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기타] 후금사) 번외 103편 : 여허의 공주가 모쏠이 된 사유 1편

[미하엘 세턴]

삽화 출처 : 칼부림

이전의 이야기들

서여허의 마지막 버일러이자 여허의 마지막 군주였던 부양구의 누이, 즉슨 부자이의 딸은 '여허의 노녀'혹은 '북관의 노녀'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에게 그러한 별칭이 붙은 까닭은 1597년에 그녀와 누르하치간의 혼담이 여허에 의해 누르하치에게 제안된 이후 여허측이 돌연 혼담을 파기하고 그녀를 누르하치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을 중단한 뒤로 그녀가 장장 18여년 동안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지 못했던 탓이다. 그녀는 정략혼의 매개로 쓰일 만한 신분적, 혈연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3살 때에서야 겨우 명나라의 비호를 방패삼아 몽골계인 옹기라트 세력으로 시집을 갔다. 애물단지 내놓아지듯 시집을 간 그녀는 옹기라트 왕공 망굴다이와 혼인한 지 채 1년이 안되어 죽었는데, 아마도 출산과 관련한 문제로 목숨을 잃은 듯 하다.

부양구의 누이가 누르하치와의 혼담이 파기된 이후 18년 동안 시집을 가지 못한 이유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여허측이 부양구의 누이의 전 혼담 대상자였던 누르하치가 타 세력에 대한 그녀의 시집을 명분으로 자신들에게 전쟁을 걸어올 가능성을 경계한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615년에 건주 세력의 버일러와 암반들이 누르하치에게 여허에게 공격을 가하자고 의견을 내었을 때에도 건주의 명분은 부양구의 누이의 시집이었다.

하지만 사실 여허가 부양구의 누이를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지 않더라도, 여허가 누르하치에게 그녀를 시집보내지 않는 이상 누르하치가 그녀에 관한 문제를 명분으로 삼아 여허를 공격할 가능성은 상시적으로 일정수준 존재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만큼 여허로서는 부양구의 누이를 '기회만 된다면' 어디로든 시집을 보내어 그녀의 혼인을 매개로 삼아 그녀가 시집을 간 세력과의 정략동맹관계를 구축, 누르하치를 견제하거나 다른 외교적 이득을 취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녀를 시집보내는 행동을 취할 시 누르하치가 그에 자극을 받을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기에, 그러한 타 세력에 대한 '부양구의 누이를 매개로 한 혼담'의 제기 자체는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부양구의 누이가 그리 오랜 세월동안 시집을 가지 못한 또 다른 이유를 꼽아볼 수 있는데, 혼담이 오갔다고 하더라도 그 혼담이 오간 세력들이 혼담이 실질적인 혼인으로 이루어지기 전에 멸망했다는 것이다.

이 예시로 1612년~1613년 울라의 멸망과 관련한 경우를 대표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울라의 한(han), 혹은 버일러였던 부잔타이는 1612년 음력 9월 누르하치의 3만 대군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 때 누르하치가 부잔타이를 공격하면서 거론한 명분중 하나는 부잔타이가 '누르하치가 예물을 준 부자이의 딸'을 아내로 삼겠다고 공언했다는 것이었다.2즉 이 경우는 여허가 먼저 혼담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부잔타이가 먼저 여허측에 혼담을 제기한 경우에 해당한다.

누르하치의 1차 침공을 받은 당시 부잔타이는 누르하치의 공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군대를 재정비하는데에 성공했고 결국 그것을 기반으로 누르하치와 강화조약을 맺었다. 해당 강화조약은 부잔타이가 건주에 볼모를 보내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부잔타이는 볼모를 보내지 않으며 시간을 끄는 동시에 여허와 재차 동맹관계를 구축하여 건주를 상대로 2 대 1 구도를 만들어 대항하려 했다.3 이 때 부잔타이는 동맹의 매개로 '볼모'와 '정략혼'을 내세웠고, 혼인대상으로 '여허의 딸'을 거론했다. 즉, 여허와의 정략혼을 명분으로 삼은 누르하치의 1차 공격을 받은 뒤 정략혼을 포기치 않고 여허와의 정략혼을 서둘러 진행하여 여허와 동맹을 맺으려 했던 것이다. 이 이후 부잔타이는 여허와 동맹을 맺기 전에 누르하치에게 2차로 공격을 받게 되었고 세력이 몰락했다.

1612년 누르하치에게 1차로 공격당하기 전 부잔타이가 혼인하겠다고 공언했다는 '부자이의 딸'과 1613년 누르하치에게 2차로 공격당하기 전 부잔타이가 정략혼을 하고자 했던 '여허의 딸'은 동일인으로서 바로 이상에서 언급한 여허의 노녀/부양구의 누이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1차 울라 침공전 이전에 부잔타이가 공언했다는 혼인 대상은 '누르하치가 예물을 준 부자이의 딸'이었으므로 즉슨 부양구의 누이를 의미한다. 거기다가 1612년의 건주와 울라의 1차 전쟁 당시 부잔타이는 누르하치에게 '누르하치가 정혼한 딸을 취하고자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사건에서 언급된 대상이 부양구의 누이임이 드러난다.

또한 만문노당 계축년 음력 9월의 기사에는 부잔타이가 여허로 망명할 당시의 상황이 언급되었는데 부잔타이가 '여허의 부양구 버일러의 누이(yehe i buyanggv beile i non)'를 찾아 갔다고 기술했다.4즉 부잔타이는 확실하게 누르하치와 혼담이 오갔던 '부자이의 누이'와 혼인을 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부잔타이는 여허로 망명했다고 하더라도 부양구의 누이와 혼인치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잔타이가 망명한 지 2년이 지난 1615년까지도 부양구의 누이는 한 번도 혼인을 하지 않은 미혼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여허로서도 부잔타이와 부양구의 누이를 혼인시켜보아야 부잔타이가 이미 울라라는 세력기반을 상실한 이상 큰 이득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여허의 긴타이시와 부양구는 부잔타이와 부양구의 누이를 혼인시키지 않고 부잔타이의 신변보호조치만을 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잔타이의 부양구의 누이에 대한 정략혼 획책 사례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실제로 부양구의 누이와 다른 세력의 버일러들간 혼담이 오간 경우는 더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1.만문노당 임자년 음력 9월

2.만문노당 계축년 음력 1월

3.만문노당 계축년 음력 9월.

[Činggis Qan]

오늘도 잘봤씀다 교수님

[미하엘 세턴]

오늘 따라 추천이 왜 이리 빨리 붙지?

[ぶらり嵐山]

[Mask빌런]

모두들 후금을 사랑하게 된게 분명해

[카요코]

대후금국 만?세

[심장이 Bounce]

님 나중에 강희제도 해줄시나요?

[미하엘 세턴]

강희제 관련 서적과 논문도 보고 있긴한데 입관후 청나라는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조야한 실력으로 어줍잖게 연재했다가는 비판만 받기에 충분한데다 누르하치 시기도 한참 남았는데 못할걸.

[코파카바나]

정치적으로 결혼하는건 흔하지만 역으로 정치적으로 결혼을 못하다니

[미하엘 세턴]

뭐 완안함보의 존재성은 인정했지만 사실 후금 시기에는 그다지 신경은 안 쓴 걸로 보임. 입관 후 시기에는 건륭 연간에 이르러서 좀 진지하게 탐구한 걸로 알고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음. 사실 17세기 당시에는 후금보다는 후금에 의해 멸망한 울라가 고려와 자신들간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함. 실제로 조상의 국가로 여기거나 한 건 아니고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거지만.

[미하엘 세턴]

아 후금에 의해 멸망한 이라고 하면 좀 어폐가 있다. 후금의 전신인 건주 시절에 멸망시킨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