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 게임이 너무 많아서, 티어스 오브 킹덤을 이제야 클리어하게 되었습니다. 전작 야숨은 명성대로 너무나 재밌는 게임이었지만, 저에겐 아쉽게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몇몇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사당 퍼즐인데, 자이로의 미묘한 조작감 때문에 뭐 이따구야?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왜 이런 퍼즐을 초반에 배치해놨을까...의문이었습니다. 웹에서 검색해보니 역시 악명이 자자하더군요. 이 사당 때문인지 또 이런 퍼즐이 나올까봐 왠지 맵에서 사당을 봐도 반갑지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 정도 수준의 뇌절 사당은 그 이후 나오지 않더군요. 물론 제가 야숨 사당을 올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한 건 아니긴 합니다.
또 하나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적의 다양성 문제였는데, 정말 심하다 할 정도로 온 맵에 똑같은 놈들만 넘쳐나더라구요.
맵은 진짜 정성들여 만들어서 무지하게 넓고 광활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데, 그 안을 채우는 적들이 색만 바꿔서 지겹게 등장하니 전투의 재미가 없었습니다. 라이넬 처음 마주칠 때만 해도 이야~ 죽인다...이런 적들이 앞으로 계속 나온다는 거야? ㅋㅋ 개쩜! 혼자 신났는데...그 이후엔 (..) 물론 똑같은 적들을 상대하더라도 지형에 따라 상황에 따라, 대응법을 달리 할 수 있는 게 야숨의 장점입니다만, 그것도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효율의 방법을 찾게 되면 거기에 정착해버리게 되더라구요. 뭐 이건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같기는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야숨만의 문제가 아닌, 젤다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얘기인데요. 제가 젤다 시리즈에 입문한 게 슈패판 신들의 트라이포스인데, 그 이후로 쭈욱 거의 30년을 이 시리즈를 해오면서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하던 게 있었습니다. 바로 보상. 탐험의 대가인데요. 야숨 이전의 젤다 시리즈는 항상 핵심 스토리라인을 진행하면 특수한 기믹을 가진 장치를 보상으로 주고 활동영역이 넓어지는 식의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 외에 자잘한 서브 이벤트나 서브 던전 들의 클리어 보상은 뭐였을까요. 항상 비슷했습니다. 하트 아니면 빈병. 넵...그나마 예외로 기억나는 게 황혼에서는 필살기였나? 전투 기술들을 줬던 기억이 나네요. 일정 수준 이상의 하트와 빈병을 모으고 나면, 맵 상에 있는 수없이 많은 이벤트와 즐길거리가 남아있어도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저거 어차피 깨봐야 하트나 주겠지...지금으로도 막보 충분히 잡는데 뭐...하는 식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래서 그런가...저는 젤다 시리즈를 거의 대부분 즐겨본 편입니다만, 올클리어(하트 풀강)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엔딩 이전까지 신나게 달리고 나면, 그 이후엔 그냥 놓아버리는 거죠. 컨텐츠 그 자체를 즐겨야지 왜 보상 따위를 신경 쓰냐! 하실 분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사실 젤다의 서브 컨텐츠의 만듦새 자체도 메인 이벤트격 레벨(던전)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했던 게 사실이라...ㅎㅎ 개꿀잼 메인 던전 깨고 나면 현타가찐하게 와서 말이죠. 뭐 생각해보면 다른 게임들도 다 그런 거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프롬의 엘든링, 이른바 소울 시리즈는 제가 위에서 말한 그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맵을 돌아다니고 탐험을 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지간에 일정 이상의 보상을 해준다는 거. 이게 저에겐 무엇보다 크게 와닿는 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젤다 시리즈는 탐험의 대가를 대부분 하트와 빈병으로 보상했지만, 소울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검, 마법 등으로 보상해주니 자연스럽게 맵을 샅샅이 뒤지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젤다 시리즈와 다르게 소울 시리즈는 저에게 항상 완벽 클리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ㅎㅎ 데몬즈 소울부터 시작해서 전 시리즈 올플래티넘. 😁
유감스럽게도 야숨 역시 이전 젤다 시리즈의 그런 점들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서, 결국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진행하게 되니 그 외의 컨텐츠는 그냥 자연스럽게 놓아버리게 되었습니다. 하트와 스테미너야 어느정도 이상 되면 필요가 없어지니 사당도 안 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코로그 찾기도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작업 같은 느낌이 되어버려서 패스. 사당 다 깨면 뭔가 특별한 걸 주나? 싶어서 검색해보니...그냥 링크 옛날 코스츔.
그래도 전작들에 비하면 옷이니 검이니 방패니 활이니 종류가 다양해져서, 보상 컨텐츠 자체가 크게 부실한 느낌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저에게 동기부여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야숨 말이지...개명작은 맞지만 내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것 같다..라는 게 제 감상이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티어스 오브 킹덤이 발매된 시기 다른 대작들 (스파6, 디아4) 에 밀려 이제야 플레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입 자체는 다운로드판 예구했을 정도니 기대는 하고 있었지요 ㅎㅎ
그리고 그렇게 65시간의 시간을 거쳐 엔딩을 보고 난 후, 저는 티어스 오브 킹덤을 젤다 시리즈 전체를 통털어 원탑,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저의 젤다 원탑은 바람의 택트 ㅎㅎ
티어스 오브 킹덤의 장점이야 입아플 정도로 많은 분들이 얘기하고 계셔서 새삼스럽습니다만, 압도적인 맵 구성력과 기획력, 참신함, 마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말 경이롭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 하늘에서 뛰어내려 지저세계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이 광활함을 경험해보면, 현세대 PS5가 아닌 전전세대 PS3에 가까운 스위치 하드웨어로 무슨 마법을 부려야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티어스 오브 킹덤을 단순 DLC라고 폄하할 수 없는 이유. 기존에 존재하던 야숨의 하이랄 맵도 변형된 곳이 많아서, 똑같은 맵이라도 돌아다니는 즐거움은 여전합니다.
탐험하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저 같은 유저에게 있어, 지저세계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은...이야...이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다크 소울 1편의 거인의 묘지! 칠흑같은 어둠에 랜턴 하나 들고 모험하던 그 때의 그 두근거림! 십몇년 전에 느꼈던 그 설레임을 다시 한 번 티어스 오브 킹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맵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운 그 느낌. 지저세계가 어두운 곳 일변도 원패턴이 아닌, 다양한 기믹을 선사해주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야숨 맵 + 하늘맵 + 지저세계까지 전부 구현했으니 이 이상 욕심 부리기도 ㅎㅎ
위에서 언급한 야숨의 적 다양성 문제도, 상당히 개선되어서 대만족했습니다. 사실 쬐금만 더 늘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욕심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전작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이만큼 늘어난 것만해도 체감효과는 상당하더군요. 중간보스급 몬스터 몇 마리 늘어난 것만으로도 게임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대폭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머리 세개 달린 용은 외모와 걸맞게 강해서 특히 기억에 남네요 ㅎㅎ
그리고 티어스 오브 킹덤이 저에게 준 가장 큰 놀라움은, 예상 외로 스토리였습니다. 제가 젤다 시리즈 하면서 스토리로 감동받을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이번에도 젤다 구하고 가논 때려잡아 세상을 구하는 뻔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세부적인 빌드업 과정, 연출이 기존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한다 해도 될 정도로 수준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껏 몇 십년 동안 이게 무슨 젤다의 전설이야? 링크의 전설이지 ㅉㅉ 혀를 차던 팬들조차도, 이번 티어스 오브 킹덤에서 젤다가 보여준 활약상을 보면, 젤다의 전설...인정, 쌉인정...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
이 장면은...정말 게임 역사에 남을 만한 씬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없이 많은 매체에서 봐왔던 뻔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빈틈없이 진행된 빌드업으로 차근차근 쌓아올렸으니까. 감동받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ㅎㅎ
전체적으로 티어스 오브 킹덤이라는 게임은, 저에게 있어 전작 야숨이 미처 챙기지 못 했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놀라운 탐험, 감동적인 스토리, 전작 이상으로 차별화된 게임구조 등등. 날밤이 새도록 칭찬을 하고 또 해도 부족하지 않은, 콘솔의 세대를 대표할만한 걸작이 아닌가 싶네요.
닌텐도가 이런 기가막힌 수준으로 젤다를 만들어 버렸으니, 이제 다음 젤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뚫어 우주까지 가버릴 텐데...과연 다음 젤다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ㅎㅎ
요즘은 나이도 들고 여러 이유 때문에 루리웹에 긴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새벽에 티어스 엔딩을 보고 게임의 완성도에 감동받아 충동적으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게임들만 계속 나와준다면, 나이가 몇이 되든 간에 게임이라는 취미를 포기할 수 없을 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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