레스성 수면장애 달고 삽니다. 중간에 사기꾼이랑 싸우다가 역으로 고소를 당해서 기물파손 전과도 1개 생겼습니다=_=;; 조용히 앉아서 그림만 그리던 제가 사기꾼 사무실가서 책장 엎었더니 전과자가 됐어요;; 세상에서 홀로 선다는건 그만큼의 자유도 따르지만 대가도 따르더라구요. 그래서 님께서 느끼는 심정을 너무잘 알것 같아요. 전 근 10년째 롤러 코스터 타고 있거든요. 분명 30시간째 일하다 누웠는데 잠이 안올때면 답답한 마음에 배게를 치면서 안정적인 회사 생활 생각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한 5년전 다음에 웹툰 연재할 기회가 생겨서 얼씨구나 연재를 했는데 10편도 안되는 양이었는데도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는데 편집부에 콘티 보내고 빠꾸먹으면 수정하고 마감시간 지켜야되고 초보라 퀄리티 타협도 봐야되는데 그게 안되서 2회 빵꾸까지 냈습니다 =_=;; 그리고 깨달았죠. 아 역시 이건 취미로 해야 되는구나 하구요 ㅎㅎㅎ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답은 이미 정하신듯하고 문제는 마음이 많이 힘드신것 같습니다. 저도 영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정말 힘들때 털어놓을 친구가 없었어요. 15년지기 고등학교때 친구들도 그림 그리는 애들이라 그런지 영 소통할줄을 몰라서 서로 힘들때 힘이 되어주질 못하더라구요. 저도 뭐 그런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튼 알죠, 도시의 차가운 그 감성을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앞으선 동정하는 척하지만 뒤에선 알게 모르게 소문다 나있고 그걸로 비웃음당할 뿐이더라구요. 너무 정신적으로 힘드시면 동내 정신의학과 가셔서 수면제랑 신경안정제라도 처방받아서 푹 주무세요. | 22.10.20 22:28 | |
(IP보기클릭)183.103.***.***
아,이명 있다고 하시니까 이미 신경안정제는 받으셨을거고, 저는 수면장애까지 있다 했더니 수면제도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그약먹고 꿀잠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좀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지금 인생의 많은 부분중에 한 부분일거에요. 지나온길을 돌아 보니까 그냥 아무생각없이 정해진길만 걷던떄의 저와 그래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찾아 나섰을때의 제가 서로 대화를 해본다면 한쪽이 너무 어린애 같아서 말이 안통할것 같아요. 제가 원래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성질더럽고 싸가지없고 재수 없는데 안그런척 하고 살았거든요. 주변에 진실로 저를 위해줄 사람이 없을만했죠. 저만 몰랐지 주변에선 제가 그런 인간이란거 다 알지 않았을까요? 사실 지금도 크게 바뀐것 같지는 않은데 대신 그런 인간이라는걸 인지하고 안그럴려고 많이 노력하고 살아요. 그래서 그런지 진짜 제사람도 생기고 내면적으로 많이 편안해 졌어요. 물론 직업적으로 도전은 계속 진행중이고 잘됐다가 폭삭 망했다가 될듯말듯 안됐다고 될듯하다가를 반복 중이긴합니다ㅎㅎ 뭐가 되었든 잘될겁니다. 제경험에 비춰보면 그렇게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 많이 만나 봤는데, 그런사람치고 지독하게 안외로웠던 사람없고 안어려웠던 사람 없더라구요. 근데 그런사람치고 아무것도 하지않은 사람에 비해 내면은 훨씬더 성숙했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덜하더라구요. 물론 경제적으로 다들 윤택했습니다. 적어도 저는 님이 그 과정에 계신거라, 혹은 그럴 가능성, 인자를 가지고 계신분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22.10.20 22:28 | |
(IP보기클릭)125.176.***.***
답글이 없네요 ㅈ나 잘 읽었습니다 남의 인생이 이리 잼나다니 럴쑤럴쑤 아 잼나다고 하면 실례인가 ㅈㅅ 술자리에서 진솔한 얘기 듣는 느낌이네요 | 22.10.21 04:20 | |
(IP보기클릭)211.107.***.***
진심이 담긴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몇 번을 읽었네요 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씀에 공감 가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마감 중인 상태에서 시간 없다고 짧게 감사하다고만 답글 다는 게 예의가 아닌거같아 이렇게 답글을 쓰는것도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남겨주신 글 읽으면서, 일면식도 없는 분의 글에서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느낌이 좋은 의미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이렇게 고민 글 올리는것도 쉽지 않았는데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구요 ㅜ 혼자 끙끙 앓던것도 주변인물들이 다 별로라서라기보단 누구에게 진지하게 고민을 말하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물론 보통 힘들 때 얘기야 많이했지만 지금처럼 힘들때는 말이 안나오더라구요ㅋㅋ 정말 진심으로 위로받았습니다. 긴 시간 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22.10.23 22:49 | |
(IP보기클릭)223.39.***.***
어떤 작가는 스타 작가라고 심심하면 말없이 펑크내고 팔아프다고 해놓고 축제나 TV출연 다니고, 공지없이 무기한 연중하다가 엉뚱한 작품이랑 겸작하겠다더니 그것도 못지키더만요. 충븐히 할만큼 하신거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대부분의 범인은 자신의 꿈저차 모르고 살고, 안다고 해도 맘속에 품고만 삽니다. 꿈을 쫒아서 이뤘으니 그냥 그걸로 성공한 삶 입니다.
(IP보기클릭)211.107.***.***
꿈은 꿀때가 가장 즐거웠던거 같기도 합니다.ㅋㅋ 꿈을 이뤘다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맡은 작업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잘 하겠습니다. | 22.10.23 22:54 | |
(IP보기클릭)58.141.***.***
데뷔 6년차입니다. 평범한 직장 1년 다니고 살다가 3년 준비하고 데뷔했구요, 저도 처음엔 작성자님과 비슷한 고민을 한 거 같습니다. 이 돈 받으려고 데뷔했나? 옛날의 내가 더 멋있었고 좋았던 거 아닐까? 웹툰 안했었으면 더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독학으로 웹툰을 배운 저는 멘토가 하나 있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에서 멘토멘티 사업으로 만났을 뿐이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생각 깊은 작가님. 그 분이 매년 작성자님과 똑같은 고민을 털어놓는 제게 언제나처럼 해 준 얘기가 있습니다. '그 직업이 너랑 맞다면 넌 계속 포기해도 그걸 하고 있을 것이고 안 맞다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넌 그 직업을 버릴것이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중간중간 그만두고, 힘들어서 맥날 라이더도, 연예인 매니저도, 연봉 5천의 공장 생산직도 해보고 했었지만 결국 만화로 돌아와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벌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느끼시는 회의는 당연합니다. 할수록 정신과 몸은 좀먹어가고, 건강은 엉망이 될 것이며 인간관계도 단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이 직업이 나를 선택한것인가,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것인가? 그것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무리 떨쳐내고 버려보아도 다시 웹툰으로 계속 돌아왔습니다. 이 쯤 되면 직업이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웹툰 안그려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그 증명이 된다면, 작가님은 꼭 이쪽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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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필력 미치셨네요. 관계없는 저도 공감하고 갑니다. | 22.10.21 15: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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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자리 잡으시기까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요.. ㅠ 제가 감히 말을 할 수가 없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사실 웹툰은 지금도 좋아하고..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도 쭉 하고 싶습니다. 그 기회는 제가 잡아야 하는 것이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지요 올해는 어쨌든 이렇게 넘어갈 것 같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제쳐두고 당장의 제 상황이 자꾸 저를 압박해오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몸은 안 좋아지지, 주변 사람들은 다들 별 탈 없이 잘 지내지, 과연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하지만 이 모든 압박을 상쇄시킬 만큼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작가님에 비하면 길지도 않은 기간인데 제가 너무 약해 빠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마음잡고 마무리 지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한테도 작가님처럼 조금이라도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22.10.23 23: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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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자체에 대한 답을 하자면, 몇번이나 웹툰을 버렸고, 실제로도 그런 고민을 이 고민 게시판에 적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다시 웹툰을 택했고, 지금은 웹툰 이외의 직업은 상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력단절은 치명적입니다. 웹툰 스킬은 다른 직종에 써먹기 너무 특수하니, 딱히 도움되지도 않습니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지 한번 잘 생각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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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든걸 직접겪어보니.. 다른작가분들도 휴재하시거나 스토리, 작화가 민심을 어긋날 때 독자입장일땐 잘 몰랐지만 작가입장에서 보니 고생하고 계시구나 라는걸 정말 느낍니다.. 다들 정말 수명을 갉아먹으면서 일을 하는구나.. 연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22.10.23 2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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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그래도 괜찮았어요 생각보다 악플이 많지는 않아서..대신 점점 줄어드는 미리보기 수익 줄어드는 댓글 줄어드는 별점 수... 이런것들 신경도 쓰이고 그래도 역시 원고작업이죠,,저는 스토리 작화 혼자서 다하다보니..,그래도 오픈하고 6개월은 어느정도 나도 웹툰 작가라는걸 데뷔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버텼는데 나머지 6개월은 극강의 지옥이었네요 ㅋㅋㅋ연재 시작하고나서 하루도 편하게 쉰 날이 없었으니까요 ㅎㅎㅎ 밤새서 원고하고 쪽잠자고 일어나서 또 원고,,마감하면 다음회차 콘티... 세이브도 별로 안만들어놔서 고갈되어버리고.. 스토리는 좋은데 또 막상 한 회에 담아내려고 하니 재미있게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100컷이상 그려야하는데 시간은 짧고... 그걸 1년 하고나니 ... 아 난 만화가라는 직업을 평생 할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그리는게 좋고 이야기를 들려주는게 좋아도 몸이 망가지니 다 부질없는... 손이빠르고 남들보다 빠르고 재밌게 만들어낼 수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그런 천재적인 면모는 없었나봅니다 ㅋㅋㅋ 한주 한회 한회 꽉차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게 결코 쉬운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정도 끼와 재능이 보이지 않으면 전 왠만하면 웹툰지망을 말리는 편입니다. 단, 데뷔전 스스로 원고를 다수 만들어본 사람에게는 해보라고 합니다. 회사와 다르게 스스로 시간을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원고를 스스로 환벽하게 만들어본다는 자세는 엄청난거거든요.. 주변에 지망하시는 분들 대부분 단편 1작품도 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짧더라도 단편 2편정도를 한달안에 재밌고 보기좋게 수월하게 그려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당장이라도 단편원고 만들어서 루리웹이든 어디든 올려서 평가를 받아보시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걸 잘 해내고 평가를 버틸 수 있다면 준비된 작가라고 봅니다. | 22.10.24 00: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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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웹툰 시장이 커져서 회사도 많아졌고,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은 걸 느끼긴 합니다. 그만큼 치열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당장 앞의 현실만 불안해할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해봐야하는 시기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22.10.23 23: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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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할때 감정은 뭐 처음 일 시작할때 그 느낌이죠. 바닦에서 존내 구르고 견디면 아무리 ㅄ같이 일해도 어느정도는 올라오는 분야니깐 걍 매일매일 얼굴 철판 깔고 버티고 걍 잘못되면 ' 아 맞다... 죄송합니다 ' 로 버티기 ㅋㅋ 일 복귀 하고, 한 6개월 되면 그래도 어느정도 인간은 될꺼라 생각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 22.10.21 0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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