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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네…… 일단 당신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나요?」
「흐흥. 알고싶어? 유감이지만 본명은 딱딱하니까 알려주지 않을 거야. 오린이라고 불러주면 돼. 렌코.」
「어머 제 이름을 알고 있다니 영광이네요. 그럼 다른 건 음…….」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렸다.
렌코가 바라본 곳에는 시체가 만재한 손수레가 있었다.
「저게 뭔지 궁금해?」
「응?」
「손수레의 내용물 말이야.」
그녀는 수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피의 실을 매달면서 꺼내온 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소장이었다.
「좋은 색이네…… 이 세계의 인간은 좋은 걸 먹고 지내는 것 같아. 반할 것만 같다고.」
「자주 듣는 소리지만, 칭찬해줘서 영광이에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네. 그런 거 정말 좋아해. 언니, 시체가 될 생각은 없어?」
「뭐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광기 가득한 말이었다.
「안 되겠지……. 나한테 덤벼오는 녀석들은 전부 다 싸구려 연료였단 말이야. 개다래나무보다도 안 타서 써먹을 수도 없다고.」
「즉 뭐야? 연료를 찾고 있는 거야?」
「그건 뭐 부산물이고. 나는 시체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어. 시체를 모으는 걸 좋아한다고. 근데 신선한게 얼마 없으니까 그냥 죽여버리는 거라고. 인간들은 그걸 이해 못하겠지만 말이야.」
「음…… 노력 해봤지만 왜 그러는지 역시 잘 모르겠네.」
「그렇지? 그래도 그게 우리들 요괴가 요괴인 이유야. 인간에게 이해 받는 건, 그것대로 기분이 엄청 나쁠거라고.」
지금의 대화로 렌코가 얻어낸 답은 「오컬트는 역시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변태 집단」에 다다랐다.
아마도 그건 틀림 없을 것이다. 시체에 대해 말하는 오린의 황홀한 표정은 그야말로 범죄자에 가까웠다. 쇠고랑을 차도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시체가 될 생각은 없냐는게…… 무슨 의미 인 거지?」
「나는 강한 시체를 찾고 있거든. 강한 시체는 잘 타오르니까. 잘 타오르는 시체는 예쁘고 화려해서 태우는 가치가 있으니까 내 친구도 기뻐해주거든. 그러니까…….」
고양이가 팔을 쑥 뻗었다.
「언니의 시체를 갖고 싶어.」
당돌하게 내찌르는 말.
갑자기 매서워진 눈매.
어딘가에서 이글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컬트는 세계에서 잊혀진 생물들이다.
과학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해 낙오 된 자들이 지금도 쥐 죽은 듯 살아가며 인간들을 덮친다.
그런 통설을 렌코는 믿고 있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경계라는 존재를 알고 있어서 그랬다. 「경계 외 존재」라는 말을 세계에 퍼트린 것도 그녀다.
오컬트들은 다른 세계에서 와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다.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인간의 법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앞에 있는 인간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신기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오컬트의 존재 자체가 신기한 것이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라 결론을 지어놨어도 그걸 강하게 의식 시킬만한 것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손가락 끝에서 불이 붙는 것이 보였다. 불은 점점 커져서 사람의 형태로 변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진짜야……?」
마치 좀비와도 같았다. 옛날에 메리와 새벽에 같이 했던 저렴한 공포 게임이 떠올랐다.
조작이 서투른 메리가 조종하던 주인공과 같이 바로 머리부터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 방심했다고는 해도, 스스로 접근 한 이상 이런 사태가 될 것이란 예상은 이미 했었다. 설사 해구와 같은 힘의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쳇…….」
오늘만 2번이나 혀를 찬 렌코는 코트 안으로 손을 넣었다. 뽑아낸 양손에는 묘한 물건을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부적. 일반적인 길고 얇은 부적이지만 끝 부분에 수신기 같은 것이 달려 있으며 빛이 나고 있었디.
왼손에는 스위치. 잡기 쉽게 만들어진 그것은 엄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끄트머리에 허리까지 이어져있는 코드가 있었다.
「헤에.」
고양이 소녀가 감탄의 소리를 낸 순간 손에 고정 시켜두었던 좀비가 의사를 가졌다.
「인간을…… 얕보지 말라고!」
비행하는 사령.
내뺃는 손.
스쳐 지나간 렌코의 손은 부적을 들어올려 왼손의 스위치를 눌렀다.
「봉인!」
「냣……!」
섬광.
지옥에서 사는 자에게 강한 빛은 눈에 안 좋다.
그런 고양이 소녀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만들어낸 사령들이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오오…….」
렌코는 타버린 부적을 버리고 새로운 부적을 꺼내고 있었다. 부적이 지금의 빛을 낸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1회용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 사령을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소녀는 등골에 한기가 살짝 느껴졌다.
「봉인 시스템이란 거야.」
스위치의 코드가 흔들린다. 렌코의 허리 주변에서 낮은 기동음이 울리고 있다.
「대 경계 외 존재용 과학전자술식 부적형 구속구. 자세한 구조는 비밀이지만 적어도 당신에겐 권총보다는 잘 먹히겠지. 대부분의 오컬트는 육체적인 손상에는 강한 것 같았고.」
「헤에.」
「열심히 조사했나보네. 나에 대한 것도. 우리들에 대한 것도. 하지만…….」
「하지만?」
「난 언니가 그걸 쓸려고 하는 것보다 빠르게 언니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고? 그게 결국 우리와 언니와 같은 인간들의 차이…… 아닐까?」
「뭐 확실히 그렇지.」
렌코는 부적을 잡아 흔들었다.
「우리들 인간과, 너희들과는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의 차이가 존재해. 이 시스템을 만든 건 나와 아는 사람인데 이 시스템으로 해결 된다고 한다면 위안밖에 안 되는 수준이긴 해. 그래서 원래는 기습용으로 쓰는 건데…… 타겟의 앞에서 써버린 건 내 실수네.」
「그래? 그럼 죽을 거야? 죽을 거지?」
「성급하구만…….」
고양이 소녀는 몸을 앞으로 쑥 내밀며 눈에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어려운 이야기는 어찌 됐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보증할게. 언니는 저기 굴러다니는 남자들 보다 훨씬 강해. 그래서 내 눈에 띄인 거고 나한테 죽게 돼. 알겠어?」
「알고 싶지 않은걸.」
「그것도 인간과 우리의 차이라는 거지.」
고양이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으면 알아. 종족이 다르더라도 죽으면 모두 똑같아. 언니는 내게 비장의 수를 보여줬잖아. 안 죽을 이유가 없다고. 그러니까…….」
고양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진 것이 아니라 체중에 몸을 맡겨, 앞으로 다리를 뻗으면서 쓰러질 것 같은 거침 없는 움직임으로 렌코에게 다가온 것이다.
「죽어줬으면 해.」
──그리고…… 뭐 내가 위험해지면 도와줬으면 해.
비익과장, 우사미라는 여자가 그랬다. 이것이 그녀가 말한 「경찰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부탁」이었다.
「여태까지 봐왔던 오컬트하고는 격이 다른걸. 아직 죽고 싶지는 않아.」
그녀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재앙의 근원으로 향했다.
마치 가는 것이 당연한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지만 그 말을 받은 경찰은 수 많은 그림자에 겁을 먹고 있다.
그를 「겁쟁이」라 부르는 것은 간단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적을 것이다.
「젠장…….」
섬광이 계속 된다.
마치 탄막을 펼치는 것 같이 전개되는 부적의 연쇄는 확실히 고양이 소녀의 발을 막았다. 하지만 부적들은 결국 전부 1회용. 언젠가 한계가 올 것은 당연했다.
「이 ㅁㅁ이…….」
그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집었다.
맞지 않는다. 맞을리가 없다. 총알은 확실하게 괴물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날아갈 것이다. 아니면 그녀를 맞춰버릴지도 모른다.
「언니 춤 잘 추네! 하지만 이제 슬슬 한계가 아닐까?」
고작 인간이다.
그래도 발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과는 다르게 계속 공격해오는 손을 피해왔다. 오컬트를 이론을 의거한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겁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인간이었던 것이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격하게 흐르며, 판단을 잘못하고, 발을 얽혀 언젠가는 잘게 씹혀 수레 안에 있는 살덩어리와 같이 될 것이다.
「네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전까진 죽지 않을 거야.」
렌코는 코드를 계속 끌어당겼다. 스위치를 누르고 원령을 잡고 후퇴한다.
그걸 보고 있는 경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가 있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런다고 승기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곤 생각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녀는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땀에 젖은 눈동자에서는 뭘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제……기…….」
만약 저러고 있는 것이 자신이었으면.
자신에게 한 말이 진심으로 한 말이었으면.
나는 뭘 해야하는 것인가.
「라아아아아아아아아알!」
권총을 집었다.
땅을 힘껏 밟았다.
통곡과도 같은 외침이었다.
이 세상과의 작별과 자신의 한심스러움을 탄식 하며, 남자는 대상에게 향했다.
맞지 않는다면, 맞추면 된다.
갈라져버려도, 깨져버려도, 부셔져버려도, 가능한 만큼 전진해 바짝 다가서서 모든 총알을 박아버리면 되는 것이다. 자기는 죽고 괴물은 죽지 않더라도 약속은 지킨 것이니.
위험해지면 도와달라는 그 약속을.
「이 녀석이……!」
굳센 결의를 하고 나아가기 시작하려한 그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이 있었다.
「……무리 하지 않아도 돼.」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 너무나도 맥 빠지는 목소리였다.
「내가 늦었을 경우의 책이었나. 변함없이 자기한테도 그렇고 남한테도 그렇고 죽는다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구나.」
「뭣…….」
멍한 눈.
금색 머리카락.
보라색 원피스에 가볍게 걸친 경찰 자켓.
「메리면 돼. 잘 부탁해.」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너…… 지금까지…….」
어디 갔었냐고 말할려 했지만 말이 뒤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오컬트와 맞서고 있는 우사미라는 소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진부한 전개지만……이제 괜찮아. 둘이 뭉쳤으니까.」
그녀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금 그야말로 눈 앞에서 소녀가 목숨을 내던질려 하고 있다. 그 현실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틀림없이 상대는 강하다.
수레의 내용물을 전부 내팽개치더라도 얻어야만 하는 상대다.
「자! 자! 자! 자!」
무한하게 샘솟는 원령을 무기로 고양이 소녀는 압박해갔다.
아아, 멋진 꿈 속에서.
다른 세계에서 만난 그것의.
살을 발라내고, 피를 뽑아내.
지옥의 업화에 숯으로 넣고 싶어.
「좋네. 좋아! 언니 멋지다고! 언니가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죽고싶지 않아서, 죽고 싶지 않아서, 발악을 해도 죽게 됐을 때의…….」
절박감.
「윽…….」
압박감.
뻗은 오른손이, 손가락이, 손톱이, 목을 건드려.
「영혼은 가장 빛이 난다고.」
피가 한 줄기.
「웃……기지마……!」
렌코가 고양이 소녀의 팔을 잡았다. 부적으로 팔을 감싸 있는 힘껏 스위치를 눌렀다.
「으갹…….」
다시 한 번 섬광이 비췄다. 섬광이 사라졌을 때엔 고양이의 오른손은 날아가버렸다. 마치 가지를 꺾은 것과 같이 손목에서 뼈가 노출 되었으며, 검붉은 살이 뼈를 감싸고 있다.
「하하. 오컬트에게도 살과 뼈와 피가 있구나. 참고가 됐어.」
「어떻게…….」
권총조차도 상처 하나 못낸 피부. 그것이 지금 무참하게 파괴 당해버렸다. 그렇게까지 고통은 없어보이지만 어느정도 데미지는 줬을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마도과학으로 만들어낸 술식 중 하나야. 대강 말하자면 전기 계통에 작용하는 명령 덩어리야. 육체적으로 직접 도려낸 것이 아니야. 너는 부적의 명령을 따라 직접 팔을 잘라낸 것이지.」
「그래…….」
고양이는 차가운 눈으로 자기의 팔을 바라봤다.
질척질척 불쾌한 소리가 울리며, 살이 부풀어 올랐다.
「뭐 나도 아까 말했듯이 어려운 건 잘 몰라.」
소리가 끝난 순간 오른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틀림없이 그녀의 팔이다.
「팔 정도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
노릴려면 머리나 가슴이어야 한다. 상대가 순순히 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놀랐어? 인간은 이런 것도 못하잖아.」
「……많이 놀랐지.」
「뭐 썩어도 요괴니까. 변신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니까 결손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아.」
렌코는 손목 시계를 봤다. 처음엔 녹색으로 빛이 났던 불빛은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배터리의 잔량이 얼마 없다. 공격해오는 원령에게 너무 많이 써버려서, 이 이후로도 맹습이 온다는 걸 생각하니 공세를 펼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과학이란 건 참 불편하네.」
실실 웃는 고양이.
「걱정 할 거 없어. 언니는 열심히 했다고. 이제 내게 맡겨줘.」
이제 몸을 희생하는 공격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뼈를 내주면 살도 취할 수 없게 된다.
「아직……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마지막이다. 3 장의 부적을 꺼내 잡았다. 3장 전부 맞는다면 숯덩이가 될 거고, 1장만 맞아도 괜찮다.
「그런 걸 말해봤자……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고양이가 뛴다.
이제 도망가게 놔두진 않는다.
상대도 도망갈 생각이 없다.
늘어지는 침.
거친 숨소리.
한 순간의 박보장기.
다시 시작된 절박감.
집중.
노려지는 목.
손 끝.
시야의 끝자락.
그리고 이물.
「……아직이야.」
가늘은 실.
금색 실.
그것이 머리카락이란 걸 알았다.
시야에 지나간다.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
금발의 소녀에게 시점이 맞춰진 순간, 고양이 소녀는 봤다.
아련하게 빛나는 눈동자. 자기를 쳐다보는 눈동자.
「뭣……앗…….」
갑자기 시야에 자신이 들어왔다.
채널을 바꾼 것과 같이 방금 전까지 메리가 서있었던 장소에 자신이 서있었다.
자기가 자기를 보고 있는 기묘한 감각에 당해 다리가 휘청거렸다.
「설마…… 시야 지배……!」
「정답.」
웃고 있겠지. 하지만 고양이 소녀는 그걸 확인 할 수가 없다.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광경은 그저 이 사실에 떨고 있는 자기 모습이니까.
「나는 다른 사람과 시야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 역으로 말하자면 상대의 시야를 뺏을 수 있다는 거지.」
「그럴수가…… 그런 건 인간의 범주가 아니잖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젠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지만.」
자신의 시야에 금색 머리가 흔들렸다.
「그리고…… 오컬트 씨에게 많은 걸 말해줄 필요도 없잖아. 그야 저걸 봐봐…….」
하얗고 예쁜 손가락이 보였다. 그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은 자신의 오른쪽.
지금까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우사미 렌코의 반쪽. 뭘 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시야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목을 돌려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윽…….」
공포가 스트레스가 되어 덮쳐온다. 만약 지금 렌코가 자신을 향해 공격해온다면 이 반전한 시야로 어떻게 움직이면 될지도 모른채 당해버린다.
팔이 안 되면 이번엔 목인가. 아니면 몸통인가.
아무리 요괴라도 불사신은 아니다. 재생할 수 있는 횟수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하는 것은 그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고양이 소녀로써는 어떻게든 피폐해진 렌코를 죽여버려야만 한다. 시야의 우측에 있다면 자신의 좌측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방향으로 뻗어 렌코를 붙잡는다면. 근처에만 붙는다면 무아몽중으로 손톱을 휘둘러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으…… 잡을 거야. 지금까지 해왔잖아! 반드시 언니의 시체를 가지고 돌아갈 거야!」
소녀는 결의를 한 후 렌코에게 돌격했다. 팔을 최대한으로 뻗어 보이지 않는 목을 할퀴기 시작했다.
「뭐, 그렇게 나오겠지.」
그 행동을 우사미 렌코는 예상하고 있었다. 준비가 끝나자마자 오른손으로 스위치를 세게 눌렀다.
「지금까지의 몫, 배로 갚아주겠어! 이거나 먹어라!」
「어……버…….」
지뢰와 같은 공격을 지근거리에서 받은 고양이 소녀는 완전히 흰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동안 흔들흔들 거리다가 땅으로 쓰러졌다.
「제대로 되서 다행이네.」
렌코는 느긋히 손을 뻗어 오컬트의 가슴에 부적을 붙이고.
「봉인.」
스위치를 눌렀다.
「……이제 상부에서도 오컬트라는 걸 인정해주지 않을까? 이 정도의 사망자를 내고 조용히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글쎄. 머리가 꽉 막힌게 장점인 사람들인데. 이 쿄토에서 나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은 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영적 도시 쿄토. 인간의 내면에 중점을 둔 이 도시는 꿈과 현실이 섞여있는 장소다.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정신이 다소 구현화 되어서 날뛰어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데도 오컬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게 참 이상하네.」
「자기가 도달한 분야가 아니니까 그렇지.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올랐더니, 정상에 국기가 걸려있었다…… 정도려나.」
「그 국기를 걸은 것은.」
「오컬트인 거지. 오컬트 쪽이 정신을 다루는 기술로는 우리보다 앞서있으니까 말야. 이게 효과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렌코는 부적을 활활 펄럭였다.
「뭐 그렇지. 아무튼 이제부터 오컬트와 대립한다면, 패턴이나 작전을 좀 더 짜는게 좋지 않을까? 경계에서 넘어온 요과는 경계로 돌려보낸다…… 라는 건 알겠지만 이번 처럼 한다면 사양이야.」
「그렇네……. 경계로 들여보내는 게 맞겠지만. 설득해서 돌려보낼 순 없을테니까. 기본적으로는 행동의 자유를 빼앗아서, 메리가 발견해낸 경계로 집어 넣는 것이 기본이 되겠지.」
결국, 그 후로 메리가 경계를 찾아내고 거기에 기절한 고양이를 집어넣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마무리라기엔 광경이 너무 바이올런스한 걸.」
「어쩔 수 없잖아.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고. 음, 순사자는 23명! 대참사네.」
「하마터면 렌코도 그 수에 포함 될 수 있었지. 렌코가 죽으면 내가 과장이 됐으려나?」
「쓸데 없는 말은 하지마, 사무원.」
렌코는 갑자기 테이블에서 눈을 뗐다. 그 동작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기에 메리는 눈만을 움직여 렌코를 봤다.
「……뭐야?」
「그러고보니 메리…… 왜 그렇게 도착하는게 늦은 거야. 나는 바로 돌아오라고 했잖아.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난 죽어버렸다고. 애초에 그 때 전속력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나?」
메리의 몸이 굳었다.
렌코는 고양이와 대립한 순간 메리에게 연락을 걸었었다. 메리와 대화를 했고, 전투가 시작됐고, 죽을 뻔할 때까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게…… 경계를 못 찾아내서 좀 더 찾아볼려고 멀리 갔었어.」
의욕이 없는 눈동자 속에서 초조함이 보인다. 물론 그 말을 믿지 않는 렌코는 메리를 계속 째려봤다.
「……진짜 이유는?」
「……그게 경계를 찾는데 걸으면 지치잖아.」
「응.」
「그래서 네 커브에 탔는데.」
「응.」
「……붙잡혔어.」
「누구한테?」
「경찰.」
「왜?」
「노 헬멧…….」
「바보냐!」
조용한 카페에 렌코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아……아무리 비익과라도 노 헬멧으로 잡히는 경찰이 어딨다는 거야……!」
「그, 그야 다급 해졌기도 했고, 긴급 사태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나저나 그 경찰도 뭐야. 왜 그런 상황에서 느긋하게 업무를 보고 있는 건데.」
렌코는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응?」
그리고 무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아냈다.
「메리…… 면허 가지고 있었나?」
「그건…….」
메리의 말문이 막혔다.
그걸 보고 피가 끓어오르려는 시점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다구.」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세일러 복의 소녀가 서있었다.
「아, 치유리…….」
「수고했어, 치유리. 왜 여기 있는 거야?」
「왜라니. 나는 일단 유메미 님의 비서면서 연락계잖아. 애초에 너희들이 사무실에 있었으면 이런 곳까지 찾아오진 않았다고.」
치유리는 쓸데없는 말을 꺼낸 메리의 말에 화를 내면서 1장의 편지를 넘겼다.
「어제는 노력은 했는데 말이야…….」
「그 표정은 뭔데! 불안해지잖아!」
「짐작가는 건 있잖아? 뭐 내가 말할 필요는 없지. 어쨌든 유메미 님의 통보니까 제대로 읽어두라고. 그럼 난 간다.」
치유리는 할 말만 전하고 바로 돌아갔다. 비봉구락부에게 남겨진 건 1장의 편지. 부장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윽…….」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주뼛주뼛 꺼냈다. 렌코는 깔끔하게 접혀있는 편지지를 펼쳐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비익과, 봉인계, 마에리베리 한. 무면허 운전으로 감봉에 처한다…….」
「이 무슨…….」
「비익과장, 우사미 렌코. 피해자 규모 확대를 방치하고 있던 것, 무면허인 자에게 차량을 빌려준 것으로 3개월 간 무휴 및 무급 처분을 내린다……? 으으, 으…….」
「어머나…….」
영적 도시 쿄토.
「어머나가 뭐야! 메리가 멋대로 탄 거잖아! 왜 나까지…….」
과학이라는 것이 솟아 올라와버린 이 도시에는 「잊혀져버린 오컬트」가 존재한다.
「그 때문인게 아니잖아. 네가 책임자였었으니까 그렇지.」
경계를 넘어서 모습을 나타낸 그들은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고, 인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통괄 권한이 없는 책임자가 어떻게 현장을 정리하라는 건데……. 그 망할 부장…….」
그런 존재를 붙잡아, 쿄토에 평화를 가져오는 인간이 필요하다.
「하아, 지출이 빠듯해지겠어…….」
쿄토 경찰 본부. 지역과, 형사과, 소년과── 그런 화려한 부서와는 달리 공표되어있지 않는 과가 있다.
「무휴 무급이라니……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야…….」
그것이 바로 「쿄토 경찰 본부. 특수대책부 비익과 봉인계」 통칭 『비봉구락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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