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란 자고로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
그래야 마찰을 피할 수 있고, 상호 존중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맥퀸, 오늘부터 당 제한에 들어간다.”
“예?! 어째서죠?!”
근데 그 취향을 존중해서 안 되는 때가 있는데.
“너, 당화혈색소 7.5 나왔거든.”
바로 건강이다.
“맥퀸, 너 당뇨야.”
“이런 게 현실일 리 없어요.”
“여기 검사 결과를 받아 왔으니 현실 도피하지 마라.”
메지로 맥퀸, 당뇨를 확진 받았다.
-⏲-
우마무스메라는 인류의 한 분류는 참으로 특이한 형질을 타고났다.
여성밖에 태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에 특화된 강인한 각력, 그에 걸맞은 뛰어난 근육의 힘,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식사량까지.
이는 기본적으로 우마무스메의 신진대사율이 현대 인류 대비 매우 뛰어나다는 증거였고, 따라서 대사질환에 있어선 거의 면역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드물게, 그런 신체의 축복을 뒤엎는 식생활을 가진 이들이 나타난다.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제 삶에서 디저트를 빼앗아 가지 말아주세요!”
“그러다가 드림 트로피 출주까지 죄다 취소해야 할 수도 있어! 당뇨가 어디 보통 병인 줄 아냐!”
그리고 그 비범한 사례에 메지로 맥퀸이 들어가게 되었다.
오오, 무한동력의 힘이여.
트윙클 시리즈가 끝나고 행복하게 당분 가득한 디저트를 달고 산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2형 당뇨가 진단되고 말았다.
“액상과당과 설탕이 없는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요!”
“허어….”
그런데 그 통보를 해주기 무섭게 메지로 맥퀸은 현실을 부정하며 땡깡을 부려댔다. 그럴만하긴 한데, 이건 아니다.
“맥퀸.”
“네, 트레이너님.”
“너, 젊은 나이에 훅 가고 싶은 건 아니지?”
그러면 충격 요법 드가자.
당뇨합병증의 위험성에 대해 지루하게 설명하면 지루하고 현학적이다. 하지만 ‘너 그러다 진짜 일찍 죽는다?’라는 짧은 말은 쉽고 빠르다.
“죽을게요.”
“야.”
어, 이거 당분 중독이 좀 심한데?
“농담 아니라 진짜 빨리 죽는다니까? 이거 너희 할머니한테도 보내져서 집 식단도 싹 바뀔 거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려면 집안까지 끌고 와야 한다니, 역시 애는 애란 말인가.
“크흑, 그러면 삼시세끼 전부 트레센에서-.”
“네 식단은 전부 당뇨식으로 달라고 식당에 말할 건데 꿈 깨라.”
“앗, 아아-.”
퇴로가 다 막혔다.
아니, 유일하게 하나 남은 게 있어 보였다.
“그럼 세 끼 다 외식으로!”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 협조를 좀 요청했지.”
“예?”
어리둥절한 가운데,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동시에 문을 들어오는 이에게 트레이너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맥퀸이 말하는 거 들었지? 어떻게 해야겠니, 라이언?”
“심각하네요. 이러면 저도 최종 수단을 써야 하는데요.”
메지로 라이언.
그녀가 협력자였다는 걸 안 맥퀸은 순간 나라 잃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라, 라이언… 그게….”
“눈물을 머금고 맥퀸의 식단 분석 후 탄수화물 20g당 제가 지도하는 PT 2시간 잡도록 하겠습니다.”
“끼야아아아악!”
사형 선고다.
라이언은 한다면 무조건 하는 애라는 걸 맥퀸은 너무 잘 안다. 이러면 뭘 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그러니 잔머리 쓰지 말고 건강 정상화부터 하자. 좀 오래오래 살아야지.”
“크윽, 으으윽….”
앞으로 털썩, 엎어져서 양 주먹으로 땅을 치는 메지로 가의 영애는 분한 걸 넘어서 비통한 표정이 되었다. 눈물 안 흘리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당화혈색소 정상 수치로 내린 후 졸업할 때까지 유지하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 테니까 좀 적당히 해라. 누구 죽은 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녀의 귀를 쫑긋거리게 하는 말이 트레이너의 입에서 나왔다.
지금 뭐라 했지?
“원하는 거라고 하셨나요?”
“어, 뭐 식단 해제 이런 건 불가다. 미리 말하지만.”
“윽.”
맥퀸은 미리 선을 긋는 그의 말에 움찔했지만,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분이여 안녕, 그런데 다른 게 생각나기 시작했어.
“좋아요, 해보죠. 대신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사내 녀석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얼른 건강이나 정상화해 이 당 중독자 녀석아. 라이언하고 매일 운동하기 싫으면,”
“크윽.”
도리어 한 소리나 더 들어버린 맥퀸은 오기가 생겨버렸다.
해내고 만다, 기어코.
-⏲-
당화혈색소 3.8
그리고 졸업 이후 1년간 유지 성공.
“후후, 우후후….”
메지로 맥퀸은 해냈다.
그리운 당은 대체당으로 때웠고, 없으면 못 견디는 밀가루는 최대한 사용량을 줄이고 조리한 것 위주로 디저트를 찾으며 아득바득 버텼다. 덕분에 식성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뭐 알 길이 없겠지.
악몽이 있다면, 당뇨식이었는데 이젠 이것도 많이 익숙해졌다. 안 먹으면 섭할 정도로. 당을 낮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수영하고, 산을 타고를 반복한 결과, 메지로 맥퀸은 현역일 때보다 건강해졌다.
다리의 문제?
기합으로 버텨냈다.
반드시 이 고생 끝에 올 보상을 받아내겠단 일념 하나로.
이는 친구인 토카이 테이오도 ‘맥퀸 요즘 이상해!’하고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독기가 넘쳤고, 결국 이는 건강의 정상화를 넘은 제2의 본격화가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컨디션을 되찾게 되었다.
“트레이너님? 약속하신 거, 기억하고 계시겠죠?”
“생각보다 너무 많이 건강해졌는걸.”
과연 우마무스메의 신진대사.
기저질환 따위, 운동 좀 하면 그냥 찍어 눌러 버리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거다.
너무 맥퀸을 자극해 버린 탓에 지나치게 건강해져 돌아온 결과는 예정된 파멸을 눈을 감고 기다리게 했다.
“그래, 원하는 것이 뭐니.”
“후후, 제가 원하는 건 다른 게 아니랍니다.”
운을 뗀 맥퀸은 이내 요구를 읊었다.
“저랑 같이 식단 하죠, 메지로 가에서 평생.”
“Holy.”
결국 잡아가겠단 거잖니, 이 미치광이 당 중독자야.
식단 할 때 대체당을 설탕처럼 붓는 거 보고 기겁했는데, 그걸 곁에서 같이하자고?
“그게 일심동체잖아요? 우후후….”
“OH MY GOD.”
눈이 맛이 가버린 맥퀸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결국 그녀가 내미는 서류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 사람의 트레이너는 그렇게 당뇨 식단을 시켰단 죄 하나로 메지로 가에 끌려갔다.
사람 살린 게 왜 죄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메지로 맥퀸이 맛이 갔으니 죄라면 죄지.
하늘이 높고 우마무스메가 살찌는 계절, 가을이었다.
가을 하늘 보다가 갑자기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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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뭐든지 환장의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