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크루즈 여행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지만
보다보면 윤곽은 첫날밤에 바로 잡히고 이튿날 확정됨.
하지만 주인공이 이걸 깨닫는걸 보려면 마지막날 밤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문제는 영화에서 단서를 충분히 깔아주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 러닝타임의 40퍼센트에 달하는 둘째날 오전부터 마지막날 밤까지
우리 눈엔 뻔히 보이는 걸 못 보는 주인공의 행동에 갑갑함을 느끼게 됨.
영화의 연출이 좋아서 분위기는 잘 잡았고 그걸로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잘 살려내긴 했지만
그 트라우마는 영화의 본질적인 사건 전개에 본격적으로 녹아나기엔 많이 얕았고 그저 주인공을 바보스럽게 보이는 역할에서 그침.
게다가 주인공도, 주인공의 조력자도, 거기에 악역들도 모두 일처리가 즉흥적이고 돌발적이고 어설픔.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자신의 처지를 자각 못하고 스릴러 영화에서 그러면 죽어요-에 해당하는 일들을 벌이고 다니면서
그 역풍이 어떻게 닥쳐올지 생각하지 않고
조연은 조연대로 시시콜콜 입을 잘못놀리고 다녀서 스스로와 주인공 둘 다의 신세를 망침.
악역은 악역대로 얄팍하게 계획을 짜다가 계획이 틀어지면 그때그때 걸리적거리는걸 하나씩 치우고 또 치우고 하는 식임.
악역이 일을 처리하는걸 보고있자면 등에 사과가 든 바구니를 매고 허리숙여 땅에 떨어진 사과를 줍다가
바구니에서 또 사과를 떨어뜨리는 바보를 보는 기분임.
권선징악적인 전개로 사람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긴 하지만
솔직히 스릴러 영화를 볼 때 기대하게 되는 건 짜임새있는 서스펜스지
우당탕탕 좌충우돌 사건해결로 우리모두 행복해요가 아니라서..
보통 이런 영화에서 해피엔딩으로 뽕맛을 터뜨리는 수법은
치밀하게 짜놓은 악역의 판에 멋도 모르는 주인공이 잘못 끼어들었다가
그래서 초반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진상을 깨닫고 기지를 발휘해서 악당이 치밀하게 짰던 판을 분쇄해서 통쾌함을 일으키는데
이 영화는 애초에 악당부터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닥치는 일을 걷어내는 식으로 처리하다보니
주인공이 그런 허술한 악당을 혼쭐내도 별로 카타르시스라고 할 만한 게 없음..
초중반 연출이랑 훈훈한 엔딩은 불쾌하진 않앗지만
스릴러 영화로서 좋냐고 묻는다면 좀 아니올시다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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