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유머] 7살 오촌조카 : 아저씨가 공부하는거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어요!

[갓지기]

연구실 내 옆자리에서 책읽다가

내가 보고 있던 전공책 보고

자기도 옛날이야기 공부 디게 열심히 했으니까

내가 보는 책 안어려울거 같다고

자기도 보고싶대서

읽어보라고 줬더니

2번째 단어에서 포기함

'거란'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코이츠 오랑캐 연구.....

[갓지기]

나는 여진족 연구니까
쟤는 꼭 거란족 연구 시켜야겠음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근데 요즘 잼민이 치곤 대단한거 아님???

요즘애들 책 자체를 안보려 하는데
당숙어른 교과서 나 읽어볼래여! 하는 시점에서

얘는 적어도 호기심은 상위티어야

[갓지기]

그것도 맞긴 한데
쟤는 나를 '옛날이야기 공부만 하고 티니핑은 모르는 아저씨'로 알고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옛날이야기는 나도 읽었지 엣헴 했다가
대패시킴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티니핑 공부 좀 하세요

[갓지기]

그래도 7살 짜리가 '세기'라는 말은 알아듣는건 대단하다 싶더라
사촌형이 얘 책 많이 읽힌거같음

[갓지기]

나는 거란핑이야
야만핑 아니야

[갓지기]

근데 진짜로 아까 조카한테 읽힌 문장은 이거였거든?

3) 11세기 초 거란과 대치하게 된 송조의 상황

근데 여기서 11세기 초 라는 말이 당연히 엄청 옛날이라는걸 알아봤다는거 자체가 솔직히 디게 기특하더라
지금은 내 옆에서 공룡책보고 있긴 한데
시대라는 개념이 사실 7살짜리들한테 휙휙 들어오진 않을거거든

이번엔 아직 단어 지식이 부족해서 그렇지 단어 지식만 잘 익히면
진짜 꼭 대학원 와야함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공룡책이 어휘공부엔 좋긴하지

최대 공룡
최소 공룡
용각류 수각류->골반뼈

[갓지기]

고려시대 티라노정권과 트리케라톱스족의 침공
트리케라톱스들은 수레바퀴보다 작은 벨로키랩터들을 죽였다더라 ㄷㄷ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글고보니 궁금한게 있어여

왜 역사 이야기에서
고려-송-거란
고려-남송-원나라
구도는 잘 다뤄지는데

그 중간에 금나라는 잘 안다뤄져여???
고려 거란 전쟁, 쌍화점은 유명한데

완안씨는 사극서도 본적이 없어

[갓지기]

그게 한국사 시점에서의 금나라 연구 얘긴가요, 아니면 거시적 시점에서의 금나라 역사 얘긴가요?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둘다?
한국인에 와닿는 두 나라의 교류 이야기
당시 국제정세

[갓지기]

일단 저희처럼 원 이전 북방민족사 연구하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긴 한데
사료가 너무 적어요. 첫번째로는 진짜 그때 사료가 진짜 없다보니까, 비교적 사료가 많은 대송나라, 대원나라 쪽으로 이어지는게 첫번째 이유.

그리고 2번째로는 생각보다 금나라랑 고려가 마찰이 엄청 적은 편이에요. 우리가 고려사에서 여진족 생각해봐야 윤관 동북9성 끗! 이건데...거란, 몽고, 왜구, 홍건적 등등이랑은 마찰이 엄청 잦거나 큰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요. 대신 여진족은 찾아보다보면 얘네랑은 윤관 이후로는 그닥...? 서로 크게 마찰이 없어요. 눈치만 본다 수준?

3번째로는 이미지적인 얘기긴 한데, 여진족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너무 애매해요. 개쎈 유목민족하면 딱 몽고 나오고, 큰 전쟁 했던 유목민족하면 귀주대첩 거란족이고. 근데 2번 이야기랑도 비슷하긴 한데, 금나라는 그렇게 눈에 띄는 사건이 없어요.

4번째로는, 애초에 우리나라 내에서는 북방민족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늦게 이루어졌어요. '송원요금원사 연구회'라는 연구회가 있는데, 이게 90년대 말이나 되서야 생겨서, 거란, 여진에 대한 연구는 그때부터 '시작'이 된거고, 아직도 연구하는 분들 비중이 엄청 적어요.

5번째로 국제정세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이 다루어지는데, 문제는 그 시작을 송나라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거죠. 이건 1번 문제하고도 엮이는게....사료가 없어서...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갓지기]

그리고 사실 금나라 전성기인 12세기에는 당장 바깥보다 고려 안이 더 시끌벅적해서 눈길이 많이 가죠
이자겸 묘청 무신정변~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디게 의외네
송-금-원 이 교체기가 중국 역사도 그렇고
종교 사상적으로도 변혁이 많은 시기인데

막상 사료가 없다니...

포청천~칭기스칸 발흥까지 족히 100년인데
공백의 100년도 아니고

[갓지기]

일단 저 시기 기록들을 믿기부터가 힘들어요.
송 중심으로 쓰인 기록들이기도 하고,
『금사』의 경우에는 원에서 편찬했다보니 애초에 쟤들도 그리 자세히 안써놨어요.
고려 내의 자료들도 그때는 여진하고 부딪히질 않으니, 차라리 지금 시끌벅적한 나라 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윤관이 죽여댄게
완안씨랑 원수진 부족들이었던건가

그러지 않고선 이해가 안되는 판도구만....

[갓지기]

반대에요. 윤관의 여진정벌 과정에서 본격적인 상대는 완안부 여진이었어요. 당장 나무위키만 켜도 여진 주요인물로는 완안부 인물들로 우르르 나와요.
대신 여진 스스로도 금 건국 이후에는 고려에 눈길을 거의 안줘요.
이유야 뭐, 자기들한테도 가장 핵심인 상대는 남송인데, 이걸 끝장을 못내니까 괜히 뒤통수를 귀찮게 하고싶지 않았던거에요.

[갓지기]

따라서 이 당시, 그러니까 12세기 남송/금/고려 셋 다 서로한테 괜히 칼질하기 싫어하는 시대였던거에요
남송은 금을 이길 수가 없고
금도 남송을 끝장을 못내는 상황에서 고려에 터치하면 힘들어지고
고려도 나라 안이 시끄러운데 바깥으로 고개 돌리기가 힘들고...

그렇다보니 이 당시 국제정세는 생각보다 이렇다 할 특별함이 없어요.
서로 교류야 뭐 평범하고, 싸울 일도 거의 없고....
반복적인 말이지만, 눈치싸움의 시대에요.

[베네치아의 약물상인]

제갈량도 울고 갈 삼국간 평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