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등장하는 네 개의 종족은 대륙을 절반으로 나눠 북부에 인간, 도깨비, 레콘의 세 종족, 남쪽에 나가가 살고 있다
이는 과거 대확장 전쟁이라는 수백년에 걸친 대전쟁의 결과인데 인간과 뱀을 섞은 듯한 종족인 나가들은
심장을 적출해 병에 담아 보관함으로서 반불사의 육체를 얻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반불사의 군대를 앞세워 다른 세 종족을 꾸준히 밀어내고
남쪽 절반을 차지하는데 성공하는데 이 전쟁이 끝난 건 변온동물인 나가들이 추위 때문에 더 이상 북부로 진군할 수 없었기 때문
허나 현시점의 본작에서 벌어진 이런저러한 음모와 모략 끝에 나가들의 여신이자 물의 힘을 다루는 발자국 없는 여신이 감금되자
주인을 잃은 힘이 세상에 풀려나고 나가들의 사제 같은 역할이자 여신의 신랑이라고 불리는 수호자들은 주인을 잃은 물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열을 비축하는 물의 힘을 얻은 나가들은 반불사의 병사들+물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수백명의 비대칭 전력들을 앞세워
온도로 인해 강제 종전되었던 대확장 전쟁을 재개하여 북부로 진격하고
북부도 잃어버렸던 왕을 되찾아 다시 추대하고 이를 구심점 삼아 일치단결하여 맞서 싸우나 전황은 일방적이었고
결국 왕이 이끄는 본대조차 포위당해 농성전으로 몰렸다가 성문이 개문되며 북부의 멸망이 다가오는 듯 했다
허나 신의 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북부의 왕은 개전 직전에 신체를 찾는 수탐자들을 파견했고
(작중에서 신들은 자신의 선민 종족을 보살피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선민 종족 중 한 명에게 깃들어 있고 이를 신체라 칭하는데
즉, 나가들이 여신의 힘을 다루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직접 신 본인들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
기적적으로 멸망 직전의 북부군의 앞에 불의 힘을 다루는 도깨비들의 신인 '자신을 죽이는 신'의 화신인 시우쇠가 나타난다
나가 군대를 살아있는 땔깜 취급하며 일순간에 전황을 바꿔버린 시우쇠의 등장 앞에 나가들은 당혹해하다가
결국 시우쇠를 상대하기 위한 원칙을 세운다
"절대로 상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우쇠가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도주각을 보면서 조심스레 진격하다가
시우쇠가 어느 전장에 나타나면 그 전장의 부대는 즉시 피해를 최소화하며 후퇴하고,
나가들이 가지는 압도적인 통신 전력인 실시간 쌍방 통신이 가능한 뱀단지를 통해 이 정보를 전 부대가 공유하여
시우쇠와 거리가 먼 지역의 군대들은 한동안 시우쇠 걱정 없이 안심하고 진격해서 북부를 점령해간다는 것
시우쇠가 있는 전장에서 이길 수는 없겠지만 이 방법으로 시우쇠가 없는 전장에서 이를 벌충하며 진격하는 나가 군대 앞에서
북부군의 사령탑 라수 규리하는 시우쇠의 위치를 최대한 모호하게 하며 드러내지 않는 형태로 대처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최대의 전력을 쉽게 꺼내지 못하니 나가들의 전체적인 진격 속도는 느려졌을지언정 북부는 서서히 점령당하며 말라가고 있었다
서서히 조여오는 예정된 패배의 운명 속에서도 북부군은 시우쇠를 어디에 배치시켰는지 드러내지 못하고
라수 규리하가 직접 지휘하는 북부의 주력군은 넉달 동안 다섯 번에 걸쳐 줄줄이 연패하며 1만 5천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잃게 된다
이를 본 나가군은 시우쇠는 북부의 주력군 주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판단하였고
마침 나가들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엔거 평원을 전장으로 삼아 반강제로 북부군을 회전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북부군 진영에 무려 1만 5천 명을 잃는 동안에도 꽁꽁 숨겨놨던 시우쇠가 전장에 등장한다
시우쇠가 없을 거라는 판단 하에 회전을 택한 나가군은 크게 당황하며
이것이 라수 규리하의 '1만 5천명의 목숨'을 미끼로 사용한 거대한 기만책임을 깨닫게 되나 이미 때는 늦었다
시우쇠의 압도적인 파괴력과 이런저런 북부군의 신병기들 앞에 나가군의 1개 군단이 군사학적 의미의 전멸이 아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전멸을 당하고
내내 패전만 하던 북부군은 오랜만에 완승의 기쁨을 만끽한다
허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결국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시우쇠가 여기 나타났다는 건 당연히 다른 군단들에 전해졌을 것이고
시우쇠와 멀리 떨어진 위치의 나머지 나가 군단은 신속하게 움직여 며칠이면 수십개의 도시를 유린할 것이었다
그러나 1만 5천명을 미끼로 버리면서까지 기만책을 펼치면서 그 정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리 없었고
여기서 라수는 예정된 패배를 뒤엎기 위해 준비했던 최대의 도박수를 던지게 된다
이대로 바로 남쪽으로 진군해서 적의 심장부인 도시 하텐그라쥬로 진격한다는 것
애초에 나가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갖춘 엔거 평원을 전장으로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장이 엔거 평원이 된 것도 라수의 의도였던 것이다
왜냐면 엔거 평원은 북부에 속하는 지역 중에서 대규모 회전을 벌일 수 있는 장소 중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우쇠를 꺼내 라수가 이끄는 주력군을 마크하던 나가 군단 하나를 괴멸시키면
북부에 진군해있는 다른 모든 나가 군단을 따돌리고 바로 남쪽으로 진격할 수 있기 때문에.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2차 여요 전쟁이나 병자호란에서 북방 기마 민족이 한반도에 썼던 것과 비슷하게
빠른 기동력을 가진 소수의 정예군으로 배후의 성이나 병력을 무시한 채 최소한의 전투만을 거치며 적의 수도 함락을 노리는 전략이랑 비슷하다
하지만 작중의 이 승부수는 현실의 기동전을 통한 수도 함락 전략보다도 훨씬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1. 현실의 인간 군대는 직접 죽여야 죽지만 작중 반불사의 육체를 가진 나가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반불사의 육체로 생긴 굉장한 약점이 있다
나가들은 각 도시의 심장탑이라는 장소에 심장을 보관해서 반불사의 육체를 얻지만 반대로 이 심장을 담은 심장병이 파괴당하면 어디에 있든 죽는다.
즉 북부군이 남쪽의 나가 도시를 함락한 뒤 심장탑을 무너뜨리거나 심장병들을 파괴하면 그 도시 출신의 나가 군대는 어디에 있든 무조건 사망한다
이 시점에서 이 내용은 나가들 중에서는 수호자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그 수호자들이 나가군의 지휘관이나 장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부군이 나가들의 도시들이 있는 남쪽으로 직접 진군하기 시작한 이상 갑자기 비명횡사 하는 게 두려워서라도
나가 군대는 북부의 약탈과 파괴를 중단하고 라수의 본대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추격해올 수 밖에 없다
2. 북부군이 추론한 정보에 의하면 발자국 없는 여신이 하텐그라쥬에 감금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텐그라쥬 함락에 성공하고 여신을 해방하는 데 성공하면 주인을 잃어 수호자들이 다룰 수 있던 물의 힘이 다시 여신에게 회수된다
현실에서는 수도가 함락되어도 왕이 몽진하거나 혹은 최악의 경우 왕이 붙잡혀도 각지를 방어하는 장군이나 성주 등이 저항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감금된 여신을 쉽사리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고 수호자들이 물의 힘을 다루지 못하면 개전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가들은 추위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더 이상 진군이 불가능해지고 이미 일부 지역이 파괴된 걸 제외하면 개전 이전의 형태로 강제 종전이 된다
물론 여신의 구출에 성공하면 북부는 안전해지겠지만 이미 남쪽 깊숙이 들어간 라수가 이끄는 북부의 주력군은
추격해온 잔뜩 분노한 모든 나가 군대의 표적이 되어 살아 나오기 힘들텐데
그래서 북부군의 남쪽을 향한 진격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장례 행렬이라고 칭하고
장교나 병사들 역시 이겨도 살아나가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로 진군하기 때문에
정글 속에서 PTSD에 걸리는 병사들이 속출하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
사람 목숨을 단순한 숫자로 보고 1만 5천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기만책을 시작으로 성립한 전략이기 때문에
지휘관인 라수 규리하가 무사가 아닌 학자이기에 가능한 학자의 전쟁이라는 말도 듣지만
정작 이를 입안한 라수 규리하는 병사들을 어쩔 수 없이 희생시켜야 했던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괴로워하며 무겁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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