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카멕
존 카멕이 22년간 몸담은 이드 소프트웨어를 퇴사했습니다. 지난 8월에 오큘러스 VR의 CTO로 합류한 시점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죠.
되돌아보면 존 카멕은 게임 개발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 회사가 커지고, 회사의 의사결정과 움직임이 둔해지고, 개인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해왔죠. 그래서 한동안 작은 팀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레이지의 개발이 끝난 후 존 카멕은 개인 연구에 들어갑니다. 그 연구 분야는 20년 전에 잠시 관심 가진 바 있는 가상현실이었습니다. 존 카멕은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을 때, 지난 20년간 거의 아무도 이를 발전시키지 않았다는데 놀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달랐죠. 높은 수준의 3D 그래픽이 있고, 발전된 디스플레이가 있고, 포지션 트래킹 기술이 있었습니다. VR은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일처럼 보였고 존 카멕은 자작 HMD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에 기존의 것보다 더 진보되고,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새로운 HMD가 준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였습니다. 존 카멕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인 파머 럭키에게 연락했고, 그는 프로토타입 장치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오큘러스 리프트의 성능에 감명받은 존 카멕은 당시 제작 중이던 둠 3 BFG 에디션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접목하여 E3에 공개합니다. 반응은 뜨거웠고 이후 파머는 자신의 회사를 차리죠.
이후 오큘러스 리프트는 킥스타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드 소프트웨어의 기술 감독이었던 존 카멕은 둠 4를 비롯한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로 인해 VR에 매진할 수 없었습니다. 퀘이크콘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죠. VR 연구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졌고, 둠 3 BFG를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 첫 게임으로 만들려는 계획도 틀어졌습니다.
2. 둠 4
한편, 이드소프트웨어는 둠 4 개발에 있어 상당히 고전 중이었는데, 가장 커다란 문제는 회사 내의 알력싸움이라고 전해집니다.
신규채용 인원이 중심이 된 '새로운 돌'인 둠 4 개발팀은 '박힌 돌'인 레이지 개발팀에 비해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고, 이는 갈등을 불러왔습니다. 이는 레이지가 실패하고 그 개발인원이 모두 둠 4로 흡수되면서, 갈등관계의 두 집단이 서로 한 배를 타게 되면서 더욱 심화됩니다.
2011년 말, 둠 4 개발이 리부트된 후에도 두 세력은 게임의 개발방향을 두고 파워 싸움을 계속했고, 결국에는 리부트조차도 엉망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2013년 4월에 들어 코타쿠 기사로 표면화되죠. 과거 리부트 루머에 '둠 4 개발에는 문제가 없다'고 부정했던 베데스다의 피트 하인즈도 이번에는 리부트를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 하려는 의지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에 접어들며 이드 소프트웨어의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 중에는 회장(Todd Hollenshead)이나, 디자인 디렉터(Matt Hooper) 등 주요 인사도 포함되어있었죠. 제 생각에는 이들은 회사 내 파벌싸움의 책임이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베데스다에 의해 축출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이를 뒷받침하듯 올해 퀘이크콘에서 스튜디오 디렉터 팀 윌릿츠는 '모두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이제 개발에 방해되는 요소(distraction)를 제거했다'고 언급했죠.
동시에 빈자리를 메우려는 듯 이드 소프트웨어는 이전보다 몇 배로 늘어난 포지션에서 구인을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디렉터와 같은 고위급 포지션도 포함해서요. 영화 퍼시픽 림의 아티스트(Hugo Martin)를 새로운 미술감독으로 영입한 것도 이 시기였죠.
이것은 두번째 리부트의 신호일까요.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몇몇 이드 개발자는 자신의 Linkedin 프로필에 울펜슈타인을 참여작품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존 카멕의 2013년도 기조연설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프로그래밍 팀과 소수의 핵심 개발자가 기술을 준비하고 기획을 하는 동안 나머지 인원은 자매 개발사의 작품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미래
이번 존 카멕 사임에 대한 해외 커뮤니티의 반응은 거의 하나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 "이드 소프트웨어의 명복을 빕니다." - 베데스다가 조만간 회사 문을 닫을 거라는 전망도 많고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낙관적으로 봅니다. 2013년 중순에 들어 대대적인 구인을 시작한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베데스다는 (적어도 당분간) 회사를 정리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id Tech 관련 상표를 등록하기도 했고요.
많은 인재들이 떠났지만, 되돌아 보면 지난 몇 년간의 결과물은 결코 좋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피의 수혈은 불안요소인 동시에 긍정적인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드 소프트웨어 게임의 디자인을 말아 먹었다고 생각하는) 팀 윌릿츠가 스튜디오 디렉터로 승진하면서 예전처럼 게임 자체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겠다는 기대감도 갖게 하는군요.
존 카멕의 퇴사는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기술감독으로써의 존 카멕의 직책은 회사의 15년차 베테랑 프로그래머인 로버트 더피가 이어받았습니다. 책임자가 바뀌면서 회사의 기술적인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군요. 메가텍스쳐나 복셀 옥트리 같은 기술을 포함해서요.
기존의 오픈 소스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도 관심사죠. 오픈 소스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존 카멕이 나간 이상 소스코드 공개는 지난 2011년의 둠 3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회사 경쟁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호재일 수 있습니다. 소스 공개를 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외부 기술을 쓰지 않고 내부적으로 다 해결하려는 건 비효율적이었죠. 이제 하복 물리 엔진이 접목된 둠 4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퀘이크콘의 시작을 장식하는 존 카멕의 기조연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존 카멕은 트위터를 통해 "이제 퀘이크콘 기조연설은 볼 수 없는 거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제가 내년 퀘이크콘 단상에 올라가 연설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옛날처럼 그냥 로비에서 해야겠죠. :-)"
1996년, 제1회 퀘이크콘에서 기조연설(?) 중인 존 카멕
p.s.
12월10일은 둠의 20주년입니다. 이번에는 작년 울펜슈타인 20주년처럼 존 카멕이 직접 플레이하며 코멘터리하는 영상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다른 팬 서비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렵니다.
기존의 유출된 둠 4 스샷은 현대의 뉴욕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지만 리부트 이후에는 전작과 같은 SF 테마로 돌아가는 듯 합니다. 개발자도 둠 4의 리부트 이유에 대해 (콜옵 따라가는) 개발방향이 븅신이었다고 언급했는데 뒤늦게나마 깨달았다면 다행입니다. 콜옵은 좋은 게임이지만 콜옵은 콜옵이고 둠은 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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