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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글을 썼었네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헤어졌습니다. 크게 모나지 않은 형태로요.
어차피 끝난 일이고 딱히 어떤 위로나 상담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냥 넋두리가 하고 싶어서 후기를 빙자하여 얘기를 올려봅니다.
사실 그 때 글을 쓰고 난 이후로도 한동안은 별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어요.
저는 여전히 지방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었구요.
다만, 그 이후로 예전보다 조금 더 여자친구에게, 아니 이제는 전 여자친구이니 그냥 그 친구라는 말로만 쓸게요.
그 친구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게 남는 모든 시간을 온전히 그 친구에게만 투자했었지요.
어떻게 하면 웃게 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기분을 차리게 해 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었고
퇴근하면 항상 수화기는 스피커폰 상태로 켜진채 들고 있었고
보고싶다고 칭얼대면 퇴근 후 평일 저녁 3시간 가까운 거리를 운전해 가서 새벽에 눈도 못 붙이고 돌아온 적도 적도 많았죠.
주말은 제 모든 약속과 일정을 다 쳐내고 그 친구랑만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맹세컨대, 제가 지금까지 만난 어떤 여자보다도 더 헌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 정도로 많이 사랑했고 또 소중했거든요.
그리고 그만큼 더 두렵기도 했어요. 혹시나 부서져 버릴까봐.
그런데 다른 건 다 들어줘도 제가 딱 하나 들어주지 못한 것이 있었어요.
결혼.
그러나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잇는 건
이 친구가 부족해서, 우울증이라서 나의 반려로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에요.
사실은 그 때부터도 느끼고 있었거든요.
나는 이 친구를 이 이상으로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하는구나.
물론 많이 힘들죠. 돈, 시간, 노력 그 모두를 한 사람에게 오롯이 바친다는 건.
그런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친구들이 그렇게 말려도, 심지어 그 친구의 오빠인 친구 녀석마저도 말렸어도
그래도 저는 저로 인해서 배시시 웃는 그 얼굴이 너무 예뻐보였어요.
그런데 정말로 제가 많이 힘들었던건
그렇게 노력을 해도 이 친구를 우울의 늪에서 일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제가 하는 노력은 잠깐의 진통제 같은 것일뿐이고,
이 친구가 진정 원하는 행복이란 것은 안정된 미래에 대한 약속이니까...
이해해요. 그 동안 많이 힘들어했었던 친구거든요. 금전적인 문제든, 본인 능력의 문제든, 인간관계의 문제든...
가족들 사이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디서도 기댈 사람 없이 계속 혼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던 친구였으니까요.
오랜 시간동안 많이 힘들었던만큼 미래에는 불안감 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걸 왜 이해 못하겠어요.
그런데 그 '안정'을 주기엔 저란 사람은 많이 모자랐나봐요.
지난 번에도 말했던거지만, 결코 넉넉하다 말할 수 없는 수입으로는...그렇죠. 현실의 벽은 냉정한 법이죠.
어찌보면 그 때부터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서서히도 아니죠. 저 글을 썼던 이후로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생각이었거든요.
내가 너를 결코 떠나지는 않겠지만, 네가 네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을 때까지 네가 머무를 수 있는 자리가 되어주겠다
드라마 소설 쓴다고, 자아도취에 겉멋 부린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도 저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살짝 웃었을 거 같거든요.
바보, 호구의 수준을 넘어서 왜 그렇게 사냐는 말까지 할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꾸미는 말이 아니라, 저는 저 맘이 정말로 진심이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했는걸요.
그렇게 끊어질듯 끊어질듯 위태로운 연애를 지속해나가던 어느 여름날, 7월.
문득 그녀가 제게 얘기했어요.
부모님이 결혼정보업체에 자기를 등록했다고.
그 말인즉슨, 그 친구의 부모님께서 이제 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말이었죠.
물어봤어요.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리고 긴 침묵 끝에
만나볼래.
제가 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죠. 알았다고.
정작 그 날은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슬프지도, 화나지도, 기쁘지도, 시원하지도 않았어요.
걱정됐지만, 걱정하지 않았어요.
꼭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 아무 감정 기복 없이 무미건조한 하루를 반복했었죠.
나름대로 숱한 이별을 경험했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네요.
다만 신께 기도했던 건 몇 개 있었어요.
우리의 끝이 서로에게 너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그 친구가 진짜 행복하게 해 달라고.
새로이 만날 사람이 그 친구에게 절대 상처를 입히지 않을 착한 사람이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모든 게 다 똑같지는 않았어요.
항우울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고, 불면증을 다시 얻었죠.
항상 카톡의 제일 위에 올라와 있던 그 친구의 이름이 사라졌고,
제 카톡 프사는 업데이트를 멈추고 모두 비운 채
그저 '언제든 다시 쉬어가도 돼'라는 알듯말듯한, 그리고 찌질한 문구를 올려놓았죠.
최근에 들은 얘기지만 주변 직장 동료들이 당시에 제가 뭔가 많이 무서웠대요.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얘기하고 하는데 뭔가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고.
입이랑 말투는 잘 웃고 있는데 눈에 엄청 날이 서 있었대나 어쨌대나...
그리고 한달쯤 지난 8월의 마지막 쯤.
서서히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어요.
보고 싶지 않았어요. 보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구요.
'업데이트한 친구' 리스트.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 자동으로 보이는 그 리스트에
비어있던 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올라왔어요.
그냥 평범한 사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죠.
그제야 그 동안 막혀있던 온갖 감정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참 복잡미묘한 기분이었죠. 그래도 둑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다시 또 며칠 뒤,
여름의 완전한 끝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그 날의 새벽 1시.
전화가 왔어요.
결코 아무렇지 않지 않지만 절대 아무렇지 않은 척
걱정은 내 몫이니까, 그 애가 날 걱정하지 않도록
- 목소리 엄청 밝아졌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 난 뭐 똑같이 잘 지내지. 잘 웃고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근육도 엄청 붙었어.
- 요즘 기분 좋은 일 생겼나 봐. 내가 축하해줘도 되는 일이야?
울리려고 했던 말이 아닌데 왜 우는 걸까요.
정작 진짜로 울고 싶은 건 나였는데...
뭐...결론은
새 사람 생긴 게 맞고, 한의사이며, 진짜 착한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자기 걱정하지 말라고.
오빠 그 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또 그리고 너무 미안하다고. 자기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오빠 때문에 자기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그 말을 못해서 전화했대요.
그래도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는 않았어요.
사실 중간에 한번 위기가 오긴 했지만 화장실 갔다온다는 말로 수화기를 끈 채 겨우 추스렸죠.
노래 가사마냥 좋은 이별이란 건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전화가 완전히 끊어지고 난 걸 보고나서야 진짜로 그 모든 감정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절규하다시피 울었고, 이불에 얼굴을 파뭍고 소리를 지르고, 애꿏은 침대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죠.
그 때 정말 온갖 감정이란 감정은 다 느꼈던 것 같아요.
너무도 쉽게 내 것을 가져간 그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분노.
모든 걸 다 줘도 그 친구에게 행복이 되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좌절과 괴로움.
이제 정말로 끝이구나 하는 슬픔과 허탈감.
예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과 목소리에 대한 기쁨과 안도.
행복하게 해달라는, 내 기도를 신께서 들어주셨구나에 대한 감사.
무엇보다도 아직도 내가 그 애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슬픈 사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고민도 뭣도 아니고, 후기를 궁금해하실 분들도 없으셨겠지만
그냥 한번 후련히 얘기해보고 싶었네요.
뭐...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사실 그 날 이후 아직도 그 친구의 프사를 아주 가끔 훔쳐보기는 하지만
뭐 이젠 아픔보다는 흐뭇함이 더 크네요. 그 친구도 잘 살고 있는거 같아서ㅎㅎ
다만 당분간, 이 당분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안 될 거 같아요. 새로운 사랑.
그래도 언젠가는 또 비워지고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겠죠.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답이 없어 보이던 문제도 어느 순간 답이 찾아올 때가 있을거에요.
모두들 화이팅!
(IP보기클릭)211.218.***.***
위로를 하고 싶지만 과거에 잡혀있는게 당신을 죽이고 있으니까 간단하게만 말할께요. 전화번호랑 카톡은 차단 목록 올린 후에 다 지우세요. 보이고 생각할 수록 그 늪은 못 벗어나요. 당신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고생 많았고요. 그사람은 잘지내니까 이제 당신이 잘 지낼 차례입니다. 충분히 애도했다 싶으면 약도 처방에 따라 드시면서 필요하면 심리 상담도 받으세요. 스스로가 괜찮아질 방법…찾고 하세요. 후가 잘 읽었습니다.
(IP보기클릭)147.47.***.***
아이고... 글을 잘 쓰셔서 제가 다 눈이 시큰하네요.. 누군가에게 평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것 하나만으로도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인연은 작성자분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작성자분을 행복하게 해줄 분이길 바랄게요
(IP보기클릭)220.9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지게 될 것이 아닙니까? 가족, 친구, 연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마음의 짐을 함께 지려다가 되려 멀쩡했던 자신마저도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님께서는 부디 그러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님께서는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마음이 쓰이고 아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익숙했던 목소리나, 존재감들이 갑자기 없어져버려서 공허한 기분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돌아가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도 괜찮다고 말씀하고 싶으시다면, 정말로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빈 자리는, 빈 자리일 뿐입니다. 꼭 멀어져버린 어떤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지요. 부디, 보낼 것은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보내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님의 마음 속에서 겨울이 끝나기를 바라겠습니다. 익숙함은 서서히 찾아올거고, 때가 되면 또 꽃이 필 겁니다.
(IP보기클릭)112.147.***.***
시간이 약입니다. 다음 연애는 어미새같은 사랑보다는...서로 보다듬어주는 그런 사랑을 하시길 응원합니다. 어미새같은 사랑은 나중에 자녀생기면 그때가서 사랑을 많이주세요.
(IP보기클릭)49.166.***.***
40 중반의 아재 입니다. 먼저, 잘 이겨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어느덧 30.. 40..먹고 나면 웃으면서 내 젊은 시절에 이렇게 헌신하고 사랑했던 적이 있구나 회상하실 날이 올겁니다. 그리고 못 할것 같지만 또 다른 인연이 오며, 이번에 좋은 인연, 아프지 않은 인연이 될겁니다. 힘 내세요.
(IP보기클릭)49.166.***.***
40 중반의 아재 입니다. 먼저, 잘 이겨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어느덧 30.. 40..먹고 나면 웃으면서 내 젊은 시절에 이렇게 헌신하고 사랑했던 적이 있구나 회상하실 날이 올겁니다. 그리고 못 할것 같지만 또 다른 인연이 오며, 이번에 좋은 인연, 아프지 않은 인연이 될겁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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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글을 잘 쓰셔서 제가 다 눈이 시큰하네요.. 누군가에게 평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것 하나만으로도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인연은 작성자분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작성자분을 행복하게 해줄 분이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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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하고 싶지만 과거에 잡혀있는게 당신을 죽이고 있으니까 간단하게만 말할께요. 전화번호랑 카톡은 차단 목록 올린 후에 다 지우세요. 보이고 생각할 수록 그 늪은 못 벗어나요. 당신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고생 많았고요. 그사람은 잘지내니까 이제 당신이 잘 지낼 차례입니다. 충분히 애도했다 싶으면 약도 처방에 따라 드시면서 필요하면 심리 상담도 받으세요. 스스로가 괜찮아질 방법…찾고 하세요. 후가 잘 읽었습니다.
(IP보기클릭)209.202.***.***
(IP보기클릭)118.218.***.***
그건 님 생각이고 | 21.10.24 13:22 | |
(IP보기클릭)220.9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지게 될 것이 아닙니까? 가족, 친구, 연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마음의 짐을 함께 지려다가 되려 멀쩡했던 자신마저도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님께서는 부디 그러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님께서는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마음이 쓰이고 아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익숙했던 목소리나, 존재감들이 갑자기 없어져버려서 공허한 기분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돌아가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도 괜찮다고 말씀하고 싶으시다면, 정말로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빈 자리는, 빈 자리일 뿐입니다. 꼭 멀어져버린 어떤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지요. 부디, 보낼 것은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보내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님의 마음 속에서 겨울이 끝나기를 바라겠습니다. 익숙함은 서서히 찾아올거고, 때가 되면 또 꽃이 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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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입니다. 다음 연애는 어미새같은 사랑보다는...서로 보다듬어주는 그런 사랑을 하시길 응원합니다. 어미새같은 사랑은 나중에 자녀생기면 그때가서 사랑을 많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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