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
-시이나 타키와 이상한 녀석들
#2 [시이나 선배, 안녕하세요]
#3 [시이나 타키의 잔액은 0이다]
#4 [시이나 타키는 루포족 소녀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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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信賴)
「명사」
굳게 믿고 의지함.
신용(信用)
「명사」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
내가 태어나던 해는 유달리 우기가 길었다. 하늘은 계속 우중충하게 꽉 막혀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계속 내렸다.
사실 어린 시절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시라쿠사를 지배하는 거대 패밀리와, 그 그림자에 가려져있는 수많은 패밀리들, 그 패밀리들 중 하나의 우산 아래에 보호받는 구역에서 자라났다는 것 뿐.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그뿐이었다.
아, 내 소개를 잊을 뻔 했구나. 요 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배우 시이나 마키, 의 동생인 시이나 타키. 어릴때는 나도 언니를 따라 배우를 꿈꿨지만, 글쎄, 우수한 언니와는 다르게 나는 그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저 동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루포 소녀.
그리고 내 앞에 있는게 야하타 우미리. 패밀리의, ‘전’ 해결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밤, 여느 때처럼 가게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였다. 원래라면 아무도 없을 뒷골목, 이따금씩 동네 꼬마 패거리들이 모여서 소란을 일으키거나 했지만, 오늘은 비 때문에 조용했을 터였다.
후욱....
어라?
이런 비 오는 밤에, 아무것도 없는 골목에 누군가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쓰러져’있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빗물에 젖은 검은 흑발은 아무렇게나 얼굴에 붙어 있었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피는, 주변의 물웅덩이를 붉게 물들이며 퍼져가고 있었다. 시체를, 이 근처에서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패밀리의 사주, 항쟁, 암살. 다른 여러 도시들이 그렇듯,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저 사망자 통계에 사인의 종류가 하나 더 추가 될 뿐인 이야기였다. 다만 내 눈 앞에 놓인 루포족 소녀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숨이 붙어있다고 한들 무엇하랴, 눈에 보이는 그녀의 상태는 누가 보아도 심각했고, 곧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사람 같았다. 평소대로라면, 원래 나였다면 그저 못 본 척, 도망쳤을 것이다. 그랬을 터였는데-
“믿....어....줘.....”
힘겹게 숨을 짜내어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그날의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가게의 블라인드를 내리고, 문 앞에 ‘닫힘’ 팻말이 똑바로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가게 뒷문을 통해 그녀를 안으로 옮겼다. 빗물에 젖은 몸을 닦고,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의식을 완전히 잃은 건지, 아니면 그저 고통에 무뎌진건지, 분명 아플텐데,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잠들어있던 그녀가 깨어난 것은, 꼬박 하루가 지나서였다.
“으으...여긴 어디지...”
“아,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 뜨고는, 일어서려는 그녀를 일단 말렸다. 움직이자마자 상처에서 피가 다시 배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마세요! 붕대 갈아드릴테니까”
“감사...합니다...”
갈아줄 붕대를 가지러 간 사이에, 그녀는 정신을 완전히 차린 듯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이대로 죽나 싶던 순간에...”
“감사 인사는 됐어요.”
“야하타 우미리입니다.”
“시이나 타키에요”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도 일주일, 경이로운 회복 속도(본인은 평범하다고 주장했지만)를 보여준 야하타 씨는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른 패밀리의 해결사였고, 패밀리 내부의 분쟁에 휘말리는 바람에 해결사들의 목표가 되었다고. 그래서 자신을 노리는 해결사들로부터 도망치다가, 추적자들은 간신히 처리했으나 부상이 심해서 그곳에 쓰러졌던거라고 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패밀리의 보호를 받는 지역이긴 해도, 패밀리와 엮이는 건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두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다. 내가 구해와놓고 이제와서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이미 엮일대로 엮였다. 추적자들은 야하타씨가 다 처리하고 왔다고 했고, 다른 패밀리의 영역을 침범해가면서까지 추적 할 정도의 세력을 가진 패밀리는 많지 않았다. 아무튼 찾아오지 않은 걸 보면,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뭐, 별 일이야 생기겠어?
그 날 저녁, 카페를 적당히 정리하고 야하타 씨와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블라인드는 다 내렸다.
“그나저나 야하타 씨는 몇 살이신가요?”
“열여섯입니다만?”
“? 뭐야, 나랑 같잖아. 말 놓는다?”
“신용 점수, 플러스 일 점 인가요?”
“뭐야 그게”
“제가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하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고 정리하던 중, 우미리가 나를 불렀다.
“그나저나 저 안에 악기들이 있던데, 혹시 사용하시는지요?”
“원래 카페에 오는 밴드가 사용하는 악기인데, 관심 있어?”
“제가 베이스를 취미로 쳤거든요”
“의외네”
“뭐가 의외란 말인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우미리는 베이스를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능숙한 솜씨로 세팅을 시작했다. 둥둥-하면서 낮은 음을 내는 우미리의 실력은 꽤나 탄탄했다. 언제부터 쳐왔던 걸까? 우미리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무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럼스틱을 손에 잡았다.
“어라, 세션인가요?”
“몰라, 안 친 지 한참 되었는데, 네 연주를 들으니까 참을수가 없어서”
“그것 참 영광이군요”
챙-챙-하는 드럼 소리가, 낮게 울리는 베이스의 소리와 어우러진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서로에게 말도 필요 없다. 그 순간 만큼은 둘 사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뜻이 통한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드럼을 다시 시작했다.
우미리는 어느 정도 나은 후, 신세만 질 수는 없다며 카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님은 늘지 않았지만, 우미리가 도와주니 어느정도는 손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를 마감하면 같이 저녁을 먹고, 세션을 한다. 아아, 이런 나날이 계속되면 좋을 텐데. 라며 생각하는 일상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며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이야기가 그렇듯, 우리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산산조각 나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두 가지 오판을 했다. 첫 번째는 우미리를 쫓던 추격자들이, 세력권을 무시하면서까지 우미리를 추적하고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그들이 우미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고, ‘아직’ 찾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허억-헉-
카페는 결국 습격을 당했고, 나와 우미리는 함께 도망쳤다. 몇 번의 고비를 넘겨가면서 간신히 따돌렸다고 생각 한 순간,
“타키 씨!”
우미리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나를 향해 날아오는 적의 칼날이 보였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번쩍이는 칼날이 나를 찔렀다. 이상하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보니, 우미리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칼이 꽃힌 채로.
“크으윽...으아아!”
분명 아플 텐데, 우미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찌른 녀석을 칼로 베어 버렸다.
하지만 우미리도 이제는 한계인 듯 했다. 다음 순간, 우미리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우미리!”
“쿨럭...타키 씨...”
우미리의 상태는 심각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그녀가 쓰러진 바닥을 짙은 선홍색 피가 물들였고, 장대비 속에서 계속해서 커지는 물웅덩이를 따라잡듯 퍼져나가고 있었다.
“타...키 씨...추적자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도망...치세요...”
“절대 나 혼자는 안 갈거니까, 일어나 봐...”
우미리는, 더는 일어날 수 없다. 그 정도 사실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우미리의 손을 잡았다.
“타키...씨...”
“그래 우미리, 나 여기 있어”
“패밀리에서...저는 신용받는 해결사였습니다... 무슨 의뢰든 완벽하게 해냈고... 패밀리의 중요한 일원이 되었습니다...”
“신용받는게 좋았고...제가 마치 중요한 사람인 것 마냥...여겨지는게 좋았어요...”
“그런데 말이죠...”
순간, 잡았던 우미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그런 순간들보다...타키 씨한테 신용...아니 신뢰받는 일상이...그 짧은 순간이...저에게는...행복...”
그리고, 잡았던 우미리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우미리? 어이, 뭐라고 말 좀 해봐...우미리!”
내가 태어나던 해는 유달리 우기가 길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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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리!”
“부르셨나요?”
어라? 여기는...교실? 뭐지. 꿈을 꾼 건가. 방금 전까지 그게, 다 꿈이었다고?
아무래도 나는 마지막 시간 중에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그나저나,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우미리 녀석이 진짜 죽은 줄 알고 순간 옆에 있는 우미리는 귀신인가-하고 놀랐을 정도다.
“그래서, 무슨 꿈을 꾸신 건가요? 계속 우미리-우미리-하고 제 이름을 부르시던데”
“하아?”
“제가 꿈에 나올 정도로 저를 신뢰하고 계셨군요! 역시 저는 신뢰받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하아???”
옆에서 역시 자기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둥, 이런저런 말을 하는 우미리를 무시하고는 짐을 챙겨서 일어났다. 이게 다 저 녀석 때문이다. 게임 콜라보 일러스트가 너무 이쁘잖아. 저 녀석 캐릭터 뽑을 준비 하려고 어제 밤새워서 게임을 했더니 그거 때문에 피곤한거다 분명.
“그러고보니, 그 소식 들으셨나요? 제 캐릭터는 배포라고 하더군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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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방 콜라보 우미리가 좀 많이 이뻐서...명방 잘 모르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써본 글
아무튼 그동안 썼던 글 다 올렸는데, 훈련소만 끝나면 다시 글 적고 나중에 모아서 회지로 내볼까...싶어요
글은 여기에 백업해두었습니다
![뱅드림)[시이나 타키는 루포족 소녀를 주웠다]_1.jpg](https://i1.ruliweb.com/img/25/08/31/198fe425bce519aaa.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