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
-시이나 타키와 이상한 녀석들
#2 [시이나 선배, 안녕하세요]
#3 [시이나 타키의 잔액은 0이다]
#4 [시이나 타키는 루포족 소녀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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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이나 타키입니다. 오늘은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MyGO!!!!!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밴드는 세계최고의보컬이자최고의작사가노래부르는모습이신성해아름다워사랑스러워보컬을 맡은 타카마츠 토모리, 베이스의 나가사키 소요, 기타의 노라네...아니 카나메 라나, 기타의 아논 녀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뭐? 아논 녀석은 조금 심하지 않냐고? 나를 릿키로 만든 댓가다. 아무튼, 저희 밴드는 매주 스튜디오에 모여서 합주를 하고, 주기적으로 라이브 무대에 서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평상시대로 토모리의개쩌는보컬토모리의노래는전부정말최고야를 들으며 연습을 마치고, 다음 연습 일정을 잡으러 카운터로 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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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연습은 다음 주 수요일로 하면 되겠지? 다들 일정은 비워둬."
"밴드, 수요일, 밴드 하자."
"연습을 해야 라이브를 하지. 너 또 늦으면 안된다?"
"응. 맛챠 파-훼~"
연습이 잘 끝나서 기분이 좋은건지, 연신 자기 파트를 흥얼거리며 카페 쪽으로 가는 라나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말차 파르페는 특별히 힘을 좀 써볼까.
"타키쨩, 계산은 평소대로 할거니?"
"앗, 네. 이 카드로 부탁드려요."
어쩌다가 밴드의 일정을 죄다 책임지고 관리하게 되어버린 나였지만, 토모리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수고는 괜찮다. 그리고 내가 대표로 결제 할 뿐이지 금액은 똑바로 나눠서 분담하고 있으니까.
삑-
언제나의 카드 결제음. 어라, 그런데 리리코상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삑-
"어라? 타키쨩, 이 카드 잔액 부족이라고 뜨는데?"
"네? 그럴 리가 없는데, 잠시만요."
아무래도 리리코상한데 하아? 라는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물음표를 일단 무시한채로 카드 잔액을 확인해보니, 뭐지, 왜 화면에 표시된 숫자가 네자리도, 세자리도, 두자리도 아닌 한자리인거지? 이거 몰카인가?
이거 또 아논 녀석이 몰카라면서 어딘가에서 찍고 있겠지. 오늘은 먼저 가겠다더니 이거 때문이었군. 진짜 질리지도 않나?
여기서 당황하는게 아논 녀석의 노림수일테니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침착하게 비상용 카드를 꺼내서 결제를 했다. 겉으로는 별 반응 없는 척 했지만 혹시 이 카드도 안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던 찰나, 결제 완료되었다는 표시에 안도할 수 있었다. 휴. 다행히 이쪽은 건드리진 않았나보네.
잠깐만, 생각해보면 아논이 내 계좌를 건드릴 수 없지 않나? 휴대전화를 빌려 간 적도 없을뿐더러, 카드는 항상 내가 지니고 있었으니까 쓸 수가 없는데?
그래. 뭔가 이상했다. 몰카였으면 지금쯤 아논 녀석이 나와서 걸렸다며 헛소리를 시작했을 타이밍인데, 왜 안나오고 있는걸까.
"타키...쨩, 무...무슨 일 있어?"
"어? 아, 아무 일도 아니야 토모리."
토모리와 소요가 떠나고 난 후, 말차 파르페를 기다리는 라나가 앉아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주말이기도 하고, 손님이 많ㅇ느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까 전의 그 사건은 머릿속에서 잠시 지워지기엔 충분할 정도로 바빴다.
"후...오늘도 힘들었다..."
시프트가 끝나고 난 후, 적당히 정리를 끝낸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전차에 올라탔다. 사람이 붐비는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전차에는 자리가 남아있었다. 가장 좋은 명당 자리라는 가장자리 쪽 좌석이 보이자마자 나는 의자에 몸을 던졌다. 드럼 연습에, 알바로 지친 몸은 기댈 곳을 찾자마자 무거워졌고,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려던 찰나였다-
덜커덩!
"으엙!"
갑자기 흔들린 전차에 나는 그만 괴상한 단말마를 내벹으며 옆에 있던 봉에 성대하게 머리를 부딫히고 말았다. 사람이 안정적으로 서있으라고 만든 봉일텐데, 앉아있던 사람에게는 그저 장애물에 불과했다. 다만, 그 봉은 의외의 효과를 냈다. 바로 잠이 확 깬 것이다. 앞으로 피곤해서 학교에서 졸릴 때면 써봐야하나.
아무튼,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맑아진 정신은 아까 전의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에 적합했다. 아 맞다 잔고, 하고서는 옆자리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냈다.
알바 급여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돈이 없다고 크게 문재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자릿수는 좀 이상해서 입출금내역을 확인했다. 지출 내역은 이상한 점이 없었다. 라이브 무대비용, 스튜디오 대여료, 스튜디오 대여료, 토모타키 커미션비, 편의점, 저번에 갔던 뒷풀이 식당, 편의점. 지출기록을 아무리 내려봐도 전부 필요한 소비들이었고, 크게 금액이 나간 적도 없다. 그러면 이제 확인할 것은 단 하나뿐이다.
입금내역을 확인하니, 알바 급여를 제외하고는 스튜디오 대여료나 라이브 무대비용을 받은 내역들로 가득했다. 아논 녀석, 소요, 아논 녀석, 아논 녀석, 소요, 아논 녀석...
?
잠시만잠시만잠시만 뭔가 이상하잖아. 어라? 왜 아논 녀석이랑 소요만 나한테 돈을 입금한거지?
이 상황은 명백히 이상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MyGO!!!!! 개인 장비, 비용을 제외하고는 스튜디오 대여료와 라이브 무대비용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다. 굿즈 물판으로 수입이 생긴다면 작업 한 사람(주로 아논 녀석)한테 조금 더 얹어주는 정도. 그런데 이 기록을 보니, 나는 토모리와 라나에게는 돈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자꾸만 원래 생각했던 지출보다 큰 지출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 아까 그 사태의 원인이라는건데, 상식적으로 한 달에 한번씩 알바 급여 받고, 그걸 내가 확인했을텐데 모를 리가 있나 싶기도 하고.
집에 돌아가니 늦은 시간이어서 심란한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일찍 자기로 했다. 젠장. 혼란이 가중되어서 그런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일단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다음 주 수요일 연습 때 자초지종을 들어봐야겠다. 노라네코는 안 낸 파르페 값까지 받아야 하고, 토모리...토모리는 뭔가 사정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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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이야기라는건, 아무래도 이게 돈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고, 게다가 토모리까지 연관된 이야기라는 겁니다. 설마, 토모리가 고의로 돈을 안보낸건 아닐 테고, 저희 토모리가 그럴 리 없잖아요? 노라네코야 처음 몇 번 말차 파르페 값을 안내길레 주의를 줬던 기억은 있는데...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주의 준 기억이 별로 없네요. 계속 입출금에 구멍 뚫려있는걸 제가 몇 달 간 발견 못했다는 게 제일 이상한 상황입니다만, 아무튼, 그런 일이 있은 지 조금 지난 오늘, 연습날이 되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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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연습에 늦게 도착한 노래네코 때문에 연습 전에 도착하는 대로 몰래 불러내겠다는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연습이 끝나자 짐을 정리해서 사라지기 직전의 라나를 붙잡을 수 있었다. 토모리와 라나를 RiNG 안쪽 중요한 곳으로 불러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토모리,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저, 그게... 실은 요즘 라이브 비용이랑 스튜디오 비용을 못 받은 것 같아서."
"그...그랬던가?"
"어제 확인해보니까 그렇더라고. 어이 노라네코. 너도 안보냈던데, 심지어 말차 파르페 값도 아직 안보냈더라?"
갑작스레 불러내서 한다는게 돈 이야기라니, 토모리를 상대로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토모리는 당황한 듯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었고-있었고? 어라, 토모리의 표정이 이상했다. 토모리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있었다. 정색한 얼굴도 아름답...긴 한데 아니 이게 아니지. 옆에 있는 라나도 갑자기 정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정색한 토모리와 라나라니. 정색하는 소요는 많이 봤지만, 이 둘이 이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그럴 때가 왔나... 이번 달은 좀 잦은 것 같지?"
"응. 릿키, 점점 내성. 생기고 있는 걸지도."
"일단 할 건 해봐야지. 라나쨩, 준비해줘."
"오케이."
둘이서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는 건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성? 이번 달은 좀 잦다고? 무슨 뜻이지, 그리고 또 뭘 준비한다는거지?
"타키쨩"
"ㅇ....어?"
"미안해, 타키쨩. 하지만 이러는 편이 타키쨩도 행복할거야."
난데없이 날아들어온 사과, 그 뜻을 이해 할 겨를도 없이, 토모리가 어디선가 선글라스를 꺼내서 쓰더니 내게로 성큼 다가왔다. 토모리가 밀착해있으니 설레...기는 커녕 이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서울 것이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해보려는 순간, 똑같은 선글라스를 쓴 라나가 토모리 뒤로 걸어오더니, 토모리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작고 기다란, 펜? 펜이라기엔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 용도를 도저히 모르겠는 그 장치를 넘겨받은 토모리가 갑자기 그 물건을 내 눈 앞에 가져다 대더니,
버튼을 누르자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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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번 연습이었나, 분명 끝나고 나서 토모리와 라나와 셋이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왜 불렀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안난다.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서 그 부분만 지워진 듯이 뻥 뚫린 기분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말씀이시군요?"
"우미리 넌 뭔가 짐작가는거 없냐"
"글쎄요? 너무 피곤하신 것 때문 아닌지? 요즘 이것저것 자주 까먹으시는것도 피로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확실히, 요즘 이것저것 많이 잊어버리기는 한다. 진짜 피곤해서 그런건가.
쉬는 시간, 우미리와 잠시 산책을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목이 말라서 자판기로 갔다. 평소대로 음료를 고르고, 결제를 하려 자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댄 순간,
-삐빅-
잔 액 부 족
...?
...안녕하세요, 시이나 타키입니다. 오늘은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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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리 음해 가득한 글...
토모리야 미안해...
대부분 아실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빛 번쩍은 맨 인 블랙 뉴럴라이저 패러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