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X년 10월 말 쯤.
남자 넷 여자 넷 단풍 진 성북동 어느 산에서 간단히 도시락 먹으며 놀기로 했었음.
그리고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만났음.
후배 여자애가 짝 맞추겠다고 데려온
본인과는 2살 터울이 진 친구였음.
안경과 부스스한 곱슬머리에
평생을 꾸민적이 없었노라 증명하는 듯 한 모습이었지만
작고 꾸밈없는 그 모습에서 본인은 엄청난 끌림을 느끼게 되었음.
산 아래에서 집합 한 우리는 우선 가위바위보를 해서
간단히 먹을 과자, 음료수를 사 올 사람을 한명씩 뽑았고
간절히 바랬던 탓인지 본인과 그 여자애 둘이서 당번을 맡게 됨.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평소라면 혼자 서너시간도 떠들던 본인은 최소한 필요한 말 조차 못 하고
어설픈 손짓으로 장을 보고, 버스를 타게 됨.
산 중턱 정거장까지 올라가는 버스는 단 한 자리만이 남아 있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어색하게 버스 뒷 문에 붙은 자리에 앉게 되었음.
그렇게 겨우 앉아 무겁지 않냐, 날이 추운데 주변에 감기 걸린 사람이 많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로만도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음.
버스는 그렇게 계속 달려가다
갑자기 멈춘 앞 차 때문에 급정거를 하게 되었고
나는 그 소녀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것을 보았음.
버스 뒷문의 봉 사이로 쑥 빠져버린거임..
치마는 원래 있어야 할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솓구쳐 있었고
나는 귀여운 동물이 프린트 된, 약간은 연분홍 빛의 속옷을 봐 버리게 됨.
그 뒤로는 허둥지둥 어떻게 친구들이 있는데까지 돌아갔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내가 첫 눈에 반해버린 여자애는 계속 울다가 집에 가 버려서는
두번다시 만날 수 없게 됨.
와이프가 첫사랑 이야기 해 달래서 해 줬는데
난 나름 슬픈 기억이지만
와이프는 껄껄 웃다가, 여자애가 얼마나 놀랬을지 걱정하네..
세줄요약
1. 첫사랑을 하게 됨
2. 팬티 봄
3.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