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스위치 버전의 한국어판이 4편 이후에 출시되었다보니 저 역시 3, 4편 끝낸 이후에나 플레이해볼수 있었습니다.
배송받자마자 해보니 피크민 시리즈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넉넉잡아도 2~3일만에 깰 정도로 빨리 끝낼수 있는 게임이더군요.
엔드 컨텐츠로 챌린지 모드라는게 있기는한데 각 맵에서 하루동안 피크민을 많이 모으는 간단한 챌린지라 파고들 여지가 크진 않은거 같습니다.
플레이타임은 매우 짧아도 시리즈의 틀은 이미 1편부터 완성되어 있었는데다 완성도 역시 그 당시에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게임큐브 시절답게 게임이 정말 맵습니다. 어렵고 불편한데다 불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시리즈 숙련자가 느끼기에도 어려운 편이다보니 입문자라면 중도포기할 가능성이 높을듯 싶었습니다.
일단 불시착한 행성 내 5개의 맵에서 30개의 부품을 모으면 끝인데 주어진 일수가 30일이다보니 의외로 일수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피크민 시리즈를 이미 경험해봤다보니 시리즈 특유의 조작과 기믹에 익숙해서 그런거일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아마 1편으로 시리즈를 시작해서 기믹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입문자 입장에서는 일수제한 요소가 좀 빡셀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숙련자 기준으로도 맵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하루에 부품 2개를 모으는것조차 힘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21일쯤 걸렸네요.
닌텐도 게임치고는 이 게임은 텍스트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게 1편부터 느껴지는데 하루하루 작성되는 일지의 내용이 참 재밌습니다.
이렇다할 음성이나 이벤트씬 없이 일기 형식의 텍스트로만 상황을 전달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간결한 문체로도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진척도에 따라 일기의 내용이 달라지는데다 별다른 수확이 없는 날에도 별도의 내용이 작성될 정도로 은근히 디테일합니다.
그래도 첫작이니만큼 일지의 디테일이 3편만큼은 못하지만 텍스트의 양은 방대한데 영양가는 없는 4편보단 확실히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불시착한 행성에 대한 묘사와 주인공의 고뇌, 희망을 잃지않는 마음과 엉뚱한 생각이 일지에 모두 담겨있었죠.
피크민 시리즈는 게임 플레이부터 훌륭하게 잘 짜여진 게임이지만 이 일지 역시 이 시리즈의 백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네요.
이 게임의 엔딩은 크게 3가지로 25개의 필수 부품을 모으지 못할 경우 뜨는 배드 엔딩과 25개의 필수 부품을 모았을때 뜨는 노멀 엔딩, 그리고 30개의 모든 부품을 모았을때 뜨는 진엔딩으로 나뉩니다.
1회차는 가볍게 즐기고 2회차에 퍼펙트 엔딩을 보게끔 의도한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모든 엔딩을 목표로 하면 3회차인데 똑같은거 세번씩 하는건 지루할수밖에 없으니 가급적이면 1회차 퍼펙트 엔딩을 노리고 나머진 적당히 유튜브로 보는게 나을듯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하루 단위로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이 있어서 리트라이를 할지언정 퍼펙트 엔딩을 달성하는게 어려운 편은 아니니까요.
물론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을 활용하여 3가지 엔딩을 1회차만에 모두 보는것도 가능합니다.
표적에 대한 자동조준을 지원하지 않아서 표적에 대고 던져야하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는 원주생물과 싸울때는 정말 만만찮습니다.
특히 날아다니는 원주생물은 포물선 궤적을 잘 보고 던져야해서 초반엔 감잡기 좀 어려웠네요.
원주생물들의 패턴은 후속작과 동일한데 특정 공격 패턴의 속도가 좀 빠르다던가 하는 식으로 후속작들보다 좀 더 어렵게 설정되어 있더군요.
조준도 힘든데 공격 패턴의 속도마저 빠르니 공략을 다 아는데도 피크민을 천마리 넘게 잃었습니다.
퍼즐의 난이도는 전투만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신작에 비하면 직관성이 떨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튜토리얼도, 힌트도 없는 마당에 시간제한에 일수제한까지 걸려있으니 아마 입문자라면 뭘 해야할지 감도 못잡다 아까운 시간을 버린 일이 많을겁니다.
시리즈 숙련자여도 후속작에선 필요없는 테크닉을 요구하는 퍼즐 구간이 일부 있어서 딱 한번이지만 부끄럽게도 마지막 맵에서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었네요.
후속작들에 비해 굼뜬데다 A.I도 상당히 답답하게 짜여진 3종류의 피크민을 이끄는것도 힘들었습니다.
많은 수의 피크민을 데리고 다닐수록 여기 걸리고, 저기 걸리고, 혼자 자빠지고, 뭔가를 발견했다고 개별행동을 하는 등으로 피크민을 흘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떨어진 피크민을 모으는 기능이 1편에는 없기때문에 피크민을 잃지 않으려면 흘린 곳에 일일히 찾아가서 데려오거나 그냥 버리던가 해야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참으로 어렵고, 불편하고, 불친절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때문에 일수제한이 없는 최신작에 비해 긴장감이 매우 높기도 합니다.
좀처럼 잘 따라오지 않는 굼뜬 피크민으로 매서운 패턴의 원주생물을 상대하면서도 30개의 부품까지 하나하나 찾아서 옮겨야하는데 주인공 올리마의 생명유지장치의 배터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때문에 남은 기간안에 클리어해내야한다는 압박감이 갈수록 커지니까요.
이러한 압박감을 못이겨 그만둔 입문자들도 많았겠지만 이러한 압박감을 이겨낸다면 성취감이라는 달콤한 보상이 아주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맵의 구조를 파악하고, 퍼즐 기믹을 분석하고, 원주생물을 공략하고, 부품을 옮기는 과정을 짧은 시간안에 해낼수 있는 효율적인 계획을 짜서 서순을 올바르게 이행하는 재미가 매우 높았습니다.
당시 이 게임이 여타 닌텐도 퍼스트파티 게임에 비해 안팔린건 게임큐브라는 비운의 기종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퍼즐에 RTS 요소가 조합된 마이너한 게임성에 1편은 입문장벽조차 높은 편이라 입소문을 타기 힘들어서 그런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여기에 마리오나 링크, 피카츄에 비해 괴악하게 다가오는 피크민의 디자인까지 더해져 최악의 시너지 효과를 낸거 같습니다.
그래도 넘버링 기준으로 100~200만장씩은 꾸준히 팔렸고 1편부터 높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만큼은 인정받았기에 시리즈가 간신히 이어질수 있었고,
닌텐도 스위치라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기로 입문장벽을 대폭 낮춘 최신작을 발매하여 전작들도 같이 재조명받게된걸보면 정말 인생사 새옹지마네요.
3, 4, 1 끝냈으니 이제 2편 하나 남았네요.
피크민 시리즈를 너무 연달아 달려서 바로 시작하진 않을거 같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에 푹 빠진만큼 금방 복귀해서 후딱 올클리어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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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4편 하고 1편 하면 역체감이 장난 아니긴 할겁니다 ㅎㅎ 전 이 시리즈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감안하면서 하고 있지만요. | 23.09.26 01: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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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best
그런거 같습니다. 지금 봐도 엄청 개성적인 게임이고 비슷한 아류작들은 피크민의 재미를 제대로 구현조차 못하는거보면 많이 앞서있었던 게임 같아요. | 23.09.26 01: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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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임은 몰라도 2편은 꼭 해보고 소감 올릴 생각이긴 합니다. 다만 당장 시작하진 않을거 같아서 아마 10월 중으로 해보고 소감쓸듯 싶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23.09.26 13: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